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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경제 부활의 세 키워드
[Focus] 프랑스가 바라본 독일 경제의 성공 비결 ①
[90호] 2017년 10월 01일 (일) 기욤 뒤발 economyinsight@hani.co.kr

 ① 낮은 인구성장률 ② 신흥국의 고급 자동차 수요 ③ 베를린장벽 붕괴

독일 경제는 금융위기 이후 비교적 빠르게 회복했다. 프랑스 일각에선 독일이 프랑스보다 성적이 좋은 것은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의 노동개혁 덕분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정은 다르다. 우선 독일 경제의 화려한 부활은 낮은 인구성장률과 관련이 깊다. 여기에 중국 등 신흥국의 고급 자동차 수요가 크게 증가한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베를린장벽 붕괴로 독일 산업이 동유럽에 진출할 길이 열리면서 독일 경제가 더 크게 뻗어나갈 수 있었다.
 
기욤 뒤발 Guillaume Duval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프랑스 일각에선 독일 경제의 견조한 성장세가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의 노동개혁 덕분이라고 주장한다. 슈뢰더 전 총리가 2017년 6월 도르트문트에서 열린 사민당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DPA 연합뉴스
 
프랑스인은 다른 나라의 성공 사례에 네덜란드 모델, 덴마크 모델, 영국 모델, 미국 모델 식으로 이름 붙이고 따라하는 것을 좋아한다. 수많은 모델 중에서도 프랑스인들의 머릿속에 언제나 1순위로 떠오르는 것은 독일이다. 독일 모델은 프랑스 경제의 나아갈 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쟁에서 모순적인 방식으로 이용된다.
 
1990년대 초 미셸 알베르가 저서 <자본주의 대 자본주의>에서 독일형 자본주의와 영미형 자본주의로 나눈 것처럼, 독일 모델은 영미 모델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프랑스도 독일처럼 기업 내에서 주주의 독주를 거부하고 노동자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독일 모델은 노동 유연화의 대표적인 성공 모델로 인식된다. 프랑스도 독일처럼 노동시장을 자유화하고 사회보장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독일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인 것은 2000년대 초 사회민주당 당수이자 독일 총리인 게르하르트 슈뢰더의 노동시장 개혁 덕분이라고들 주장한다. 현실은 전혀 다르다. 2008년 전세계를 덮친 금융위기에서 독일이 비교적 빠르게 회복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슈뢰더의 노동개혁 ‘덕분’이 아니라 ‘노동개혁에도 불구하고’ 다른 요인들에 힘입어 이뤄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슈뢰더의 노동개혁은 실업수당의 지급 기간을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고, 이른바 ‘하르츠IV법’(2002년 독일 노동개혁위원장을 맡은 페터 하르츠가 제시한 4단계 노동개혁 중 네번째 방안 -편집자)을 통해 실업자를 엄격히 관리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미니잡’(minijob) 형태의 소규모 비정규직 일자리를 늘린 것이 핵심이었다. 하르츠 개혁으로 독일에선 노동자가 월소득이 450유로(약 60만원)보다 적으면 의료보험·실업보험·연금보험을 비롯한 사회보장부담금을 거의 내지 않는다. 그러나 반대급부로 사회보장제도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퇴직연금도 받지 못한다. 2016년 6월 기준 독일의 미니잡 종사자 수는 780만명으로 전체 임금노동자의 19%에 달한다.
 
그 결과, 하르츠법이 도입된 때만 해도 프랑스보다 낮았던 빈곤율이 이후 크게 늘었다. 독일은 2000년대에 소득 불평등이 가장 두드러지게 심화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하나가 되었다. 실제 2015년 독일 임금노동자의 빈곤율은 8.9%까지 치솟았다. 반면 같은 해 프랑스 임금노동자의 빈곤율은 5.9%, 핀란드는 1.8%였다. 하르츠 개혁은 특히 여성의 빈곤율 상승에 일조했다. 불안정 고용이 급속히 늘면서 산별 단체협약이 적용되는 노동자의 비율도 2016년 56%까지 감소했다. 프랑스는 임금노동자의 98%가 단체협약의 보호를 받는다.
 
   
 
독일의 도로·철도 같은 사회기반시설도 낡고 질이 저하된 상태다. 오랫동안 계속된 긴축재정으로 보수·유지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슈뢰더의 디플레이션 정책은 훗날 유로 위기를 부르며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했다. 디플레이션 정책이란 말 그대로 물가상승률을 낮게 유지하는 정책이다. 독일의 디플레이션 정책은 내수를 억제함으로써 무역 흑자의 급격한 증가를 낳았고 이는 낮은 물가상승률로 귀결됐다. 독일은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상도 막았다. 금리가 오르면 유로화 가치가 상승하고 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독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만약 ECB가 금리 인상을 단행했더라면 그리스나 스페인 같은 국가들이 과도하게 부채를 지는 걸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2005년부터 지금까지 ‘장수 총리’로 이름을 날릴 수 있었던 이유도 그가 독일에서 슈뢰더의 그림자를 걷어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메르켈 총리는 2014년, 18살이 되기 전 노동을 시작한 경우에 한해 법정 퇴직 연령을 63살로 내렸다. 독일은 수습제도가 발달해 많은 독일인이 18살이 되기 전부터 노동시장에 진입한다. 2016년에는 프랑스 사회복지 모델에서 따온 법정 최저임금제를 도입했다. 프랑스 국내에서 그렇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프랑스 사회복지 모델을 프랑스인들이 그토록 본받기 원하는 독일이 차용한 것이다.
 
그러나 결국 독일 경제의 부활을 설명할 수 있는 건 슈뢰더의 노동개혁이 아닐까? 아무리 슈뢰더의 노동개혁이 인기 없다고 해도 그게 진실이 아닐까? 아니, 전혀 그렇지 않다. 경제적 측면에서 독일이 프랑스보다 성적이 좋은 이유는 세 가지 다른 요소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독일의 성공 비결 1 인구구조 변화
 
독일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비교적 빠르게 벗어날 수 있었던 첫 번째 이유는, 독일의 낮은 인구성장률과 관련 있다.
 
독일의 인구성장률이 낮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독일 경제에 미친 긍정적 효과는 알려진 게 거의 없다. 2015년 프랑스 여성의 합계출산율(15~49살 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 -편집자)은 2명이었다. 반면 독일은 1.5명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출산율이 1.3명까지 줄어든 1980년대 이후 다시 증가해 1.5명이 됐다. 그 결과 난민이 대규모 유입돼도 독일 인구는 2000년부터 2016년까지 27만6천 명이 증가했을 뿐이다. 같은 기간 프랑스 인구는 600만 명 이상 늘었다.
 
일반적으로 독일의 낮은 출산율은 장점이라기보다 단점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결과만 놓고 보면 그렇지 않다. 아이가 있다는 건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뜻이다. 아이에게 유명 브랜드 옷도 입혀야 하고 휴대전화도 사줘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교육도 해야 한다. 그런데 독일의 학급당 평균 학생 수는 프랑스보다 적으며, 독일 교사는 프랑스 교사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다. 그럼에도 독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교육비 비율은 프랑스보다 0.7%포인트 낮다. 출산율 자체가 프랑스보다 워낙 낮기 때문이다.
 
물론 노년인구는 프랑스보다 독일이 더 많다. 2015년 독일의 65살 이상 인구는 프랑스보다 480만 명 많았다. 그런데 독일의 15살 미만 인구는 프랑스보다 160만 명 적다. 그렇다보니 유소년·노년인구를 생산가능인구(15~64살 인구)로 나눈 값이 프랑스는 1.7명인데 비해 독일은 1.9명이다. 이 비율은 생산가능인구 1명이 얼마나 많은 비생산인구를 부양해야 하는지를 나타낸다. 즉, 프랑스는 생산가능인구 1.7명이 유소년·노년 인구 1명을 부양해야 하지만 , 독일은 1.9명이 1명을 부양하는 셈이니 생산가능인구의 부담이 프랑스보다 적다.
 
2000년부터 2016년까지 일자리 수는 독일이 9.3%, 프랑스가 8.3% 늘어 큰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지만, 동시에 프랑스의 생산가능인구는 5.9% 늘어난 반면 독일은 2.2% 감소했다. 그 결과 프랑스의 경제활동인구(취업자+실업자)는 10% 늘었지만 독일은 5.5% 증가에 그쳤다. 다시 말해 현재 독일과 프랑스의 실업률 차이를 훨씬 더 잘 설명하는 건 창출된 일자리 수의 차이가 아니라 두 나라의 인구구조 차이다.
 
마지막으로 인구구조 차이는 부동산 시장을 매개로 두 나라의 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프랑스에서 인구 증가는 주택 가격 상승을 강하게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 1995〜2010년 프랑스의 부동산 가격은 평균 2.5배 올랐으나, 같은 기간 독일의 부동산 시장은 가격 변화가 거의 없었다. 물론 독일의 상황도 최근 몇 년 동안 빠르게 변했다. 그러나 세계적 컨설팅 기관 딜로이트에 따르면 2016년 독일의 주택 가격은 1m2당 2957유로(약 400만원)로, 4055유로인 프랑스보다 30% 정도나 낮았다. 파리의 신축 주택 1m2당 가격이 1만2374유로(약 1670만원)인 반면, 독일에서 주택 가격이 가장 비싸다는 베를린과 뮌헨은 신축 주택 가격이 1m2당 각각 3510유로와 6580유로로 파리보다 훨씬 저렴하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가계뿐 아니라 기업에도 부담이 된다. 만약 우리가 아이도 별로 없고, 세들어 사는 집의 가격도 안정적이라면 임금이 다소 오랫동안 동결되더라도 좀더 쉽게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2000년대 프랑스는 임금이 가장 적게 오른 국가 축에 들었지만 독일의 임금상승률은 프랑스보다 높았다. 현재로선 프랑스의 비교적 높은 출산율과 인구 증가가 되레 프랑스 경제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물론 장차 프랑스가 많은 젊은이를 제대로 교육하고 이들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면, 높은 출산율은 경제성장을 추동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 상황만으로 판단할 때 장밋빛 미래의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독일의 성공 비결 2 독일 시장이 된 신흥국
 
최근 몇 년 동안 독일 경제가 순항을 거듭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독일 산업이 생산에 쓰이는 기계·장비 등 자본재(설비재) 부문에 특화돼 있기 때문이다. 자본재 부문 특화는 슈뢰더 정부 이전부터 독일 경제의 특징이었다.
 
유럽연합(EU) 공식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Eurostat)에 따르면, 2016년 독일의 고용은 EU 28개국 전체 고용의 18.4%를 차지했다. 반면 기계 및 전기설비 부문만 따로 떼놓고 보면 EU의 이 부문 종사자 중 34.1%가 독일에서 일한다. 기계 및 전기설비 부문에서 독일 노동자의 비중이 전체 평균 비중보다 거의 두 배 높다. 반대로 프랑스는 EU 고용 대비 비중도 독일보다 낮은 12%이지만, 특히 기계 및 전기설비 부문의 노동자 비중은 6.2%에 불과하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에서 공장이 우후죽순 생겨날 때 그곳에 독일제 기계도 설치됐다. 프랑스제 기계를 들여놓은 공장주는 거의 없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프랑스제 설비나 기계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독일의 이런 특화는 산업 자체의 견고함을 잘 보여준다. 특정 산업 부문을 위한 기계를 만든다는 건 결국 해당 부문에서 언제나 ‘기술 개척자’라는 선도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또한 독일에서 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참고로 프랑스는 중소기업의 비중이 높지 않다. 사실 독일 기업처럼 특정 제조업 분야의 특정 기계 설비에 강점이 있다면 종업원 300명만 있어도 중국, 미국, 브라질에 제품을 수출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 소비재의 경우 이는 불가능한 가정이다.
 
마지막으로, 독일 산업은 신흥국의 고급 자동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덕을 톡톡히 봤다. 비록 인구 14억명을 고려하면 일부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절대적 수치로만 따졌을 때 많은 중국인이 대형 세단을 몰 정도로 부유해졌다. 이들은 르노나 시트로앵 같은 프랑스 자동차보다 아우디, BMW, 벤츠 같은 독일 자동차를 선택했다. 마찬가지로 독일 자동차 산업의 대형 세단 특화는 슈뢰더 정부 시절 이전에 완성됐으며, 임금이 낮아서 얻어진 결과도 아니다. 실제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2008년 독일 자동차산업 종사자 84만2천 명의 평균임금은 프랑스 동일 산업 종사자 23만4천 명의 평균임금보다 20.4% 높았다.
 
독일의 성공 비결 3 베를린장벽 붕괴
 
독일 경제의 회복세를 설명하는 세 번째 요소는, 베를린장벽의 붕괴다. 물론 베를린장벽의 붕괴 뒤 통일 후유증으로 독일이 어려운 시기를 겪었던 것도 사실이다. 인구 1600만 명의 동독이 서독과 통합하면서 국내총생산(GDP)을 비롯해 경제의 거의 모든 면에서 서독에 뒤졌던 동독은 서독 수준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특히 열악한 사회기반시설이 문제였다. 독일은 통일을 위해 값비싼 비용을 치러야 했다.
 
물론 통일이 당시 서독 경제에 불리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서독 경제는 통일 덕분에 동독이라는 새 시장을 얻은 셈이고, 독일 기업은 새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었다. 결국 2000년대 초 독일은, 모든 어려움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통일 후유증을 대부분 극복할 수 있게 됐다.
 
베를린장벽 붕괴는 독일 산업에 매우 유익한 결과를 낳았다. 동유럽의 산업조직이 독일의 부가가치 창출 고리에 통합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독일은 체코 기업 스코다(Skoda·1905년 설립된 자동차 제조업체 -편집자)가 1991년 폴크스바겐에 인수된 사례가 보여주듯, 프랑스보다 거의 세 배 많은 자본을 동유럽에 투자했다. 독일의 동유럽 투자가 급증한 것은 2000년대 중유럽 및 동유럽 국가들의 EU 가입이 결정적이었다. 독일은 꾸준히 동유럽에 투자했지만, EU 회원국이 늘면서 독일의 동유럽 투자 규모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2016년 독일의 상품 수출은 프랑스보다 2.7배 많았다. 상품 수입도 프랑스보다 1.8배 많다. 독일 경제 규모가 프랑스 경제의 1.4배라는 점을 고려하면 독일의 수입 규모는 의미심장하다. 많은 독일 기업이 동유럽으로 공장을 이전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베를린장벽 붕괴 이전만 해도 독일 기업의 하청업체들은 대부분 프랑스 기업이었다. 비용이 저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일 뒤 체코와 폴란드가 독일 산업의 새로운 하청 국가가 되었다. 하청 기업을 프랑스 기업에서 폴란드 기업으로 바꾸면서 독일 산업은 생산비용을 엄청나게 절약했다. 폴란드 노동자의 임금이 프랑스 노동자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유로화의 달러 대비 가치가 1999년 0.9달러에서 2008년 1.6달러로 거의 두 배 급등하던 시기에 독일 경제가 환율 충격을 완화할 수 있었던 것도 동유럽으로 공장을 이전해 생산비를 절감한 덕분이다. 이 시기에 독일을 제외한 다른 유로 지역 국가들에선 유로 강세로 수출이 어려워지자 탈산업화가 급속도로 진행됐다.
 
게다가 2008년 금융위기 뒤 독일 경제는 전세계적인 초저금리 기조로 큰 이득을 보았다. 낮은 독일 국채 수익률이 보여주듯, 독일이 안정적 투자처로 떠오른 것이었다. (채권 수익률은 채권 가격에 반비례하기 때문에 독일 국채 수익률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많아 높은 가격에 채권이 팔린다는 의미다. 또한 채권 수익률이 낮다는 것은 정부가 내야 할 이자가 적다는 뜻이다. 당연히 국채를 발행한 정부의 채무 부담도 준다. -편집자) 만약 독일이 2008년 당시 금리로 이자를 내야 했다면,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이자 비용으로 내야 할 금액은 실제보다 2470억유로(약 333조원)나 늘어났을 것이다. 2011~2012년 유로 위기는 독일의 공공재정뿐 아니라 일반 기업에도 호재로 작용했다. 채권 발행을 통해 주변국보다 월등히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08년 이후 유로화의 달러 대비 약세 기조가 유지된 것도 독일 산업을 지탱한 요인이었다. 유로 위기는 독일의 EU 역내 수출에 타격을 입혔지만, 유로화 약세로 독일은 수출 시장을 역내에서 역외로 대체할 수 있었다. 실제 2007년 독일 경상수지 흑자의 3분의 2가 역내에서 발생했지만 2016년 이 비율은 29%까지 감소했다.
 
결론적으로, 현재 독일 경제가 나름 잘 나가는 이유를 설명하는 요소 중 어떤 것도 슈뢰더의 노동개혁과 실질적 관련이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독일 국민과 프랑스 국민은 관련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이들은 프랑스와 여타 국가들이 슈뢰더 스타일의 ‘과감한 노동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은 어떻게 보면 비극적이다. 사실 슈뢰더의 노동개혁이 독일과 유럽에 역효과를 낳지 않은 것은, 이와 동시에 다른 유럽 국가들이 독일 상품을 수입하기 위해 빚을 진 덕분이다. 물론 독일은 본받을 점도 많다. 비록 나라별로 배경과 방법이 달라서 쉽지는 않겠지만, 지방분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돼 프랑스보다 국토 균형 발전 수준이 높다는 점은 본받아야 한다. 수습제도를 통한 젊은이들의 성공적인 노동시장 진출, 노사 공동 결정 시스템을 통한 기업 내 노동자의 권한 강화, 독일 정부의 강력한 에너지 전환 정책 의지 등 다른 나라가 본받아야 할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슈뢰더의 노동개혁만은 확실히 아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7년 9월호(제371호)
Pourquoi l’Allemagne s’en sort mieux que la France
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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