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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세탁·테러자금 1원까지 추적한다
[Cover Story] 디지털화폐 패권- ③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에 주목하는 이유
[88호] 2017년 08월 01일 (화) 왕리웨이 등 economyinsight@hani.co.kr
지급 시스템 개선 새로운 통화정책 수단 부상... 자금세탁·탈세 등 불법행위 차단 효과도
 
중앙은행들이 디지털화폐 발행에 적극 나선 것은 지급 시스템을 개선해 통화정책을 효과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유럽, 일본 등 세계 주요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지만 통화정책 효과는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디지털화폐는 새로운 통화 정책 수단이 될 수 있다. 통화 공급과 유통의 통제력을 높여 돈세탁과 탈세, 테러단체 자금 지원 등 각종 불법행위를 줄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금융시장 붕괴를 차단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으로 디지털화폐가 부상하고 있다.
 
왕리웨이 王力为 장위저 張宇哲 위다웨이 于達維 <차이신주간> 기자
 
화폐의 네 기능(가치측정·지급수단·유통수단·가치저장) 중 하나인 지급수단은 디지털화폐가 기여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다. 컨설팅업체 올리버와이만(Oliver Wyman)이 2016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금융기관들은 청산과 결산을 위해 해마다 650억달러(약 73조8600억원)에서 800억달러(약 90조9천억원)를 지출한다.
 
“개인적으로 중앙은행이 현행 지급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더욱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옌스 바이트만 독일 중앙은행 총재는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의 도전에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각국 중앙은행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현금으로 간주해 현금을 보충하고 대체하는 역할을 연구하고 있다. 현금을 대체하는 것이 전자화폐의 목표다. 세실리아 싱슬레위 스웨덴 중앙은행 부총재는 스웨덴 중앙은행이 지난 17세기에 처음 종이화폐를 발행한 것은 인쇄기술이 발달해 대량의 종이지폐를 찍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금은 전자지급이 흐름으로 자리잡았고 디지털화폐는 지금의 전자화폐를 개선할 것이다. 현금은 비용이 많이 들고 비효율적인 지급수단으로 변하고 있다. 대다수 사람들은 이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없지만 중앙은행은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블록체인 스타트업 체인(Chain)의 창업자 애덤 루드윈은 “현재 가장 보편적 지급 형태인 신용카드는 청산과 결산 등 복잡한 중간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디지털화폐는 직접 얼굴을 마주 보고 거래하는 것처럼 결산과 청산이 필요 없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가상화폐 연구보고서 작성자 허둥은 경제학 관점에서 보면 두 가지 지급 방식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는 원장에 기록하는 방식이다. 신용카드가 여기에 해당한다. 은행에 접속해 소비자와 기업의 지급 행위가 끝나면 금융기관과 중앙은행의 결산과 청산을 거쳐야 지급이 최종적으로 완료된다. 또 다른 하나는 현금 교부다. 지급과 교부가 이루어지는 동시에 지급과 결산도 끝나지만, 양 당사자가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디지털화폐가 탄생하면 분산적이고 탈 중심화된 방식의 지급이 가능해진다. 국제통화기금은 2016년 초 발표한 가상화폐 보고서에서 “CBDC가 지급 시스템을 지원하면 지급 청산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위챗페이와 알리페이, 애플페이 등 전자지급 수단은 본질적으로 전자지갑이다. 전자지갑 사용 환경에 디지털화폐도 적용할 수 있다. 페이이건 시티은행중국유한공사 부행장은 “전자지갑은 일정한 조건에 부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거래 양쪽이 같은 전자지갑 운영사에 등록돼 있어야 하고, 서로 다른 전자지갑 사이에서 가치를 직접 이전할 수 없으며, 전자지갑 운영자의 신용 리스크도 있다. 반면 디지털화폐를 사용하면 이런 문제점이 없고 지금의 전자지갑보다 편리하고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오프라인 지점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
 
세실리아 싱슬레위 부총재는 “시장이 신기술을 도입해 새롭고 환영받는 지급수단을 사용할 수 있는데 중앙은행이 하지 못 할 이유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지급기능은 상업은행에서 완성되지만 기술이 발전한 지금은 이 기능을 분리할 수 있다. 앞으로 금융서비스는 대형 금융기관이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회사가 지급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변모할 것이다. 이렇게 하면 효율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며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지급수단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든지 CBDC 발행은 또 하나의 선택이고 머잖아 현금과 함께 사용될 것이다. 이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총재가 2017년 3월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저우샤오촨 총재는 디지털화폐가 도입되면 현재보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효과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UTERS
 
‘헬리콥터 머니’보다 효과적인 통화정책
디지털화폐는 통화정책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까? 관련 연구가 막 시작됐다. 캐럴린 윌킨스 캐나다 중앙은행 부총재는 “사람들이 전자 형식의 화폐 또는 현금을 사용할 경우 개인과 기업이 캐나다달러로 지급하고 돈도 빌린다면 캐나다 중앙은행은 금리를 통해 통화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 경제적 교환이 캐나다달러가 아닌 가상화폐로 진행되면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운용해 거시경제 활동을 조정하는 힘이 약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일부 지역경제가 유동성 함정과 디플레이션에 빠져 중앙은행이 계속 통화를 공급해도 경기를 부양할 수 없게 되자 ‘헬리콥터 머니’(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듯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찍어내 시중에 공급하는 통화정책 -편집자)라는 극단적인 제안이 나왔다. 이는 통화정책의 무기력을 보여준다.
 
2017년 3월26일 열린 보아오포럼에서 ‘헬리콥터 머니’ 정책의 유효성을 설명하며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가 디지털화폐를 언급했다. 그는 화폐가 전자계좌에 저장되거나 디지털화폐 형태로 유통되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효과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심각한 디플레이션과 경제 침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운용할 수 있고 ‘헬리콥터 머니’보다 효과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디지털화폐가 위기 상황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효과적으로 시행해 경기를 부양하는 통화정책이 될 수 있을지는 각국 중앙은행이 연구하는 핵심 주제다. 케네스 로고프 전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는 CBDC 발행과 현금 사용 감소는 마이너스 금리를 효과적으로 운용하는 데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개최한 세미나에 참석한 관계자는 CBDC의 가장 특별한 점은 중앙은행이 위기에 대응하는 유력한 무기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중앙은행이 양적완화에 투입한 자금은 원하는 분야로 흘러가지 않았고 자산 가격 상승을 조장해 부의 효과와 소비 진작 효과는 예상보다 명확하지 않았다.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를 발행하면 미 연준이 국채 매입 자금을 직접 소비자의 전자지갑으로 보낼 수 있고, 은행 시스템이 양적완화 정책으로 증가한 통화를 경제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에 보내도록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여러 사람이 제안한 ‘헬리콥터 머니’보다 효과적인 방법이다. 게다가 기술적 방법을 동원하면 이 부분의 자금이 일정 시간 뒤 기한이 만료되도록 설정해 경제위기 때 투입한 부양 자금이 단기간에 수요를 늘리도록 유도할 수 있다.
 
같은 원리로 특정 대상이나 특정 지역을 겨냥한 부양정책을 시행할 수도 있다. 쉬중 인민은행 연구국 국장은 디지털화폐로 정확한 빈민 구제 정책을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자금세탁, 테러조직 자금조달 방지
CBDC 발행은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다. CBDC가 등장하면 통화 공급량과 그 구조, 유통 속도, 수량, 시공간적 분포를 정확하게 파악해 통화정책의 정확도를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통화정책에는 유리하겠지만 지금의 통화정책 실천 과정에 영향을 끼쳐 이를 조정·관리하는 데 리스크가 존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처지에서 보면 현금은 추적할 수 없지만 디지털화폐는 각국이 부패와 자금세탁, 테러조직의 자금조달, 탈세를 방지하도록 도울 수 있다. 2017년 5월 물러난 미셸 사팽 프랑스 재무장관은 2017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디지털화폐는 부패 척결에 필수 요소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현금 사용을 제한하고 디지털화폐를 사용해 자금흐름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기로 합의했다.
 
허둥은 법정화폐를 지속적으로 널리 사용하고 통화정책을 효과적으로 집행하려면 각국 중앙은행이 CBDC를 공식 발행할 시기를 진지하게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를 발행하려면 상업은행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은행이 화폐와 통화정책에서 수행하는 역할에 타격을 가져올 수 있다. “극단적 상황에선 은행 업계 구도가 재편될 수 있다.”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가 2017년 1월 연설에서 말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미디어연구소는 영란은행과 공동으로 ‘디지털화폐 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논문을 발표해 CBDC의 3가지 발행 방식을 제안했다. 먼저 현행 은행 시스템에 의존하는 ‘이원적 모델’이다. 중앙은행과 상업은행으로 구성된 이원적 모델에 따라 상업은행을 통해 발행, 유통하는 방법이다. 그다음은 중앙은행에 비교적 큰 통제권을 부여해 모든 사람이 직접 중앙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하는 ‘일원적 모델’이다. 마지막은 영란은행이 제공하는 거래소를 기반으로 한 자유시장 모델로, 중앙은행은 디지털화폐를 위한 자유롭고 장벽이 없는 거래소를 제공해야 한다. 마지막 방법이 가장 파괴적이고 가장 어렵다.
 
MIT는 연구를 통해 이원적 모델의 강점을 분석했다. 먼저 현행 시스템을 상대적으로 적게 바꾸면서 더 넓은 범위에서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도시를 선택해 시험하면 통제할 수 있는 환경에서 가치 있는 정보를 얻어낼 수 있다. 정치적 관점에서도 사용자가 더 쉽게 받아들이고 새로운 디지털화폐 환경에 적응하도록 도울 수 있다.
 
2016년 초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는 인터뷰에서 현금의 발행과 회수는 현행 중앙은행과 상업은행의 이원적 구조에서 이뤄진다고 말했다. 디지털화폐의 발행과 운영도 이원적 구조에 기반을 두겠지만 화폐의 운송과 보관은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물리적 운송에서 전자 운송으로 바뀌고 보관 방식 역시 중앙은행 발행고나 은행의 대금고에서 클라우드컴퓨팅 공간으로 바뀔 것이다.
 
중앙은행이 이원적 모델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판이페이 인민은행 부총재는 2016년 8월 발표한 논문에서 현행 통화운영 체계에서 CBDC가 종이화폐를 대체하기 쉽고 상업은행이 적극 CBDC 발행과 유통에 참여하도록 유도해 리스크를 분산시키고 서비스 혁신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페이이건 시티은행중국유한공사 부행장은 중앙은행과 상업은행의 이원적 구조는 현대적 화폐관리 방식의 성공적 모델이라면서 아직까지 더 좋은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일부 상업은행은 CBDC 운영 모델과 기술 개발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원한다. 페이이건 부행장은 시티은행이 여러 국가의 중앙은행 관련 연구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2015년 7월 시티은행은 독자적인 디지털화폐 ‘시티코인’(Citicoin)을 개발했다. 페이이건 부행장은 시티코인이 시티은행과 협력사 간의 내부 시험용으로 사용되고 지급과 결제에 집중해 관련 은행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다.
 
골드만삭스와 UBS도 이와 유사한 결제 통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각국 금융기관들이 디지털화폐 연구에 적극적인 것은 지난 20년 동안 ‘모래 속에 머리를 묻고’ 현실을 외면한 기업들이 몰락한 사례를 지켜봤기 때문이다. 흐름으로 굳어진 변화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더 크게 발전할 수 있다.
 
취샹둥 매킨지 시니어 파트너는 “디지털화폐가 은행이 기대해도 좋을 사업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화폐가 유통되면 은행 간 결산과 은행 내부의 자금 이동과 결산이 실시간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시스템 유지와 개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한 외국 대형은행 관계자는 “은행 처지에서도 자금세탁과 테러 조직의 자금조달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디지털화폐 기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은행 관계자들은 중앙은행과 국내 상업은행이 디지털화폐와 관련한 우수 인재를 붙잡아두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과학기술 분야 기업과 스타트업들이 CBDC 연구에 흥미를 가진 만큼 중앙은행이 협력할 대상이 상업은행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중앙은행이 은행업계의 이익만 대변해서는 안 되고 국가경제의 장기적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 영란은행 디지털화폐연구팀 전문가의 말이다.
 
ⓒ 財新週刊 2017년 24호
數字貨幣革命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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