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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스포츠와 손잡다
[스포츠 경제]
[7호] 2010년 11월 01일 (월) 김창금 economyinsight@hani.co.kr

 

김창금 <한겨레> 스포츠부 기자

 텔레비전 축구해설자는 잘못된 해설 때마다 즉시 전달되는 아이폰의 트위터 메시지 때문에 바짝 긴장한다. 스포츠 담당 기자는 새벽 잠자리에서 스마트폰으로 전세계 스포츠 사이트를 검색한다. 김원섭 한국농구연맹 특보는 스마트폰이 불러올 스포츠 세계의 변화를 ‘스마트 스포츠’의 이니셜을 따 “에스에스(SS) 시대가 열렸다”고 표현했다.
 스마트폰이 상륙한 지 1년 만에 스포츠 지형도는 많이 바뀌었다. 시공간의 제한을 받지 않으면서 메시지를 날릴 수 있는 트위터는 대표적이다. 허정무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은 8월에 부임한 뒤 자신의 트위터(huhjm)를 개설한 ‘얼리어답터’다. “어머니를 모시고 꽃등심을 먹었다”는 사소한 신변 이야기부터 “유연성을 더 키웠으면 좋겠다”며 선수의 장단점을 얘기하고, 때로는 “기죽지 말자, 앞으로 되갚아주자”며 팀 분위기를 추스르는 등 다양한 글을 올린다. 팔로워는 1200명이 있다. 야구선수 양준혁(slion10)은 자신의 트위터 문구를 받아보는 팔로워가 1만8천 명이 넘는다. 피겨여왕 김연아(Yunaaaa), 여자골퍼 신지애(sjy1470), 축구선수 정대세(taese9) 등은 양준혁만큼은 아니지만 트위터를 개설해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트위터의 등장으로 신문과 방송 등 기존 매체 수단에 의존해온 감독이나 스포츠 스타가 대중과 접촉하는 면이 확장되고 있다.

비 오는 날의 더그아웃 훔쳐보기 

   
▲ 타이거 우즈가 퍼팅을 하기 전에 홀 주변의 잔디를 스마트폰을 이용해 살펴보고 있다.


 <경향신문>의 이용균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bravepig_noda)로 유명해진 사례다. 10월8일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 삼성-두산의 경기는 비가 내리면서 경기가 일시 중단됐다. 속개 여부를 궁금해하던 팔로워들은 “포스트시즌 때는 가급적 강우 콜드게임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경기위원장의 코멘트를 접수할 수 있었다. 방송이 중단돼 양팀의 에이스가 나올지 안 나올지를 궁금해하던 팬들은 현장에서 몸을 푸는 선수 얘기 등 생생한 정보에 갈증을 풀었다. 알음알음 알게 된 1천 명 가까운 야구광들은 팔로워로 등록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매체(플랫폼)의 등장은 ‘즉시 정보’로 기사 마감 시간 개념을 깼다.
 기록, 순위, 영상 등 많은 데이터를 양산하는 스포츠는 정보기술(IT) 산업과 궁합이 잘 맞는다. 중계권 에이전시인 에이클라의 홍원의 대표는 “스포츠의 감염적 전파력과 풍부한 기록 생산은 IT의 데이터뱅크를 만드는 근거가 된다”며 “진화하는 IT 스포츠 기술은 스포츠산업 시장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문 기업이 좀더 심층적으로 아이폰을 활용한 스포츠 정보를 디자인하고 있다.
 국내의 주요 애플리케이션 개발사로 ‘더스포츠커뮤니케이션’이 꼽힌다. 오래전부터 야구 문자정보를 제공해온 더스포츠커뮤니케이션은 올 시즌 ‘라이브 프로야구’라는 애플리케이션을 5.99달러(약 7200원)에 내놨는데, 아이폰의 앱스토어 스포츠 카테고리의 상위에 올랐다. 하루 네 경기의 문자중계, 팀 순위, 선수 기록, 부문별 순위, 하이라이트 동영상, 구장별 진기명기, 이슈별 콘텐츠로 차별화해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화장실에 가느라 미처 못 본 장면은 문자중계로 다시 확인할 수 있고, 본부석 뒤쪽 사람들이 외야석에 있는 친구와 투수의 구질에 대해 평가하고, 신인 선수가 나타나면 즉시 선수 정보에 접속하는 등 상상 속에서나 가능하던 일들이 현실이 됐다.
 더스포츠커뮤니케이션은 2010~2011 프로농구에 맞는 가칭 ‘라이브 프로농구’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판매할 예정이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중계권 권리 등 계약 관계를 말끔히 정리하는 것과 영상물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는 일이다. 더스포츠커뮤니케이션은 하루 네 번 열리는 프로야구의 전 경기 생중계를 추진하고 있는데, 만약 이것이 스마트폰을 통해 가능해진다면 현행 DMB의 하루 두 경기 소화를 추월하게 된다.
 아시아경기대회 정식 종목인 바둑도 ‘스마트고’ 등 유료 애플리케이션이 이미 등장했고, 국내 바둑 사이트인 ‘사이버오로’나 ‘타이젬’이 조만간 스마트폰 환경에 맞는 프로그램을 내놓을 예정이다. 새로 출시된 ‘아이폰4’로 내려받은 바둑 애플리케이션으로 바둑을 두는 천재 이세돌 9단의 모습은 스마트 스포츠 시대의 단면이다.
 IT 전문가들은 기존 휴대전화 시장의 콘텐츠 개발 인력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개발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전한다. 기존 휴대전화 프로그램 시장이 국내에 한정됐고, 그나마 과실은 ‘대마왕’ 격인 KT와 SK, LG 등 이동통신사가 대부분 챙기던 구도도 깨졌다. 애플의 체제 아래 아무나 애플리케이션을 올릴 수 있고, 세계를 대상으로 한 시장에서 프로그램 개발자의 주머니에 떨어지는 이문은 커졌다.

전통적인 스포츠의 묘미를 살려야 

 그러나 스마트폰과 손잡은 스포츠의 미래가 장밋빛만은 아니다. 스마트폰이 상륙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국내의 스포츠 애플리케이션 개발은 최근에야 활발해졌다. 무료로 접근할 수 있는 스포츠 콘텐츠는 주변에 많고, 아직도 많은 스포츠팬은 정보를 돈 주고 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음이나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에서는 스포츠 문자중계뿐 아니라 때론 동영상 서비스까지 한다. 이런 까닭에 스마트폰은 ‘손 안의 컴퓨터’라는 본래의 장점을 살리면서, 더욱 차별화된 콘텐츠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 정구형 더스포츠커뮤니케이션 이사는 “정보 홍수 속에 더욱 세련되고 알찬 정보를 담아낼 수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팬들도 정확하고 깊이 있고 양질의 정보를 원한다면 유료 정책을 인정하는 등 마인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마트 스포츠 시대는 ‘스포츠의 진정한 재미는 무엇인가’라는 철학적인 질문도 제기한다. 경기장 스탠드에서 아이폰을 클릭하며 동영상 화면을 돌려보고, 트위터를 날리면서 관전하는 것이 스포츠의 묘미를 높이는 것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잡담 수준의 정제되지 않은 트위터 메시지가 넘친다면 유용한 정보의 수단은 쓰레기장으로 변할 것이다. 스마트폰 환경이 스포츠에 대한 팬들의 관심을 확대시키고, 결국 이들을 경기장으로 유인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신문 등 전통적 매체의 엄선된 경기 프리뷰나 리뷰 등 아날로그적 정보의 힘도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 무제한 연장전 등 밤을 새워서라도 승부를 가리는 미국 메이저리그의 순수 스포츠적 전통이 스마트폰 시대에서 어떻게 변화할지도 궁금하다. 스마트폰은 일종의 보조 수단일 뿐, 인간의 원초적 몸짓으로 이뤄지는 스포츠는 어떤 디지털 기기나 로봇도 대신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훈상 한국농구연맹 태스크포스팀장은 “스포츠 정보가 스마트폰으로 융합되면서 새로운 스포츠판이 벌어지고 워낙 짧은 시간 안에 강력한 변화가 이뤄지는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누구도 이 변화가 어떻게 진행될지, 어떤 패러다임으로 정리될지 알 수 없어 그저 여러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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