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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의 미학, 사진과 영화
[곽윤섭 기자의 포토 인]
[90호] 2017년 10월 01일 (일) 곽윤섭 kwak1027@hani.co.kr
 
   
 
글·사진 곽윤섭 <한겨레> 선임기자
 
최근 개봉한 영화 <파리로 가는 길>은 프랑스 관광청이 제작비를 내지 않았을까 의구심이 들 정도로 프랑스 여행을 충동질한다. 칸에서 출발한 남녀 주인공은 “여건이 허락한다면 최대한 둘러가며 여행하라”는 누군가의 격언을 지키기라도 하듯 자동차로 하루 만에 갈 수도 있는 파리를 향해 쉬엄쉬엄 길을 떠난다. 칸, 엑상프로방스, 가르 수도교, 리옹, 베즐레이를 유람하며 영화 내내 프랑스 음식과 풍경으로 관객을 자극한다.
 
하나 더 눈여겨본 것은, 여자주인공 ‘앤’ 역의 다이앤 레인 손에서 떨어지지 않던 카메라다. 눈썰미 있는 관객이라면 카메라 전면의 빨간 동그라미를 기억할 것이다. 명품 브랜드인 라이카의 로고다.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평생 라이카 카메라로 사진 찍었다는 사실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라이카는 사진가들의 로망이다.
 
이 영화에 나오는 라이카는 디지털카메라이며 렌즈를 교환하지 못하는 하이엔드급이지만 중요한 것은 빨간 동그라미다. 명품 가방처럼 들고만 다녀도 값어치를 하지만 이 영화에선 수시로 촬영 장면이 나온다. 음식도 찍고 와인잔도 찍고 풍경도 찍는다. 다이앤 레인이 카메라를 들어올리는 횟수가 점차 늘면서 명백한 간접광고(PPL)라는 확신이 생겼는데 또 하나 묘한 점을 발견했다.
 
찍는 장면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사진 교육까지 한다. 영화 첫 장면에서 전화기를 들고 왔다 갔다 하는 앨릭 볼드윈과 무관하게 테라스에서 아침 식사를 마친 다이앤 레인이 테라스 아래쪽을 향해 렌즈를 들이댄다. 경쾌한 셔터 소리가 나면 영화는 정지 컷으로 방금 찍은 사진을 보여준다. 나뭇가지 사이로 내려다본 파라솔과 의자다. 셔터 소리가 이어지고 잼이 살짝 묻은 빈 접시, 크루아상, 주스가 담긴 유리컵 역시 정지 화면으로 등장한다. 사진들의 공통점은 ‘전체가 아니라 부분’이라는 사진의 본질을 그대로 실천한다는 것이다.
 
영화 속 디제시스(diegesis)적 시간은 칸에서 파리에 도착하기까지 40시간이지만 영화 상영 시간은 90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관객이 영화 속 주인공과 함께 40시간을 느끼는 건 영화 역시 ‘전체가 아닌 부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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