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시각 > 흐름
     
동북3성 틈새시장 ‘조선업·소비재’
[세계는 지금] 중국 비즈니스의 ‘숨은 진주’ 다롄(大連)
[89호] 2017년 09월 01일 (금) 김명신 claire@kotra.or.kr
한국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은 주로 대도시에 집중된다. 상하이·광저우 등 중국 대도시의 수출 비중이 전체 중국 수출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이제는 성장 단계에 있는 다른 중국 도시들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다롄이다. 다롄은 개성 강한 고급 소비재 시장이 발달했고 조선업도 강세를 띠는 지역이다. 한국 드라마에 대한 관심도 높아 한국 기업에 유리한 사업 지형을 갖추었다.
 
김명신 KOTRA 중국 다롄무역관 관장
 
   
중국의 첫 국산 항공모함 진수식이 2017년 4월26일 랴오닝성 다롄 항구에서 열리고 있다. 다롄에서 조선업 관련 분야에 진출하려면 우선 거래처와 신뢰를 쌓아야 한다. REUTERS
 
중국의 조선업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 2017년 상반기 중국의 선박 완공량은 2654만t으로 2016년 상반기보다 57.4%나 늘었고, 극심한 침체에 시달리던 신규 선박 주문 하락폭도 크게 줄었다. 현지 업계에선 2017년 약 400척의 새 선박 주문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신규 주문은 액화천연가스(LNG)선,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초대형 광석운반선(VLOC), 석유운반선, 액화석유가스(LPG)선, 화학품 운반선에 집중돼 있다.
 
중국의 LNG선 건조는 상하이 후둥중화조선소가 전담한다. 후둥중화조선소는 2017년 들어 10척의 LNG선 주문을 새로 받았다. LNG선에 필요한 한국산 수처리장비, 기체탐측기, 비석면판 등에 관심을 보였다. 한국의 LNG선 건조량이 전세계 절반을 차지할 만큼 많아서 한국의 LNG선 설비를 많이 찾는다. 조선 기자재 기업의 중국 수출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
 
내가 근무하는 중국 랴오닝성 다롄시에는 중국 조선소의 장자 역할을 하는 다롄조선소가 있다. 다롄조선소의 역사는 18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청일 전쟁 이후 3국간섭(청일전쟁의 일본 승리 뒤 맺어진 시모노세키조약에 대해 러시아·프랑스·독일 3국이 일본에 가한 간섭 -편집자)으로 청으로부터 다롄과 뤼순을 조차한 제정러시아가 1898년 조성한 것이 다롄조선소다.
 
다롄조선소는 작은 어촌에 불과하던 다롄이 100여 년 만에 동북3성의 가장 부유한 도시로 탈바꿈하는 최대 전환점을 만들었다. 2017년 4월 진수식을 마친 중국 최초의 자국산 항공모함도 이곳에서 건조됐다. 항공모함은 2020년까지 다롄조선소에서 장비 추가 공사를 하고 2020년 취역할 예정이다.
 
중국에 선박 기자재와 부품을 수출하려면 조선소를 먼저 접촉하는 것이 아니라 조선소와 거래하는 에이전트나 조선소 산하 무역회사를 통해야 한다. 조선소 내에는 해외영업 직원이 따로 없고 영업비밀 유지를 위해 외부와의 인터넷 연락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조선소는 외주를 통해 필요한 기자재와 부품을 공급받는다. 중국 조선소에 기자재를 납품하려면 제품 인증, 제품 공급 실적, 제품 소개 자료를 준비해 에이전트와 조선소 산하 무역회사에 전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중국 내에 납품 실적이 없으면 첫 거래를 트기 매우 어렵지만 거래가 한 번이라도 성사되고 제품 품질이 우수하다고 인정받으면 중국 조선소와 거래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상거래 관행
중국 바이어들은 한국산 조선 기자재와 부품을 우수하다고 평가한다. 마케팅만 잘하면 한국 제품이 중국에서 건조되는 선박 전체 부품의 10%를 차지할 만한 경쟁력을 가졌다고 본다. 이런 기대감과 함께 몇가지 뼈있는 조언도 한다. 선박 기자재 바이어는 한국 기업들이 중국 바이어에게 기자재 판매 수권계약(일정한 자격·권한·권리를 특정인에게 부여하는 계약 -편집자)을 하는 방식을 다시 생각해 보라고 조언한다. 한국 조선 기자재 기업 중에는 품목별로 대리권을 여러 에이전트에 주거나, 어떤 경우 선박별로 대리권을 준다. 중국 조선소들은 이 방식을 혼란스럽다고 느낄 때가 많다. 조선소 처지에선 한국의 특정 회사가 만든 제품을 납품받기 위해 이번에는 이 에이전트와, 다음에는 저 에이전트와, 또 다른 선박에는 또 다른 에이전트와 연락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중에는 이 기업의 에이전트가 도대체 어디냐는 반응을 보인다.
 
한국 기업 처지에선 모든 제품의 판매를 맡길 만큼 믿고 오래갈 수 있는 파트너를 찾지 못했고 여러 에이전트를 두는 것이 리스크 관리나 수익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지만, 중국 시장을 중·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상거래에서 수권계약이 어떤 의미인지, 어떤 방식을 취하는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워낙 넓고 지역별 상거래 관행과 여건이 달라서 한 회사가 모든 지역을 뚫고 거래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중국 기업들도 지역별로 에이전트를 두고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 기업들이 에이전트 계약을 맺는 것은 장기 협력 관계를 갖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에이전트 계약을 선박별 또는 품목별로 나눠 하는 것에 낯설고 거북하게 느끼는 분위기가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것이 자칫 한국기업에 대한 인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갖고 있거나 심지어 해외시장에서 수많은 납품 실적이 있음에도 중국 조선소 문턱을 넘지 못하는 한국 기업을 많이 봤다. 납품하고 싶다는 러브콜을 수없이 받는 중국 조선소가 적극 나서 연락하는 경우는 거의 없거니와, 굵직한 에이전트들 역시 거래 제안이 밀려들기는 마찬가지여서 에이전트 문턱을 넘기도 녹록지 않다.
 
다롄무역관에 부임한 뒤, 나는 조선 기자재 바이어와 신뢰를 쌓기 위해 부단히 공을 들였다. 도울 일이 있을 때마다 최선을 다해 도와주면서 신뢰를 쌓았다. 일단 신뢰를 쌓으면 매우 깊게 믿고 관계가 굳건히 오래간다는 것을 실감했다. 한국 기업을 위한 수출 지원 사업 역시 바이어의 비즈니스에서 시작된다는 일념으로 그들과의 관계 구축에 온 힘을 쏟았다. 덕분에 중국 조선소 관계자를 대거 초청해 한국 기업과 만나 상담하는 행사를 머잖아 다롄에서 열 수 있게 됐다. 조선 기자재를 수출하려면 선박별 요구사항에 맞춰줄 수 있는지 논의하는 설계·기술 상담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행사는 한국 기업들이 중국의 대표적 조선소 책임자들을 만나 심도 있게 기술 토의와 납품 상담을 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중국 다롄의 재래시장에서 사람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다롄은 1인 가구가 많아 고급 소비재 산업이 발달했고, 한국 드라마에 관심도 많다. REUTERS
 
고급 소비 주도
나는 얼마 전 다롄 시내에서 약 2시간 거리인 창싱다오에 다녀왔다. 창싱다오는 STX조선해양이 자리하던 곳으로 STX 협력사들이 대거 진출했다가 지금은 6~7개 기업만 남아 있다. 이곳에 남아 재기를 꿈꾸는 기업에도 이번 행사가 힘든 시간을 끝내고 새롭게 도약하는 전환점이 되도록 할 생각이다.
 
다롄의 또 다른 주력 산업은 유통이다. 항구를 끼고 있어 중국 동북 지역으로 진출하는 관문이자 한국에서 비행 1시간의 거리에 있는 다롄은 개방성이 높고 한국 소비재가 전반적으로 우수하다고 인식하는 지역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잘 알려진 대기업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는 바이어가 많았지만, 대기업 브랜드 제품은 이미 에이전트가 정해져 있고 거래 조건 면에서 바이어들이 불리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아 요즘은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중소기업 제품에 관심을 많이 돌린다. 소비재 바이어들이 관심 갖는 제품은 한국 중산층이 일반 가정에서 흔히 쓰는 제품들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논란 이후 바이어들 역시 한국 제품의 통관 문제로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고, 자체 브랜드를 만드는 바이어가 많아지면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수입을 하려고 한다. 품질이 우수한 한국 중소기업 제품을 들여다 자기 상표를 붙여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바이어들은 중국 내수시장에서 제품을 유통하려면 관련 인증과 허가를 취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증·허가 없이 판매가 어렵고, 그동안 인증·허가 없이 편법 판매했던 것도 최근 중국 정부의 관리·감독 강화 조처로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중국 동북3성(지린성·랴오닝성·헤이룽장성 -편집자)에는 다롄 외에 선양, 창춘 등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달러(약 1140만원)를 훌쩍 넘는 지역이 많다. 도시별 인구가 많게는 1100만 명에 이른다.
 
알리바바 그룹 산하 알리연구원이 알리바바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발표한 품질 소비지수에 따르면, 중국 동북 지역이 지난 5년간 줄곧 1위를 차지할 만큼 동북3성 지역이 품질 위주의 고급 소비를 주도한다. 2017년 4월에도 동북3성의 품질소비지수가 36.1%로 중국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는 등 중·고급 소비재 진출이 매우 유망한 시장이다.
 
‘광저우에서 먹고, 상하이에서 놀고, 다롄에서 입는다’는 말이 있을 만큼 다롄은 의류 소비력이 큰 지역이다. 한국 드라마에 등장하는 가전제품과 주방기기에도 관심이 많고, 1인 가구 비중이 중국의 다른 지역보다 높아 개성 있는 소비 성향이 강하다.
 
지금까지 한국 기업의 중국 비즈니스는 상하이, 저장성, 장쑤성, 광저우 등 일부 대도시에 집중돼왔다. 이들 지역이 한국의 전체 대(對)중국 수출의 65%를 차지할 정도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이제는 한국이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동북3성의 기회 시장을 눈여겨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그중에서 다롄은 한국 조선 기업과 소비재 기업이 적극 진출할 숨은 진주 같은 지역이다.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세계 각국의 최신 경제 흐름과 산업 동향을 소개한다. KOTRA는 전세계 83개국에 121개의 해외 무역관을 보유한 ‘대한민국 무역투자 정보의 메카’로 생생한 해외 정보를 수집·전달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다.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서울특별시 마포구 공덕동 116-25 한겨레신문사 4층 | 대표자명 : 양상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기섭 | 사업자번호 : 105-81-50594
구독신청·변경·문의 : 1566-9595 | 기사문의 : 02-710-0591~2 | FAX : 02-710-0555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