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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리는 주먹이 더 아프다
[북한 경제]
[7호] 2010년 11월 01일 (월) 김연철 economyinsight@hani.co.kr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금강산 관광이 다시 쟁점이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을 금강산 관광과 연계하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 장소가 금강산이기에, 금강산 관광을 풀지 않으면 이산가족 상봉은 정례화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여전히 금강산 관광 재개에 부정적이다. 금강산에서 관광객이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했고, 이에 대해 북한의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고 있다. 물론 그것은 명분이다. 더 중요한 이유는 금강산 관광 대금이 핵개발에 전용될 수 있다는 의심 때문이다. 포괄적 제재가 작동하고 있다.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교역과 위탁가공까지 중단되지 않았는가? 제재는 과연 효과적인 수단인가? 제재는 북한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대북제재가 개혁 세력 형성 막아

제재는 국제정치의 중요한 수단이다. 제1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의 윌슨 대통령은 제재를 ‘평화적이며, 조용하지만, 치명적인 처방’이라고 규정했다. 과연 그럴까?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사회가 추진해온 양자 혹은 다자 차원의 제재 중에서 과연 얼마나 성공했을까?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 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성공한 적이 있다. 그러나 예외적인 사례다. 일반적으로 제재는 생각만큼 효과적이지 못하다. 이라크처럼 제재 국면이 결국 전쟁으로 전환하거나, 북한이나 버마(미얀마)의 사례처럼 권위주의 정권을 지속시키는 외부적 변수로 작용했을 뿐이다.
그리고 제재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제재는 해당 국가의 정책 형태를 변화시키는 대신 취약 계층에 훨씬 심각한 피해를 입힌다. 제재를 하면, 고통받는 인민이 결국 그들의 지도자에게 저항할 것이라는 논리는 매우 비현실적이다. 오히려 외부의 제재는 강압적 정책의 정당화 명분으로 활용된다. 다시 말해 제재는 내부의 문제를 외부로 돌리는 중요한 근거다. 또한 경험적 사례에서 보면, 제재는 중산층의 발전을 억제함으로써 민주화의 사회적 기반을 약화시키고 개혁 세력의 형성을 막는다.
북한의 정치·경제 체제는 제재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설명하는 상징적 사례다. 제재는 북한을 변화시키지 못했다. 2002년 북한이 제한적인 경제정책 변화를 시도한 적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7·1 조치’라고 부른다. 그즈음에 황장엽 선생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때 선생은 매우 흥분했다. 드디어 북한에서 ‘평화적 이행의 길’이 시작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평가했다. 대북지원을 확대하고 경제협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깜짝 놀랐다. 제재가 아니라 접촉이 북한 변화에 더욱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2007년 가을 금강산을 오르고 있는 관광객들.

 
자력갱생 경제는 제재의 결과물
북한이 주장하는 자립경제는 결과적으로 제재에 대한 북한식 대응 방법이다. 미국의 제재는 한국전쟁 때부터 시작됐다. 냉전시대 한·미·일 삼각 체제는 북한에 대한 정치·외교·군사적 제재를 장기적으로 지속했다. 그렇다고 북한 경제가 ‘사회주의 경제권’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1960년대에 체계화된 ‘자립경제론’은 중-소 대립이라는 사회주의권의 위기 상황 속에서 만들어졌다. 1970년대 초 의욕적으로 서방국가에서 차관을 도입했지만, 결국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는 실패로 끝났다. 때마침 세계적인 ‘오일쇼크’가 터져, 북한이 비교우위를 보이던 광물 가격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광물을 국제사회에 팔아 산업설비를 도입하려던 계획이 오일쇼크라는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를 만나 실패했다. 1980년대 중반 합영법을 채택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1990년대 들어 나진·선봉 등의 개방 노력이 있었지만, 핵 문제에서는 진전할 수 없었다.
그렇게 보면 제재는 북한의 역사와 함께 꾸준하게 지속됐다. 북한 경제에서 제재는 공급 측면에 영향을 미치는데, 국제무역에서 관세 효과나 조달 경로의 어려움으로 인해, 일반적으로 수입품 가격을 상승시킨다. 쿠바의 사례 연구에 따르면, 제재는 수입 물품에 30% 정도의 가격 상승을 가져왔다. 예를 들어 외국산 약품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만큼 비싼 가격으로 유통되는 것이다.
산업적 측면에서 보면, 제재는 중간재나 부품산업의 저발전을 의미한다. 산업사회에서 발전된 기계설비는 원천기술과 부품, 복잡한 중간재로 구성된다. 선진국은 부가가치가 높은 부문을 우선적으로 발전시키고, 일반 부품이나 중간재는 저개발국에서 아웃소싱한다. 그것이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다. 개발도상국은 국제적인 비교우위를 활용해 생산 공정 일부를 특화해서 발전시킨다. 그러나 북한은 국제무역을 활용할 수 없기에 모든 생산공정을 자체적으로 해결한다. 문제는 품질이다. 나사나 베어링같이 기초적인 부품조차 직접 제작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술표준을 국가적으로 관리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질보다는 양을 강조하는 계획경제의 특성과 어울려, 다른 공장의 부품과 호환하기 어렵게 된다. 불량 부품이 불량 기계를 만들고, 그것이 오작동이나 생산능력을 급감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자력갱생 경제는 협력을 어렵게 한다. 예를 들어 남북 경제협력이 북한 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미치려면 산업적으로 호환할 수 있는 영역이 늘어나야 한다. 그러나 북한에서 부품의 현지 조달은 거의 불가능하다. 전자제품의 위탁가공을 예로 들어보면, 포장 상자나 스티로폼 같은 기본적인 물자도 북한에서 조달할 수 없었다. 중국의 연안 경제특구들이 ‘세계의 공장’이 된 것은 상당 부분을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서 보면 생산비용을 그만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처럼 기초적인 소모품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물론 다른 열악한 조건을 상쇄할 만큼 인건비가 낮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북한의 부품산업 저발전은 장기적인 산업협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된다. 개성공단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개성공단이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지에서 부품이나 소모품, 혹은 기초적인 중간재를 조달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개성공단이 북한 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미치려면 바로 그 부분을 북한 기업이 맡아야 한다. 그래야 남쪽 중소기업도 살고, 북한도 개방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경제협력의 과실은 중국이 따먹어
제재 효과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는 제재하는 국가 역시 잃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때리는 주먹이 더 아프다’는 말처럼 상대에게 주는 타격만큼 교역이나 투자 중단의 부정적 효과가 적잖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제재 해제를 바라는 당사자는 해당 국가의 기업이다. 미국에서 적대 국가였던 베트남과 관계 개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들은 바로 기업인이었다. 또한 쿠바에 대한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미국 기업인들이다. 경제적 이해가 정치적 관계 개선을 요구한다.
한국의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지금처럼 중국으로 향하는 문이 열린 상황에서 한국의 제재는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오히려 북한 경제의 대중국 경제의존도만 높인다. 한국 중소기업의 상실감이 크다. 소프트웨어 산업을 예로 들어보자. 남쪽 소프트웨어 산업은 원천기술을 사서 실용적 측면에서 상업화하는 데 강점이 있다. 그러나 북한은 비록 국제사회에 팔 수 있는 상품은 만들지 못하지만, 원리에 강하다. 자력갱생 경제가 지닌 역설적인 장점이다.
남쪽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북한의 전문가들을 만나면 놀란다. 북한 기술자들이 수학이나 프로그래밍의 기초에 아주 밝기 때문이다. 남북 소프트웨어 산업은 기초에 강한 북한과 실용 능력이 뛰어난 남한이 서로 비교우위를 발휘할 수 있는 분야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 소프트웨어 산업협력은 중단됐다. 몇 년 동안 어렵게 교육한 북한의 기술자들이 최근 중국과 소프트웨어 협력을 한다고 한다. 남쪽이 돈 들여 가르친 기술을 결국 중국이 활용하게 되었다.
금강산 관광도 마찬가지 아닌가? 남쪽에서 투자해 개발한 금강산을 결국 중국 관광객이 차지할 것이다. 제재를 하는 동안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효과도 별로다. 무엇 때문에 제재를 계속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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