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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기업 콧대 꺾은 해고노동자들
[Business] 프랑스 티백차 생산업체 스코프티의 성공 스토리
[88호] 2017년 08월 01일 (화) 클레망 푸레 economyinsight@hani.co.kr
유니레버의 공장 폐쇄에 점거투쟁으로 맞서다 협동조합기업 세워 ‘부활’
 
프랑스 식음료 업체 스코프티는 다국적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 자회사의 해고노동자들이 세운 협동조합기업이다. 이들은 유니레버의 공장 폐쇄에 맞서 4년 가까이 공장 점거 투쟁을 이어가다 마침내 다국적기업의 백기 투항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자신들의 투쟁 기간인 1336일을 딴 티백차 ‘1336’을 내놨다. 수많은 프랑스 시민들은 스코프티가 걸어온 길에서 희망을 찾는다. 하지만 수익성 개선 등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넘어야 할 고비도 만만치 않다.
 
클레망 푸레 Clément Pouré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이 식음료 업체 스코프티의 제므노스시 공장에서 티백차 ‘1336’을 들어 보이고 있다. ‘1336’은 유니레버 자회사의 해고노동자들이 스코프티를 세운 뒤 내놓은 첫 제품이다. REUTERS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20여km 떨어진 제므노스시에 세계적인 디지털 보안 기업 제말토(Gemalto)의 사옥이 있다. 맞은편엔 오래된 건물이 한 채 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공장 건물이다. 무채색 벽과 자동문, 휴식 시간에 밖에 나와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는 노동자들까지 특이할 것 없는 풍경이다. 그러나 이 건물이 프랑스 식음료회사 스코프티(Scop Ti)의 사옥임을 알면 흔하디흔한 건물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바로 이곳에서 프랄리브(Fralib) 노동자들이 다국적기업 유니레버를 상대로 거의 4년 동안 투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원래 프랑스 식음료회사 프랄리브는 유니레버의 자회사였다. 유니레버는 프랄리브 공장에서 티백차 ‘립턴’을 생산했다. 2010년 유니레버는 생산비 절감 차원에서 프랄리브 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프랄리브 공장의 티백차 생산비는 20개들이 1상자당 15센트(약 180원, 1센트는 100분의 1유로)인데, 폴란드 공장의 동일 티백차 생산비는 9센트였기 때문이다.
 
유니레버의 공장 폐쇄 결정으로 프랄리브 노동자는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몰렸다. 연봉 6천유로(약 790만원)를 받고 폴란드 공장에서 일하거나 그게 싫으면 회사를 떠나라는 선택을 강요받았다. 그때부터 프랄리브 노동자들은 유니레버를 상대로 3년8개월 동안 기나긴 투쟁을 이어갔다. 프랑스 노동총동맹(CGT)과 관리직총동맹(CFE-CGC)이 투쟁을 주도했는데 이들은 장기 투쟁 전략을 세웠다. 우선 공장이 더 이상 가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생산설비부터 확보했다. 그래야 나중에 상황이 정리되면 다시 생산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의 공장 점거는 어쩔 수 없는 수순이었다. 유니레버가 생산설비를 철수시키지 못하게 공장을 지켜야 했다. 이를 위해 노동자가 선택한 무기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언론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법에 호소하는 것이었다.
 
전국적 관심 모은 프랄리브 투쟁
프랄리브 노동자들의 투쟁은 전국적 관심을 받았고, 당시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노동투쟁 중 하나가 됐다. 당시 사 쪽은 공장 이전의 근거로 세 차례나 고용 보호 계획을 제출했으나, 프랑스 법정은 모두 노동자 손을 들어줬다. 프랄리브 공장 노동자에게 폴란드에서 일하거나 회사를 떠나라고 제안한 건 결국 아무것도 제안하지 않은 거나 다름없다는 판결이었다. 그러자 사 쪽은 강압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임금을 동결하고 용역을 고용해 노동자 압박 수위를 높였다.
 
노동자들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주주의 간섭을 배제하고 전체 노동자가 회사 경영에 참여 할 수 있게 협동조합기업(SCOP)을 설립하는 프로젝트였다. 2014년 5월, 유니레버가 마침내 백기를 들었다. 당시 유니레버가 기나긴 투쟁을 끝내는 대가로 노조와 합의한 보상액은 2천만유로(약 262억3천만원)였다. 이 중 절반인 1천만유로는 미납 사회복지부담금, 연체 임금, 마지막까지 투쟁에 동참한 해고노동자 76명의 해고수당으로 지급됐다. 나머지 절반은 회사를 협동조합기업 형태로 바꿔 인수하는 프로젝트에 사용됐다. 유니레버는 실제 가치가 700만유로(약 91억8천만원)에 이를 것으로 평가되던 프랄리브 공장의 생산설비를 1유로라는 상징적 가격에 노동자에게 양도했고, 노동자 교육과 운전자본(일상적 기업 운영에 필요한 자본) 구축에 약 300만유로를 지원했다. 그러나 유니레버는 프랄리브의 대표 브랜드 ‘엘리펀트’ 양도를 거절했다. 결국 프랄리브 해고노동자들은 스코프티를 설립한 뒤 모든 것을 출발선에서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은 흘러 2015년 5월26일, 스코프티는 ‘1336’과 ‘스코프티’를 내놓기에 이른다. ‘1336’은 이들의 투쟁 기간인 1336일에서 이름을 따온 인퓨전 차(Infusion tea·우려낸 차) 브랜드로, 스코프티의 주력 상품이다. 스코프티는 회사 이름을 그대로 가져온 고급 유기농 제품이다.
 
그로부터 1년6개월이 지난 오늘날, ‘1336’은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1336’이 자리잡기까지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프랄리브 노동투쟁의 덕을 전혀 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런 투쟁 이미지에만 기댄 것은 아니다. 스코프티는 무엇보다 효과적인 유통망 확보에 심혈을 기울였다. 실제 유통기업 오샹(Auchan)은 프랑스 전역 오샹 매장에서 ‘1336’을 판매하며, 카르푸는 프랑스 남동부와 남서부 매장에서 ‘1336’을 판매한다. 소비자는 조만간 스코프티의 유기농 라인 ‘스코프티’를 파리 지역 대형마트에서 구매할 수 있게 됐다. 2017년 하반기에는 프랑스 최대 유기농 마트 체인 비오쿠프(Biocoop) 매장에 스코프티가 입점할 예정이다.
 
파카코르스 지역 협동조합기업연맹 대표 미셸 파미는 스코프티가 품질이 매우 좋은 인퓨전 차라고 극찬한다. 또한 스코프티는 원료 공급업체를 선택할 때 국내 업체를 우선시한다. 특히 프로방스의 약초 재배업자 네트워크인 옴앤드테르(Hom&Ter)와 오트프로방스의 보리수잎 생산자 조합이 스코프티의 주요 협력업체다. 오트프로방스에선 19세기부터 보리수잎을 재배해왔다. 스코프티는 오직 찻잎만 수입업체에서 공급받는다. 기후 조건 때문에 프랑스에선 차를 재배할 수 없다. 차의 품질을 결정하는 것은 찻잎 자체의 품질뿐만 아니라 티백의 재질이다. 스코프티는 모슬린 티백을 사용한다. 스코프티 대표이사 마르크 도퀴지스에 따르면, 나일론 티백 등 다른 저렴한 티백에 비해 모슬린 티백이 차향을 훨씬 더 그윽하게 만들어준다.
 
최근 스코프티의 이사가 된 CGT 조합원 출신 올리비에 르베르키에는 프랄리브 시절 회의실이던 ‘카스트로’홀 옆에 사무실을 만들었다. 스코프티 경영진은 예전 프랄리브 경영진이 사용한 2층 대신 1층에 사무실을 만들기로 했다. “이 정도만으로도 우린 승리한 것이다.” 르베르키에의 표정에 모두 힘을 합쳐 거대 기업 유니레버를 무너뜨렸다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투쟁 과정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투쟁에 동참한 프랄리브 해고노동자 76명 중 58명이 스코프티에 투자했고, 그중 11명이 이사회 일원으로 선출됐다. 11명이 정기적으로 모여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한다. 일상 회사 운영과 행정 사항은 운영위원회가 관리한다. 르베르키에 이사는 스코프티가 주주 간섭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조직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고 자축했다. 스코프티 정관에 따르면 조합원들은 투자 자본에 대해 보수를 받지 않는다. 이익이 생기면 회사에 재투자하거나 모든 직원에게 고르게 분배된다.
 
   
다국적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는 경비 절감을 위해 자회사 프랄리브 공장을 폐쇄했다가 노동자들의 장기간 점거투쟁에 백기를 들었다. 프랑스 동부 생디지에의 유니레버 공장. REUTERS
 
매출 급증에도 수익성은 악화
혹자는 해고노동자가 쉽게 승리를 거머쥐었다고 말할지 모른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스코프티라는 새로운 회사를 세우기 위해 이들은 재정 투자는 물론 모든 것을 재구축했다. 사실 3년8개월이란 긴 투쟁 기간에 마지막까지 남은 노동자 중 관리자급은 거의 없었다. 76명 대부분이 기술자거나 정비사고, 이들은 새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 새 직능을 획득해야 했다. 르베르키에도 사회연대경제학 경영자 과정을 듣고 있다. “스코프티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수많은 사람이 스코프티에서 희망을 보고 있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좋은 선례를 남겨야 한다. 물론 우리의 실패를 바라는 사람도 있다. 아마 대기업 총수의 절반은 우리가 실패하기 바랄 것이다.” 스코프티를 압박하는 것은 무엇보다 경제적 요인이다. 투쟁이 끝나고 스코프티를 설립할 때 노동자 76명은 마지막까지 남아 있진 않았지만, 어쨌든 투쟁에 참여한 노동자 가운데 복직을 원하는 프랄리브 노동자를 모두 받아들였다. 그렇게 들어온 노동자가 49명, 그중 몇 명은 정년퇴직해 현재 42명에 이른다. 대부분 정규직 노동자로 세후 월급은 1531~1953유로(약 200만6천~255만8천원)다. 이처럼 투쟁에 참여한 모든 노동자를 복직시키는 것은 스코프티 조합원에겐 당연한 선택이었지만 이 선택으로 회사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미셸 파미는 스코프티의 생산량이 빠르게 늘었다고 놀라워하면서도 스코프티가 다른 기업처럼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한다. 지금보다 더 빠르게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생기업치고 매출액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임금비용을 감당하기에는 수익이 충분치 않다. 파미에 따르면 회사 운영은 모범적이다. 스코프티는 주식회사가 아니라서 주주 배당금과 경영진 고임금 지급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스코프티가 지출을 감당하려면 지금보다 더 많이 파는 것 말고 선택의 여지가 없다.
 
2015년 스코프티의 자체 브랜드 ‘1336’과 스코프티의 생산량은 10t, 매출액은 46만유로(약 6억원)였다. 이듬해 회사의 총매출액은 200만유로(약 26억2천만원)까지 증가했다. 우선 스코프티는 자체 브랜드 생산량을 24t으로 2배 이상 늘렸고, 대형마트 자체 상표(PB) 상품으로 납품량을 70t까지 늘렸다. 사실 마트 납품은 자체 브랜드 생산에 비해 회사로 돌아오는 이익이 많지 않다. 마트 납품량 t당 수익은 자체 브랜드 t당 수익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마트 납품 덕분에 스코프티는 생산과 노동의 지속적 흐름을 확보하고 생산 시스템을 작동시킬 수 있다.
 
어쨌든 스코프티 판매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유니레버 시절 판매량에는 크게 못 미친다. 2010년 당시 프랄리브 공장의 티백 및 인퓨전 차 생산량은 4천t이었다. 문제가 되는 것은 현재 스코프티가 매월 10만유로의 적자를 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회사는 사회연대경제 단체를 통해 채권을 발행해 200만유로를 모았다. 스코프티의 2017년 목표는 자체 브랜드 상품 60t을 생산하고 매출액 320만유로를 달성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적자는 면할 수 있다. 대형마트 납품도 현재의 70t에서 300t으로 늘릴 계획이다.
 
계획대로 되면 2018년부터 수익을 볼 것이다. 이를 위해 자체 브랜드 생산량을 2017년 수준의 두 배인 120t으로 늘려야 해서 2018년 수익 목표가 야심찬 목표임이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실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생산시설이 건재하기 때문이다. 사실 스코프티의 생산설비 가동률은 아직 50%에 불과하고, 스코프티 조합원은 그들만의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과연 이들이 현재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까? 미셸 파미도 장담하지 못한다. “그때 그때 다르다. 하루는 낙관적이었다가 다음날엔 비관적이다. 일단 대형마트 체인을 얼마나 뚫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대형마트에 납품하려면 마트 소비자가 스코프티 상품을 원해야 하니까.”
 

협동조합기업의 작동 방식
협동조합기업(SCOP)은 회사 정관에 명시된 내부 규정 외에 특별한 경영규칙을 준수해야 한다. 우선 직원들이 회사 자본의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경영 구조가 민주적이어야 한다. 지분을 보유한 모든 직원, 즉 조합원이 경영진 선출과 1인 1표 원칙에 따라 전략적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조합원들은 투자한 자본에 대해 보수를 받지만, 적어도 이익의 4분의 1은 직원에게 재분배돼야 한다. 수익의 40∼50%는 회사의 영속성을 위해 사내에 유보된다.
 
어떤 협동조합기업은 경영 참여 범위가 더 확대된 회사 형태를 선택한다. 바로 공익협동조합기업(SCIC)이다. SCIC의 경영 규칙은 SCOP와 동일하다. 다만 이사회 구성이 조금 다르다. SCIC에선 조합원뿐만 아니라 지자체와 민간단체 등 협력 파트너나 수익자도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7년 6월호(제369호)
De Fralib à Scop Ti, le thé de la lutte
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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