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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조업과 ‘스마트시티’ 주목해야”
[Interview] ‘트럼프 시대의 미국’ 강연한 성장전략가 아룹 주치
[89호] 2017년 09월 01일 (금) 신기섭 marishin@hani.co.kr
보호무역주의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허풍쟁이로 끝나고 말 것인가? 취임 6개월이 한참 지났지만 가시적 경제정책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글로벌 성장컨설팅 기업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의 아룹 주치 글로벌 대표는 트럼프가 현재의 정치 위기를 넘기면 미국 경제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경제를 되살리겠다는 그의 주장이 단지 말에 그치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다. 주치 대표는 미국 제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정보기술을 이용해 도시의 효율을 높이는 ‘스마트시티’가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기섭 편집장
 
   
‘성장전략’ 전문가인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의 아룹 주치 글로벌 대표는 정보기술을 활용해 도시 효율을 높이는 ‘스마트시티’의 잠재력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김진수 기자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한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을 때 많은 이는 경제에 끼칠 부정적 여파를 걱정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선거운동 기간에 공언한 것들 상당수를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미국 경제는 나쁘지 않고 증권시장도 호조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 아래서 미국은 어디로 갈까, 경제는 어떤 변화를 맞을까?
 
최근 한국을 방문해 ‘미국의 미래에 트럼프가 끼칠 영향’을 주제로 강연한 글로벌 성장컨설팅 기업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의 아룹 주치(Aroop Zutshi·56) 글로벌 대표를 만났다. 그는 인도에서 대학을 나와 1990년부터 프로스트앤드설리번에서 일한 ‘성장전략’ 전문가다.
 
도널드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뒤 6개월이 지나도록 제대로 이행한 공약이 거의 없다. 지금 트럼프 행정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트럼프는 선거 기간 중 정치·경제·사회 분야에 걸쳐 여러 의제를 제기했다. 미국의 일자리를 다시 늘리고 미국을 다시 위대한 나라로 만들겠다고 했다. 국외로 빠져나간 기업들이 돌아오게 하고, 사회간접자본 투자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의제 자체는 합리성이 있지만, 이행 실적은 좋지 않다. 경제문제에 집중 못하게 하는 요소가 너무 많은 탓이다. 러시아의 선거 개입, 북한 핵, 중동의 이란·시리아 문제 등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경제문제에 집중할 여력이 없다. 의회와 관계도 좋지 않다.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의 협조도 받지 못했다. 의회를 통과한 주요 법안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미국을 다시 위대한 나라로 만들겠다”는 의도만큼은 분명하다. 트럼프의 의지는 결국 경제에 변화를 줄 것이다. 기업의 사업 방식이 지금과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이를 이해해 새로운 시대에 대처하는 방법을 준비해야 한다.
 
변화는 언제 가시화할까. 트럼프 탄핵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의 미국 선거 개입 의혹 문제 등이 정리되기 전에는 정책을 제대로 이행하기 어렵다. 미국 의회의 조사가 구체적인 혐의를 찾지 못한 채 끝나더라도 사태가 마무리되려면 앞으로 3~4개월은 걸릴 것이다. 이후에나 경제문제를 다룰 여유가 생길 것이다.
 
공화당도 트럼프를 전폭 지지하지 않는다. 의료 보험 관련 법인 ‘오바마케어’ 폐지도 불발됐다.
오바마케어에 약점이 있지만 그냥 폐지할 경우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 공화당쪽도 이런 현실을 인정한 것이 오바마케어 폐지 불발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시 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적어도 오바마케어를 손질하는 형태의 변화는 예상할 수 있다. 그 뒤 사회간접자본 투자, 일자리 창출 등 경제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다.
 
많은 사람이 트럼프가 당선되면 경제가 타격 입을 것으로 걱정했지만, 미국 경제는 견실해 보인다.
희망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공화당은 ‘친기업’ 성향이다. 이것을 낙관하는 분위기가 첫 번째 원인이다. 게다가 트럼프는 사업하는 사람이다. 사업을 이해한다는 점 때문에 기대감을 갖게 한다. 이 기대감이 주택시장이나 자산시장의 상승세를 불렀다. 증시가 사상 최대 수준까지 오른 것도 같은 이유다. 감세 같은 정책이 결국 제대로 실행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위험이 있다.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의 보고서를 보면 미국 제조업의 상승세를 예상하고 있다. 뜻밖이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중국의 생산 비용이 점점 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나 멕시코로 일자리를 다시 옮기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둘째,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미국 기업에 강한 압박이 가해지면서 미국 내 시설 투자가 불가피해졌다. 셋째, 기술 문제다. 그동안 소품종 대량생산이 추세였으나 이제는 다품종 대량생산이 흐름을 주도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이 중요하기 때문에 미국 제조업이 활기를 띨 수 있게 됐다. 넷째, 많은 주정부가 기업 유치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세금 혜택이나 공장 부지 관련 지원을 제공하며 기업을 끌어들이려 한다. 2012~2022년 기준으로 보면 제조업 가운데서도 컴퓨터와 전자 관련 업종의 성장률이 가장 높을 것이다. 비철광물, 목재, 화학 관련 제조업도 성장세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제조업 외에 특히 주목할 흐름이 있다면.
‘스마트시티’를 말하고 싶다. 미국의 경제활동 강조점이 연방정부나 주정부에서 이제 도시 단위로 옮겨가고 있다. 도시 인구가 계속 늘고 정치적 비중도 커진다. 이 흐름 속에 뉴욕, 보스턴, 로스앤젤레스, 샌디에이고, 시카고 등 많은 도시가 스마트시티 구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보기술을 이용해 에너지, 교통, 의료, 빌딩, 기반시설 등의 효율을 개선하는 시도다. 이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이미 미국 GE, 일본의 히타치와 NEC, 유럽의 ABB와 지멘스 등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두드러지지 않는다. 한국은 하드웨어를 많이 팔지만 솔루션 제공에는 관심을 덜 보이고 있다. 이 흐름을 놓치면 큰 기회를 잃는다. 게다가 스마트시티는 세계적 현상이다. 인도는 스마트시티 100 곳을 구축하려 한다.
 
일자리 창출 효과는 건설에서 크게 나타난다. 트럼프도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시급한 상황이다. 철도, 항만, 도로 등이 다른 선진국보다 많이 떨어진다. 트럼프는 1천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일부는 정부와 민간 공동 사업으로, 일부는 민간기업 독자 사업으로 진행할 것이다. 외국 기업들에도 직접투자 기회가 열릴 것이다.
 
트럼프의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가 미국 에너지산업에 어떤 영향을 줄까.
단기간에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석탄 같은 화석에너지에 투자하는 게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는 전세계 흐름과 배치된다. 미국 기업들도 이 흐름을 인식하기 때문에 화석에너지 부문에 많이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경제적으로 정당화하기 어려우면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법이다. 미국 대기업 상당수는 글로벌 기업이다. 중국·인도 등 다른 나라에서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리는 가운데 미국 기업만 이런 흐름에서 고립될 수 없다.
 
미국은 소비 비중이 큰 나라다. 하지만 소비자가 양극화하고 있다.
소비가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미국 소비에서 가장 큰 문제는 중산층이 준다는 점이다. 전세계 중산층 가운데 미국인의 비중이 2015년엔 10% 수준인데, 2020년엔 7%로 줄고 2030년에는 4% 수준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중국·인도 등 신흥국가에서 중산층이 느는 추세와 대조된다. 미국의 중산층이 줄면서 빈곤화도 심해진다. 2013년 기준 빈곤층이 전체의 20%가 넘는 2300만 가구에 달한다. 양극화 추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잘 보여주는 기업이 유통업체 월마트다. 월마트는 저소득층을 위한 값싼 제품 공급에 힘을 쏟고 있다. 양극화로 소비 수준은 떨어지겠지만 절대 소비 규모는 계속 늘어난다. 인구가 늘기 때문이다.
 
트럼트의 보호무역 정책이 본격화하면 미국 빈곤층의 어려움이 더 커질 것 같은데.
미국의 무역 정책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선거 전에 트럼프가 보호무역을 강조했지만 실행하기는 어렵다. 그도 사업가 출신이기 때문에 무역이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트럼프의 생각은 지금과 다른 방향, 곧 다자간 협상 대신 개별 국가 단위로 무역 협상을 하겠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관계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미국이 다자간 무역 협상에서 빠지든 그렇지 않든, 중국의 주도권은 계속 커질 것이다. 중국은 물류·금융 등 다양한 기반 구축에 투자하고 있다. 4〜5년 뒤엔 정말 막강한 힘을 발휘할 것이다. 중국의 성장률이 4〜5%로 떨어지더라도 여전히 엄청난 것이다.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은 아주 중요하다. 두 나라 사이가 나빠지면 세계가 영향받는다. 미국이 중국에 요구하는 건 투명성과 개방성 강화다. 미국의 압력은 이 부분에 집중될 것이다. 하지만 파국으로 가는 건 생각하기 어렵다. 중국은 미국이 필요하고, 미국도 중국이 필요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전망은 어떤가.
트럼프가 요구하는 것의 핵심은 무역수지 균형이다. 하지만 한국 문제가 트럼프 행정부의 우선순위는 아니다. 무엇보다 북핵 때문이다. 트럼프는 북한 문제에 더 집중한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무역 측면에선 중국이 최우선 순위이고, 정치적으로는 러시아와 이란 문제가 시급하다. 이런 상황을 볼 때, 한국인이 미국의 압박을 당장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일본의 대응 방식은 참고할 필요가 있다. 미국 직접투자 계획 등을 적극 발표함으로써 트럼프의 불만을 잠재운 방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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