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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 시한폭탄 ‘그림자금융’
[Finance] 커지는 중국발 부채 폭발 우려
[89호] 2017년 09월 01일 (금) 윤석천 maporiver@gmail.com
중국발 부채의 폭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은 정부의 감독·규제를 받지 않는 비제도권 금융, 이른바 ‘그림자금융’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80%에 이른다. 가계와 부실기업들이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는 그림자금융을 이용하고 성장에 눈먼 중국 정부가 이를 부추긴 결과다. 그림자금융 부실이 폭발하면 중국 경제의 급격한 붕괴도 피할 수 없다.
 
윤석천 경제평론가
 
   
규제를 받지 않는 중국의 비제도권 금융인 ‘그림자금융’ 규모가 국내총생산의 80%에 이르면서 부채 폭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베이징의 인민은행 본부. REUTERS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 2017년 8월10일치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중국 ‘할머니 부대’에 최대 징역 11년의 중형이 선고됐다는 것이다. 할머니 부대는 50〜70대 여성으로 구성된 채권추심 폭력배다. 이들은 사금융 업체에서 일하며 불법적 방식으로 채무자에게서 돈을 받아낸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았다. 아무리 폭력배라지만 여성, 그것도 노인에게 11년 징역형은 과하다. 게다가 이들은 강력범이나 공안사범도 아니다.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봐야 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법원의 선고가 중국 경제의 만성병인 ‘그림자금융’(은행 등 일반적 금융 시스템 밖에서 이뤄지는 금융거래로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니며 금융 당국의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다 -편집자) 격파에 대한 당국의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6년 국제결제은행(BIS)은 중국의 부채와 은행 시스템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동시에 세계경제 오염을 우려했다. 중국의 총부채는 28조달러 규모로, 미국과 일본의 은행 대출 장부를 합친 것보다 더 많다. “만약 중국이 이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면 범세계적 충격이 있을 것이다. 기업부채만 국내총생산(GDP)의 171%에 달한다. 이로 인해 글로벌 규제 당국이 한밤중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과장스러운 수사적 표현을 공식적인 세계 기구가 썼다는 것은 그만큼 중국의 부채 상황이 엄중함을 말한다.
 
2015년 말 중국의 총부채는 GDP의 255%에 달한다. 2007년 말보다 107%포인트나 폭등했다. 덕분에 매해 성장은 가속화하고 있다. 2017년 2분기 GDP 성장은 공식적으로 6.9%에 달했다. 세계가 저성장으로 신음하는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수치다. 문제는 고도성장이 신용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다. 부채를 원료로 한 성장 방식을 중국 지도자들은 좀처럼 버리지 못한다. 부채가 성장에 기여하는 폭, 다시 말해 특정 단위의 부채 투입으로 이뤄낼 수 있는 성장이 점차 둔화되지만 이 구태는 좀처럼 변하지 않고 있다.
 
2016년 자산관리상품 규모 4조달러
중국 정부는 분명 부채 축소를 원한다. 하나, 여전히 그 실행은 미진하다. 지방정부와 국영기업의 부채 축소에 방점을 둘 뿐 소규모 은행과 민간기업의 부채 축소에는 소극적이다. 7월 중순 열린 금융규제 당국 모임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미래의 파괴적인 부채 거품 디플레이션을 막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부채 거품이 폭발하는 것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이는 이율배반적이다. 부채 축소를 원하면서 그 거품이 터지는 걸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은 중국 정부가 부채시장의 뒷배 역할을 계속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중국 정부의 애매한 태도는 결국 그림자금융 폭증으로 연결됐다. GDP 대비 그림자금융 규모는 10년 전의 10% 미만에서 2016년 말 기준 약 80%까지 확대됐다. 레버리지(차입)는 중국 금융 시스템의 ‘원죄’라 할 수 있다. 과거엔 10% 성장률이 표준이었으나 이제 6%대가 ‘신표준’이 됐다. 중국 정부는 충격을 줄이는 수단으로 부채를 사용하고 있다. 중국 인민의 불만을 억누를 수 있는 것은 가계소득 증대뿐이다. 한데 그 수단이 가계저축을 그림자금융으로 대표되는 고수익 상품에 투자하게 방치함으로써 이들의 이자수익을 늘려주는 것이었다. 물론 그 돈은 과도한 부채를 보유한 ‘좀비기업’에 흘러들었다.
 
그림자금융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성장한 분야는 자산관리상품(Wealth Management Product)이다. 관리자산 규모는 2016년 말 기준 약 4조달러(약 4566조원)로 GDP의 35%까지 급팽창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정점 때 서구 은행들이 보유한 주택저당증권(MBS) 규모의 거의 6배에 달한다.
 
금융위기 뒤 중국 은행들은 연수익 10~20%를 보장하며 경쟁적으로 이 제품을 판매해왔다. 중산층과 부유층이 주요 고객이었다. 자산관리상품은 일반 대출채권과 달리 은행 대차대조표에 계상되지 않는다. 은행은 판매수수료만을 얻는다. 부외거래 계약으로 원금을 보장한다고 광고하지만 법적으로 은행은 손실 변제 책임이 없다. 매우 위험한 상품이다. 그런데도 중국인들이 이 상품에 몰리는 이유가 있다. 중국의 성장은 지속되고 금융위기가 발생해도 시스템 안정을 위해 중국 당국이 공적 보상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다시 말해, 중국 정부가 나서 손해를 보전해줄 것이란 강한 믿음에 의해서다.
 
중국 당국은 가계 부문이 정부나 기업 부문에 비해 재무구조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가계로부터의 차입을 통한 실물경제로 자금 공급 패턴을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 하나, 이 방식은 매우 위험하다. 상업용 부동산의 가격 급락, 회사채 부도 등으로 자산관리상품의 낙관론이 악화될 경우 일시에 시장은 얼어붙는다. 시장이 붕괴되면 대규모 환매 사태 발생은 불가피하다. 이는 자금조달이 불가능해진 기업들의 파산으로 연결된다. 중산층과 부유층은 막대한 손실을 입고 지방정부와 기업, 은행 역시 파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 그림자금융에 의존하는 기업 대부분은 은행 대출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높은 이자에도 그 돈을 쓴다. 오죽하면 두 자릿수 이상 금리를 부담하며 자금을 쓸까. 그만큼 중국 기업들의 부실 정도가 크다는 방증이다. 중국 정부는 2017년부터 이 상품의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그 결과 4월 정점을 찍은 뒤 자산관리상품 미상환 계좌는 점차 줄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이 상품의 이자는 높아졌다. 이에 의존하는 기업들의 부담이 점차 가중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부실기업들이 높은 이자를 과연 언제까지 부담할 수 있을까,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은행 대출이 규제되면서 비금융기관 대출 역시 급증하고 있다. 가령 은행 중개 아래 특정 기업이 다른 기업에 대출해주는 방식이 유행하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계약에서 은행은 원리금 지급을 보장한다. 이뿐만 아니다. 앞에서 언급한 기사처럼 불법 사금융도 판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부채 문제를 적극 해결하겠다고 천명했지만 중국의 부채는 계속 불어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2017년 8월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인민해방군 창군 90주년 기념식에서 박수치고 있다. REUTERS
 
비효율적으로 사용되는 신용
중국의 그림자금융이 문제되는 건 이들의 신용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된다는 데 있다. 금융위기 이전에도 한계고정자본계수(ICOR·한 단위 산출을 늘리는 데 필요한 자본 단위로 투자의 비효율성을 보여주는 지표)는 다른 아시아 국가가 고도성장기에 보인 것보다 높았다. 다른 말로, 투자 효율성이 떨어졌다. 금융위기 전 중국의 ICOR는 4.4 정도였다. 이는 4.4위안을 투자할 경우 1위안 정도의 추가 산출이 발생했다는 걸 의미한다. 반면 일본은 1960년대에 ICOR가 3.2였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ICOR는 6 이상으로 악화됐다. 6위안을 투자해야 겨우 1위안의 투자 산출을 거둔다는 얘기다. 신용이 성장 연료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7월 중순 금융규제 회의에서 비효율적 차입을 수정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부실기업의 재정건전성을 도모하고 좀비기업의 파산을 강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영기업, 지방 공기업의 부분 민영화 계획도 분명히 했다. 하나, 그림자금융으로 인해 이 계획은 좀처럼 현실화하지 못하고 있다. 시진핑은 국영은행의 신용 성장을 억제하려 하지만 그림자금융은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신용은 천문학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시진핑은 금융 안정성이 긴급한 국가 안보 상황이라 강조한다. 하지만 아무리 그가 관리들에게 부채 문제를 적극 해결하라고 지시해도, 혹은 리스크를 식별하고 막아 내지 못하는 것을 ‘불법행위’라고 강조해도 중국의 그림자금융 팽창을 저지해내지 못하고 있다.
 
은행들은 자신의 리스크가 아니라며 자산관리상품 등 부외상품을 판매하고, 투자자들 역시 자신의 리스크가 아니라며 이들 상품을 산다. 이들은 정부가 모든 것을 구원해줄 거라고 믿는다. 정치적 리스크가 문제지 경제적 리스크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신용을 먹이 삼아 자란 성장은 늘 파괴로 이어지게 돼 있다. 중국은 다를까. 신용 팽창을 계속 할 수 있다면 성장 역시 영원할 수 있다. 하나, 이는 불가능하다. 중국의 성장 이면엔 가계저축을 기초로 한 그림자금융이 존재한다. 아직 중국 가계는 여유가 있다. 반면 기업의 부채 상황은 엄중하다. 중국은 아랫돌을 빼어 윗돌을 괴고 있다. 가계에서 기업으로의 신용 공급은 그야말로 시한폭탄이다. 그림자금융을 통한 이전이기에 중간 완충지대가 없다. 기업 부채가 폭발하면 그 순간 가계가 모든 부담을 져야 한다. 과연 중국 정부는 뒷감당을 할 수 있을까.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은 불가피하며 그로 인한 중국의 경착륙은 필연이다. 그 시기가 늦어질수록 경착륙의 강도는 강할 수밖에 없다. 연료가 떨어지면 비행기는 추락한다. 부채 증가를 계속할 수 없다면, 어느 순간 부채가 효율적 연료 기능을 잃는다면 중국이란 비행기는 지상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중국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
 
* 윤석천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금융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금융에 관한 여러 권의 책을 썼으며, 특히 외환과 관련해 많은 강의를 해왔다. <한겨레> ‘세상 읽기’를 연재했으며, 현재 팍스TV <이슈포커스>에 출연하고 있다.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를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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