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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기술이 절묘하게 결합한 스마트공장
[Cover Story] 달콤쌉싸름한 4차 산업혁명의 현장- ① 중국 ‘쿠트스마트’
[89호] 2017년 09월 01일 (금) 김정필 부편집장 fermata@hani.co.kr
공장 스마트화로 ‘수요에 의한 경제’ 시스템 도입... 물류·유통·소매업 건너뛰는 제조업 혁신 주목
 
4차 산업혁명은 2011년 독일이 국가 어젠다로 ‘인더스트리(Industry) 4.0’을 제시하며 처음 등장한 용어다. 독일은 4차 산업혁명을 ‘스마트팩토리 구현’ 프로젝트로 규정했다. 스마트팩토리는 기계와 장비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기계와 사람, 인터넷 서비스가 상호 최적화된 생산 환경을 일컫는다. 중국은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을 벤치마킹해 스마트공정에 초점을 맞춘 ‘중국제조 2025’를 가동 중이다. 중국 칭다오에 있는 맞춤 정장 생산업체 쿠트스마트(Kutesmart)는 혁신적인 생산방식을 도입해 ‘중국제조 2025’를 선도하고 있다. 쿠트의 스마트팩토리를 방문해 4차 산업혁명의 속살을 들여다봤다. _편집자
 
쿠트스마트는 중국 칭다오의 한 시골 마을에 있는 맞춤 정장 생산업체다. 빅데이터를 통한 공장 스마트화로 소비자의 개별 주문을 대량생산한다. 이 공장에서 각기 다른 정장이 하루 4천 벌 탄생한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 등 중국 대기업들이 쿠트를 여러 차례 견학해 스마트팩토리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칭다오(중국)=김정필 부편집장
 
   
쿠트스마트의 노동자가 맞춤 정장 주문 정보를 표시하는 모니터를 앞에 두고 작업하고 있다. 이 회사는 빅데이터와 자동화 기기를 활용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맞춤 정장 대량생산을 구현했다. 김정필 부편집장
 
이 여행은 온라인 주문서 작성으로 시작한다. 어린아이가 동화책을 한장 한장 넘기듯 순차적으로 모니터에 나타나는 정장 디자인을 고르면 된다. 비즈니스, 파티, 캐주얼, 이탈리아 스타일이 당신을 기다린다. 다소 까다로운 신체 치수를 기입하는 항목이 나오지만 당황할 필요는 없다. 직원이 방문해 당신의 치수를 꼼꼼히 재준다. 시간이 없다면 마법의 버스가 당신을 찾아간다. 이 버스에는 8개 카메라의 자동 측정 장비가 딸린 암실이 있다. 2초 만에 모든 스캔이 끝난다.
 
신청서 제출 버튼을 누르는 순간 당신은 한 장의 빅데이터 카드로 변신해 본격적인 맞춤 정장 제작 여정을 떠난다. 당신의 정장 제작에 최적화된 이 카드는 중국 칭다오의 한 공장에서 재단, 봉제 등 300개 공정의 지휘자로 변신한다. 불과 일주일간의 여행이 끝나면 당신은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이탈리아 원단의 고급 맞춤 정장을 품에 안을 수 있다. 가격이 걱정된다고? 입에 옷핀을 문 채 줄자로 당신의 신체 사이즈를 재고, 원단에 초크칠을 하며, 100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가위를 사용해 서걱서걱 원단을 자르며 애써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내느라 제작에 수개월 걸리는 고급 정장 매장에 비하면 4분의 1 가격에 불과하다.
 
실제 칭다오의 이 공장으로 직접 찾아가는 여정은 온라인 주문 방식과 달리 쉽지 않다. 거리가 시내에서 50km 이상 떨어지기도 했지만, 출퇴근 시간만 되면 서울 면적의 18배에 이르는 이 땅에 도심 인구 500만여 명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차를 몰고 시내로 나와 도로를 거대한 주차장으로 만들어버리는 탓이다. 교통지옥을 뚫고 1시간40분을 달려 도심 외곽에 도착한 곳은 맞춤 정장 생산업체 쿠트스마트(Kutesmart·이하 쿠트) 본사다.
 
쿠트는 스마트팩토리(정보통신기술과 빅데이터를 결합해 디지털 자동화된 지능형 생산 공장 -편집자)를 구축해 C2M(Customer to Manufacture) 생태계를 형성한 개인 맞춤 정장 생산업체다. C2M은 소비자와 제조업자가 직접 연결돼 개인 맞춤 생산을 하는 시스템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마윈 알리바바 회장과 장루이민 하이얼그룹 회장 등 중국 1만5천 개 주요 기업 회장과 임원들이 쿠트를 방문했다. 연간 수십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중국의 ‘슈퍼 갑(甲)’ 기업들이 왜 한적한 시골 마을을 찾는 걸까?
 
C2M의 혁신
   
쿠트스마트 본사 매장에서 아이패드에 깔린 쿠트 앱을 통해 고객이 자신의 기호에 맞는 정장 스타일을 고른다. 이렇게 주문하면 일주일 안에 집에서 받을 수 있다. 김정필 부편집장
2016년 4월 세계 최대 산업기술전시회인 하노버산업박람회에 독일 산업용 로봇 제작업체 쿠카(KUKA)가 만든 로봇 ‘이바’(Iiwa)가 등장해 단연 주목을 끌었다. 이바는 부드럽게 움직이며 컵에 맥주를 따르고 커피를 끓이는 등 매력을 한껏 뽐냈다. 전시회에 참석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레몬 짜는 것도 가능하냐”며 분위기를 거들었다. 하지만 메르켈의 정치적 퍼포먼스와 인공지능의 현실 사이는 분명한 괴리감이 있어 보인다.
 
마치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이바의 완벽한 서비스로 맥주를 마실 수 있을 듯한 메르켈의 표정과 달리, 이바한테 맥주 한잔 받으려면 인간은 마트에서 구입한 맥주와 깨끗이 설거지한 잔을 이바의 손에 쥐어줘야 한다. 사실 스스로 맥주 한잔 따라 마신들 그게 뭐 대수겠는가. 굳이 인공지능 로봇의 도움이 필요 없을지 모른다. 성장의 벽에 가로막혀 절박한 처지에 몰린 인간은 4차 산업혁명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지만, 실제 인간의 삶에 도움이 되고 돈이 되는 인공지능 로봇 활용의 현실은 아직 상상력의 한계에 갇혀 있는지 모른다.
 
10만m² 면적의 쿠트 생산 공장으로 처음 발을 들여놓으면 인공지능을 향한 메르켈의 들뜬 얼굴이 얼마나 현실과 거리가 먼지 새삼 떠올리게 된다. 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들이 작업장을 바삐 움직이고 때로는 대화하는 스마트팩토리의 판타지는 한순간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눈앞의 현실은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노동자 700명과 낡은 재봉틀, 실타래 등이었다. 공장 입구 양옆 사무실에 놓인 컴퓨터와 재봉틀 위에 있는 PDA(개인용 정보 단말기) 모양의 기계들이, 칭다오 시내 교통지옥을 뚫고 달려온 나를 위로해줬다.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공장 안내에 나선 브랜드홍보부 추이다오안(萑道安) 경리가 말했다. “공장을 견학하는 사람들은 처음에 많이 실망한다. 설비가 새롭고 사람도 적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장을 전부 둘러보면 다들 스마트팩토리에 놀란다. 인공지능이라도 인간의 영역은 존재한다. 물리적으로 모든 것을 기계로 대체할 수는 없다.”
 
쿠트는 하루 4천 벌의 맞춤 정장을 생산한다. 다른 기성복 생산업체와 차이는 4천 벌이 전부 다르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재단사 4천 명이 며칠씩 걸릴 일을 공장 노동자 700명이 하루에 해내는 것이다. 옷은 대량생산 시대를 거치며 제조업자가 임의로 선택한 몇가지 디자인을 공장에서 찍어내 시장에 던져놓으면 고객이 수동적으로 구매하는 방식으로 소비된다. 이 과정에 고객이 개입할 틈은 없다. 디자인은 제조업자가, 가격은 도매업자 및 물류·유통업자가 결정한다. 쿠트는 이런 상식을 아예 지워버렸다.
 
“C2M은 미래의 대표적 사업모델이다. 오늘날 소비자는 자신의 개성을 살리되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제품을 원한다. C2M은 이런 소비 트렌드에 맞춰 개인 맞춤 제품 대량생산을 가능하도록 해준다. 마윈의 전자상거래 서비스 알리바바는 B2B(Business to Business·기업과 기업 사이 이뤄지는 전자상거래)다. B2B에는 도매업자와 물류·유통업자가 낀다. 우리는 이런 중간상인을 건너뛴다. 물론 소매업자도 없앤다. 소비자와 제조업자가 직접 만나기 때문에 고가의 제품을 낮은 가격에 제공할 수 있다.”
 
추이 경리의 설명 배경에는 빅데이터와 정보통신기술(ICT)이 결합된 쿠트의 스마트팩토리가 자리잡고 있다. 공장 입구에 전체 시스템을 관리하는 제어실이 있다. 공장의 두뇌 역할을 한다. 제어실은 소비자의 주문을 접수하면 효율성을 최대로 살려 생산라인에 업무를 배분한다. 예컨대 소비자 2명의 신체 치수가 달라도 원단이 같으면 한데 묶어 패턴을 짠다. 수작업으로 하루 4천 벌의 패턴을 짜려면 2천 명이 필요하지만, 쿠트의 빅데이터는 2~3초에 한 개씩 패턴을 찍어낸다. 이미 수집된 유형 이외의 신체 치수 정보가 들어오면 빅데이터 자료에 축적된다.
 
공장 관리자 ‘빅데이터 카드’
   
쿠트스마트의 스마트팩토리에서 패턴에 맞춰 재단된 천 조각들이 고객의 빅데이터 카드를 부착한 채 생산라인을 이동한다. 빅데이터 카드는 이 공장의 지휘자다. 김정필 부편집장
원단 창고에는 원단 수천 개가 두루마리로 분류돼 있다. 기성복 의류업체와 달리 맞춤 정장을 생산하다보니 원단 종류가 많다. 각 원단에는 코드화된 꼬리표가 달려 일정 수준 이하로 분량이 줄면 경보음이 울리고 해당 원단업체가 자동 납품한다.
 
패턴을 짜고 원단이 결정되면 재단실 노동자들의 손이 바빠진다. 그렇다고 가위를 들지는 않는다. 광둥성의 한 업체와 합작해 개발한 자동 재단 기계가 스마트팩토리 네트워크로 들어온 패턴 수치대로 오차 없이 원단을 자른다. 기계가 원단을 20초가량 한 차례 훑고 지나가면 4~5벌의 패턴이 천 조각으로 남는다.
 
이제부터 이 공장의 ‘보스’는 고객의 빅데이터가 담긴 가로 5cm, 세로8cm 카드다. 파편화된 천 조각은 한데 묶여 빅데이터 카드를 붙인 상태에서 자동으로 공장 곳곳 생산라인을 돈다. 카드에는 고객 신체 치수, 세부 디자인, 선호 스타일, 정장에 새길 자수 모양 등 모든 정보가 들어 있다. 각 생산 담당 직원이 자신에게 도착한 빅데이터 카드를 모니터에 갖다 대면 필요한 공정과 고객의 요구사항이 뜨고 이에 맞춰 업무를 처리한다. 봉제라인의 경우 카드 정보가 모니터에 입력되면 수십 가지 실 가운데 공정에 필요한 색상의 실이 자동으로 작업자에게 전달된다.
 
추이 경리는 “빅데이터 카드는 옷의 신분증이다. 한 개인의 취향까지 알 수 있다. 생산 과정의 시작부터 끝까지 따라 다닌다. 한편으로 이 공장의 지휘자이기도 하다. 이곳에 노동자 700여 명이 있는데 유심히 보면 뭘 하라고 지시하는 관리자는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정장 한 벌이 나오기까지 300여 공정을 거쳐야 한다. 스마트팩토리라고 하지만 사람 손을 거쳐야 하는 작업도 있다. 바로 자수를 새기는 바느질과 품질 검사다. 고급 정장은 반드시 전문가가 바느질을 처리한다. 기계 바느질과는 입체감과 정교함에서 차이가 난다. 품질 검사는 하루 4천 벌을 전수로 진행한다. 기성복은 샘플을 한두 벌 뽑아 검사하지만, 맞춤 정장은 전부 다르다보니 전수 검사가 불가피하다.
 
효율적 작업을 위해 뿔뿔이 흩어져 제작된 상의와 하의는 품질 검사를 마친 뒤 자동으로 2층 출하 공장으로 옮겨진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한벌의 상·하의는 한곳에서 만날 수밖에 없다. 상·하의에 부착된 빅데이터 카드 때문이다. 추이 경리의 설명이다. “배송을 제외하면 제작 기간은 사흘을 넘지 않는다. 맞춤 정장 주문 제작은 유럽과 미국 등 전세계 어디도 우리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공장화된 곳은 쿠트가 유일하다. 일부 대형 맞춤 정장 제작 업체는 우리한테 의뢰해 생산한다.”
 
쿠트가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한 시기는 2003년이다. 칭다오 토박이 장다이리(張代理·61) 쿠트스마트그룹 회장은 1995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공장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쿠트는 2003년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자 대대적인 혁신 작업에 착수했다. OEM 생산을 하며 축적한 200만 고객 정보와 1천만 개 이상의 패턴 모델, 3만 유형의 원단, 수만 개의 디자인을 빅데이터화해 생산공정을 간소화·표준화·자동화했다. 복잡한 의류 생산공정을 쿠트의 알고리즘으로 단순화한 것이다. 쿠트는 지난 14년간 맞춤 정장 대량생산이 가능하도록 스마트팩토리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약 4천만달러(약 455억원)를 투자했다.
 
스마트팩토리 전환 이전에는 하루에 기성복 200~300벌을 생산했으나, 스마트팩토리 도입 후 맞춤 정장 4천 벌 생산이 가능해졌다. 현재 쿠트 매출의 80%는 미국, 유럽,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나온다. 쿠트가 스마트팩토리로 전환한 뒤 첫 고객은 마이클 블룸버그 당시 미국 뉴욕시장이었다. 중국 지난대학 경영대 연구조사에 따르면, 2015년 쿠트의 영업이익률은 전년 대비 25% 늘었다.
 
쿠트의 성장 비결 중 하나는 완벽한 재고관리다. 저임금 노동을 통해 대량생산되는 전형적인 상품이 옷이다. 공급 물량만큼 팔리지 않으면 재고가 쌓인다. 쿠트는 소비자로부터 주문과 함께 비용을 받은 뒤 생산하기 때문에 재고가 없다. 재고관리 비용이 들지 않다보니 생산성과 효율성이 동시에 높아진다.
 
스마트화 이후 일자리 감소
가오위슈(高玉秀·42)는 오늘도 오후 5시 퇴근한 뒤 집에서 12살 아들과 무엇을 하며 저녁시간을 보낼지 즐거운 고민 중이다. 현재 쿠트의 생산공정을 총괄하는 그녀는 쿠트 창업 때부터 지금까지 22년째 근무하고 있다. 2003년 스마트팩토리 전후로 쿠트의 변화상을 누구보다 잘 안다. 가오위슈는 스마트팩토리가 저녁 있는 삶과 임금 상승을 안겨줬다며 만족했다. “스마트팩토리 이전에는 10시간 이상 일했다. 지금은 효율성이 높아져 하루 6~8시간 일한다. 급여도 20% 이상 올랐다.”
 
가오위슈는 스마트팩토리 도입 전에는 관리자 지위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빅데이터 카드가 그를 대신한다. “임금도 많아졌고 일도 편하지만 당신 일자리가 서서히 위협받는다고 생각지 않는가”라고 묻자, 그녀는 “그런 일은 없다. 나도 관리자였지만 관리자가 필요 없다고 일을 그만둬야 하는 건 아니었다”고 답했다.
 
쿠트는 스마트팩토리로 변신하며 중간관리층 100여 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가오위슈는 이를 간과하고 있다. 현재 쿠트 직원은 3200명이다.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영역이 서서히 침식당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공장 스마트화에 성공한 기업들이 잉여 인력에게 밥숟가락을 쥐어줄 거라는 순진한 기대를 하기는 힘들다.
 
“스마트팩토리가 더할 나위 없이 좋다”며 해맑게 웃는 그녀의 얼굴에서 엄마의 따뜻한 품을 기다리는 12살 아들의 얼굴이 교차했다. 아들이 가오위슈와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좋을까, 줄어들수록 좋을까. 가오위슈는 로봇과의 경쟁에서 언제까지 미소지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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