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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성 거래? 미래 화폐의 대안?
[Cover Story] 디지털화폐 패권- ④ 투기 광풍 부는 가상화폐 주의보
[88호] 2017년 08월 01일 (화) 권순우 progres9@naver.com
전세계 가상화폐 950여 종 유통... 한국 3대 거래소, 거래량 기준 세계 10위권 내 포진
 
2017년 상반기 가상화폐 투기 열풍이 거셌다. 가상화폐 대부분은 실수요보다 수익을 노린 투기 목적으로 거래된다. 2009년 처음 생산된 비트코인이 1원에 거래되다 최근 300여만원으로 뛰었으니 이보다 더 좋은 투기 수단이 없다. 가상화폐는 일반 화폐와 달리 발행 보증인이 없다. 구매자가 없으면 하루아침에 디지털 휴지 조각이 될 수 있다. 대박을 노리다 쪽박을 찰 수 있다.
 
권순우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전세계 비트코인 채굴의 70%가 중국에서 이뤄진다. 비트코인 채굴은 그래픽카드 가격 상승을 일으키기도 했다. 컴퓨터 화면에 나타난 비트코인을 중국인이 보고 있다. 연합뉴스
 
가상화폐에 투자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투자자를 끌어모은 다단계 사기범이 적발됐다. 이들은 홍콩에 본사를 둔 가상화폐 빅코인을 만들어 다수의 투자자에게 판매해 140억원을 챙겼다. 빅코인을 10억 개만 발행했다며 지금 투자하면 가격이 수십 배 올라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투자자를 유인했다.
 
빅코인 투자는 다단계였다. 초기 투자자들은 후순위 투자자에게 팔아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범인들은 후순위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지인을 데리고 오도록 추천수당, 후원수당 등 각종 수당을 뿌렸다. 그럼에도 후순위 투자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빅코인의 거래가 끊기자 투자자들은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투자금 명목으로 돈이 입금된 것은 2천여 회에 이른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미술품은 데이미언 허스트의 <신의 사랑을 위하여>라는 작품이다. 해골에 다이아몬드 8600개를 박은 것으로 가격이 940억원이다. 1991년 허스트는 상어를 포르말린에 넣어둔 <살아 있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을 1억원에 팔았다. 15년 뒤 그 작품은 무려 120억원에 다른 사람에게 팔렸다. 허스트의 작품은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올라간다는 사실이 확인돼 불티나게 팔렸다. 썩은 상어를 120억원에 사간 사람이 허스트의 신탁인이었다는 사실은 후문으로만 남았다. 향후 더 비싸게 팔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은 거래 대상이 된다. 그것이 비트코인이든, 빅코인이든 상관없다.
 
한국에도 코인은 많다. 전남 완도군에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만든 고금코인, 독도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독도코인은 그나마 아는 사람은 아는 코인이다. 잭팟코인, 우정코인, 코리아코인, 퍼펙트코인, K코인 등 수많은 코인이 있다. 아니 있었다. 그런 허접한 코인보다 거래량이 훨씬 많은 게임 <리니지>의 아데나도 있다.
 
비트코인이 그것들과 다를 바는 없다. 비트코인의 운영 시스템인 블록체인은 신박한 기술이다. 하지만 가치를 보관하고 거래하는 화폐의 기능이 꼭 운영 시스템의 질적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개발된 보스코인 역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지만 비트코인에 비해 훨씬 싸다. 또 가격은 비트코인이 더 비싸지만 기술적으론 이더리움이 더 뛰어나다.
 
시장 규모 100조원
가상화폐를 이용한 사기 사건이 발생할 정도로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 순위를 매기는 코인힐스에 따르면, 한국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은 거래량 기준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하루 거래 금액은 7100억원에 달했다. 국내 3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코빗, 코인원이 세계 상위 10위 거래소에 들어가 있다. 국내에서 얼마나 많은 가상화폐 거래가 이뤄지는지 실감할 수 있다.
 
빗썸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2017년 상반기 말 308만원으로 연초보다 175% 상승했다. 이더리움은 36만3천원으로 2692% 급등했다. 투기꾼을 열광시키기에 차고 남을 수익률이다. 비트코인이 2009년 처음 거래를 시작할 때 1비트코인의 가격은 컴퓨터를 돌리는 전기료 수준인 1원에 불과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의 인기에 힘입어 가상화폐의 종류도 많아졌다. 가상화폐 정보 사이트 ‘CryptoCurrency Market Capitalizations’에 랭크된 가상화폐의 종류는 950여 종, 시장 규모는 100조원에 달한다. 가상화폐는 오픈소스로 누구나 만들 수 있다. 돈을 직접 만들 수 있다고 하니 전세계 개발자들이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
 
가상화폐가 처음 등장한 배경은 기존 화폐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가명)는 비트코인을 만들어 세상에 선보였다. 기존 화폐는 중앙은행의 통제를 받고 금융 전산망을 통해 거래된다. 해킹을 당할 수도 있고 금융회사를 통하기 때문에 거래 비용이 높다. 비트코인은 거래 비용이 현저히 낮고 해킹당할 위험도 없다.
 
이보다 더 중요한 차이는 중앙은행에 의한 자본 파괴를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중앙은행이 돈을 많이 풀어 물가가 상승하면 화폐가치가 하락한다. 100만원짜리 물건을 100만원에 사다가 200만원을 줘야만 살 수 있다면 화폐가치는 절반으로 하락한 셈이다. 그래서 물가 상승을 간접조세라고도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의 재정위기를 거치며 각국 정부는 돈을 풀어댔다. 제로금리, 양적완화, 심지어 마이너스 금리에 이르렀고 이러다 화폐 시스템이 붕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왔다.
 
비트코인은 향후 100년간 발행될 비트코인의 양을 2100만 개로 제한했다. 비트코인은 해킹 위험이 없고 거래가 간편한데다 발행 규모가 제한돼 있어 대량 발행으로 인한 자본 파괴는 발생하지 않는다. 더 많은 사람이 쓸 텐데 발행량이 제한돼 있다. 누구나 쉽게 본인 컴퓨터로 채굴하던 비트코인은 점차 난도가 높아져 쉽게 채굴할 수 없게 됐다. 가격은 폭등했다.
 
중국에선 3천여 대의 개인 컴퓨터를 24시간 내내 가동해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곳도 나타났다. 이 채굴장의 한 달 전기 사용료는 1억원에 달한다. 전기요금을 아끼기 위해 발전소 인근에 채굴장을 만들기도 했다. 전세계 비트코인 채굴의 70%가 중국에서 이뤄진다. 비트코인 채굴 때문에 전세계 그래픽카드 가격이 오르는 일까지 발생했다.
 
   
비트코인 전문기업 코인플러그의 관계자가 비트코인 전용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현금 인출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투자 수익이 큰 만큼 손실 위험도 크다. 연합뉴스
 
법정통화 가능성 희박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가 기존 화폐를 대신해 법정 통화가 될 가능성은 없다. 가상화폐와 법정통화의 본질적 차이는 최종 보증 유무다. 화폐란 사람들 사이에 신뢰가 생기면 그것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가축, 소금, 천, 조개껍데기 등 과거 화폐로 이용됐던 물건들 대부분은 현재 기준으로 보면 화폐가 아니다. 사실 지금 사용하는 화폐도 각국 정부가 가치를 보증하지 않으면 종이 조각에 불과하다.
 
비트코인만큼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화폐는 이미 존재한다. 티머니, 신용카드 포인트 등은 상당히 많은 곳에서 화폐처럼 사용할 수 있다. 특히 하나머니, 위비꿀 등 은행 멤버십 포인트는 스마트폰을 통해 결제와 송금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1대 1 현금 전환도 가능하다. 비트코인과 하나머니의 가장 큰 차이는 보증인의 유무다. 현재 법적으로 인정되는 모든 디지털 화폐(상품권, 포인트, 마일리지 등)는 발행인이 보증을 한다. 보증된 만큼 가치를 지니기 때문에 가격변동폭이 없다.
 
최근 정부는 외국환거래법 개정을 통해 비트코인 해외 송금을 허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한 것이 아니라 송금을 뭘로 하든 제한을 두지 않은 것뿐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해외 송금을 할 때 비트코인으로 보내든, 현찰을 우편으로 보내든 상관없다”며 “송금 내역을 송금업체가 보증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비트코인은 보증인이 없다. 발행인이 누군지 알 수 없고 설사 나카모토 사토시를 찾아낸다 한들, 비트코인을 갖고 가서 발행자에게 현금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할 수도 없다. 비트코인을 현금으로 바꿔줄 사람은 오로지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사려는 사람뿐이다.
 
중앙은행은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만들 생각이 없어 보인다. 한국은행은 ‘중앙은행과 디지털 화폐’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디지털 통화가 기존 통화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하이퍼인플레이션과 은행 시스템이 붕괴되는 상황을 가정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이런 상황이 발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설사 이런 상황이 발생해도 과거 사례를 보면 새로운 화폐가 사용되기보다는 다른 나라 통화가 주도권을 잡게 됐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 화폐의 유용성은 각국 중앙은행들도 인정한다. 그렇다고 비트코인, 이더리움을 법정통화로 이용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대신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통화에 적합한 블록체인 인프라를 새로 구축하는 데는 관심이 있다. 한국은행은 보고서에서 ‘블록체인 기술로 인해 신뢰할 수 있는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민간은행의 지급준비자금이나 증권 등 금융자산 기록 등에서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법제화의 딜레마
미국 뉴욕주는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가상화폐 거래소 인가를 실시했다. 뉴욕주는 가상화폐를 받거나 보관, 송금, 교환, 판매하는 모든 사업자는 ‘비트라이선스’를 받도록 요구했다. 뉴욕주가 가상화폐를 통한 자금세탁에 방점을 찍고 추적이 가능한 가상화폐만을 거래토록 허용한 것이다. 일본은 2017년 5월부터 가상화폐 거래소 등록제를 도입하고 2017년 말까지 등록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어떤 가상화폐를 거래 대상으로 할지는 결정된 바 없다. 한국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가상화폐 거래업자의 인가 제도를 만들고 소득세·법인세 등을 부과하는 법안을 내놨다.
 
오히려 가상화폐를 제도권 금융상품으로 인정할 경우 더 많은 사람이 가상화폐 거래에 참여해 더 큰 피해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사람들이 거래하는 모든 것을 금융 당국이 제도화하지 않는다”며 “위험을 알면서 하는 투기는 제도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선량한 투자라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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