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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중앙은행 ‘거인들의 한판 승부’ 채비
[Cover Story] 디지털화폐 패권- ①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란 무엇인가
[88호] 2017년 08월 01일 (화) 왕리웨이 등 economyinsight@hani.co.kr
2017년 상반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같은 디지털 가상화폐의 가치가 급등하면서 중국과 한국 등에서 컴퓨터로 가상화폐를 만들어내는 ‘채굴’ 광풍이 불었다. ‘디지털 황금광 열풍’이다. 열띤 분위기는 최근 가상화폐 가치가 급락하며 빠르게 식고 있다. 투기 세력이 빠져나간 자리에 진짜 강자가 등장할 준비를 하고 있다. 화폐를 발행하는 각국 중앙은행들이다. 중앙은행들은 안전하고 신속한 금융거래, 효과적인 통화정책 수행, 돈세탁이나 탈세 차단 등 디지털화폐의 잠재력에 주목한다. 아직은 가능성을 연구하는 단계지만, 이들이 본격 움직이면 화폐 역사가 뒤바뀔 것이다. 디지털화폐의 과제와 중앙은행들의 동향을 조명해본다. _편집자
 
비트코인·블록체인 발달에 자극받아 3차 화폐혁명 대비... 아직은 위험 관리에 초점
 
세계 중앙은행들이 비트코인과 비슷한 디지털화폐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비트코인의 출현은 디지털화폐가 현행 통화 시스템을 대체하는 것은 시간문제임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들은 비트코인이 탄생시킨 분산화된 거래장부 기술 ‘블록체인’이 화폐의 의미와 외연을 새롭게 정의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일부 중앙은행들은 디지털화폐 발행에 욕심내는 분위기다. 현재까지는 디지털화폐 발행에 따른 리스크 연구에 치중하고 있다. 작은 오류라도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들이 디지털화폐 발행에 성공한다면 중앙은행의 힘을 약화하기 위해 도입된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이 거꾸로 중앙은행의 힘을 극대화 하는 데 쓰인 셈이다.
 
왕리웨이 王力为 장위저 張宇哲 위다웨이 于達維 <차이신주간> 기자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의 발달에 자극받은 각국 중앙은행들이 디지털화폐 도입 주도권 경쟁을 하고 있다.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한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의 음식점에서 직원이 맥주를 건네고 있다. REUTERS
 
화폐란 무엇인가? 인류 역사가 발전하면서 조개껍데기에서 동전, 황금에 이르기까지 화폐는 교환에 쓰이는 유가물품을 대표했다. 종이화폐가 등장한 뒤부터 화폐는 일종의 증빙이 돼 그 자체는 가치가 없지만 배후에 있는 중앙은행의 신용이 가치를 보증했다.
 
인터넷의 출현은 이 모든 것을 뒤집었다. 10년 전 스스로를 ‘나가모토 사토시’라고 밝힌 사람이 가상화폐를 만들었다. 실물이 없고 황금이나 석유로 가치를 보장할 필요가 없으며 중앙은행이나 국가의 신용보증도 없이 참여자 이름으로 된 일련의 숫자였다. 사람들은 나가모토 사토시가 한 사람인지, 단체인지도 알지 못했다.
 
‘비트코인’(Bitcoin)이란 이름의 이 가상화폐는 순식간에 인터넷 암시장을 뜻하는 다크웹(Dark Web)의 교환 매개체로 떠올랐다. 내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고 시간과 장소의 제한을 받지 않아 마약이나 무기, 가짜 화폐, 가짜 여권, 해킹 서비스를 구매하는 지하시장의 문을 여는 열쇠로 떠올랐다.
 
물론 비트코인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편리하고 안전하며 비밀을 보장하는 특성 때문에 비트코인이 암시장에서 선호하는 교환 매개체로 선택된 것뿐이다. 대표적 다크웹이던 ‘실크로드’가 2013년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의해 문을 닫았지만 이를 모방한 사이트가 생겨나 ‘실크로드’가 남긴 시장의 공백을 채웠고 비트코인은 현금과 같은 가치를 갖게 됐다.
 
이로 인해 비트코인은 관리·감독의 회색지대로 남을 수밖에 없었고 더욱 엄격한 관리·감독 대상이 됐다. “법정 디지털화폐는 비트코인 같은 알고리즘 기반의 가상화폐가 돼선 안 된다.” 우샤오링 전 중국인민은행 부총재가 말했다. 최근 각국 중앙은행에서 연구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Central Bank issued Digital Currency)를 두고 한 말이다.
 
롤러코스터 타는 비트코인 가격
2017년 5월부터 비트코인 가격은 다시 롤러코스터를 탔다. 연초 1비트코인당 1천달러 수준에서 시작해 6월12일에는 3012달러까지 올라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후 2500달러까지 떨어졌다. 국가인터넷금융안전기술위원회에 따르면 2009년 탄생한 비트코인은 생성과 저장, 거래, 응용, 투자로 이뤄진 생태계를 구축해 세계 각 지역에서 수백 종의 디지털화폐가 탄생했다.
 
가격 폭등의 영향으로 스웨덴과 중국 등 전기요금이 저렴한 지역에 대규모 비트코인 ‘채굴 공장’이 출현했다. 이들은 밤낮으로 자동 운영되는 컴퓨터 시스템을 가동해 지속적으로 전력을 소모하면서 ‘채굴’에 몰두한다. 감독 당국의 태도와 상관없이 세계 각 지역에 금융거래소 기능을 수행하는 비트코인거래소가 생겼다. 비트코인은 이미 일종의 자산 거품으로 변해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불었던 튤립 투기를 방불케 한다. 그래서 비트코인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가 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출현은 디지털화폐가 현 통화 시스템을 대체하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임을 보여줬다. CBDC 발행자인 각국 중앙은행은 어떤 기술, 어떤 방식의 디지털화폐를 채택할까? 비트코인으로 분산화된 거래장부(distributed ledger) 기술인 블록체인(Block Chain)이 탄생하고 새로운 디지털화폐가 출현하자 화폐의 의미와 외연이 새롭게 정의됐다. 사용자에게 더 많은 권한이 생기자 통화 당국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이 내용은 각국 중앙은행의 연구 대상이다.
 
이는 3차 화폐혁명으로 기록될 것이다. 물품화폐에서 종이화폐로, 비실물화폐에서 다시 의미가 더욱 확장된 디지털화폐로 변모한 것이다. 이 혁명은 인류의 화폐 역사를 어떻게 바꾸어놓을까?
 
최근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은 핀테크(금융과 정보기술의 결합)를 둘러싼 경주를 벌이고 있다. 큰 목표는 디지털화폐다. 각국 중앙은행의 처지에서 보면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는 병가필쟁지지(兵家必爭之地·치열한 싸움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곳 -편집자)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협력과 동시에 계속 경쟁하고 있다. CBDC를 발행하면 지급 시스템의 효율과 보안을 개선하고 통화정책을 효과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나 다른 지급 수단이 중앙은행의 통계와 정책 집행에 가져온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각국 중앙은행은 CBDC 발행에 따른 리스크 연구에 치중했다. CBDC는 어떤 오류도 허용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은 명성이 중요해서 기술적 선택에 착오가 발생해선 안 된다.” 이브 메르슈 유럽중앙은행 정책위원의 말은 대다수 중앙은행의 입장을 대변한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의 최적 설계 방안을 확정해야 발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도 CBDC 연구를 둘러싼 경쟁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2017년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자회견에서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가 말했다. “과학기술 발전이 미래 지급결제 시스템에 거대한 변화와 진보를 가져올 것이다. 인민은행은 이를 적극 장려하는 한편 업계와 협력해 핀테크를 지원하고 있다. 디지털화폐와 블록체인 등 신기술을 포함한다.” 2016년 2월 저우샤오촨 총재는 <차이신> 인터뷰에서 앞으로 오랫동안 실물화폐와 디지털화폐가 공존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화폐는 보통 알리바바의 전자결제 서비스 알리페이로 대표되는 전자화폐와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의 통칭으로 쓰인다. 중국 베이징의 식당에 알리페이 등 전자결제 서비스 로고 스티커가 붙어 있다. REUTERS
 
실물화폐와 디지털화폐의 공존
2017년 5월15일 인민은행은 핀테크위원회를 설립해 핀테크에 대한 연구와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금융 리스크의 감별과 방지, 해결 능력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5월 하순 인민은행은 디지털화폐연구소 소장과 부소장을 임명했다. 지난 1년 동안 인민은행은 디지털화폐 연구를 준비했다. “시대 흐름에 따라 제도를 마련하고 거시적 규제를 실시해 CBDC가 금융 시스템에 가져오는 긍정적 영향을 최대한 발휘하고 부정적 충격을 최소로 줄여야 한다.” 핀테크와 디지털화폐연구소를 담당하는 판이페이 인민은행 부총재의 이 견해는 중앙은행 관계자 다수의 태도를 대변한다.
 
“대담하게 실험하고 신중하게 추진한다.” 야오첸 인민은행 디지털화폐연구소 소장은 “중국이 비교적 일찍 CBDC 연구를 시작한 것은 미래 기술의 통제력을 유지하려는 의도”라고 했다. “지금 CBDC를 발행하면 사용자에게 또 다른 선택권을 제공하는 것이며 이른 시일 내에 현금과 공존하는 긴 과도기를 겪을 것이다.”
 
각국 중앙은행 사이에 합의된 CBDC의 정의는 없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홈페이지에서 CBDC의 개념과 연구 현황을 소개했다. 여기서 디지털화폐가 단순히 종이화폐를 대체한 전자화폐나 가상화폐가 아닌 것에 주의해야 한다. 지금까지 나온 가상화폐는 발행자가 중앙은행이 아니고 비법정화폐를 전자화한 것이다. 비트코인이나 중국의 정보기술(IT) 업체 텐센트가 발행하는 큐비(Q幣) 등 각종 게임머니가 대표적 예다. 특히 후자는 특정 가상환경에서만 유통된다.
 
전자화폐는 법정화폐를 전자화한 것으로 은행카드와 인터넷뱅킹, 전자현금 등이 대표적 유형이다. 최근 성장한 알리바바의 전자결제 서비스 알리페이와 텐센트의 차이푸퉁(財付通) 등 제3자 지급서비스도 포함된다. 이 전자화폐는 어떤 형태로, 어떤 기관을 통해 유통되든지 중앙은행이 발행한 법정화폐에서 시작된다.
 
디지털화폐는 보통 전자화폐와 가상화폐의 통칭으로 쓰인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는 법정디지털화폐라고도 하는데 최초의 형태가 디지털 형식인 법정화폐로 중앙은행에서 발행하고 액면가를 기준으로 교환하며 경제활동을 더욱 원활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목적이다.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CBDC의 의미와 외연의 변화, 혁신 가능성은 매우 크지만 아직 결정된 내용은 없다. CBDC 발행자는 가상화폐 경영자들이 중요하지 않게 여겼던 사회적 비용 등의 문제까지 해결하되 신분인증이나 거래기록 등 필수적인 감독 요건을 회피하진 않을 것이다.
 
유럽중앙은행은 CBDC를 ‘디지털 본원통화’(DBM·Digital Base Money)로 이름 붙였다. 세실리아 싱슬레위 스웨덴 중앙은행 부총재는 <차이신> 인터뷰에서 화폐는 세 가지 존재 형태가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보편적인 형태는 상업은행 화폐로 상업은행에 청구할 권리가 있고 주로 상업은행이 발행하는 은행카드 등 예금 형태로 존재한다. 나머지 두 유형은 중앙은행에 청구할 권리가 있는데 하나는 지폐와 동전을 포함한 현금이다. 나머지 하나는 전자 형식으로 존재하는데 지금 상황에선 은행과 신용 대출기관, 증권, 청산기관 등 중앙은행에 계좌를 보유한 기관으로 제한된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CBDC 관련 연구를 주도하는 동력이다.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부분도 없지 않다. 디지털화폐는 사용자에게 가치와 편의를 제공하는 동시에 중앙은행의 사회적 기능 수행에도 도전한다.
 
ⓒ 財新週刊 2017년 24호
數字貨幣革命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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