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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전문업체들 기술 국산화 ‘구슬땀’
[국내 특집] 팽창하는 비디오판독(VAR) 시장- ② 누가 경쟁하나?
[88호] 2017년 08월 01일 (화) 김창금 kimck@hani.co.kr
핵심 장비 등은 수입품 의존하지만 운용 기술 일부는 축적... 아시아 시장에 기대
 
국내 비디오판독 시장이 커지면서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현재는 장비 대부분을 수입품에 의존하지만 국내 업체 역시 하나둘 기술 개발 성과를 내고 있다. 기술력에서는 아직 전문화된 중소 정보기술(IT) 업체가 앞서 있다. 하지만 규모를 내세운 거대 미디어 기업이 비디오판독 시장에 진입하면 판 자체가 요동칠 수 있다.
 
김창금 <한겨레> 기자
 
   
비디오판독 시스템의 핵심 장비는 수입품이지만, 최근 국내 중소 전문업체들이 기술 국산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서울 상암동의 한국야구위원회(KBO) 비디오판독센터. 연합뉴스
 
“비디오판독과 단순히 화면을 돌려보는 것은 다르다. 비디오 판독은 명쾌한 해법을 줘야 한다.”
 
프로축구 K리그의 비디오판독(VAR) 시스템을 제공한 김도영 유엔비즈 이사는 개념 정의부터 명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디오판독은 다각도에서 잡은 화면을 동시 통제해 전문적 방식으로 결정하는 솔루션”이라 했다. 프로축구의 경우 경기장에 설치된 10대 이상의 카메라가 케이블로 연결된 서버에 영상을 공급하고, 통제실에서는 3명의 전문인력이 종합적인 방식으로 판정을 내린다. 속도와 깊이에서 단순히 슬로모션 화면을 앞뒤로 돌려가며 판단하는 초보적 형태와 질적으로 다르다는 얘기다.
 
프로스포츠에서는 기본적으로 비디오판독 화면을 방송사에서 받는다. 애초 프로연맹이 중계권을 계약할 때부터 카메라가 포착한 다양한 화면을 받도록 했다. 판정의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비디오판독 회사나 경기연맹이 추가로 카메라를 설치하기도 한다. 방송사가 카메라 전체의 녹화 화면을 모두 공급하는 것도 아니다. 프로야구에선 경기장에 투입된 12대의 방송 카메라 가운데 6대의 화면만 받는다.
 
방송사가 자체 화면을 보유한 만큼 호시탐탐 비디오판독 시장에 뛰어들 기회를 노리기도 한다. 영상을 보유한 상황에서 인력 고용 없이 추가 서비스로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프로배구의 경우 비디오판독 회사가 용역을 맡은 것이 아니라, 주관 방송사인 KBSN이 제공하는 느린 화면을 판독에 이용한다. 한국배구연맹의 경기감독관, 심판감독관 등 판독관이 경기장 밖의 중계차와 인터폰으로 연결해 느린 화면을 요구하면 경기장 안으로 화면을 보내주는 방식이다. 여자농구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미세한 부분으로 넘어가면 확실히 비디오판독 전문 회사의 경쟁력을 따라가기 힘들다. 지난 시즌 프로농구의 비디오판독을 대행한 전대길 아이탑21 대표는 “판독 기술 개발에서는 전문화된 중소 정보기술(IT) 업체가 훨씬 앞서 있다”고 했다.
 
국내 비디오판독 기업은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프로종목뿐 아니라 2014년 이래 비디오판독을 운용하는 대한체육회 산하 가맹단체가 점점 늘었다. 그러나 수지타산을 맞추기 충분할 정도로 시장이 성숙한 것은 아니다. 비디오판독과 연관된 다른 사업 부문에서 이윤을 내는 것이 필수다. 유엔비즈의 경우 기업의 업무 전산망 개발과 스포츠 인터넷 중계, 웹사이트 개발에서 비디오판독으로 업무 영역을 확장한 사례다. 아이탑21도 비디오판독에 올인하지 않고, 주요 국제대회에 각종 장비와 서버를 연결하는 케이블링 사업을 병행한다.
 
비디오판독 장비는 주로 수입품이다. 프로축구의 경우 벨기에 EVS사의 지브라(Xeebra)를 메인 서버로 사용한다. 캐나다의 그래스밸리나 영국의 호크아이도 세계적인 장비 공급 업체다. 카메라 투입은 비용 증대를 의미한다. 이 때문에 유도·검도 등 규모가 작은 종목에서는 매트당 2~3개의 카메라를 세우지만, 서버 사양은 조금 낮은 제품을 쓰기도 한다. 한국배구연맹의 경우 그래픽 구현 능력이 뛰어난 호크아이 시스템으로 시청자에게 좀더 생생한 경기 정보를 제공하려 했지만, 호크아이가 파견한 상주 인력의 인건비 등 연간 20억원의 비용이 발생하자 포기했다.
 
국내 업체들 기술 개발에 박차
국내 업체는 초보 형태지만 나름의 기술 개발 성과를 냈다. 김도영 유엔비즈 이사는 “최근 우리가 세팅한 차량형 비디오판독 시스템을 보기 위해 말레이시아 축구협회 관계자들이 다녀 갔다. 매우 감탄했다”고 밝혔다. 장비와 모니터를 차량에 앉히고 케이블을 연결해 종합 판독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알고리즘을 유엔비즈는 이미 구축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축구 비디오판독이 이뤄지고, 국제 축구의 룰을 정하는 국제축구평의회(IFAB)가 판독 시스템 도입을 승인하면 동남아나 중국을 대상으로 비디오판독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 업체들은 자체 개발 기술이 경쟁 업체로 넘어가지 않게 각별히 신경 쓴다.
 
한국의 비디오판독은 내·외부적 스포츠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면서 경쟁력을 만들었다. 테니스와 육상, 빙상 등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비디오판독이 이뤄져왔고,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는 골라인 판독 시스템이 도입되는 등 외부의 디지털 판독 추세도 영향을 주었다. 국내에서는 고질적 심판 비리 척결과 특기자 대학입시 때의 공정한 성적 산정이라는 요구가 맞물리면서 비디오 판독이 강화됐다. 경기실적증명서 한 장으로 대학 합격 여부가 결정되기에 엄정한 판정은 필수다. 특기자 대학입시가 더욱 엄격해지면서 선수 성적뿐 아니라 실제 활약상을 비디오로 요구하기도 한다. 이 경우 비디오판독 기업의 영상자료가 필요하다.
 
비디오판독 시장이 커지면 일자리도 늘어날 수 있다. 프로축구 비디오판독의 경우 차량당 화면 편집 엔지니어와 케이블 설치자 등 2~3명이 필요하다. 프로농구에서는 2인 1조가 돼 10개팀 경기가 열리는 5곳을 맡는다. 일부 종목에서는 재원 한계로 협회 자체 인력이 카메라를 잡거나, 전문업체의 위탁교육 뒤 자체적으로 비디오판독을 한다. 물론 비디오판독이 모든 것을 잡아내는 것은 아니다. 카메라 수와 품질에 따라 화소나 앵글의 한계가 있고, 비디오 판독 역시 사람이 하기 때문에 실수할 수 있다.
 
신봉열 유엔비즈 대표는 “스포츠 중계나 광고 시장에 비하면 거의 100분의 1 수준이고, 영상 제작보다 작은 시장이다. 하지만 영상은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확실한 물증이기 때문에 비디오판독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미디어 기업이 비디오판독 시장을 노리고 들어오면 기술력으로 싸워야 한다. 독보적 기법과 특허를 통해 비디오판독 전문기업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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