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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을 지키려면
[Editor’s Letter]
[90호] 2017년 10월 01일 (일) 신기섭 marishin@hani.co.kr
신기섭 편집장
 
정확히 10년 전 저는 영국에 잠깐 있었습니다. 매 순간 낯선 것과 만나는 게 외국 생활이지만, 특히 낯선 점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는 언론이나 정치인들이 기후변화를 많이 거론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신문은 휴가철에 갈 만한 유럽 관광지를 소개하면서, 영국에서 그 곳에 다녀오면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유발할지 함께 적어 환경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습니다. 텔레비전 뉴스에 등장한 정치인들이 기후변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도 많이 봤습니다. 말하는 것만으로는, 지구온난화를 진지하고 심각하게 생각하는 데 여야가 따로 없어 보였습니다.
 
영국 언론과 정치인들이 기후변화 이야기를 많이 하는 까닭을 곧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곳곳에서 과거보다 심한 물난리가 벌어지면서 많은 사람이 위기의식을 느꼈다고 합니다. 섬나라니 느낌이 남다르겠구나 싶었습니다.
 
10년 전 영국 일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일이 최근 잇따라 벌어졌습니다. 2017년 8월 인도·네팔·방글라데시에서 홍수로 1천여 명이 숨지고, 이어 허리케인 ‘하비’가 미국 텍사스를 강타했습니다. 이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인 9월 초 카리브해 섬나라들과 미국 플로리다가 허리케인 ‘어마’로 큰 고통을 겪었습니다. 평소 허리케인 대비가 철저하기로 유명한 쿠바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상당한 피해를 봤다고 합니다. 9월17일에는 태풍 ‘탈림’이 일본 규슈섬에 상륙해 홋카이도섬 근처까지 내륙을 관통해 올라간 뒤에야 소멸했습니다.
 
더 놀라운 일은 9월18일 벌어졌습니다. 1등급이던 허리케인 ‘마리아’가 갑자기 5등급으로 발달해 인구 7만여 명의 카리브해 작은 섬나라 도미니카를 강타한 것입니다. 이 나라의 총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총리 관저 지붕이 날아간 것을 비롯해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했다며 전세계에 도움을 호소했습니다. 마리아의 이동 경로가 어마와 비슷해서 주변 국가들도 크게 긴장했습니다.
 
한 달여 사이 터진 세계의 주요 물난리를 간단히 요약한 걸 보고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그동안 꾸준히 뉴스를 챙겨본 저도 솔직히 실감 나지 않습니다. 8~9월 한국은 물난리와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단지 먼 나라의 안타까운 불행으로 느껴집니다. 비슷한 일을 겪은 적 없이 전해듣는 것만으로는 다른 사람들이 처한 위험이나 고통을 내 일처럼 느끼기 어렵습니다.
 
강력한 태풍과 허리케인이 잇따라 등장한 것은 바닷물 온도 상승 탓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전 지구적 기후변화 탓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일시적 현상인지 아닌지 판단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지구가 지금처럼 계속 더워질 때 벌어질 일을 미리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점 말입니다. 카리브해와 동남아에서 벌어진 물난리가 결코 남 일이 아니라는 각성이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구가 병들어 망가지면 그 누구도 안전할 수 없습니다.
 
곧 추석 연휴가 시작됩니다. 한국 하늘은 어느 때보다 맑고 푸를 겁니다. 그 아름다운 모습을 지키기 위해 ‘내가 할 일’은 무엇인지 한번씩 생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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