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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 파문의 역주행이 시작되다
[Focus] 디젤게이트 2.0- ① 제보
[88호] 2017년 08월 01일 (화) 프랑크 도멘 등 economyinsight@hani.co.kr
독일 자동차업계는 자신들이 2015년 발생한 폴크스바겐 디젤게이트의 악몽에서 빠져나왔다고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자기최면에 불과하다는 의심스러운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슈피겔>은 포르셰 카이엔 디젤엔진에도 배기가스 조작장치가 들어 있다는 제보를 받고 수개월간 실체 규명에 나섰다. 결과는 놀라웠다. 동일한 조건에서 도로주행과 달리 검사소 시험주행에서 배기가스 배출량이 현저히 낮았다. 포르셰는 관련 의혹을 부인하지만 독일 검찰 등 관계 기관이 조사에 들어갔다. 독일 당국이 이 의혹을 사실로 판정하면 ‘제2의 디젤게이트’가 열리게 된다. _편집자
 
   
 ▲ REUTERS
‘포르셰·아우디 디젤차, 배기가스 배출량 조작’ 의혹 제기돼 독일 검찰 수사 착수
 
디젤게이트 2.0 의혹은 스스로를 내부자라고 칭한 한 자동차 전문가의 제보로 불거졌다. 그의 음성은 불안함으로 가득 찼지만, 그가 전한 내용은 구체적이고 명확했다. 제보 내용은 상당 부분 사실에 부합했다. 디젤게이트 1.0의 주인공 폴크스바겐그룹은 ‘설령 의혹이 사실이더라도 의도적 조작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물타기에 나섰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것이 의도적이었든 아니었든 변하지 않는 사실이 하나 있다. 소비자들이 또 한번 당했다는 점이다.
 
프랑크 도멘 Frank Dohmen
디트마어 하브라네크 Dietmar Hawranek
게랄트 트라우페터 Gerald Traufetter <슈피겔> 기자
 
7만유로(약 9천만원)를 주고 포르셰 카이엔 디젤 모델을 구입하는 사람은 독일 공학기술의 결정체를 기대해도 된다. 최고출력 262마력의 6기통 엔진이 자동차를 7초 만에 100km/h로 가속한다. 중량이 2t에 달하는 이 스포츠실용차(SUV)의 최고속력은 시속 221km이다.
 
이것이 바로 ‘넘치는 열정’(영어권과 한국 포르셰 광고에 등장하는 문구)이다. 이 슬로건으로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본사를 둔 스포츠카 제조사 포르셰는 자사의 SUV를 광고한다. 당연히 고객은 운전의 즐거움과 편안함 외에 환경보호 측면에서 우월한 기술의 집합체를 공급받는다. 즉, 모든 현행 법규와 배출 기준을 준수하는 차량이라는 것이다.
 
광고 카탈로그는, 포르셰와 포르셰 구매 고객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점화장치에서 자동차 키가 돌아가는 순간’, 그리고 ‘그 순간 우리 안에서 느껴지는 감각’이라고 약속한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운전자와 관계 당국이 전혀 알지 못하는 일이 시작된다. 시동 키가 돌아가는 순간 자동차의 수많은 소프트웨어 중 하나가 약속된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이 메커니즘은 놀라운 효과를 만들어낸다. 자동차가 테스트베드(주행시험 시스템 -편집자) 위에서 구동될 때는 배기가스 기준치를 준수하지만, 실제 도로에 나가면 빠르게 모드를 전환해 배기가스를 훨씬 많이 방출하며 운전자의 열정을 부추긴다.
 
원인은 카이엔의 변속기 제어 시스템이라고 2017년 2월27일 <슈피겔>에 전화로 제보한 자칭 자동차 전문가 남성이 말했다. 목소리에 불안감이 차 있었다. 비밀 엄수와 충성은 그의 직업 윤리에 포함된다. 하지만 이 덕목을 더 이상 지킬 수 없었다. 그는 침묵을 깨고 양심의 목소리에 따르려 한다며 내부자가 아니면 절대 알 수 없는 정확한 수치와 데이터, 세부사항을 언급했다. <슈피겔>은 이 문제를 자세히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포르셰 카이엔 디젤 모델은 최고출력 262마력의 6기통 엔진에 최고속력은 시속 221km를 자랑한다. 하지만 2015년 폴크스바겐에 이어 배기가스 조작 의혹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떠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자동차 전문가의 제보
수많은 자문과 수백km의 시험주행, 북부기술검사협회의 테스트베드 위에서 실시한 배기가스 시험 끝에 <슈피겔> 편집부와 컴퓨터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사팀이 전환 메커니즘의 수수께끼를 푸는 데 성공했다.
 
모든 연구조사가 끝났을 때 아샤펜부르크대학 엔진 전문가 카이 보르게스트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포르셰가 자사 자동차에 적용한 기술 덕분에, 자동차가 실제 배출하는 질소산화물보다 더 낮은 수치를 고객과 허가 기관에 제시할 수 있었다.”
 
환경법과 행정법 전문가 마르틴 퓌어는 “포르셰가 유럽법에서 사용을 금지하는 차단 장치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북부기술검사협회 기술부문장 헬게 슈미트는 “이 시험에서 측정된 배기가스 수치는 해당 유형의 차량 허가에 적용되는 기준치보다 높다”고 말했다. 규정대로라면 이 자동차는 도로 운행 허가를 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슈피겔> 문의에 포르셰는 “북부기술검사협회가 수행한 검사를 납득할 수 없다”고 답했다. 포르셰는 카이엔 V6 TDI 엔진에 두 개의 변속 프로그램이 설치된 것은 맞지만 이는 워밍업 변속 프로그램과 다이내믹 변속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포르셰는 <슈피겔>의 문의를 받은 즉시 회사 자체적으로 유사한 차량을 검사했고, 이 검사에선 두 변속 프로그램에서 모두 법적으로 요구되는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치를 충족했다고 전했다.
 
포르셰에 따르면 카이엔 V6 TDI 엔진에는 ‘현재까지 파악한 정보로는’ 법적으로 허가되지 않은 프로그램 전환 또는 차단 장치가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 포르셰는 폴크스바겐그룹 자회사 아우디로부터 3l 디젤엔진 기술을 제공받았다. 이 엔진은 아우디의 Q7, A8, A7 모델에도 장착됐다.
 
미국과 독일 담당기관은 이미 여러 차례 폴크스바겐그룹의 최고급 자동차 모델에 장착된 자동변속기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의심했다. 시험 중 일부 자동차에서 기준치보다 높은 배기가스 배출량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본사를 둔 대기업 포르셰는 자사 자동차에 제기되는 의심을 지금까지는 성공적으로 떨쳐냈다. 가장 최근 사례는 2017년 6월이었다. 독일연방도로교통부 장관 알렉산더 도브린트가 “아우디 A8, A7 모델 2만4천 대에 법적으로 불허된 차단 장치가 사용됐다”고 발표했다. 이틀 뒤 아우디는 “기술적 오류일 뿐 의도적 조작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포르셰 카이엔에 대한 북부기술검사협회 검사 결과는 이제 또 다른 의심을 불러 일으킨다. 엔진에 설치된 변속 제어장치가 차량이 테스트베드 위에 있는지 도로 위에 있는지 감지하고, 테스트베드 위에 있을 때는 배기가스 기준치를 준수하는 반면 도로 위에서는 그렇지 않도록 조정되는 현상이 명확해 보인다.
 
만일 다른 조사에서도 이 의심이 명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확인되면, 폴크스바겐그룹은 ‘디젤게이트 2.0’을 맞게 된다. 법적으로 판단할 때 기만이건 단순히 법의 구멍을 이용한 것이건, 이 기업이 또 다시 고객을 속인 셈이기 때문이다.
 
   
폴크스바겐그룹 회장 마티아스 뮐러는 “진실성을 경영 전략의 핵심 요소로 삼았다”고 했지만 그의 말과 다른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2017년 5월 연례 주주총회에서 뮐러가 연설 중 피곤한 표정을 짓고 있다. REUTERS
 
반복되는 조작의 속임수
실로 믿기 힘든 일이다. 미국 당국이 폴크스바겐그룹의 배기가스 조작 사실을 밝혀낸 지 거의 2년 된 시점에, 또다시 조작이 이뤄졌다는 낌새가 보인다. 마치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폴크스바겐그룹의 배기가스 조작 사건이 회사의 근간을 흔든 적이 없던 것처럼,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이 기업이 200억유로(약 25조97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벌금과 고객보상금으로 물은 적이 없던 것처럼, 미국에서 해당 차량의 개선을 위해 유보해야 했던 사업이 없던 것처럼, 폴크스바겐그룹 임원들이 이런 일은 다시 벌어지지 않을 거라고 거듭 장담한 사실이 없던 것처럼, 이런 일이 일어났다.
 
폴크스바겐그룹 감독이사회 의장 한스 디터 푀치는 불과 몇 주 전 연차 주주 총회에서 “우리 회사는 내가 이전에 경험했던 어떤 것보다 강한 변화의 프로세스를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폴크스바겐그룹 회장 마티아스 뮐러는 “진실성을 경영 전략의 핵심 요소로 삼았다”며 “과거 어느 때보다 더 강하게 이야기한다. 전세계 어떤 비즈니스도 폴크스바겐그룹의 명성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면 가치가 없다. 그리고 올바른 것처럼 보이는 모든 게 반드시 옳지는 않다”고 말했다.
 
폴크스바겐그룹의 수장인 뮐러의 말은 옳다. 고객 1100만 명을 속이고 미국 법을 어기고 관계 당국을 기만함으로써 신뢰를 크게 손상시킨 기업은, 당연히 해야 하는 법 준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뮐러는 명심해야 한다. 단순히 법을 지키는 올바름이 반드시 실제 기준을 정확히 따르는 것을 뜻하지 않음을 말이다.
 
모든 자동차 기업은 이를 최고 목표로 지향해야 하지만 실제 대다수의 디젤엔진 제조사는 그렇지 못하다. 그들은 몇 년 동안 속임수를 사용했다. 엔진 손상을 막을 때만 예외적으로 배기가스 정화 장치를 차단하도록 한 유럽법 규정을 오용했다. 독일연방의회학술자문단은 예외 규정이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자동차 대기업들은 지금까지 이를 광범위하게 해석해 적용한다.
 
어떤 기업은 실외 온도가 10°C 미만일 때, 또 다른 기업은 심지어 17°C 미만일 때 배기가스 정화장치를 정지시킨다. 이 온도 기준은 중부 유럽에선 1년의 대부분에 해당한다. 이는 일상이지 예외 사례라고 할 수 없다.
 
현재 독일 브라운슈바이크, 슈투트가르트, 뮌헨 검찰이 각각 폴크스바겐그룹과 아우디, 벤츠를 수사하고 있다. 배기가스 조작 의혹과 관련해서는 미국 법무부가 피아트-크라이슬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고, 프랑스에선 푸조와 르노가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루돌프 디젤이 125년 전 발명한 기술이 의심받고 있다. 자동차업계에서 몇 년에 걸쳐 사기와 기만이 횡행하고, 폴크스바겐그룹의 배기가스 조작 사건이 밝혀진 뒤에도 여전히 그 행태를 반복하는 탓이다.
 
ⓒ Der Spiegel 2017년 24호
Die Geisterfahrer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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