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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 막는다고 테러 위험 줄이지 못해
[Analysis] 20개 OECD 회원국의 테러와 이민자 관계 분석
[89호] 2017년 09월 01일 (금) 악셀 드레어 외 economyinsight@hani.co.kr
1980~2010년 자료 분석... 이민자가 테러리스트 될 확률 내국인과 차이 없어
 
이민자와 비자 규제 정책은 테러 공격에 대한 가장 흔한 대응책이다. 독일 학자들이 쓴 이 글은 20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장기 통계 자료를 이용해 외국 출신자가 내국인보다 테러리스트가 될 확률이 높지는 않다는 걸 보여준다. 이 연구 결과는 무슬림(이슬람교도) 이주민 유입 금지 조처가 자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기보다 테러 위험을 더 높인다고 지적한다. _VoxEU.org
 
악셀 드레어 Axel Dreher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 국제·개발정치학 교수
마르틴 가세브너 Martin Gassebner 독일 하노버대학 경제학 교수
파울 샤우트 Paul Schaudt 독일 하노버대학 박사과정
 
   
2017년 8월1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벌어진 차량테러 희생자 추모 행사가 8월20일 사고 현장인 람블라스 거리에서 열리고 있다. 테러를 막는 최선책이 무엇인지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고민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REUTERS
 
“맨체스터 방식의 폭탄테러를 미국에서 막으려면, 무슬림을 포용하라.” “우리는 무슬림 이주민들을 밝은 눈으로 봐야 한다.” “이슬람의 테러를 새로운 일상으로 용인하라고?” 최근 미국에서 무슬림을 포함한 이주민 문제를 테러 공격 위협과 관련지어 논한 글 제목들이다. 미국 보수 성향 잡지 <내셔널리뷰>는 이렇게 썼다. “이주민 관련 법률이 엄격하고 무슬림이 거의 없는 헝가리, 폴란드, 체코에서는 테러 공격이 거의 없었다. 관련 법이 덜 엄격하고 무슬림 인구가 많은 독일, 벨기에, 프랑스, 영국에서는 테러 공격이 거의 매주 발생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주민과 관련해 널리 퍼진 생각에 동조하는 듯 하다. 외국인, 특히 무슬림이 다수인 나라 출신 이주민들은 테러 공격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 말이다. 트럼프는 무슬림 인구가 절대 다수인 6개 나라 국민이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입국 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미국 정부의 입국 금지 조처는 특이한 대응이 아니다. 테러 공격의 대응으로 가장 선호되는 조처는 이주민과 입국사증(비자) 관리 강화다. 하지만 이주민 관련 법이 느슨하거나 이주민 통합 정책을 적극 추진하거나 외국인이 많으면 테러가 기승을 부린다는 증거는 찾기 어렵다. 우리가 알기로 유일한 체계적 통계 분석 결과는 이주민과 테러 공격이 반비례적 상관관계를 지닌다는 것이다(영국 워릭대학 빈센초 보베와 에식스대학 토비아스 뵈멜트의 2016년 연구). 테러와 이주민의 연관성을 다룬 과거 연구들은, 테러가 이주에 끼치는 여파를 점검하거나 이주민 가운데 테러리스트 수를 근거로 했다. 이 연구들은, 체계적으로 여러 나라에서 수집한 장기 자료를 근거로 이주민과 테러 공격을 분석한 것이 아니다.
 
이주민 신분의 테러리스트에 집중한 연구들은, 이주민과 테러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 연구들은 이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지 않고 단지 테러 행위에 관여한 이주민만 다루었기 때문에, 테러와 이주 문제가 어떤 관계에 있는지 신뢰할 만한 지표가 아니다.
 
20개국 30년치 자료 분석
우리는 최근 연구에서, 한 나라에 사는 외국인 수가 그 나라 사람들에 대한 외국인의 테러 공격 빈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상세히 분석했다. 기초 자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개 회원국에서 1980~2010년 연평균 외국인 100만 명당 0.8건의 테러 공격이 현지 시민을 상대로 발생했다.(전체 테러 공격은 662건이었다.) 외국인이 많이 살수록 외국인이 저지르는 테러 공격이 더 많아지는 건 자명하다. (외국인이 한 명도 없으면, 테러를 저지를 외국인도 없으니 말이다.) 아무튼 평균적으로 한 해에 한 나라에서 외국인이 약 1건의 테러 공격을 한 셈이다. 이 공격으로 평균 1.3명이 숨졌다.
 
외국인이 저지른 테러 공격 횟수는 절대수에서 보면 내국인이 저지른 테러 공격 횟수에 비해 훨씬 적다. 우리가 조사한 20개 OECD 회원국의 경우, 내국인이 벌인 테러 공격은 2740건이었다. 절대치가 아니라 상대치로 보면 양상이 꽤 다르다. 내국인이 저지른 테러 공격은 인구 100만 명당 0.18건에 그친다. 전체적으로 보면, 외국인이 내국인에게 테러 공격을 할 확률이 내국인이 같은 내국인에게 테러 공격을 할 확률보다 훨씬 높다. 하지만 외국인이 늘어날 때 테러 공격도 따라 늘어날 위험은 극히 미미하다.
 
우리는 통계 분석을 통해, OECD 회원국 평균치 기준으로 이주민 증가에 따라 외국인의 내국인 상대 테러 공격이 늘어난다면 그 비율이 얼마나 될지 조사했다. 우리는 자연재해로 발생한 난민의 유입 변화를 활용해 OECD 회원국에 사는 외국인 수에서 외생 변수를 구별해냈다. 이 변화는 이주민 출신국과 이주민 수용국 조합에 따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1980년부터 2010년까지 전세계 187개 국에서 20개 OECD 회원국으로 유입된 이주민 자료를 활용해, 테러 공격 횟수가 이주민을 수용한 나라에 사는 외국인 수에 따라 증가함을 확인했다. 하지만 외국인이 많이 사는 것과 테러 공격이 늘어나는 것이, 곧 외국인이 내국인보다 테러리스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은 아니다. 내국인 인구가 증가할 때 내국인이 저지르는 테러 공격 빈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계산한 결과, 외국인 증가가 테러에 끼치는 영향과 비슷하게 나온 것이다. 결국, 우리는 이주 외국인이 내국인보다 테러리스트가 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결론지었다.
 
이것이 현실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보려면 내국인 감소에 따른 기대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2015년 이들 20개 회원국에서는 내국인이 평균 0.0002% 줄었다. 인구 감소가 테러 공격 횟수에 어떤 영향을 줄지 분석한 결과, 한 해에 한 나라의 평균 테러가 0.00025건 감소했다. 한편, 2015년 이들 20개국에서 총 외국인 수는 3.6% 증가했다. 그리고 외국인 증가에 따른 테러 공격 횟수 증가분은 한 해 0.04건으로 분석됐다. 이 정도의 테러 증가라면 외국인 입국 금지를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무슬림이 많은 나라에서 테러가 조직적으로 ‘수입’된다는 증거는 찾기 어려웠다. 다만 알제리와 이란은 예외였다. 두 나라의 이주민이 이주한 나라 국민을 상대로 테러 공격을 할 가능성은 이슬람교와 무관한 나라 이주민이 테러 공격에 개입할 가능성보다 통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런 면에서 볼때, ‘무슬림 테러’ 또는 ‘이슬람교 테러’라는 용어는 정확하지도, 유용하지도 않다. 미국에서 1980~2005년 발생한 테러 공격 가운데 무슬림이 저지른 사건은 6%에 불과했다. 2009~2013년 유럽에서 발생한 테러 가운데 종교적 동기에 의한 테러도 전체의 2%에 못 미친다.
 
   
외국인 입국 금지는 테러 방지에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여행 금지 조처 때문에 미국에 입국하지 못하던 어린이가 법원의 입국 허용 판결 뒤 가족과 만나 기뻐하고 있다. REUTERS
 
이슬람 이주민과 테러 큰 상관 없어
많은 정치인과 전문가들이 기대하는 것과 달리, 이민을 규제하고 이주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엄격한 법률을 도입해도 외국 출신자들의 테러 공격을 예방하는 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리어 법률적 규제를 통해 자국에 사는 이주민을 억압하면 이주민 가운데 상당수를 소외하게 된다. 이는 결국 테러 공격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주민에 대한 엄격한 법률 적용은 테러 예방이 아니라 테러 위험을 적어도 일시적으로 증가시킬 것이다.
 
물론 우리의 연구는 잠정적인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느 나라 출신의 어떤 이주민 집단이 테러 공격에 가담했는지 상세 정보를 확보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전체 외국인의 테러 공격 자료에 의존해 분석을 시도했다. 이는 방대한 자료를 활용해 테러 위험을 추정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어느 나라 출신자가 테러에 가담하는지 분석하지 못한 한계도 있다. 이런 분석을 위해서는 현재 확보할 수 있는 자료보다 훨씬 더 구체적인 자료가 필요하다.
 
우리가 이용한 자료는 2010년까지의 통계여서 최근 난민 위기 이후 이주민 증가는 분석에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우리 분석이 이주민 유입 수가 아니라 한 나라에 사는 전체 이주민 규모에 초점을 맞춘 것이기 때문에, 최근 자료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 연구 결과에 끼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덜 심각하다. 물론 전체 이주민 수에 집중하면 최근 유입된 이주민의 성향이나 양상을 간과할 여지가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과거의 이주민과 최근의 이주민은 성격이 서로 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연구 결과는 중요한 상충관계를 보여준다. 이민 관련 법률을 강화하면, 외국인의 유입이 줄고 이에 따라 외국인의 테러 공격 가능성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엄격한 법률 적용은 이미 자국에 들어와 사는 이주민을 폭력적으로 변하게 할 가능성을 증가시킨다. 최근 미국에서처럼 외국인 유입을 금지하면 단기적으로 테러 공격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말이다. 반면 자국 내 전체 외국인 수 증가를 억제해 테러 위험을 낮추는 것은 장기적으로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고속도로에서 차를 빠르게 몰면 인명 사고를 부르고, 비행기가 추락하면 사람이 죽는다. 도시에 사람이 많이 살수록 범죄도 많아진다. 하지만 고속도로나 비행기, 도시를 엄격히 규제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민에 따른 (테러와 관련된) 비용에만 초점을 맞춘 분석은 포괄적인 비용과 편익 계산을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사람이 많아지면 그 가운데 일부가 테러리스트로 바뀔 위험이 커진다. 이는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마찬가지이고, 이것이 이주민 유입을 금지할 정당성을 부여하진 않는다. 테러 증가 위험은 이주민 수용이 유발하는 다른 긍정적·부정적 효과와 함께 논해야 한다.
 
우리 연구가 다양한 요소를 계산에 넣은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무슬림 유입을 금지하면 자국민을 보호하기보다 테러 위험을 높일 여지가 더 크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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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신기섭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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