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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도 ‘마법의 돈굴리기’ 가능할까
[Special Report] 초저금리시대 ‘개미’의 운명- ② 재테크 평준화 시대?
[88호] 2017년 08월 01일 (화) 아르민 말러 economyinsight@hani.co.kr
상장지수펀드·인덱스펀드 등 주식 관련 상품 열풍... AI 자산관리로 누구나 전문가처럼 재테크 가능
 
손실 두려움으로 재테크에 손 놓고 있다면 매일 본전을 까먹는 시대다. 전문가들은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노후를 생각한다면 무엇이라도 하라고 조언한다. 인공지능 자산관리 서비스는 저비용·고효율의 재테크 방법을 제시해준다. 가장 시선을 끄는 상품은 인덱스펀드의 일종인 상장지수펀드다.
 
아르민 말러 Armin Mahler <슈피겔> 기자
 
   
2017년 6월 미국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들이 장 마감을 알리는 벨이 울린 직후 거래소 내에서 논의하고 있다. 초저금리 국면에선 주식을 빼고 재테크를 논하기 어렵다. REUTERS
 
안드레아스 하케탈 교수는 투자자를 두 유형으로 분류한다. 첫째는 돈을 은행에 예금하거나 이불 밑에 묻어둔다. 잘못 투자했다 돈을 잃어버릴까 두려워해서다. 다른 유형은 투자를 잘못해 돈을 잃는 이다.
 
하케탈 교수는 독일인들의 재테크 성향에 대해 둘째가라면 서러운 전문가다. 프랑크푸르트대학 금융학과 교수인 그는 수년에 걸쳐 온라인은행의 예금계좌 수천 개를 조사했다.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능동적인 ‘개미투자자’들은 매년 평균수익률 4%를 길에 버리고 있었다. 개미투자자들은 기본 규칙만 지켰어도 거둬들였을 수익률보다 훨씬 적게 벌고 있다. 그들은 재테크 관련 규칙을 모두 어긴다. 금융시장에서 잔머리를 굴리는 것이다.
 
전문가에게 재테크를 맡긴다고 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대다수 펀드매니저들은 주식펀드의 장기수익률 추이를 따라잡지 못한다. 그러고도 5% 수수료를 챙긴다. 재테크에 속수무책으로 손을 놓는 것도 대안은 아니다. 유럽중앙은행이 금리를 사상 최저치로 낮추면서 자산이 스스로 불어나기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현재 금리는 거의 0%고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친다. 예금 자산의 가치는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앞으로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도 않다. 유럽중앙은행은 완화된 통화정책에 고삐를 죄는 방안을 검토하지만, 금리가 이렇다 할 수준으로 인상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유럽중앙은행이 취할 운신의 폭은 좁지만, 국채 위기에 허덕이는 남유럽 국가들은 금리가 오르면 국가 파산 위기에 빠질 위험이 크다.
 
현재 재테크를 하거나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방법 중 주식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직접 주식 투자는 리스크가 너무 크고 전문가들의 조언도 도움이 안 된다. 전문가들은 상장지수펀드(ETF·특정 지수의 움직임에 연동해 운용되는 인덱스펀드 -편집자)를 추천한다.
 
주식 투자 피하기 어려워
ETF는 일례로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 중 30개 기업으로 구성된 독일 종합주가지수 닥스(DAX) 등의 지수를 따른다. 닥스 연동 ETF는 지난 10년 동안 금융위기의 여파로 주식이 폭락했음에도 연평균 5% 넘는 수익률을 올렸다.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ETF는 수수료가 1% 미만이고 언제든 매도할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인기를 모으는 ETF는 전문가가 운용하는 액티브펀드(과감한 종목 선정을 통해 시장 초과 수익률을 추구하는 펀드 -편집자)까지 위협할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액티브펀드는 스톡피킹(Stock Picking·개별 종목 선별 -편집자)을 통해 평균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며 지수형 펀드를 앞지르려 고군분투한다.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ETF 거래량은 4배 이상 급증했다. 2016년 ETF는 2840억달러(약 327조원)라는 기록적인 거래량을 올렸다. 반면 액티브펀드 운용 자산은 규모가 줄었다. 독일에서 최근 재테크 트렌드도 ETF의 인기를 확실히 반영한다. 투자자의 자산을 알고리즘을 통해 자동 운용하는 일명 ‘로보어드바이저’(로봇과 투자전문가의 합성어 -편집자)가 대세로 굳어지면서 재테크는 점점 ETF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업계는 재테크의 ‘민주화’를 약속한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제공하는 금융상품 덕분에 자산가에게만 가능하던 서비스가 이젠 일반 투자자에게도 가능해졌다. 일반 투자자도 자산 유형과 국경을 불문하고 광범위하게 분산 투자해 리스크는 낮추고 수익률은 최대한 높일 수 있게 됐다.
 
여기까지는 이론 이야기다. 이 장점들이 실현 가능할까? 어떤 투자처가 좋은지는 항상 투자가 이뤄진 뒤 말할 수 있다. 과거 수익률이 좋았다고 미래 수익률도 높으리란 보장은 없다.
 
전통적 재테크 상품을 다루는 전문가들은 ETF에 너무 열광해서는 안 되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처음엔 진일보한 혁신으로 환호받다가 나중에 치명적 결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판명된 금융상품이 적지 않다는 게 재테크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만약 모든 사람이 ETF에 투자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누구나 똑같은 주가지수를 따른다면 좋은 주식의 주가는 오르고 나쁜 주식의 주가는 당연히 떨어진다. 공정한 가격이 형성되도록 누가 교통정리를 할까? 모두 한 방향으로 투자한다면 주가가 폭락할 위험이 커지지 않을까?
 
극단적 주가 변동은 항상 시장에 존재해왔다. 독일 닥스는 2000∼2010년 두 차례나 반토막 난 적이 있다. 그래도 주식시장은 언제나 회복했다. 오히려 손해 본 쪽은 투자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혹시 실수할까 두려워 투자하지 않은 것이다.
 
최대한 많은 기업과 업종, 국가에 걸쳐 리스크를 분산하는 것은 옳다. 하지만 대다수 투자자는 특별히 수익률이 높다고 여기는 일부 주식으로만 포트폴리오를 꾸린다. 투자자는 소신대로 투자하거나, 금융매체나 자산운용사 소식지에 실린 따끈따끈한 재테크 뉴스에 의존해 투자한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수수료에 아랑곳하지 않고 너무 자주 매도·매수를 하는데 이는 결국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대다수 투자자는 주가가 오르면 환호하고 주가가 떨어지면 공황에 빠진다. “그 결과 주가가 아주 많이 올랐을 때 주식을 사거나, 아주 많이 내렸을 때 판다”고 프랑크푸르트 응용과학대학 크리스티안 리크 교수가 지적했다. “상점에서 할인상품을 구매할 때처럼 ‘지금 주식이 싸니 구매하겠다’고 말할 용기를 가진 투자자는 찾기 힘들다. 주가는 점점 더 떨어질 거라고 사람들은 지레 짐작한다.”
 
본능과 경험에 의문을 품는 사람이 여유가 있으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헤닝 겝하르트에게 재테크 자문을 받으려면 최소 100만유로(약 13억원)의 자산을 맡겨야 한다. 겝하르트는 재테크 분야에서 스타다. 최근 도이체방크에서 투자은행 베렌베르크방크 함부르크 지사로 옮긴 그는 부유층 고객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그는 “재테크는 장기간 일관되게 유지되는 투자 철학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대다수 투자자는 트렌드를 포착하고 기다리는 일을 힘들어한다.
 
   
은행에 예금을 묻어두는 것은 저금리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자산 손실을 가져오는 행위다. 지금은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 한 노인이 현금자동입출금기 앞을 떠나고 있다. REUTERS
 
주목받는 복합자산펀드
겝하르트는 개별 종목의 주가가 상이하게 변동하면서도 수익률이 뛰어난 상장지수를 찾고 있다. 구글·애플·아마존같이 매일 거래되는 회사들의 주식에 의존하면서 동시에 인구와 건강, 인터넷, 신흥개발국 등 최근 인기를 끄는 종목에도 베팅한다. 하지만 그는 최근 수년간의 주식시장 흐름이 유지된다면 펀드매니저가 새로운 시도를 할 여지가 크지 않다고 말한다. 주식시장이 지속적으로 상승곡선을 그리기 때문이다.
 
주식전문가 클라우스 칼데모르겐(63)은 주식시장의 호황이 지속될지에 회의적이다. 1982년부터 금융업에 종사한 칼데모르겐만큼 주식시장의 부침을 잘 아는 전문가도 없다. 현재 도이체방크 자회사 도이체자산운용에서 자산 130억유로(약 17조1천억원)를 운용한다. 이 중 그가 만든 펀드 ‘독일 칼데모르겐’ 상품에서만 68억유로(약 8조9500억원)가 운용된다. “현재 시장에 낙관주의가 과도하게 팽배해 있다”며 칼데모르겐은 자산 운용 포트폴리오를 방어적으로 꾸렸다. 15%는 현금, 45%는 주식으로 운용한다.
 
인덱스펀드(주가지표 변동과 동일한 투자 성과를 실현하기 위해 구성된 포트폴리오 -편집자)를 운용 중인 펀드매니저들은 이런 주의를 기울일 여유가 없지만, 칼데모르겐은 심사숙고 끝에 주가지수를 연동한 자산운용 방식에서 손을 털고 나왔다. 그는 과거와 달리 단순한 주식형 펀드가 아니라,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채권 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하는 복합자산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복합자산펀드는 주가가 오르는 상황에선 주식 비율을 낮추고, 주가가 낮아지면 다시 주식 비율을 높일 수 있다.
 
칼데모르겐은 “개인투자자는 이런 전략을 구사하기 어렵다. 개인투자자는 주식을 그대로 갖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주식을 사면 그냥 놔두라는 것이다. 이 전략은 ‘매수 뒤 보유’(장기투자 방식 -편집자)로 불린다.
 
칼데모르겐은 인덱스펀드 투자에 반대한다. “어떤 상장지수에 투자할지는 결국 자신이 결정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전혀 원치 않는 리스크도 감수해야 한다.” 독일 닥스는 많은 사람이 생각하듯 종목이 다양하지 않다. 자동차 기업 비중이 과도한 반면, 기술 관련 기업은 너무 적다.
 
“패시브펀드(인덱스펀드처럼 시장을 소극적으로 따라가는 펀드 -편집자)는 자산관리조차 하지 않는다.” 투자자가 시장 리스크를 전적으로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는 독일 닥스와 연동한 ETF에 투자했을 때나 유효하다. 요즘은 다양한 패시브펀드에 분산 투자해 리스크를 낮추는 방법이 여럿 있다.
 
ⓒ Der Spiegel 2017년 23호
Nichtstun ist kein Lösung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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