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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은 죽음과 입 맞춘다”
[Focus] 알수록 신비한 와인 잡학사전
[89호] 2017년 09월 01일 (금) 마티아스 슐츠 economyinsight@hani.co.kr
미네랄 맛까지 생성되는 와인 아로마... 화이트와인, 초록잔디·꿀·멜론 향미 아울러
 
와인은 포도로 빚는 예술이자 과학이다. 한 알의 포도가 숙성을 거쳐 보여주는 맛과 향은 셀 수 없이 많다. 그 차이는 포도를 잉태하는 토양과 햇살, 공기, 숙성 환경과 기간 등에서 비롯된다. 좋은 풍미를 자랑하는 와인이 있는가 하면 어떤 와인은 떫은맛이 난다. 이유가 무엇일까? 와인 학계는 복잡다단한 식품인 와인의 비밀을 풀려고 금세기 최상급 와인의 유전자 해독에 팔을 걷어붙였다.
 
마티아스 슐츠 Matthias Schulz <슈피겔> 기자
 
   
와인 애호가들은 뜻깊은 날 비싼 와인을 가족이나 지인과 나눈다. 미국 뉴저지주 리버티홀 박물관이 6개월의 복원 기간을 거쳐 공개한 1796년산 최고급 마데이라 와인. AP 연합뉴스
 
독일 브레멘 시청의 둥근 천장은 액체도 문화유산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지하 와인 셀러에는 6500개에 달하는 먼지 쌓인 와인병과 병 입구가 부푼 샴페인병이 저장돼 있다. 이것들은 모두 오래되고 값이 비싸다. 장식이 새겨진 오크통 13개에는, 17∼18세기에 제조된 최고가 와인이 들어 있다.
 
이곳 와인은 라인이나 모젤 와인 생산지에서 출하된 것이다.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숨진 1832년보다 훨씬 이전부터 이곳 셀러에 저장됐다. 가장 오래된 와인은 1653년산으로, 라인강변의 뤼데스하임 산지에서 생산됐다.
 
2017년 7월 초 미국 캘리포니아주 유명 와인산지 나파밸리의 와인 양조업자들이 19세기 하인리히 하이네와 리하르트 바그너도 와인의 풍미를 즐겼던 이곳 지하 와인 셀러를 방문했다. 와인 양조업자 카를 요제프 크뢰츠가 ‘내 작업 수저’라고 칭하는, 테플론(프라이팬 코팅 물질 -편집자)을 입힌 와인 오프너로 1727년산 뤼데스하임산 와인병에서 코르크를 1mm가량 올린다.
 
그러자 촛불이 분위기를 돋우고 깊은 풍미와 셰리 향이 은은하게 밴 지하 와인 셀러 여기저기서 “와우!” “아!” 등의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방문객들은 진지하게 입술을 모아 최상급 와인의 풍미를 경건한 마음으로 느낀다. 방문객들이 주문한 375ml 와인은 시중에서 무려 4400유로(약 583만원)에 팔린다.
 
하지만 이날 미국 방문객들은 지하 와인 셀러의 최고가 와인을 시음하지 못했다. 크뢰츠는 최고가 와인의 ‘필 레벨’(fill level·와인병목의 높이로 와인이 찬 정도를 측정하는 방법 -편집자)만 간간이 확인했다. “최상급 와인은 한 방울만 시음해도 맛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깊은 풍미를 느끼는 순간이다.” 크뢰츠가 최상급 와인의 감동을 표현했다.
 
와인 전문가들이 오래 묵은 와인을 극찬하는 일은 드물지 않다. 잠수사들이 발트해에 난파한 러시아 차르의 스쿠너(돛대가 2개 이상인 범선 -편집자)에서 건져올린 프랑스 아이지에크 모노폴(Heidsieck Monopole)이 생산한 1907년산 샴페인 디아망 블뢰(Diamant Bleu) 시음은 마치 예배를 드리는 경건한 마음까지 들게 했다. 현대 와인 경매를 창시한 영국 출신 마이클 브로드벤트는 러시아 스쿠너에서 건져올린 디아망 블뢰의 색을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와 비교했다.
 
아로마 수수께끼
와인은 어떻게 숙성되는 것일까? 보르도 그랑 크뤼(Grand Cru·오랜 기간 명성을 이어온 포도밭에 부여한 최상위 등급 -편집자) 와인은 어떻게 50년이 지나도 시음자의 감탄을 자아내고, 저렴한 피노 그리조(Pinot Grigio) 와인은 겨우 몇 달만 지나도 텁텁한 맛이 나는 것일까? 몇 년이 지나 비로소 뒷맛(입안에 남는 와인의 마지막 느낌 혹은 여운 -편집자)이 형언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는 와인 역시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았다.
 
와인에 대한 갖가지 궁금증을 풀려 포도 품종학계, 와인학계, 미생물학계가 뭉쳤다. 최상급 와인의 유전자 분석을 위해 당도 측정기, 고성능 액체 크로마토그래피, 효모 유전학 장비까지 투입된다.
 
지금까지 알려진 와인 아로마는 수천 개에 달한다. 유산균, 햇살, 테루아르(Terroir·기본적으로 토양을 의미하며 와인용 포도 재배에 영향 끼치는 모든 요소를 일컫는 용어 -편집자) 모두 와인 품질에 영향을 미친다. 포도나무가 깊이 뿌리를 내려야 한다고 믿는 와인 양조업자도 있고, 보름에만 포도를 수확하는 양조업자도 있다. 전세계 최고가 와인 생산지 부르고뉴의 도멘 로마네콩티 와이너리처럼 1862년도 오크통을 사용하는 곳도 있다.
 
최고급 와인은 비밀을 호락호락 드러내지 않는다. 일례로 와인학자 악셀 마르샬은 프랑스 남부의 와인·와인품종연구소(ISVV)에서 특정 보르도 와인에 당분이 전혀 들어있지 않는데도 단맛이 나는 비밀을 연구하고 있다. 마르샬은 단맛을 내는 미지의 분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대체 어떤 분자가 단맛을 내는 것일까?
 
메를로(Merlot) 와인에는 6400개의 화학결합이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 중 절반은 생화학자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것이다.
 
최근 화두가 되는 미네랄리티(minerality·미네랄 맛이 나는 정도 -편집자) 역시 와인 학계에선 풀어야 할 미스터리다. 소믈리에들은 최상급 와인을 시음하면서 마치 석판이나 차돌, ‘물에 젖은 바위’를 맛보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스페인 리오하 지역의 한 와인 실험실은 미네랄 맛이 나는 와인에 소금 맛이 나는 숙신산(succinic acid)이 함유됐음을 최근 확인했다.
 
미네랄 맛 와인에는 페닐에틸알코올과 감마데칼락톤이 다량 들어 있다. 이들 성분은 장미꽃이나 복숭아 향을 내지만 미네랄 맛까지 내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와인 저장과 관련해서는 명확한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와인병은 습한 지하실 선반에 저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근거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독일 최고의 와인 교육을 자랑하는 가이젠하임대학은 세워서 저장한 와인병을 장기간 실험했다. “와인이 닿지 않으면 코르크 마개도 탄력을 잃지 않는다”고 와인학자 라이너 융은 설명한다. “와인병목의 습도만으로도 충분하다.”
 
반면 급격한 온도 변화는 와인에 치명적이다. 가이젠하임대학의 와인 학자들은 센서가 부착된 와인 상자를 배에 실어 독일 빙겐에서 일본으로 보냈다. 또한 인공 기후실에서 일본까지의 운송 환경을 재현해 실험했다. “낮에는 50°C까지 기온이 올라가고 밤에 기온이 내려가면 일종의 펌프 효과가 발생했다”고 라이너 융은 설명한다. “코르크 마개를 통해 산소가 과도하게 주입되고, 산화는 소리 없이 서서히 와인의 풍미를 파괴한다.”
 
오래된 와인을 다루는 독일의 20여 개 온라인몰과 경매회사들은 엄격한 기준을 따라 와인을 보관한다. 다락에 보관된 와인은 기피 대상이다. 곰팡이가 핀 와인 레이블이나 와인병목의 필 레벨이 낮은 것도 감점 요인이다(아래 와인병목 그림 참조).
 
독일 브레멘의 와인 경매회사 코페운트파트너(Koppe und Partner)의 옌스 크라우(67) 대표이사는 “코르크 마개에 벌레가 들었던 적도 있다”고 귀띔한다. 그의 와인 셀러에는 지난 며칠간 확보한 와인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17년 된 동 페리뇽 샴페인 매그넘(1500ml) 와인병 옆에 오스트리아산 피흘러 스마라크트 와인 상자가 쌓여 있다.
 
   
 
영원성의 상징
크라우 대표이사는 오래된 와인을 판매하는 와인 셀러를 하루가 멀다 하고 이 잡듯 뒤지고 다닌다. 수많은 고객이 그에게 우편으로도 최상급 와인을 보내고 있단다. 최근 그는 한 귀족이 사는 성의 와인 셀러를 방문했다. “성의 벽에서 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날 우리는 지하의 와인 상자들을 이끼 낀 계단을 통해 지상으로 옮겼다.”
 
최근 와인 애호가가 부쩍 늘었다. “지난 몇 년간 숙성 와인 수요가 크게 늘었다.” 독일 자르강가에서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도로테 칠리켄이 말했다. 고급 와인 트렌드는 감성과 맥을 같이한다. 오래된 와인에는 영원성이 담겼다. 오래된 와인은 유년기의 기억을 감각적으로 활짝 열어준다.
 
이 때문에 가족 대소사에 고급 와인을 꺼내는 고령의 와인 애호가가 적지 않다. 딸 생일에 소더비 경매가 1만9011.42유로(약 2500만원)인 1978년 부르고뉴 산 앙리 자예 리슈부르(Henri Jayer-Richebourg)를 선물하거나, 할머니 생신에 포르투갈 고급 와이너리 주스티누 엔히케스(Justino Henriques)의 감미로운 1933년산 마데이라(Madeira) 와인을 꺼내는 사람도 있다.
 
역사적으로 의미 있고 아주 오래된 와인과 조우하는 경우도 종종 엿볼 수 있다. 와인 저널리스트 아우구스트 빙클러는 뮌헨 슈바이처호프 호텔의 전설적인 와인 시음행사에서 토머스 제퍼슨 미국 대통령을 위해 특별히 보관된 1787년산 샤토 디켐(Chateau d’Yquem)을 시음하는 행운을 누렸다. 그는 “샤토 디켐에서 찐 바나나 맛이 났다”고 평했다.
 
아주 오래된 와인은 특이한 맛을 선사하기도 한다. 프랑스 랭스대학의 필리프 장데 식품화학 교수는 177년 된 와인을 시음하고는 “담배와 가죽 맛이 난다”고 혹평했다. 미국 소믈리에 크리스 홀은 차돌과 흑색 화약의 아로마가 특징인 세계대전 이전에 제조된 샴페인을 시음하고는 “통밀 비스킷과 불에 구운 레몬 맛이 난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희귀종의 오래된 와인 맛이 형편없는 일도 간혹 있다. 1864년 미국 내전 중 버뮤다 해역에 침몰한 미국 증기선 메리 셀레스티아에서 2015년 건져올린 와인을 시음한 사람들 중 일부는 목이 졸리는 듯한 통증을 호소했다. 병을 개봉해 잔에 와인을 따르자 노란 구름 모양으로 퍼져나가며 유황 냄새가 났다.
 
영국의 세계적 와인 평론가 휴 존슨은 젊은 시절 독일 뷔르츠부르크의 최상급 와인 생산지에서 재배된, 현재 전세계에서 단 한 병밖에 없는 1540년산 슈타인바인(Steinwein·독일 프랑켄 지역의 와인 -편집자)을 시음하는 불운을 겪었다. 휴 존슨은 첫 모금을 맛보고는 “생동감 넘치는 풍미가 있다”고 평했다. 하지만 두 모금을 넘긴 뒤 16세기 슈타인바인은 코르크 마개를 딴 뒤 공기 주입 탓에 석유 악취가 나는 시체로 돌변했다.
 
이상야릇한 향이 나는 와인은 수없이 많다. 미생물이 잘못 번식하면 시큼한 맛이 난다. 딱풀 맛이 나는 오래된 와인도 있다. 곰팡이 냄새나 버터 맛, ‘쥐냄새’가 나는 와인도 있다. 쥐냄새는 고약한 암모니아 향을 의미한다.
 
와인의 색감을 평가할 때 레이저로 와인병목을 비춘다. 하지만 와인 마시기에 가장 적합한 숙성 상태인지 완벽하게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와인학자 울리히 피셔의 표현처럼 ‘와인은 죽음과 입맞출 운명’이라는 것이다.
 
화이트와인은 평균 4~5년이 지난 뒤 마신다. 타닌이 많이 든 레드와인은 보통 8년이 지나 마신다. 검은 포도는 최대 4주간 포도즙에 놔둔다. 이 과정에서 포도 줄기, 씨와 껍질에 든 타닌이 떨어져나간다. 타닌과 페놀 성분은 떫고 모피 맛이 난다. 저장 과정을 거치며 부드러워지고 알코올과 조화를 이룬다.
 
고급 품종의 경우 숙성은 불가사의할 정도로 오래 걸린다. 프랑스 부르고뉴, 이탈리아 피에몬테, 미국 캘리포니아, 독일 모젤 와인 생산지의 일부 최상급 와이너리는 기본적으로 한 세대 동안 저장이 가능한 와인을 생산해낸다. 보르도 와인 생산지의 최상급 그랑 크뤼 와이너리들은 10년 뒤에나 제대로 풍미를 내고, 시간이 지날수록 풍미가 더해지는 와인을 생산해내기도 한다.
 
풍미는 무엇보다 기후에 열쇠가 있다. “수십 년 전만 하더라도 대서양의 여름은 훨씬 시원했다”고 울리히 피셔는 말한다. “그래서 포도가 과도하게 신맛이 나고 페놀을 많이 함유했다.” 과도한 타닌 성분 덕분에 1980∼90년대 보르도산 와인은 전적으로 장기 보관이 가능했다.
 
시중에서 거래되는 모든 오래된 와인의 80%가 보르도산임은 우연이 아니다(아래 지도 참조). 보르도 생산지의 마르고(Margaux), 라피트(Lafite), 무통 로트칠드(Mouton Rothschild), 페트뤼(Petrus)가 최상급 와인으로 손꼽힌다.
 
   
 
와인 거래의 허브 ‘홍콩’
와인 딜러 베른트 리페나우는 바로 이런 최상급 와인을 거래한다. 2017년 6월 초 장신의 리페나우는 독일 함부르크의 포시즌호텔의 와인 경매에서 경매사가 경매금액을 부를 때마다 거의 자동으로 손을 들었다. 그는 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16만5천유로(약 2억1800만원)어치에 달하는 최상급 레드와인을 낙찰받았다.
 
리페나우는 낙찰받은 와인을 배편으로 홍콩에 보냈다. 그의 와인숍은 부유한 중국인들이 거주하는 홍콩의 입펑 빌딩 7층에 입점해 있다. 2009년산 샤토 슈발 블랑(Chateau de Cheval Blanc) 1.5l 와인병은 그의 와인숍에서 현재 1만6800유로(약 2200만원)에 판매된다.
 
“홍콩에는 몇 년 전만 해도 3천 명 이상의 와인 거래상이 있었다”고 리페나우는 설명한다. “2010년 와인 시장이 완전히 과열되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 올랐다.” 당시 한 아시아인은 23만2692달러(약 2억6천만원)의 1869년산 샤토 라피트-로트칠드(Chateau Lafite-Rothschild) 1.5l 와인을 3병이나 구매했다. 그 직후 누군가가 제네바 크리스티 와인 경매에 1947년산 슈발 블랑 6l 와인을 무려 30만4천달러(약 3억4천만원)로 경매에 부치기도 했다.
 
이후 와인 경매 시장은 하향 곡선을 그렸다. 2013년 취임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시작한 반부패 캠페인이 와인 소비 행태를 변화시켰다. 중국 사업가들은 고가의 보르도 와인을 뇌물로 받는 것이 관행이었다. 하지만 반부패 캠페인과 더불어 중국 관료들 사이에서 고가 선물은 일순간 금지됐다. “샤토 라피트 와인은 과거에 1천유로(약 132만원)였지만 이젠 500유로(약 66만원)에 불과하다”고 리페나우는 말했다.
 
와인 가격은 천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화이트와인도 최상급 와인 대열에 오르고 있다. 독일 최상급 와인을 취급하는 회사 에곤뮐러(Egon Müller)의 12년 된 트로켄베렌아우슬레제(Trockenbeerenauslese·‘귀부병’에 걸려 수축된 포도로 만든 와인 -편집자)는 2015년 병당 1만4566유로(약 1930만원)의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독일 남서부 마을 두어바흐에서 겨울에 살짝 언 포도송이를 가위로 따는 농부. 아이스바인은 특유의 달콤한 풍미로 인기를 끈다. 연합뉴스
 
샤토 디켐의 신성한 후광
화이트와인과 레드와인은 와인병에서 각기 다른 화학작용을 일으킨다. 포도 압착기에서 백포도가 압착되면 포도즙이 바로 분리돼, 화이트와인에는 타닌 성분이 거의 없다. 화이트와인에서 풍미와 지속성이 유지되는 비결은 바로 과산에 있다.
 
“화이트와인은 처음엔 레몬, 초록 잔디, 구스베리의 신선한 향이 난다. 2~3년 지나면 복숭아와 멜론 향이 난다. 10년 뒤엔 자두와 꿀, 캐러멜의 숙성된 향미가 나기 시작한다.”
 
그러려면 충족해야 하는 전제조건이 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고 와인 숙성을 망치는 비전형적 아로마 파괴 현상이 나타나지 않아야 한다. 비전형적 아로마 파괴 현상은 와인 품종 가운데 뮐러투르가우, 케르너, 바쿠스에 자주 나타난다. 아로마가 파괴된 와인에선 왁스나 젖은 걸레 냄새가 난다.
 
과도한 햇빛은 리슬링 품종의 와인에 큰 피해를 끼친다. 과도하게 햇빛을 받은 와인은 숙성 과정에서 상당량의 트리메틸디히드로나프탈렌을 생성한다. 그러면 주유소 냄새가 와인에서 난다. 와인 전문가들은 이 악취를 석유 향이라고 완곡하게 표현한다.
 
독일에서도 지구 온난화로 인해 악취 나는 와인이 점점 늘고 있다. 그래도 독일의 와인 평론가 슈투아르트 피고트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독일 와이너리들은 명백한 기후변화의 수혜자다. “1987년 이후 독일에는 와인이 떫은맛을 낸 해가 단 한 번도 없었다.”
 
햇빛 없이 어떤 포도도 풍미를 가질 수 없음이 분명하다. 와인에서 과당은 모든 것의 열쇠다. 따라서 독일의 베렌아우슬레제(Beerenauslese·과숙 포도로 만든 와인 -편집자)와 아이스바인(Eiswein·언 포도로 만든 와인 -편집자)은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모젤 생산지의 요한 요제프 프륌 와이너리의 벨레너 조네누어(Wehlener Sonnenuhr) 와인은 전세계 최고가 와인 7위를 당당히 차지했다.
 
화이트와인 와이너리는 그만큼 늦게까지 포도 수확 작업에 매달려야 한다. 그래서 때로 와인 생산지에 안개가 끼고 포도송이의 당도가 최고치에 이르며 잿빛곰팡이병에 걸려 앙상하게 마른 채 포도가지에 붙은 11월 초까지 포도 수확을 기다려야 한다.
 
프랑스 소테른 지역 샤토 디켐 고급 와인용 포도의 수확은 최대 10차례 이뤄진다. 포도 수확 농부들은 마치 탐정처럼 포도나무를 일일이 점검해 포도송이에 완벽하게 곰팡이가 피었는지, 아니면 늦가을 햇빛을 더 받아 며칠을 기다려야 할지 포도송이마다 확인한다. 날씨가 받쳐주지 않는 해에는 샤토 디켐 와인용 포도를 압착하지 않는다. 20세기에 와인을 압착하지 않은 해는 총 9차례 있었다. 와인 저널리스트 아우구스트 빙클러는 모든 와인 중 가장 풍미있게 숙성되는 샤토 디켐 와인에 신성한 후광이 있다고 평가했다. 샤토 디켐 와인의 색상을 ‘렘브란트의 잃어버린 황금색’과 비교한 와인 평론가들도 있다.
 
하지만 와인 시음에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 ‘축구 황제’로 불리는 독일의 프란츠 베켄바워가 몇 년 전 200년도 더 된 샤토 디켐 와인병을 열다가 축구에 비유하자면 자살골을 넣고 말았다. 베켄바워가 닳은 코르크 마개를 빼려고 너무 힘을 주는 바람에 코르크 마개가 와인병에서 빠지지 않은 채 부서진 것이다.
 
ⓒ Der Spiegel 2017년 29호
“Wein ist dem Tode geweiht”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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