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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망가뜨린 태양열에너지산업
[집중 기획] 친환경 역행하는 프랑스- ① 잘못된 태양열에너지 정책
[88호] 2017년 08월 01일 (화) 앙투안 드 라비냥 economyinsight@hani.co.kr
파리기후협약에 앞장선 프랑스가 정작 국내에서는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역행하고 있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태양열에너지산업이 고사 직전이다. 전기회사들도 한몫 거든다. 태양열에너지 때문에 전기 수요가 주는 걸 원치 않는 이들은 로비로 정부의 그릇된 에너지 정책을 부추긴다. 프랑스 국민의 친환경 실천 의지도 무뎌졌다. 환경보호를 위해 선진국들이 자전거 출퇴근을 장려하지만, 프랑스의 자전거 출퇴근 이용률은 아주 낮다. 새 정부가 에너지 정책에 변화를 주려는 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프랑스가 ‘친환경 선도국’으로 거듭날지는 새 정부의 의지가 얼마나 확고하냐에 달렸다. _편집자
 
규제 변화로 2008년 이후 집열판 설치 70% 감소... 신재생에너지 목표 달성 요원
 
프랑스의 태양열에너지산업이 붕괴 위기에 놓였다. 2008년 이후 태양열 집열판 설치 면적이 70% 가까이 줄었다. 집열판 생산 공장들이 문을 닫았고 관련 일자리 1500개가 사라졌다. 2007년까지 태양열에너지산업은 가파르게 성장했지만 정부의 에너지산업 규제 변화가 성장세를 꺾어놓았다. 태양열에너지의 경쟁 업계에 세제 혜택을 늘리고, 공동주택 건설 때 에너지 소비 상한 기준을 크게 완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전기회사들의 로비도 태양열에너지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이유다. 태양열에너지산업의 침체로 2020년까지 전기소비량의 23%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목표도 달성하지 못하게 됐다.
 
앙투안 드 라비냥 Antoine de Ravigna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인부들. REUTERS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2008년에만 해도 프랑스의 주택·병원·빌딩을 통틀어 온수 공급을 위한 태양열 집열판 설치 면적은 31만m2에 달했지만, 2015년 이 수치는 10만m2로 급락했다. 심지어 아직 바닥을 찍은 것도 아니다. 태양에너지사업자조합(Enerplan) 부위원장 프랑수아 지베르는 “2016년 태양열 집열판 시장 규모가 25%나 감소했다”며 “2017년 상황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집열판 설치 면적은 2002년 수준인 6만m2까지 떨어질 것이다. 2008년 이후 태양열 부문에서 사라진 일자리만도 1500개가 넘고 많은 집열판 생산 공장들이 문을 닫았다. 프랑스 남동부 론알프주 엑스레뱅에선 클립솔(Clipsol)이 문을 닫았고, 마르세유 근처의 작은 도시인 오바뉴에서는 조르다노(Giordano)가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낭트의 바이양(Vaillant)이나 로렌주 메스 근처 비스만(Viessmann)은 업종을 바꾸거나 생산량을 줄여야 했다.”
 
태양열에너지 이용률 감소는 프랑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유럽연합(EU) 국가들도 프랑스와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유럽 재생에너지연구소(Observ’ER)에 따르면, 덴마크와 폴란드만 예외일 뿐 역내 모든 국가에서 태양열에너지 비중이 줄고 있다. 심지어 EU 태양열에너지 생산량의 38%를 차지할 정도로 태양열에너지 이용률이 높은 독일에서도 2015년 태양열에너지 시장 규모가 10%나 줄었을 정도다. 현재 EU 회원국 전체에서 연간 태양열 집열판 설치 면적은 2008년 460만m2로 정점을 찍었다가 2015년 270만m2로 41%나 감소했다. 상황이 가장 심각한 나라는 같은 기간 감소율이 무려 70%에 육박하는 프랑스다. 더구나 당시 태양열에너지 시장은 이제 막 커지는 시점이었다.
 
프랑스의 신재생에너지 목표치 달성은 완전히 불가능하다. 사실, 2008년 도입된 EU 에너지 정책 관련 지침에 따라 프랑스는 2020년까지 전기소비량 대비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23%까지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 프랑스 정부는 2009년 국가행동계획을 수립했다. 행동계획은 재생에너지 생산량 목표를 부문별로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태양열 부문 목표는 생산량을 2005년의 49ktoe(toe는 석유환산톤, 곧 어떤 에너지원의 발열량을 석유 발열량으로 환산한 것. 보통 1toe는 1천kcal에 해당한다. -편집자) 수준에서 2020년 927ktoe로 증가시키는 것이었다. 계획대로라면 2015년 달성할 생산량 목표치는 465ktoe지만, 실제 생산량은 159ktoe로 목표치의 34%에 불과하다. 다른 재생에너지 부문과 비교할 때, 태양열 에너지 부문은 목표 달성이 가장 뒤처졌다. 그러다보니 태양열에너지 비중은 극히 미미한 편이다. 전체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에서 태양열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0.4%에 불과하다.
 
2016년 11월2일 프랑스 정부는 현실을 인정하고 2015년 제정된 에너지전환법의 주요 시행령인 ‘다개년에너지계획’(PPE)을 발표했다. 2023년까지 태양열에너지를 270~400ktoe 생산하는 것으로 목표치를 하향 조정했다. 물론 2009년 국가행동계획상 목표치를 크게 밑돌지만, 그렇다고 무난히 달성할 목표치도 아니다. 2009년 이후 태양열산업의 기반이 무너져 무(無)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생산량 목표를 맞추려면 태양열 집열판 면적이 2023년에는 현재의 6만m2에서 최소한 80만m2까지 늘어야 한다.
 
   
 
2008년부터 태양열 집열판 설치 급락
프랑수아 지베르 태양에너지사업자조합 부위원장은 상황을 반전시키려면 태양열에너지산업이 무너진 근본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과정 없이 결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지베르 부위원장에 따르면, 태양열산업이 붕괴한 이유는 천연가스 가격 약세가 결정적이기는 했지만, 본질적으로 에너지산업의 관련 규제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려면 태양열에너지 시장의 두 축인 공동주택과 일반주택의 관련 규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상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참고로 공동주택과 일반주택은 각각 신축과 개축이라는 2개의 하위 부문으로 다시 나뉜다.
 
우선 2015년 태양열 집열판 설치 면적의 45%를 차지하는 일반주택의 관련 규제부터 살펴보자. 일반주택의 태양열 집열판 설치는 2008년부터 급락했다. 급락의 원인은 에너지전환소득공제(CITE)의 변화로 설명할 수 있다. 사실 일반주택용 태양열 온수 공급 장치 시장이 2007년까지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던 것은 이 소득공제 덕분이었다. 그러나 2007년부터 태양광에너지산업이 태양열산업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태양열발전기는 집열판에 열을 모아 물을 데워 온수를 만드는 장치다. 일반적으로 집열판과 온수탱크가 같이 설치된다. 태양광발전기는 태양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전기를 생산한다. -편집자)
 
2007년부터 2011년까지 태양광산업은 소득공제에 더해 전기구매보장가격제 혜택까지 볼 수 있었다. 투자 여력이 있는 부유층에겐 가정용 태양광발전 설비를 갖추는 것이 그야말로 남는 장사였다. 예로 2인가구 기준 최대 4800유로(약 620만원)의 소득공제가 가능했는데, 소득공제를 받은 가구는 이 돈으로 태양열 집열판을 구매하기보다 태양광 집광판 설치에 투자하는 것을 선호했다.
 
그러자 정부가 태양광 부문의 성장에 제동을 걸었다. 성장세가 너무 빠르고 정부 부담이 너무 크며, 투자보다 투기 과열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고, 2011년에는 전기구매보장가격을 내렸으며, 태양광 부문 소득공제 혜택도 폐지했다.
 
정부의 이 조처도 태양열산업의 부흥을 유도하지는 못했다. 이 시기에 에너지전환소득공제 대상이 온수식 히트파이프보일러(냉장고나 에어컨의 히트파이프와 정반대로 작동한다. 열기는 안으로, 냉기는 외부로 방출한다. -편집자)까지 확대됐기 때문이다. 히트파이프보일러는 태양열보일러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전자의 세금 혜택이 훨씬 컸기 때문이다. 태양열보일러는 소득공제 상한선이 있었지만, 히트파이프보일러는 총비용이 얼마가 됐든 무조건 30%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었다.
 
더구나 히트파이프보일러는 알려진 것만큼 환경 친화적이지도 않다. 태양열 집열판은 에너지 소비 없이 생산하지만, 히트파이프보일러를 작동시키려면 전기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히트파이프보일러는 설치도 간단하다. 보일러를 설치하러 굳이 지붕까지 올라갈 필요가 없었다. 그 결과 2011년 이후 히트파이프보일러 시장이 태양열보일러를 압도하며 성장했다. 2011년 2만6700대였던 히트파이프보일러 대수는 2016년 8만800대로 급증했다.
 
그런데 문제는 더욱 심각할 수 있다. 이론상 히트파이프보일러는 (전기)에너지 소비량보다 (온수)에너지 생산량이 2∼3배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바로 히트파이프보일러가 에너지전환소득공제 대상이 될 수 있었던 이유다. 현실은 전혀 다르다. 지베르 부위원장에 따르면, 많은 경우 히트파이프보일러는 외부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히트파이프보일러는 라디에이터로 덥혀진 내부 공기의 열을 흡수한다. 이 경우 히트파이프보일러의 최종 에너지 소비량은 최종 에너지 생산량과 같아진다. 이를 총에너지(열에너지에서 전기에너지로 전환할 때와 에너지가 이동할 때의 손실량 포함)로 환원해보면 에너지 소비량이 에너지 생산량보다 언제나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이 연구는 기후산업과학기술위원회(COSTIC)가 2012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당시 연구들은 히트파이프보일러가 실제 얼마나 에너지효율이 떨어지는지 보여준다. 다만 이 연구는 30여 대의 히트파이프보일러를 대상으로 진행된 것이다. 따라서 히트파이프보일러의 실체를 명확히 밝히려면 연구 규모를 더 확대해야 한다.
 
그래도 2005∼2012년에는 공동주택의 태양열 집열판 설치 증가가 일반주택의 집열판 설치 감소를 상쇄했다. 2005년 에너지효율 향상을 위한 새로운 규제(RT2005)가 도입되면서 모든 신축 건물은 난방·온수·환기 장치를 합쳐 평균 50kWh/m2의 에너지 소비 상한선을 준수해야 했다. 이 상한선을 준수하려면 단열장치 강화는 물론 재생에너지 사용이 필수적이었다. 그 결과 2012년 공동주택 건축 프로젝트에서 에너지 가격 상승까지 고려해 컨설팅 회사들이 온수·난방 장치로 태양열보일러를 추천하는 경우가 전체의 35%에 달했다.
 
   
 
공동주택 태양열보일러 설치율 4%
2012년부터 공동주택의 태양열보일러 발주가 감소했고 이후 완전한 급락세로 돌아섰다. 프랑수아 지베르 부위원장은 현재 컨설팅 회사의 태양열보일러 추천 비율은 8%에 불과하다고 했다. 추천 건수의 절반 정도만 실제 설치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신축 공동주택의 태양열보일러 설치율은 4%에도 못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동주택에서 태양열보일러 발주가 감소한 이유는 2012년 또다시 새 규제(RT2012)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당시는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전체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2011년 그리스 채무위기로 시작된 유로존 위기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던 때다. 프랑스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기틀을 마련한 그르넬(Grenelle) 환경법이 제정되면서 규제도 그에 맞춰 개정됐다. RT2012가 RT2005에 비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건축 사업자와 에너지 공급자가 에너지 소비량 상한선인 50kWh/m2의 15%까지 추가로 에너지소비가 가능한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예외조항을 적용받게 됐다는 것이다. 처음 예외조항은 2014년 12월31일까지만 적용될 계획이었지만, 적용 기간이 2017년 12월31일까지 연장됐다. 덕분에 현재 신축 공동주택의 사업자와 에너지 공급업자는 굳이 재생에너지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에너지소비량 기준을 만족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규제를 바꾸지 않으면 다개년에너지계획에 명시된 태양열에너지 생산량 목표 달성은 불가능할 것이다. 물론 생산량 증가에 수반하는 1천여 개의 일자리 창출도 요원해질 것이다.
 
아울러 태양열에너지 부문이 성장하려면 2017년 현재 t당 30유로(약 3만9천원)인 이산화탄소 배출권 가격을 에너지전환법에 적시된 목표대로 2020년 56유로, 2030년에는 100유로까지 대폭 인상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현재 화석에너지가 누리는 압도적 이득을 줄일 수 있다. 또한 태양열에너지산업은 맞춤 재정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 태양에너지사업자조합과 프랑스 환경에너지관리청(ADEME)에 따르면, 태양열에너지는 프랑스 남부 지방 기준으로 2020~2025년부터 경쟁력을 갖출 것이다. 이것이 실현되려면 20년의 긴 투자 회수기간이 소요된다. 문제는 장기에 걸친 투자 회수가 투자자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기회사들의 로비도 태양열에너지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중요 요인이다. 전기회사들은 태양열에너지산업이 발전해 전기 수요가 감소하는 걸 원치 않는다. 다행히 새 정부는 2015년 에너지 전환법을 적용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정부의 의지가 얼마나 확고하느냐가 관건이다. 태양열에너지 부문의 변화가 정부 의지를 판단해볼 리트머스시험지가 될 것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7년 7·8월 합본호(제370호)
La France gèle la chaleur solaire
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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