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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아는 사람
[Editor’s Letter]
[89호] 2017년 09월 01일 (금) 신기섭 marishin@hani.co.kr
저는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너무 분명해 탈인 사람입니다. 제가 싫어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낚시입니다. 아니 정확히는 싫어했던 것입니다. 과거형이 된 사연이 있습니다.
 
함께 일하던 기자 가운데 낚시를 아주 좋아하는 이가 있었습니다. 어느날 대체 낚시 따위를 왜 하는지 궁금해, 넌지시 낚시 얘기를 꺼내봤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제가 “그 좋아하는 낚시를 못하면 괴롭지 않냐”고 물었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복잡한 지하철에서 눈 감고 낚싯대를 드리운 모습만 상상해도 마음이 편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어진 말에 저는 뜨끔했습니다. “낚시터에서 옆 사람이 장비를 늘어놓은 모습만 봐도 초짜인지 고수인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당시 초짜 기자이던 저는 “내가 알몸으로 돌아다니면서 알몸인 줄도 모르고 있었구나” 싶었습니다. 기자 일을 제대로 아는 사람들이 제 속을 빤히 들여다봤겠다고 생각하며 부끄러워한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습니다.
 
이후에도 갖가지 일을 겪으며,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과 그 기준이 차츰 변했습니다. 사람을 보는 기준의 경우, 전에는 외모나 말투 그리고 무엇보다 생각을 중시했지만 요즘은 태도를 더 중요하게 봅니다. 특히 ‘일하는 태도’를 꼼꼼히 관찰해 판단합니다. 관찰 덕분인지, 낚시 장비를 늘어놓은 모습만 봐도 한눈에 알 수 있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젠 알 듯 합니다.
 
일을 정확히 배우고 익혀서 제대로 아는 사람은 확실히 뭔가 다릅니다. 그런 사람 하나가 이번호 커버스토리(40~48쪽)에 등장합니다. 하루 4천 벌의 맞춤 정장을 만드는 ‘스마트공장’을 구축한 중국 칭다오 의류업체 쿠트스마트그룹의 장다이리 회장입니다. 30년 넘게 옷을 만든 그는 정보기술, 자동화 기기, 사람을 절묘하게 연결해 기성복 만드는 속도로 맞춤옷을 만드는 공장을 완성했습니다. 노동자 700명이 고객의 주문 정보를 담은 디지털 카드와 자동 재단 기계를 활용해 숙련된 재단사 4천 명이 아무리 빨라도 일주일 이상 걸릴 일을 하루에 해낸다고 합니다.
 
‘4차 산업혁명’의 모범 같은 쿠트스마트 이야기를 읽으며 저는 장다이리 회장이 옷을 정말 제대로 아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스마트’ 맞춤옷 공장을 만들려면, 옷이 어떤 모양의 헝겊 조각들로 구성되고 옷 모양이 바뀌더라도 변하지 않는 기본 조각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할 겁니다. 그리고 모양이 바뀌면 달라지는 조각이라 할지라도 유형별로 역시 변치 않는 2차 기본 조각으로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플라스틱 조각을 결합해 여러 모양을 만드는 레고의 확장판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옷은 훨씬 더 다양한 조각들로 이뤄질 테니까요. 장다이리 회장과 그를 도운 옷 전문가들의 머릿속에는 옷이 조각그림 형태로 담겼으리라 상상해봅니다.
 
쿠트스마트 이야기를 읽은 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어설프게 아는 사람은 기껏 유행어를 만들고, 제대로 아는 사람은 껍데기에 불과한 말에 실체를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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