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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경제 죽이고 난민은 못 막고
[Issue] 유럽연합의 비현실적인 난민 정책
[89호] 2017년 09월 01일 (금) 얀 망 economyinsight@hani.co.kr
아프리카 국가 압박에도 이탈리아로 몰리는 난민... 이주민 의존 지역 경제 휘청
 
유럽연합(EU)이 이탈리아로 몰리는 아프리카 난민과 불법 이주민을 막기 위해 아프리카 국가 압박에 나섰다. 터키∼그리스∼독일 경로를 차단해 아프리카 출신 난민과 이주민이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몰리고 있다. 이주민들의 중간 경유지인 니제르가 EU의 압력에 못 이겨 대대적 단속에 나서면서 이주민에게 의존하던 지역 경제도 큰 타격을 받았다. EU가 리비아와 공조한 이주민 정책은 이주민의 생명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인권단체들의 반발을 부른다. 그럼에도 2017년 상반기 이탈리아로 넘어온 이주민이 27%나 증가한 것은 EU의 이주민 정책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보여준다.
 
얀 망 Yann Mens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만약 아프리카가 터키였다면 유럽 국가의 지도자들은 훨씬 걱정을 덜었을 것이다. 2016년 3월 유럽연합(EU)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정부와 난민송환협약을 체결했다. EU는 터키에서 지중해를 건너 그리스로 들어오는 난민을 다시 터키로 돌려보내는 대신 터키에 금전적 지원을 하고 터키의 EU 가입을 전향적으로 고려한다는 것이 협약의 핵심이다. 이후 터키∼동지중해∼그리스∼독일로 이어지는 발칸 경로를 이용하는 이주민은 크게 줄었다. 특히 2015년 10월 정점을 찍은 동지중해 난민 익사자 수가 아주 많이 감소했다.
 
중앙 지중해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2017년 초부터 6월 말까지 7만2천 명이 북아프리카 해안에서 이탈리아로 들어왔는데 대부분 리비아에서 출발한 이주민이다. 리비아∼중앙 지중해∼이탈리아 경로를 통해 유럽으로 온 이주민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7% 많다. 이 경로로 유럽 진입을 시도한 이주민 중 지중해에서 익사한 난민은 2천 명이 넘는다. 이 수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간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익사자 통계는 확인된 사망자만 집계한다. 바다에서 실종된 난민 수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실제 익사자 수는 통계 수치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 틀림없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2017년 6월 나이지리아 사막을 가로지르다 자동차 고장으로 조난당해 결국 탈수증으로 사망한 난민 44명처럼, 바다가 아닌 경로로 이동하던 중 사망한 난민까지 포함하면 이주민 사망자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아프리카 이주민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주요 이동 경로를 피해 움직였다. 요소요소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해놓고 통행세를 뜯어가는 군인과 경찰들 때문이다. 이제 이주민들은 예전보다 훨씬 위험한 경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EU의 압박을 못 이긴 아프리카 중부 니제르 정부가 대대적인 밀입국 단속에 나섰다. 사실 EU 국가들은 이주민 이동 경로의 모든 지점에서 이주민 유입 조기 차단을 시도하고 있다. EU는 이주민 송출국에 더 많은 개발원조를 약속했다. 경제적 이유로 해외 이주를 하지 않도록 주요 이주민 송출국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 개발원조의 목적이다.
 
EU 압박에 위험해진 이주 경로
현실적으로 EU의 이주민 정책은 송출국보다 니제르 같은 이주민 경유국에 집중되고 있다. 더구나 EU 국가들은 2015년 난민 위기가 절정으로 치달을 때 몰타 수도 발레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개발원조 확대를 약속했으나 지금까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2017년 6월22~23일 유럽이사회에서 이 사실을 언급하며 EU 정상들에게 개발원조 확대를 호소했다.
 
2015년 5월 니제르 정부는 인신매매금지법을 제정했으며, 2016년 여름부터 국경 통제를 강화해 밀입국 알선인을 구속하고 이들의 차량을 몰수했다. 니제르 중부 사막 도시인 아가데즈는 예로부터 무역 중심지이자 사하라사막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요즘은 서아프리카 이주민들의 주요 이주 경로상에 있어 이주 허브나 다름없는 곳이다. 현재 아가데즈는 니제르 정부의 국경 통제 강화로 지역 경제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대다수 아가데즈 주민이 이주민들 덕분에 먹고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가데즈에는 밀입국 알선업 같은 지하경제도 존재한다. 하지만 아가데즈를 경유하는 이주민에게 식량과 장비를 파는 상인부터 머물 곳을 제공하는 숙박업소와 이들이 여행 경비를 인출하는 은행에 이르기까지, 아가데즈의 거의 모든 합법적 경제활동이 이주와 직간접적으로 얽혀 있다.
 
이 지역은 오래전부터 일자리를 찾아 외국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거쳐가는 중심지였다. 더구나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 국민들은 역내 15개 국가(가나, 감비아, 기니, 기니비사우, 나이지리아, 니제르, 라이베리아, 말리, 베냉, 부르 키나파소, 세네갈, 시에라리온, 카보베르데, 코트디부아르, 토고 -편집자)를 무비자로 여행할 수 있다. ECOWAS 역내 자유 이동은 오늘날 북아프리카에서 지중해를 통해 이탈리아로 향하는 경로를 이용하는 이주민의 증가에 기여했다. 국적을 보면 나이지리아 출신 이주민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기니·코트디부아르·감비아·세네갈 출신 이주민도 이 경로를 이용해 이탈리아로 들어온다. 사하라사막을 경유하는 이주민은 대부분 일자리를 찾아 다른 아프리카 나라로 옮기려는 이들이다. 유럽이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리비아의 정세가 불안해진 뒤 상황이 복잡해졌다. 리비아는 오랫동안 사하라사막 남쪽 사헬 지역 이주민이 선호하는 나라 중 하나였다. 이들은 주로 계절에 따라 이동했다.
 
유럽 지도자들도 이주민을 통제하라고 서아프리카 국가를 압박하는 것이 사헬 지역 경제를 잠재적으로 불안정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문제는 이 역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유럽이 서아프리카 국가들에 당근으로 제시한 개발원조가 불확실할 뿐 아니라 지역 경제를 단기간에 변화시키기에 너무 적다는 것이다. 게다가 부정부패의 만연으로 개발원조를 관리할 당국이 지원금을 착복하는 일이 잦고, 심지어 밀입국 조직과 관련 있는 것으로 의심받는 정부 관리도 많다. 설령 유럽이 개발원조를 약속대로 확대해도 과연 지원금이 적재적소에 사용될지 의문인 상황이다.
 
   
2017년 7월 리비아의 사브라사 북쪽 해상에서 고무보트에 빼곡히 탄 난민들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유럽연합은 리비아에 아프리카 이주민 수용 환경을 개선하는 대가로 9천만유로(약 1213억원) 지원을 약속했다. AP 연합뉴스
 
이주민들의 참담한 수용소 생활
나이지리아·세네갈 등 서아프리카를 출발한 이주민이 니제르를 지나면 다음 목적지는 리비아다. EU가 리비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니제르에 압력을 가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리비아는 2011년 카다피 정권 붕괴 이후 극심한 혼란에 휩싸였다. 2개의 정부가 트리폴리와 투브르크에서 무장세력을 앞세워 서로 합법정부를 자처하며 정통성을 주장하지만, 그렇다고 휘하 무장세력을 제대로 통제하는 것도 아니다. 니제르와 국경을 맞댄 리비아 남부의 일부 지방에서 특히 투부족 민병대가 이주민의 주요 이동 경로를 장악하고 있으며 일부는 이주민 인신매매도 자행한다. 리비아 남부의 또 다른 지역에선 투아레그족이 투부족과 비슷한 일을 하며, 그보다 북쪽 지역에선 여러 아랍 부족이 밀입국 알선과 인신매매를 겸하고 있다. 일련의 네트워크가 니제르 이주민을 지중해 해안으로 보내고 있다. 물론 모든 이주민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가려는 이주민의 상당수가 이런 위험에 노출된다. 일부는 이주민 수용소에서 감금되다시피 생활한다. 일반적으로 수용소 이주민들은 끔찍한 환경에서 학대당한다. 강제노동과 성적 학대에도 시달린다. 일부 수용소 관리인은 수용소 이주민이 학대당하는 영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이주민 가족에게 몸값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이 상황에서 EU는 리비아에 이주민 수용 환경을 개선하는 대가로 9천만유로(약 1213억원)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EU 지원금의 대부분은 리비아 해안경비대 강화에 쓰일 것이다. 최근 유럽이사회에서 유럽 각국은 EU 지원의 목표가 리비아 해안경비대 지원이라고 밝혔다. EU는 리비아 해안경비대가 이주민들을 태운 선박이 공해상에 진출하는 걸 막고 이주민을 리비아 해안으로 돌려보내기를 기대한다.
 
EU와 리비아의 이주민 송환 공조는 이주민을 원치 않는 국가로 보낸다는 사실 외에 인권탄압으로도 인권운동단체의 비판을 받는다. 휴먼라이츠워치가 최근 보고서에서 폭로한 것처럼, 구조 과정에서 해안경비대가 공포탄을 쏘는 등 이주민들의 생명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EU 국가들은 아프리카 이주민에게 난민 신청이 목적이든, 더 나은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목적이든, 지중해를 건너지 말라고 하는 셈이다. 말이 먹히지 않을 때는 지중해 이편으로 건너오지 못하게 강제로 막는다. 이런 이주민 정책은 그야말로 근시안적이다. 2017년 상반기 이탈리아로 들어온 이주민이 27% 늘었다는 것은 이주민들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상대적으로 EU의 이주민 정책이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주민들의 중간 경유지인 니제르는 유럽연합의 압력 때문에 난민을 대대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2016년 2월 니제르의 수도 니아메에서 대통령선거 포스터 앞을 지나가는 여성. REUTERS
 

이주 유랑민 양산하는 ‘더블린 조약’
2013년 6월26일 제정된 EU의 난민 규정은 1990년 체결된 더블린 조약과 판박이다. 유럽 유입 난민은 처음 입국한 국가에서 난민신청을 해야 한다고 규정한 더블린 조약의 당사국은 EU 28개 회원국과 노르웨이·스위스·아이슬란드·리히텐슈타인 4개 비회원국이다. 2013년 제정된 규정도 어떤 유럽 국가가 난민신청을 검토할 책임이 있는지 명확히 했다. 다만 이 규정은 난민이 유럽 내 여러 국가에 난민신청서를 제출하는 것을 금지하지 않는다. 그러나 난민신청자의 국적이나 상황별로 각기 다른 기준이 적용되고 이 기준에 따라 배정된 나라가 최종적으로 난민신청을 검토할 수 있으며, 다른 국가는 난민신청자를 정해진 기간 내에 이 국가로 송환해야 한다. 만약 기한 내 송환하지 않으면 그 국가가 신청서를 검토해야 한다.
 
프랑스는 각 관할 도청에서 프랑스 이외 국가를 통해 유럽으로 들어온 이주민에게 더블린 조약에 따른 난민신청증명서를 발급해준다. 그러나 이주민이 더블린 증명서를 발급받았다고 해서 프랑스 난민·무국적자 보호국(OFPRA)에 난민신청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직 프랑스 영토 내에서 금전적 지원과 머물 곳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심지어 난민신청자가 증명서 만료 기한인 6개월 동안 프랑스에 머무는 것도 보장하지 않는다. 참고로 난민신청자가 도주하면, 증명서 만료 기간은 추가로 12개월 연장된다.
 
최근 2년 사이 더블린 조약 난민신청자 수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14년 프랑스의 더블린 조약 난민은 6천 명이었으나 2015년 1만2천 명, 2016년 2만2천 명이 됐다. 이 증가세는 2015년 유럽 유입 난민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파리와 프랑스 북부 칼레의 난민캠프가 철거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파리와 칼레의 난민캠프에선 다른 유럽 국가를 통해 들어온 난민들이 프랑스 당국에 난민 등록을 하지 않은 채 생활하고 있었다.
 
더블린 조약에 따라 프랑스에서 유럽의 처음 도착국으로 보내진 난민 수는 여전히 매우 적다. 2015년 525명만이 원래 들어온 국가로 보내졌다. 일선 도청은 더블린 조약의 난민 신청 및 이송 절차가 복잡하고 순조롭게 진행할 자원도 부족하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2016년 7월 프랑스 내무장관은 더블린 조약을 더 엄격하게 적용하라고 지시했다. 내무부 지침에 따라 점점 더 많은 난민 신청자가 숙박업소·보호센터·복지시설 등에 수용되고, 심지어 정부의 유치시설에 수용되기도 했다. 지침이 강화됐지만 2016년 실제 이송된 더블린 조약상 난민은 1300명에 그쳤다. 더블린 조약을 적용받는 난민신청자의 9% 수준이다. 2013년 제정된 EU의 난민 규정에 따라 나머지 91%는 기나긴 시련 끝에 프랑스에 난민신청서를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난민 강제 추방이 제한돼 있지만, 더블린 조약 난민의 증가는 난민 시스템 전체에 균열을 초래하고 있다. 프랑스 난민법상 난민신청 등록 기간은 3일이지만 현재 난민신청서를 등록하려면 30일이 걸린다. 난민 수용 시설은 전체적으로 포화상태인데도 일부 시설은 비어 있다. 게다가 더블린 조약은 고국을 떠나 온갖 고생 끝에 간신히 유럽에 도착한 난민신청자가 또 다른 폭력적 상황에 처하게 한다.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유랑하며 하염없이 난민신청 결과를 기다리고, 언제 원하지 않는 국가로 송환될지 몰라 두려움에 떨어야 한다. 보호시설에 강제 수용되는 이주 유랑민 처지로 내모는 것이다.
 
난민·이주민 보호 시민단체 시마드(CIMADE)는 이런 문제의식과 난민 보호 경험을 바탕으로 더블린 조약 폐기를 권고한다. 난민신청자 처지에서 본인의 선택이 난민신청 검토 국가 결정의 핵심 기준이 되도록 난민 규정을 개정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EU 각국의 난민 문제를 둘러싼 협상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꾀하기보다 오히려 기존 규정 강화를 추구해 시대의 요구에 역행하려 한다. 새 난민 규정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제라르 사디크 Gérard Sadik 시마드 난민신청 코디네이터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7년 7·8월 합본호(제370호)
Migrants: les dommages collatéraux d’une politique européenne irréaliste
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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