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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와 ‘옥자’, 엇갈린 희비
[Culture & Biz] 스크린 독과점과 영화 흥행
[89호] 2017년 09월 01일 (금) 김윤지 yzkim@koreaexim.go.kr
한국 영화계에서 스크린 독과점은 해마다 반복되는 이슈다.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가 2천 개 넘는 스크린을 독식하며 논란 속에 700만 관객을 동원했다. 멀티플렉스 극장은 관객 관심도에 따라 스크린을 배정할 뿐이라고 한다. 그러나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관객 수요와 상관없이 외면한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제작했다는 이유로 멀티플렉스가 외면한 <옥자>는 100여 개 상영관에서 개봉해 30만 관객 동원에 그쳤다. 투자·제작·배급·상영 전 단계가 수직으로 묶인 멀티플렉스가 퇴짜를 놓으면 아무리 날고 기는 감독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2017년 7월 서울 여의도의 한 복합상영관 앞에서 영화 <군함도>를 보려는 이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군함도>는 스크린 독과점 논란 속에 7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연합뉴스
 
두 영화가 있다. A영화는 1천만 관객 영화 1편을 포함해 모두 5편의 영화로 3천만여 관객을 극장으로 이끈 스타 감독의 작품이다. B영화의 감독도 스타다. 이 감독 역시 1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1편을 포함해 9편의 영화로 3천만 명 가까운 관객을 동원한 필모그래피를 가졌다.
 
한 달 사이를 두고 개봉한 두 영화의 성적은 매우 대조적이다. A영화는 한 달 동안 겨우 31만 관객을 기록했다. B영화는 개봉 첫날 97만 명을 시작으로 약 20일간 700만 명 가까운 관객을 동원했다. 영화가 감독의 예술이기는 하나, 감독 경력만으로 두 영화의 성적을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 하지만 두 영화 모두 내용을 보면 감독의 스타일이 대체로 잘 살아 있다. 딱히 이전 작품들과 비교해 관객 수가 크게 줄거나 늘어날 정도로 특이한 작품은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두 영화의 제작비는 A영화 600억원, B영화 220억원으로 한국 영화의 제작 수준에선 모두 역대급 기록이다.
 
두 스타 감독이 만든 영화의 관객 수가 이렇게 차이가 생긴 결정적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무엇보다 스크린 수의 차이가 컸다. A영화를 내건 극장의 스크린은 전국 111개에 불과했다. 반면 B영화는 개봉 첫쨋주 2027개 스크린에 한꺼번에 걸렸다. 둘쨋주부터 1847개로 스크린이 줄었지만, 그 수도 이제까지 한국 영화의 역대 최고 스크린 수를 넘는다. 이전까지 한국 영화에서 가장 많은 스크린 수를 기록한 작품은 2016년 <검사외전>으로 스크린 1812개를 확보해 관객 770만 명을 동원했다.
 
많은 사람이 A영화와 B영화가 무엇인지 알아챘을 것이다. A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이고, B영화는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다. 두 영화 모두 스타 감독의 기대작이었지만 흥행 명암은 크게 엇갈렸다. <옥자>는 기존 영화제작사가 아닌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투자해 만든 영화다. 이 때문에 극장 개봉과 동시에 넷플릭스 채널에도 영화를 공개할 계획이 있었다. 한국 3대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은 이것에 문제 제기하며 <옥자>를 상영하지 않았다. 3대 멀티플렉스의 스크린 수는 2016년 총 2379개로 전국 스크린 수의 97.9%에 육박하기 때문에 이들의 상영 거부는 <옥자> 흥행에 큰 영향을 주었다.
 
스크린 수 <옥자> 111개, <군함도> 2027개
멀티플렉스 쪽은 표면적으로 넷플릭스의 동시 스트리밍이 기존 영화 배급 시스템을 파괴한다는 점을 내걸었다. 통상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하면 1~3주의 홀드백(Hold back·극장에서만 상영하는 유예기간 -편집자) 기간이 있다. 최소 1~3주 동안 극장에서 상영한 뒤 온라인이나 인터넷TV(IPTV)로 공개하는 ‘관행’인 것이다. 멀티플렉스 체인은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플랫폼의 도전에 맞서 영화관 고유의 수익을 지키기 위해 <옥자> 보이콧을 실행한 것이다.
 
이런 멀티플렉스의 대응을 소비자는 곱게 보지 않았다.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은 과거 특정 영화만을 집중 상영해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관객이 원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해왔다. 많은 관객이 그 영화를 보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는 거다. 그러나 이번에는 많은 관객이 <옥자>를 극장에서 보고 싶어하는 데도 시스템 유지를 위해 상영을 거부했다. 이 또한 스크린 독과점 업체들의 횡포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이 가시기도 전에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영화 <군함도>가 무려 2027개 스크린에서 동시 개봉되며 싹쓸이 논쟁이 터져나온 것이다. 여름방학 성수기마다 이런 상황은 계속 나타났다. 영화 배급사들은 1년 라인업을 보며 여름 성수기에 1천만 관객을 모을 영화를 선정해 이에 맞춰 물량 공세를 벌여왔다. ‘1천만 관객 동원 영화’라는 자랑스러운 수식어 뒤엔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영화산업에서 독과점 문제가 대두되는 것은 산업의 특수성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영화산업의 가장 큰 난제는 흥행이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투자 대비 수익이 어느 산업에서든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영화산업에선 이 리스크가 유독 더 크다. 흥행이 확실해 보였던 영화에 관객이 덜 모이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자주 나타난다. 특히 흥행 성공 확률은 매우 낮지만, 한번 흥행에 성공하면 수익 규모는 여러 번의 실패를 보상받을 만큼 크다는 것도 다른 산업에서 보기 힘든 특징이다.
 
현명한 산업 종사자라면 흥행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보완장치를 고민하게 된다. 그 고민 끝에 시도하는 것이 투자·제작·배급·상영 전 단계를 수직계열화해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증대하는 것이다. 수직계열화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될 만한 영화에서 최대한 수익을 거두고 나머지 실패작들의 손실을 보전하려는 욕망이 어느 산업보다 크다.
 
그래서 수직계열화에 따른 독과점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 영화산업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문제다. 영화산업이 가장 먼저 발달한 미국에서도 대두됐고, 오랜 소송과 판결을 통해 영화산업의 수직계열화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1930년대 후반부터 1940년대까지 진행된 이른바 ‘파라마운트 판결’이 시금석이었다.
 
1900년대 초반 할리우드 영화산업을 이끈 주체는 파라마운트, 로우스, 워너 브러더스, 20세기폭스, 유니버설, 컬럼비아, UA 등의 스튜디오였다. 이들은 영화 제작·배급·상영의 수직통합 구조를 갖춰 안정된 수익을 거두었다. 이와 달리 상영이나 배급 사업을 하지 않고 제작만 하는 독립 스튜디오도 있었다. 이들은 메이저 스튜디오가 독과점 능력을 바탕으로 여러 반경쟁적 행위를 해서 자신들을 차별한다며 8개사를 법무부에 고소했다. 미국 법무부는 1938년 8개 스튜디오를 반독점법인 셔먼법 위반으로 기소했고 10여 년간 소송이 진행됐다.
 
   
멀티플렉스 극장이 외면한 영화 <옥자>는 100여 개 상영관에서 개봉해 30만 관객 동원에 그쳤다. 2017년 6월 기자간담회에서 <옥자>의 봉준호 감독(맨 오른쪽)과 변희봉(맨 왼쪽) 등 출연 배우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독과점 폐해 인정한 ‘파라마운트 판결’
소송 과정에서 블록부킹(Block Booking) 같은 영화 끼워팔기, 극장 입장료 담합, 순차 상영 기간 보장, 극장 공동 소유, 독립극장 차별 행위 등 피고 영화사들의 위법행위와 독점 여부가 다양하게 논의됐다. 그 결과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수직통합으로 얻은 능력을 통해 상대방의 경쟁을 억제하는 위법행위를 했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스튜디오들의 극장 취득이 제한됐고 여러 위법행위도 근절됐다. 스튜디오가 새로 극장을 취득할 때는 법원의 사전 승인 뒤 법무부에 통지해야 하는 의무가 부과됐고, 기존 극장들도 1950년대 말까지 매각했다.
 
파라마운트 판결 뒤 미국 영화산업은 큰 변화를 겪었고, 이에 대해서는 긍정적·부정적 평가가 공존한다. 우선 수직통합이 해체되면서 스튜디오는 더 이상 안정된 수익을 보장받지 못하자 1950년대 이후 영화 제작 편수가 크게 줄었다. 영화산업이 양적으로 침체에 빠진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영화산업의 경쟁이 더욱 활성화됐다는 것이 영화계의 평가다. 스튜디오 시스템이 붕괴하면서 많은 전속 배우와 감독이 독립제작사를 차렸고, 이들로 인해 독립제작자 중심의 새로운 제작 시스템이 자리잡았다. 이들은 그 결과 수직통합 구조 때보다 훨씬 다양한 영화가 등장할 환경이 조성됐다고 주장한다. 미국 영화가 장르영화의 한계를 뛰어넘어 더 큰 문화적 다양성과 질적 성장을 이루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당시 영화시장이 위축된 것은 판결 때문이 아니라, 텔레비전이 등장하고 미국 사회의 여가생활이 변화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1940년대까지 영화는 미국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여가생활이었지만, 1950년대를 거치며 텔레비전이 일반화하고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돼 영화 외 다양한 여가문화가 확산된 영향이라는 것이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제작·배급·상영의 수직통합 구조가 영화산업의 효율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에 영화사들의 극장 분리는 산업을 더 비효율적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한다. 수익이 줄어든 스튜디오들이 대규모 흥행을 위해 엄청난 자본을 투입하는 대작 제작 중심으로 돌아서면서 제작 편수가 크게 줄어듦에 따라 관련 산업이 위축됐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에 힘입어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정부 이후 미국 영화산업의 수직통합은 다시 허용되는 형태로 바뀌었다. 레이건 정부는 각종 규제를 최소화하는 정책을 펼쳤다. 1985년 미국 법무부는 과거 스튜디오의 수직통합을 금지했을 때와 영화산업 환경이 달라져 당시 판결을 더 이상 집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산업구조에 대한 판단은 동시대의 가치가 어느 쪽에 우위를 두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시장의 집중을 경계할 것인가, 산업의 효율을 강조할 것인가. 한국 영화산업에서도 이 문제를 차분히 생각해볼 때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 김윤지 연구위원은 한겨레신문사에서 발행한 경제주간지 <Dot21> <Economy21>에서 산업부·경제부 기자를 했고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한국 중소기업의 대기업 종속성과 관련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서 정보기술(IT) 산업, 문화콘텐츠 산업, 중소기업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연재를 통해 문화산업을 경제학의 관점에서 새롭게 분석하고 접근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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