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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와 IT가 만나면 돈이 보인다
[집중 기획] ‘앱(App) 처방’ 스마트폰 주치의- ① 거대한 비즈니스
[89호] 2017년 09월 01일 (금) 마르틴 뮐러 economyinsight@hani.co.kr
미국 동부와 이스라엘, 유럽 중심으로 디지털 의료산업 붐... 셀프 마취 기계도 출시
 
의료계가 거대한 변화에 직면했다. 똑똑한 스마트폰이 각종 의료기기를 대체하고, 개인 주치의를 자처하는 일부 애플리케이션은 곧 간단한 진단을 내릴 수준까지 도달할 것이다. 스타트업들은 디지털 의료서비스를 유망 업종으로 보고 기상천외한 창업 아이템으로 시장에 뛰어들고 있으며, 기존 글로벌 전기전자 대기업들도 의료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환자들은 고압적인 의사와 몇 마디 이야기 못하고 쫓겨나듯 병원 문을 나서기보다, 자기만 바라보는 스마트폰 주치의에 점점 편안함과 호감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 환자들의 병원과 의사에 대한 의존도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_편집자
 
스마트폰과 인공지능이 의료산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건강관리가 뜨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하는 최첨단 의료기술이 속속 나와 스타트업은 물론 기존 글로벌 대기업들도 관련 분야에 뛰어들었다. 네덜란드 전자업체 필립스는 정체성을 의료기술 기업으로 규정할 정도다. 이 업체들은 환자에게 편의를 주려 상상을 초월하는 비즈니스 아이템으로 경쟁에 나섰다. 수백조원짜리 디지털 의학 시장에서 대결이 본격 막을 올렸다.
 
마르틴 뮐러 Martin Müller <슈피겔> 기자
 
   
비행기가 이륙하자마자 남성 승객 한 명이 실신했다. 에릭 토폴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환자의 심전도를 측정했다. 심장 초음파 검사와 혈중산소포화도 측정을 마친 그는 큰 문제가 없으니 계속 비행해도 된다고 판정했다. 환자가 실신한 것은 심장박동이 잠시 느려졌기 때문이다.
 
토폴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호이아에 거주하는 심장 전문의다. 그는 비행 중 여러 차례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한번은 그의 휴대전화가 심장마비를 진단해 비행기가 비상착륙했다. 놀라운 것은 의학교수든 승무원이든 옆자리 승객이든 누구라도 이젠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필요한 것은 200달러(약 22만원)짜리 센서와 심장 리듬을 판별하는 애플리케이션(앱)뿐이다.
 
스마트폰만큼 세상을 빠르게 변화시킨 물건은 없다. 스마트폰으로 쇼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됐다. 일정을 조율할 수도, 혁명 조직을 만들 수도, 인생의 파트너를 찾을 수도, 장례식을 계획할 수도 있다. 전세계에서 하루 판매되는 휴대전화는 그날 태어나는 신생아보다 10배 가까이 많다. 그리고 이제 휴대전화가 의학을 정복하기 시작했다.
 
수천 년 동안 환자는 의사에게 의존했다. 기계가 이 전통적 관계에 끼어들었다. 인공지능의 힘으로 휴대전화는 의학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다. 과거 병원에서만 하던 검사를 이젠 누구나 언제라도 집 안 소파에 앉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 비싸지 않은 소형 보조장치를 사용하면 스마트폰으로 뇌파·안압·혈압·맥박 측정, 심방세동 감지, 폐기능 검사, 심장 소리 저장, 호흡 알코올 농도 분석, 심지어 유전자 배열 순서도 밝힐 수 있다.
 
가정의원 같은 1차 의료기관과 장비를 갖춘 스마트폰을 기술적으로 구분하기 힘들어질 때가 곧 올 것이다. 현재 앱을 이용하는 것이 1차 의료기관에 가는 것보다 더 나은 경우도 있다.
 
엠센스(M-Sense) 앱은 두통 진단에 혁명을 일으켰다. 마그데부르크대학은 알츠하이머 증상을 안정적으로 알아차리는 휴대전화 소프트웨어 네오티프(Neotiv)를 만들고 있다. 영화 <스타트렉>에 나오는 휴대용 의료장비 트라이코더(Tricorder)와 유사한 장비도 이미 존재한다. 이 장치를 이마에 대면 몇 초 안에 환자 상태에 대한 1차 평가가 나온다.
 
한 이스라엘 회사는 최초의 스마트폰용 질량분석기 스키오(SCiO)를 판매하고 있다. 사과에 이 장치를 잠깐 대고 있으면 휴대전화 화면에 정확한 성분이 나타난다. 약품에도 사용할 수 있다. 기기가 구조를 스캔해 데이터뱅크 자료와 비교한 뒤 해열진통제 파라세타몰이라는 판정을 내린다. 현대의 병원 응급실에서도 이런 분석을 쉽게 해내지 못한다.
 
이런 변화가 의료계, 환자, 의사, 그리고 곧 더 이상 누구에게도 필요 없게 될지 모르는 대형 의료기기 제작업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 확실한 점은 의사들에게 경쟁자가 생겼고 경쟁은 시장을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몇 년 안에 환자는 어떤 의사에게 갈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근의 의사, 온라인 진단, 인공지능 측정기 사이에서 진료를 선택할 수 있고 어쩌면 자신의 자동차 안에서 진단받을지 모른다. 이렇게 되면 환자 목소리는 커지고 의사 의존도는 낮아진다.
 
 꿈틀대는 스타트업
   
휴대전화를 들고 왼쪽 팔에 부착한 센서를 쳐다보는 여성. 이 센서는 피부 표면의 긴장도를 측정해 맥박과 온도를 감지한 뒤 이를 휴대전화 앱으로 전송한다. EPA 연합뉴스
건강 앱 1세대는 트레킹 팔찌와 비슷한 액세서리였고, 이 기기들은 성능이 조금 나은 만보계라고 비웃음을 당해도 어쩔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2세대는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의료기술 분야로 발전했다. 투자자는 이 분야를 이야기할 때 ‘심각한 건강’(Serious Health)이란 말을 사용하기 좋아한다. 여기에는 아주 많은 돈이 걸려 있다. 핵심 키워드는 신뢰와 공포, 전통 의료 시스템에 대한 과도한 요구다.
 
디지털 의학의 진원지는 페이스북이나 스냅챗 같은 소비자 중심 앱과 달리 실리콘밸리가 아닌 미국 동부, 이스라엘, 유럽이다.
 
마르쿠스 뮈셰니히(56)는 독일 베를린 의료 정보기술(IT) 업계의 선두 주자다. 디지털 의학계에 뛰어든 뒤 뮈셰니히의 삶은 바빠졌다. 독일 연방보건부 장관 헤르만 그뢰헤와 약속이 잡혀 있는가 하면, 유망한 스타트업과 화상회의 일정이 있다. 뮈셰니히는 말 그대로 쉴새 없이 휴대전화 헤드셋으로 대화한다. 남는 시간에는 의사, 병원 관계자, 정치인들 앞에서 강의를 한다. 원래 소아과 의사이던 그는 환자 치료보다 더 많은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의사 가운을 더 빨리 벗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뮈셰니히는 베를린 응급병원의 경영진으로 일하다 의료기업 자나(Sana)의 회장이 됐다. 그는 열이 나는 아기를 치료하거나 심장센터의 수익률을 들여다보는 일에서 천직을 찾지 못했다. 결국 그는 회사를 설립해 사시가 있는 어린이를 치료하는 앱을 개발했다. 뮈셰니히는 의료보험회사 바르머(Barmer) 가입자들이 자신의 앱을 구입하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최초로 처방전에 의한 앱이 탄생한 것이다.
 
뮈셰니히는 현재 의학 스타트업에 자금을 조달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인큐베이터 기업 플라잉헬스(Flying Health)를 운영한다. 그는 영상통화로 진료 상담을 하는 뤼베크 소재 기업 파티엔투스(Patientus)를 지원한다. 얼마 전 거대 제약업체 로슈(Roche)에 매각된 당뇨병 관련 스타트업 마이슈거(mySugr)에도 투자했다. 그는 임산부를 위한 소프트웨어 원라이프(Onelife) 개발에 참여했고, 알츠하이머 관련 앱 개발회사 네오티프의 가치를 끌어올리려 한다.
 
뮈셰니히와 직원 10명은 베를린의 협업 공간에 다른 스타트업과 함께 입주했다. 그는 정보기술 업계의 전형적인 낙관적 수사법으로 말한다. “이곳에서 매일 우리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는 젊은이들을 본다. 그것은 영감을 준다.”
 
현재 보건의료제도는 외래와 입원 분야로 나뉜다. 보건의료 경제학자들은 곧 디지털 분야가 추가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독일 보건의료의 총예산은 약 3500억유로(약 473조7천억원)다. 앞으로 최첨단 기술이 기존 병원·의료 시설 분야의 예산 중 일부를 가져갈 것이다. 뮈셰니히와 직원들은 디지털 의학 시장이 2025년 독일에서만 한 해 1천억유로(약 135조34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디지털 부문이 기존 보건의료의 외래·입원 분야보다 우선하게 될 것이다.” 미래에는 의사가 디지털 시스템으로 환자를 배정받을 것이다.
 
스마트폰이 보건의료제도의 허브가 될 것으로 믿는 사람들이 또 있다. 바로 미래 문제를 다루는 싱크탱크인 스위스 뤼슐리콘의 ‘고틀리프 두트바일러 연구소’(Gottlieb Duttweiler Institut)다. 이곳 연구소장 카린 프리크가 말했다. “비용 압박이 시스템의 디지털화를 강제할 것이다. 모든 환자의 1차 진료를 스마트폰으로 수행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이를 처음 이해한 기업이 승자가 될 것이다.”
 
의사와 환자들은 앞으로 다가올 일을 조금 짐작하는 정도지만 의료기기 제조업체들은 이런 상황을 파악해 대처 방안을 찾고 있다.
 
   
독일 전기 전자 기업 지멘스의 로고가 새겨진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 최근 글로벌 전기전자 기업들은 의료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REUTERS
 
 제조업체
필립스 독일 본사는 함부르크 공항 근처 뢴트겐슈트라세에 있다. 네덜란드의 글로벌 기업 필립스는 2014년을 기점으로, 이전 100년 동안 지속된 기업의 모습과 완전히 다르게 변신했다. 건물 구조에서도 이를 느낄 수 있다. 건물 각 층에는 ‘슈파이셔슈타트, 리퍼반’(서울의 홍대·종로 같은 함부르크의 구역명 -편집자) 같은 이름을 붙였고, 회의실은 ‘박스’(Box)라고 부른다. 최고경영자(CEO)의 책상은 대형 사무실에 다른 직원들의 책상과 같이 놓였고, 화장실 옆에는 휴대전화 걸이가 설치돼 있다.
 
현재 필립스 이름으로 판매되는 텔레비전은 필립스와 관계없는 ‘라이선스 상품’(상표를 사서 다른 업체가 생산한 제품 -편집자)이다. 전구 분야는 매각했다. 의료기기만 남았다. 4800여 명이 근무하는 필립스 독일 본사의 페터르 퓔링스 회장은 “어디를 가든 ‘오늘날 필립스는 순수한 의료기술 기업’이라고 설명해야 한다”며 “의료기술 분야가 한때 책임지던 텔레비전 사업과 비슷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텔레비전은 한때 첨단 기술이 사용되는 고급 제품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 생활용품이 됐다. 비슷한 과정이 지금 의료기술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다.” 구글·애플·삼성·아이비엠(IBM) 같은 기업이 새로운 경쟁자로 등장했다.
 
필립스는 전동칫솔 분야의 선두 주자다. 일부 모델은 센서를 통해 사용자의 칫솔질 습관을 감지해 스마트폰 앱으로 보여준다. 컴퓨터단층촬영(CT) 같은 대형 의료기기 사업 분야에서도 점점 사용자를 위한 앱이 추가되고 있다. 필립스는 노약자를 위한 낙상 센서를 만들고 있다. 이 센서는 낙상 충돌 강도가 얼마나 강한지 감지해 구급요청 전화 발신 여부를 판단한다. 소프트웨어 ‘활력 징후 카메라’(Vital Signs Camera·체온 등을 측정해 사람이 살아 있는지 살펴보는 카메라 -편집자)는 단순한 휴대전화 사진에서 심박과 호흡, 심전도를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사업모델도 바뀌었다. 지금까지는 의원이나 대형 병원에 수천~수백만유로 기기를 판매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앞으로는 기기 이용료를 받는 사업 모델이 대세가 될 수 있다. 스마트폰에 연결하면 선명한 해상도의 사진을 제공하는 휴대용 초음파 장치 루미파이(Lumify)는 매달 소프트웨어 사용료를 내는 조건으로 판매된다.
 
필립스는 출산을 돕는 산파도 잠재고객으로 생각한다. 산파가 현장에서 사진을 찍어 산부인과 의사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의사의 판단이 필요할지는 초음파 사진 분석을 대신하는 영리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에 달렸다.
 
독일 산업기기 분야의 거인 지멘스의 ‘지멘스 헬시니어스’(Siemens Healthineers) 브랜드의 사업모델은 조금 더 보수적이다. 디지털 건강서비스 책임자 아르투어 카인들은 “우리 고객은 환자가 아니라 예전과 마찬가지로 병원”이라고 말했다. 전세계적으로 1시간에 환자 20만 명 이상이 지멘스 기기로 진찰받는다.
 
이들의 데이터를 수집해 만든 빅데이터는 곧 기기 자체보다 더 값진 것이 될 수 있다. 데이터는 무엇이든 가치가 있다. “이는 의사의 진단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라는 결과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카인들은 말했다. 소프트웨어가 처음에는 지원으로 시작하지만 점차 의사의 임무를 대신할 것이다. 이것을 미래 목표로 입에 올리는 제조업체는 드물다. 현재 고객인 병원, 구급 서비스, 전문의를 쓸데없이 화나게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뤼베크의 인공호흡기 전문업체 드레거(Dräger)는 변화가 서서히, 하지만 지속적으로 진행된다고 본다. 환자에게서 더 이상 필요 없는 인공호흡기를 떼는 일처럼 까다로운 상황부터 의사들은 점점 더 소프트웨어의 도움을 받고 있다. 컴퓨터 화면의 데이터도 오래전부터 휴대전화로 전송할 수 있었다. 미국 기업 존슨앤드존슨은 혼자 단기 마취를 할 수 있는 기계인 서데이시스(Sedasys)를 개발했다. 이 기계를 이용하면 마취과 의사가 마취하는 비용의 10분의 1밖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판매량이 너무 적어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 Der Spiegel 2017년 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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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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