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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에서 계좌로 쏘는 ‘직결’ 뜬다
[국내이슈] 카드없는 ‘밴리스’ 결제 확산
[89호] 2017년 09월 01일 (금) 신소연 carrier@heraldcorp.com
리브뱅크페이·NH앱캐시 등 계좌 기반 결제 서비스 확대... 가맹점 수수료 인하 효과도
 
최근 금융권에서 계좌 대 계좌로 결제가 가능한 ‘밴리스’(VANless)가 인기다. 카드 없이 결제가 가능해 금융사와 가맹점 입장에선 카드 결제 업무를 대행해주는 밴(VAN)사에 제공하는 수수료를 줄일 수 있다. 이는 금융권의 해묵은 논란인 가맹점 카드 수수료 인하 문제를 풀 해법이다. 계좌 간 직접 결제가 이뤄지는 만큼 합리적인 소비도 가능하다. 카드로 결제할 때보다 더 많은 소득공제 혜택도 얻는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으로 결제 편의성이 높아진 핀테크(금융과 정보기술의 결합) 트렌드와도 맞물리면서 밴리스 결제는 더욱 확산될 것이다.
 
신소연 <헤럴드경제> 기자
 
   
밴리스로 결제하면 결제 수수료를 1%대로 낮춰 가맹점 카드 수수료 논란을 완화할 수 있다. 2017년 5월 한국자영업자총연대 회원들이 서울 중구 여신금융협회 앞에서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촉구 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1 직장인 박아무개(40)씨는 금요일 저녁 맥주 한잔이 생각나 편의점에 갔다. 맥주와 간단한 안줏거리를 고른 뒤 계산하려고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꺼냈다가 대신 휴대전화를 들었다. 주거래은행이 운영하는 모바일 플랫폼으로 결제하면 은행 거래 실적이 늘고 현금 거래로 간주해 소득공제를 30%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신용카드 청구액이 많이 나온다’며 투덜대는 아내의 잔소리를 조금 덜 들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2 주부 이아무개(35)씨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기저귀를 구입하며 신용카드 대신 새로운 은행 결제 서비스를 써봤다. 주거래은행에서 해당 결제 서비스를 내놨을 때 커피상품권을 준다기에 가입했는데 이씨가 자주 가는 온라인 쇼핑몰에도 같은 결제 방식으로 등록돼 시범 삼아 써본 것이다. 신용카드로 결제할 때처럼 비밀번호(PIN)만 누르면 돼 사용이 간편했다. 다만 출금 통장에서 바로 이체되는 방식이라 이씨는 좀더 현명한 소비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금융권이 최근 박씨나 이씨가 사용한 모바일 전용 결제 플랫폼 등을 통해 카드 없이 간편하게 결제하는 ‘밴리스’(VANless)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결제 수수료를 1%대로 낮춰 카드사와 가맹점 간 수수료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으로 결제 편의성이 높아진 핀테크(Fintech·금융과 정보기술의 결합) 트렌드도 따라가 일석이조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계좌에서 직접 결제되는 만큼 소비자가 더 합리적으로 소비할 가능성도 높다. 또한 체크카드나 현금영수증처럼 30% 소득공제 혜택을 고스란히 누릴 수 있다.
 
KB국민은행·NH농협 등 은행 기반 금융지주사들이 자체 결제망을 통해 계좌 대 계좌로 결제가 가능한 ‘계좌 기반 결제 서비스’ 제공에 적극적이다. 이들은 직결 서비스 제공을 본격화하면서 가맹점도 공격적으로 늘렸다. 대표적인 곳이 KB국민은행이다. KB국민은행은 최근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앱) ‘리브’(Liiv)를 전면 개편하면서 계좌 기반 온·오프라인 간편 결제 서비스 ‘리브뱅크페이’ 서비스를 선보였다. 리브뱅크페이는 금융결제원과 공동 개발한 PG(전자지급결제)망을 활용해 구매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결제대금을 직접 송금하는 방식이다. 카드 없이 결제하는 것이라 밴(VAN·가맹점 모집과 단말기설치, 결제승인중계, 전표매입 등의 업무를 대행하는 서비스 -편집자)사나 PG(전자상거래 등에서 구매자에게 대금을 받아 판매자에게 지급하도록 지급정보를 송·수신하거나 대금 정산을 대행하는 서비스 -편집자)사를 통하지 않아도 돼 중간 수수료가 없다. 따라서 결제 수수료가 1〜1.2%까지 낮아진다는 게 KB국민은행 쪽 설명이다.
 
   
KB국민은행은 2017년 8월부터 카드 없이 결제하는 ‘밴리스’ 서비스를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에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2017년 7월 서울 중구 세븐일레븐 소공점에서 모델들이 세븐일레븐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밴사·PG사 통하지 않고 직접 결제
국민은행은 우선 금융결제원과 연계된 20만 온라인 가맹점에서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2017년 8월부터는 오프라인 매장 가운데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편의점에서 이용할 수 있다. 결제 기반을 단기간에 확산하는 데 편의점만큼 효율적인 가맹점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NH농협은행도 7월 말부터 현금카드 앱 ‘NH앱캐시’의 모바일 직불 결제 서비스를 LG유플러스의 10만 온라인 가맹점에 순차적으로 적용하기 시작했다. 2016년 10월 나온 NH앱캐시는 은행권 최초로 출시된 자체 결제 플랫폼이다. 전용 앱에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번호를 입력하면 해당 카드에 부여된 현금카드 번호가 자동으로 앱에 등록돼 가맹점에서 스마트폰만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농협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출금하는 기능도 있다. 농협은행은 2017년 말까지 LG유플러스로 모든 온라인 가맹점에서 결제할 수 있도록 하고 머잖아 오프라인 가맹점에서도 직불 결제 서비스를 적용할 방침이다.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카드가 필요 없는 직불 결제 서비스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롯데와 ‘앱투앱’(app-to-app) 결제가 가능한 계좌 기반 결제 모형을 공동 개발했다. 2018년 상반기에 백화점, 마트, 양판점 등 롯데 유통 채널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카카오뱅크 체크카드 발급 건수가 일주일 만에 100만 건이 넘어선 점을 고려하면 앱투앱 결제가 더욱 보편화될 것으로 업계는 본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택시 등 카카오 서비스를 이용할 때 결제대금을 카카오뱅크 앱을 통해 자동 송금하는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K뱅크도 기존 카드망을 쓰지 않는 모바일 직불 결제 서비스를 개발해 2018년께 내놓을 계획이다.
 
이처럼 금융권이 계좌 기반 결제 시스템을 확대하는 것은 정권 교체 때마다 불거지는 카드 수수료 문제 때문이다. 카드 결제는 결제 대행업체인 밴사의 통신망으로 카드사와 가맹점이 결제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처리된다. 밴사는 이 업무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망을 구축한다. PG사를 고용해 카드를 읽고 서명하는 단말기를 관리하고, 가맹점이 발행한 카드전표를 수거하는 업무 등도 한다. 따라서 밴사의 통신망을 이용하는 카드사와 가맹점은 모두 밴사 및 PG사에 망 이용료와 전표 매입·수거 등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카드사 결제 수수료는 보통 밴사에 건당 지급되는 정액제로 운영된다. 즉, 카드 결제 1건당 평균 110원의 수수료를 밴사에 주면 밴사는 밴 대리점에 60원을 주는 구조가 보편적이다. 수수료를 결제 액수가 아닌 건수에 따라 지급해 영세 자영업자는 수수료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7년 말 현재 20여 개 밴사와 1만2500여 개 밴 대리점이 있고 밴 시장 규모는 1조4천억원 이상이다.
 
카드 수수료 인하 효과 기대
카드 수수료 인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회적 이슈가 된다. 영세 자영업자 지원 차원에서 이들의 카드 수수료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은행 등 금융지주사는 물론 전업 카드사들까지 수수료 인하 부담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카드 수수료 논란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유럽이나 일본 등에서도 정치권의 주도로 영세 사업자의 카드 수수료 인하 압박이 지속돼왔다. 일부 유럽 국가는 영세 사업자의 카드 수수료를 1%대로 낮춰 논란을 잠재우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이 나라들의 사례를 들며 금융기관에 카드 수수료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카드 수수료 논란이 이번 정부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카드사 관계자는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카드 수수료 인하 요구가 계속 있었다”며 “카드사 등 금융기관 처지에선 근본적 문제 해결 방안을 고민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알리페이’나 ‘위챗페이’처럼 카드 대신 스마트폰으로 구매자가 판매자에게 바로 돈을 지급하는 모바일 직불 결제 서비스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카드 결제와 같이 고객의 사용 편의성은 유지하면서도 금융사는 밴·PG 수수료를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역시 직불 결제가 현금 거래와 같아 보유 현금 내에서 계획적으로 소비할 수 있다. 30% 소득공제 효과는 덤이다.
 
직접 결제 서비스가 보편화하면 카드사 등 금융기관이 모두 부담하던 제휴 서비스의 마케팅 비용도 절감된다. 놀이동산 할인, 외식업체 할인, 영화 할인 등 신용카드의 혜택은 지금까지 카드사가 마케팅 비용 명목으로 100% 부담해왔다. 하지만 금융기관 자체 결제망을 사용하면 마케팅 비용을 제휴사와 나눠 부담한다. 금융기관은 부수적 비용 절감까지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직불 결제로 전환하면 신용카드 서비스만큼 당장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기 어렵다. 금융기관들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제휴 기관을 공격적으로 늘렸다. 최근 금융기관들이 유통·외식·통신 등 다른 업종과 적극적으로 전략적 제휴를 맺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밴사, PG사 등 외부에 주는 수수료를 내부화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금융사뿐 아니라 유통사 등도 자체 PG를 설립해 직불 결제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당분간 자체 직불 결제 서비스 간 경쟁이 지속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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