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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메신저 뱅킹’에 은행들 초긴장
[국내 이슈] 카카오뱅크발(發) 소비자금융 지각변동
[89호] 2017년 09월 01일 (금) 이현호 hhlee@sedaily.com
금리·수수료 전쟁도 불붙어... 시중은행들 간편결제 등 특화 서비스로 ‘맞불’
 
인터넷전문은행의 돌풍이 무섭다. 1호 케이(K)뱅크가 100일 만에 계좌 개설 40만 건을 돌파하며 시중은행을 긴장시키더니 2호 카카오뱅크는 문 연 지 닷새 만에 계좌 개설 100만 건을 가볍게 넘겼다. 2016년 전체 시중은행의 비대면 신규 계좌 개설은 약 15만5천 건에 불과하다.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시중은행들로서는 위협적인 존재가 코앞까지 다가온 셈이다. 시중은행 중심의 소비자금융 판도에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이 예고된다.
 
이현호 <서울경제> 기자
 
   
2017년 7월27일 영업을 시작한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본사 앞을 지나가는 남성. 카카오뱅크는 영업 개시 닷새 만에 계좌 개설 100만 건을 넘겼다. 연합뉴스
 
새내기 직장인 김성훈씨는 2017년 4월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 케이(K)뱅크가 은행에 가지 않아도 통장을 만들 수 있다고 해서, 호기심으로 계좌를 신설했다. 계좌 개설은 100% 비대면으로 이뤄졌다. 개인 신상, 직장 주소 등 간단한 정보와 본인 확인을 위한 타행 계좌 등을 입력하면 된다. 본인 명의의 타행 계좌를 입력하면 케이뱅크가 해당 계좌로 1원을 입금해준다. 이때 입금한 사람 칸에 찍힌 번호 네 자리가 본인 확인용으로 쓰인다. 그리고 신분증을 촬영하는 걸로 가입이 끝나고 듀얼K입출금 통장이 개설된다. 딱 10분이면 된다. 통장 이용은 훨씬 쉽다. 계좌번호를 몰라도 친구 휴대전화 번호만 알면 3분 안에 계좌 이체가 가능하다. 대출도 은행에 가지 않고 2%대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할 수 있다. 평균 3~6%인 시중은행 마이너스통장 대출금리와 비교해 꽤 낮으니 만족도는 최고다.
 
김씨는 7월27일 2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출범하면서 생각이 복잡해졌다. 카카오뱅크는 훨씬 차별화된 체크카드, 고객에게 유리한 여·수신 상품, 낮은 수수료의 해외 송금 등 더 특화된 상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계좌 개설 7분, 소액 대출 60초’. 카카오뱅크가 내건 핵심 서비스의 평균 소요 시간이다. 김씨는 카카오뱅크 계좌를 새로 만들지 고민 중이다.
 
2017년 새로운 은행이 도입되면서 금융 서비스 이용 방법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만약 아직도 영업점 창구에 앉아 번호표를 뽑고 차례를 기다린다면 ‘디지털금융’의 핵심을 경험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제는 재직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공인인증서 없이도 계좌를 개설하고 인터넷 뱅킹을 실행할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덕분이다. 홍기훈 홍익대 교수(경영학)는 “인터넷전문은행은 물리적 은행 지점이 없을 뿐 계좌가 있는 일반 이용자 처지에서 보면 실질적으로 똑같다”며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기존 제도권 은행에 충분히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점포 방문 없이 내 손안에서 금융 업무를 간편히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인터넷전문은행의 최대 강점이다. 가장 큰 인기 비결은 6배 빠른 속도와 편리함이다. 기존 시중은행들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쓰면 은행 점포나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갈 필요는 없다. 하지만 단돈 1천원을 보낼 때도 공인인증서 로그인, 비밀번호, 상대 계좌번호, 보안카드 번호 입력까지 매번 거쳐야 한다. 이런 복잡함 때문에 시중은행들의 모바일뱅킹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중·장년층이 많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돌풍에 긴장한 시중은행들은 송금 수수료 인하, 간편결제 등 특화된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서울 중구 명동의 KB금융지주 사옥. 연합뉴스
 
시중은행보다 6배 빠른 속도와 편리함
인터넷전문은행은 차원이 다르다.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 등이 필요 없다. 휴대전화와 신분증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편안히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심지어 상대방 계좌번호를 몰라도 이체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돈 받을 사람이 카카오톡 친구 목록에 있으면 상대 이름만 입력해도 송금할 수 있다. 케이뱅크도 수신인의 전화번호만 알면 된다. 이런 시스템 덕분에 시중은행들의 앱을 통해 2분 이상 소요되는 계좌 이체가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10~20초밖에 안 걸린다. 대출도 매우 편리하다. 마이너스통장을 만드는 데 고작 1~5분이면 충분하다.
 
가격경쟁력에서도 시중은행을 압도한다. 오프라인 점포가 없어 운영비와 인건비 등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해외 송금 수수료가 시중은행의 10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다. ATM 수수료도 없다. 전국에 지점이 있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은 물론 편의점, 지하철 역사 내 ATM까지 11만4천여 대에서 무료로 현금을 넣고 뺄 수 있다. 케이뱅크도 2017년 말까지 GS 편의점에서 현금을 넣고 빼면 수수료를 전액 면제해준다. 전국 곳곳에 촘촘히 들어간 편의점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오프라인 영업점이 없는 핸디캡을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예·적금 금리도 1%대인 시중은행보다 높은 연 2% 수준이다. 특히 다른 은행의 경우 급여 이체, 카드 이용 실적 등 복잡한 요건을 충족해야 우대금리를 주는데 카카오뱅크는 모든 고객에게 동일한 금리를 제공한다. 케이뱅크는 금리가 더 높다. 적금은 최고 연 2.5%, 정기예금은 최고 연 2.1%를 제공한다. 다만 우대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대출금리는 시중은행들과 서비스 경쟁 격차를 벌이는 차별화 서비스의 핵심이다. 케이뱅크는 최저 연 2.67%에 한도 1억원을 직장인 신용대출로 제공하다가, 현재는 자금 조달 등의 문제로 일시 중단했다. 카카오뱅크는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1억5천만원 한도에 최저 연 2.86%를 제공한다. 신용등급 8등급도 몇 분이면 마이너스통장 신청이 가능하다.
 
기존 은행들 특화 서비스로 맞불
체크카드 혜택은 더욱 많다. 케이뱅크의 통신캐시백형 체크카드를 쓰면 KT 통신요금을 최대 3만원 돌려받을 수 있다. 카카오뱅크도 체크카드 사용액의 0.2%(평일) 또는 0.4%(주말·휴일)를 현금으로 돌려준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차별화된 수수료, 상품, 금리라는 세 가지 무기를 앞세워 나름의 노하우를 갖고 우량고객을 선별해나가면서 시중은행에 매우 위협적 존재가 되고 있다”며 “기존 시중은행 중심 소비자금융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선보인 화려한 신무기에 시중은행들도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서둘러 변신에 착수했다. 돌풍의 핵인 카카오뱅크를 견제하려고 해외 송금 수수료를 줄줄이 낮추는가 하면, 간편결제 서비스를 쏟아내고 있다. 공인인증서 없는 모바일대출 서비스(KB국민은행 ‘리브간편대출’)나 계좌 이체(신한은행 ‘S뱅크간편서비스’) 등도 선보이고 있다. 두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등장이 2차 은행 대전(大戰)을 촉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EB하나은행은 상대방 휴대전화 번호만 알면 해외 송금이 가능한 ‘1Q 트랜스퍼’ 서비스 지역을 중국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NH농협은행도 은행권에선 처음으로 자체 개발한 모바일 직불결제 서비스 ‘NH앱 캐시’를 시작했다. LG유플러스의 온라인 가맹점 10만여 곳부터 결제 서비스가 가능하다. 지문인증으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포털 기반 온라인 간편결제를 강점으로 하는 카카오뱅크를 염두에 둔 행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기존 은행권 최초로 자체 플랫폼을 만들어 결제 시장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은 대대적인 모바일 플랫폼 정비도 진행 중이다. 신한은행은 스마트폰 화면 잠금을 해제하는 것만으로 계좌 조회가 가능한 ‘S뱅크간편서비스’를 내놓았다. IBK기업은행도 카카오뱅크를 의식해 전화 한 통으로 돈을 보낼 수 있는 ‘ARS 외화송금’과 24시간 계좌 개설 서비스를 새로 시작했다. KB금융그룹 역시 지주사 차원에서 은행·손해보험·생명보험·카드 등 계열사를 클릭 한번으로 이용할 수 있는 ‘연계 서비스’의 문을 열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열풍에 저축은행들도 일제히 예금금리를 올려 맞대응에 나섰다. 카카오뱅크가 사업 진출 일주일 만에 여·수신 1조원을 돌파한 만큼 기존 고객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다. 무엇보다 인터넷전문은행과 핵심 고객층이 겹치는 저축은행으로서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카카오뱅크 출범일인 7월27일 당시 89개 저축은행 평균 수신금리는 정기예금(1년) 2.19%, 카카오뱅크 정기예금은 우대금리 적용 때 최고 연 2.20%였다. 고객 이탈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저축은행들은 평균 수신금리를 정기예금(1년)의 경우 카카오뱅크 정기예금보다 0.01%포인트 높은 2.21%로 올렸다. 금융권 관계자는 “케이뱅크에 이어 카카오뱅크의 등장은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한 제2금융권의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당분간 저축은행의 금리 변화 추세는 더욱 가속화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인터넷전문은행이 축포를 쏘긴 이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최대 걸림돌인 은산분리(금융과 산업자본 분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행 은행법상 금융회사가 아닌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을 10%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의결권은 이 중 4% 내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 특히 대출이 늘어나는 데 맞춰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은행의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을 맞추려면 증자 등이 필요하지만 은산분리가 완화되지 않으면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인터넷전문은행의 영향력은 돌풍을 넘어 ‘태풍’에 비견될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그간 예대 마진에 의존해 수익을 올려온 기존 은행업계에 ‘메기 효과’(막강한 경쟁자가 등장하면 기존 구성원들이 잠재력을 발휘하는 효과)를 톡톡히 가져왔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이 비대면 채널을 한층 강화하고 금리를 높이고 수수료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이를 방증한다. 문형철 이화여대 교수는 “오랫동안 좀처럼 변하지 않던 금융이 인터넷 전문은행의 등장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면 소비자금융에 많은 변화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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