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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사후보상에서 위험관리로
[Frost & Sullivan의 세계시장 동향] 보험의 4차 산업혁명 ‘인슈어테크’
[89호] 2017년 09월 01일 (금) 신은경 eunkyung.shin@frost.com
보험산업의 핀테크(금융과 정보기술의 결합)로 불리는 ‘인슈어테크’가 보험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인슈어테크는 보험(Insur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의 기술을 활용한 보험 서비스를 일컫는다. 웨어러블 기기로 가입자 운전 습관을 수집해 보험료를 달리 적용하고 인공지능이 고객 상담을 하는 식이다. 세계적 보험사들은 물론 국내 보험사들도 인슈어테크의 중요성을 인식해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신은경 프로스트앤드설리번 연구원과 함께 4차 산업혁명 시대 인슈어테크의 현황과 전망을 살펴본다.
 
신은경 프로스트앤드설리번 연구원
 
   
악사, 알리안츠, 핑안보험 등 대형 보험사들은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투자를 늘리는 등 인슈어테크 도입에 적극 나섰다. 프랑스 파리의 악사 지점 앞을 지나가는 남성. REUTERS
 
2017년 7월26일 카카오뱅크 서비스 개시는 실적이 부진하던 금융업계를 크게 흔들어놨다. 영업 개시 닷새 만에 계좌 수 100만 건을 돌파했다. 이 때문에 계좌 가입이나 대출 신청시 필요한 고객 신용정보를 제공하는 신용평가기관의 시스템에 과부하가 발생하기도 했다.
 
금융업계의 디지털 기술 도입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몇 년간 전세계적으로 핀테크(Fintech) 붐이 활발했다. 핀테크 투자액 추이를 보면 2013년 39억달러, 2014년 122억달러, 2015년에는 200억달러까지 늘었다. 대표적 금융 강국인 영국과 미국에서 핀테크 움직임이 가장 두드러졌지만 2년 전부터 중국·싱가포르를 중심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관련 투자가 크게 늘었다. 미국은 실리콘밸리와 뉴욕을 중심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영국은 정부 차원에서 적극 정책을 펼쳐 런던에 테크시티(Tech City)를 조성하고, 대형 은행들이 중심축이 돼 글로벌 금융센터의 위상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중국은 모바일 시장이 급격히 확대돼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같은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이 출현하면서 핀테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용어가 된 핀테크는 금융산업 전반에서 각종 IT 기술과 결합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핀테크 구현 가능 기술로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블록체인, 빅데이터, 인공지능(AI)이 있다. 이 기술을 기반으로 구현된 핀테크가 제공하는 금융서비스는 일반적으로 결제, 대출·투자, 자산관리, 송금 분야로 구분된다. 시장 형성 초반에는 미국 페이팔(Paypal)이나 중국 알리페이(Alipay) 같은 전자결제 서비스에서 가장 많이 퍼졌다. 이후 기술이 발전하고 핀테크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점차 대출과 자산관리 서비스도 활성화하는 추세다.
 
줄 잇는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투자
그중 2016년 말부터 화두의 중심에선 인슈어테크(InsurTech)가 있다. 인슈어테크는 보험(Insur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보험 분야 핀테크로 볼 수 있다. 보험회사의 운영 방식, 상품 개발, 고객 고충 처리 등의 기본 개념을 재설계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근본적으로 인슈어테크가 가져오는 가장 큰 변화는 손실 발생 뒤 보상한다는 기존 보험 개념에서 위험관리라는 진보된 개념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사물인터넷 기술로 구축한 커넥티드(Connected) 보험 환경은 고객, 즉 피보험자를 지속 관리해 위험 발생률의 최소화를 추구한다. 또한 행동 양식을 분석해 개개인의 생활 방식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표 상품으로 미국 자동차보험 회사인 메트로마일(Metromile)의 ‘페이퍼마일 인슈어런스’(Pay-per-mile Insurance)를 꼽을 수 있다. 텔레매틱스(자동차와 무선통신을 결합한 차량 무선인터넷 서비스 -편집자) 기술을 활용해 측정한 운행거리를 기반으로 보험료를 차등 부과하는 운전자습관연계보험(UBI·Usage-Based Insurance)의 한 예다.
 
미국 벤처캐피털 전문 조사기관인 CB인사이트(CB Insight)와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의 분석 결과, 2016년 전세계적으로 인슈어테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투자 건수는 173건에 달했다. 금액으로는 약 16억9천만달러(약 1조9300억원)다. 이는 2011년 1억4천만달러(28건) 이후 연 평균 64.6% 성장한 수치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투자를 받은 인슈어테크 스타트업은 중국의 인슈어테크 프런티어 기업인 중안보험, 미국의 기술 중심 보험회사 오스카헬스(Oscar Health), 온라인 보험사 클로버보험(Clover Health), 스마트폰 보험회사 스퀘어트레이드(Square Trade)를 꼽을 수 있다. 2016년만 보면 오스카헬스가 4억달러(약 4600억원)로 가장 많은 투자를 받았다.
 
보험시장은 다른 금융업 서비스에 비해 핀테크 도입 속도가 더딘 편이다. 아직 인슈어테크 개념이 생소하기 때문이다. 이는 보험업의 특성과 밀접하게 관련됐다. 보험업은 은행이나 증권, 카드 등 다른 금융 분야에 비해 규제 강도가 높고 규제 변화에 보수적이다. 상품 특성상 단기보다 장기 전환 상품이 대다수이며 높은 계약 전환 비용이 발생해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어렵다. 또한 대면거래 방식을 여전히 선호하는 반면 보험금 지급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금융사와 피보험자의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지 않기 때문에 서비스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고객의 의료·금융 정보 등이 사이버 공격의 주요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그러다보니 인슈어테크가 미치는 영향력이 아직은 제한적이다.
 
이런 악조건에도 보험업계는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인지하고 보험업계에 불어닥친 새로운 흐름인 인슈어테크를 주도하기 위해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투자를 강화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악사(AXA), 알리안츠(Allianz), 핑안보험(Ping An) 등 대부분의 대형 보험회사는 인공지능·사물인터넷·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선도 기업과 협력하거나 인수·합병을 통해 인슈어테크에 투자하는 추세다.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커지며 국내 보험업계에서도 인슈어테크 도입 움직임이 활발하다. 국내 29개 금융사가 공동 개최한 ‘100세 시대 금융박람회’에서 시민들이 상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1년 시장 규모 29억달러 예상
프랑스의 세계적 보험회사인 악사는 2016년 9월 디지털 변혁에 집중하기 위해 비용 구조를 간소화하는 새로운 성장모델을 발표했다. 동시에 운전자의 주행 패턴을 파악·분석해 개선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악사 드라이브 코치’(AXA Drive Coach)를 선보였다. 악사는 인공 지능과 웨어러블 장치를 활용해 개개인의 건강을 관리하는 ‘엑스트라 바이 악사’(Xtra by AXA)를 출시하는 등 인슈어테크 기술을 이끌고 있다. 또 벤처캐피털 ‘악사 스트러티직 벤처’(AXA Strategic Ventures)를 설립해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손해보험회사에 특화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미국 기업 ‘가이드와이어 소프트웨어’는 2016년 3월 예측 분석 제품을 취급하는 ‘이글아이 애널리틱스’를 인수해 피보험자의 생애주기에 걸쳐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게 됐다.
 
2016년 글로벌 인슈어테크 시장은 13억5천만달러(약 1조54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유럽과 북미가 각각 63.1%, 31.4%로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은 인슈어테크 시장이 2021년까지 연평균 7.2% 성장해 29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다. 유럽 지역은 전통적으로 가장 큰 보험시장으로 2016년 지급된 보험료가 총 1조2830억달러에 이른다. 두 번째로 큰 시장인 북미 지역의 총보험료는 1조2430억달러다. 세계 상위 10개 보험 회사 가운데 3곳이 미국에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시장점유율은 아직까지 약 3.4%로 미미한 수준이다.
 
국내 보험업계에서도 인슈어테크 도입 움직임이 활발하다. 저금리 장기화와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생명보험협회 이수창 회장은 “전통적인 생명보험 사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고민할 때”라고 밝혔다. 한화생명 역시 2017년 신년사에서 핀테크를 강조하는 등 인슈어테크로 정체된 보험업계의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인슈어테크가 가장 활발히 적용되는 자동차보험을 비롯해 실손·생명 등 다른 보험 분야에서도 관련 서비스를 잇따라 출시하는 등 인슈어테크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동부화재는 지문·홍채 등 생체인증 서비스를 도입한 새로운 보험 계약을 선보였다. 메리츠화재는 KT·SK텔레콤 등 이동통신사와 제휴해 운전자 운행 패턴을 분석한 보험상품을 개발했다.
 
아직까지 인슈어테크는 클라우드컴퓨팅·빅데이터·사물인터넷·텔레매틱스 중심으로 이뤄지며, 앞으로 인공지능과 가상현실(VR)을 적용한 인슈어테크가 선보일 것이다. 업계에선 2022년까지 로보틱스와 바이오 기술이 적용돼 보험금 자동 지급부터 로봇 상담 서비스까지 새로운 차원의 인슈어테크가 개발될 것으로 전망한다.
 
* 프로스트앤드설리번(Frost & Sullivan)은 고객 성장의 가속화를 위해 협력하는 ‘성장 파트너’로서 팀리서치(TEAM Research), 그로스 컨설팅(Growth Consulting), 그로스팀멤버십(Growth Team Membership)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이 효과적인 성장 전략을 수립·평가·실행할 수 있는 성장 위주의 문화를 창조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50년 이상의 경험을 바탕으로 6대륙 40개 이상 사무소에서 1천여 개 글로벌 기업, 새로운 비즈니스 분야 및 투자계와 협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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