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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의 실험은 성공일까
[Finance] ‘긴축’ 저울질하는 세계 중앙은행들
[88호] 2017년 08월 01일 (화) 윤석천 maporiver@gmail.com
미국의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좋게 나왔다. 부동산과 주식시장이 오르면서 경기 회복세가 지속된다는 점도 확인됐다. 경기 회복에 고무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금리를 올리는 등 긴축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비슷한 움직임이다. 중앙은행들의 8년여에 걸친 실험이 성공한 걸까. 하지만 성과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 고용지표가 나아지긴 했지만 고용시장의 판도가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앞으로 고용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단기 처방에 불과했다. 경제에 장기간 영향을 미치는 고용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면서 경제의 근본 체질을 바꾸지 못했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대증요법에 그친다면 그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윤석천 경제평론가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2017년 7월1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반기 통화정책 보고서 청문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최근 경기 회복세에 고무된 연준은 금리를 올리는 등 통화정책 정상화를 시도하고 있다. REUTERS
 
미국의 고용지표가 계속 호조를 보인다. 2017년 6월 실업률은 4.4%로 완전고용 상태이고, ‘비농업 부문 신규 취업자 수’(Non Farm Payrolls)는 22만2천 명에 이른다. 4월 20여만 명, 5월 15만 명의 기록을 넘었다. 전체적으로 지난 3개월간 민간 일자리는 58만1천 개 늘어났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는 고무된 상태다. 고용지표의 호조는 긴축 명분으로 작용한다. 연준 내부에선 고용시장의 훈풍이 지난 몇 년간 지속된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작동했기 때문으로 본다. 장기에 걸쳐 양적완화로 풀린 돈이 경기회복에 일조한 것은 사실이다. 부동산과 주식시장이 오르면서 이른바 ‘부의 효과’로 인한 소비가 미국 경기를 일정 부분 견인했을 것이다. 경기 회복세도 이끌어냈다.
 
성과는 이 정도다. 부작용은 훨씬 크다. 지난 몇 년의 실험으로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부풀 대로 부풀었다. 그렇다고 고용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지도 못했다. 고용시장에 봄바람이 분다지만 여전히 실업자는 넘쳐난다. 실업률은 낮아지지만 고용률도 하락하고 있다. 지표경기는 호전되지만 체감경기는 싸늘한 이유다.
 
연준이 시중에서 장기채권을 사들이면서 장기금리와 단기금리의 격차가 좁혀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한마디로, 금리 왜곡 현상이 심화됐다.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장·단기 금리의 축소를 미래의 침체 징후로 해석한다. 장기자금 수요가 적기 때문에, 즉 미래 투자 요인이 없어서, 다시 말해, 미래의 침체를 내다본 기업들이 투자를 꺼려 장기금리가 내려간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장기금리 하락은 연준의 양적완화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대규모로 민간의 장기채권을 사들이는데 장기금리가 오를 수는 없다.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일상화
연준은 금리시장 왜곡을 막을 필요가 있다. 다음번 침체는 필연이기 때문이다. 성장이 영원히 지속되는 완전한 경제를 꿈꾸지만 그것은 현 체제에서 불가능하다. 경기순환 이론은 경제학 교과서의 필수 항목이다. 연준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비 올 때를 대비해 우산을 준비해야 한다. 화재를 대비해 소화기를 마련해야 한다. 연준의 우산과 소화기는 바로 ‘금리 정상화’와 ‘보유 자산 축소’다. 정책금리를 올려 단기금리를 올림과 동시에, 보유자산인 장기채 보유를 줄여 장기금리를 그보다 더 올려 장·단기 금리차를 확대하는 것이 목적이다.
 
사실 세계의 중앙은행은 이미 침체 준비를 하고 있다. 연준은 2014년 자산 구매 프로그램(양적완화)을 축소했고, 2015년 말 금리를 정상화하기 시작했다. 유럽중앙은행은 양적완화를 얼마나 빠르게 축소해 나갈지 숙고 중이다. 동시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서 벗어날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양적완화를 최근 끝냈다. 역시 금리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 캐나다가 7년 만에 금리를 올렸고 오스트레일리아의 중앙은행도 금리 인상이 멀지 않았음을 시사하고 있다.
 
비전통적 통화정책은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을까. 이미 비전통적 통화정책은 중앙은행의 주요 도구가 됐다. 또 다른 침체나 금융위기가 온다면 비전통적 통화정책 외의 도구를 중앙은행이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어떤 중앙은행보다 비전통적 통화정책에서 벗어나려는 욕구가 큰 연준조차 금리를 3% 위로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금리를 균형 수준으로 되돌리는 데 성공한다고 가정해도 그렇다. 이 정도 ‘금리 우산’으로 위기에 대응할 수는 없다. 결국 비전통적 통화정책만이 거의 유일한 수단이 될 것이다.
 
과거 연준이 행한 두 번의 긴축 사이클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균형금리는 각각 6.5%와 5.25%였다. 2007~2009년 금융 위기가 오고 침체가 뒤따랐을 때, 연준은 정책금리를 5.25%에서 제로로 내렸다. 그것만으로 경제를 회복시키지 못하자 연준은 양적완화로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통화정책 사이클이 보여주듯 5% 이상의 금리 상황에서도 침체가 왔을 때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동원해야 했다. 하물며 3%의 균형금리로 무엇을 할 수 있겠나. 그것만으로 침체에 대응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금리 인하만으로 경제에 긍정적 충격을 주기엔 무리다. 경제에 충격을 주기도 전에 금리는 제로 바운드에 다다를 것이다. 이때 연준이 쓸 카드는 비전통적 통화정책뿐이다. 그 강도는 분명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후유증 역시 더 깊어질 것이다.
 
문제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통화정책이 고용시장에 더 이상 충격을 주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통화정책만으론 실질적 경제회복이라 할 수 있는 고용시장의 훈풍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미국 고용시장은 2000년 이래 크게 변화하고 있다. 실업률보다 고용률의 변화가 심각하다. 고용률이란 15살 이상 인구 중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1960〜2000년 그 비율은 침체 기간 중에 하락했으나 회복기엔 다시 그 이상으로 증가했다. 침체가 끝난 뒤 어김없이 그전보다 높은 새로운 기록을 작성했다. 다수의 여성이 노동시장에 유입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0년 4월, 이 비율이 64.7%로 정점에 이른 뒤 새로운 패턴이 생겼다. 공식 침체기에 하락한 것은 전과 같았다. 하나, 회복기에 그 비율은 천천히 올랐다. 다음 침체가 오기 전 잃어버린 하락분의 일부만을 회복했을 뿐이다. 이는 지난 두 번의 침체에서 모두 발생한 새로운 현상이다.
 
   
세계 중앙은행들이 지난 8년여에 걸친 양적완화 실험으로 고용지표가 개선됐지만 고용시장의 판도가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다. 영국 런던 구인 안내문이 붙은 사무실 앞을 지나가는 남성. REUTERS
 
통화정책의 기능 불량, 고용시장
고용률은 2000년 5월부터 하락해 2003년 9월까지 하락을 지속했다. 3년6개월 동안 64.7%에서 62%로 2.7%포인트 하락했다. 다음 3년의 회복기에 그 비율은 2006년 12월까지 63.4%로 올랐다. 하락분의 절반만 회복했을 뿐이다.
 
금융위기로 인한 대침체기에 그 비율은 더 하락했다. 2010년 11월 63.4%에서 2011년 7월 58.2%로 고용률이 떨어졌다. 공식 침체가 시작된 뒤 5.2%포인트 하락했다. 그 기간에 민간 일자리 870만 개가 사라졌다. 이후 7년 이상 일자리 회복기에 있었지만 1670만 개의 일자리만이 생겼다. 얼핏, 침체기에 사라진 일자리의 두 배 정도 생겼으니 성공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고용률은 단지 60.1%로 올랐을 뿐이다. 5.2%포인트 하락한 것에 비해 1.9%포인트만 회복됐다. 다른 말로 하면, 7년 이상의 일자리 회복기에 사라진 일자리의 3분의 1만이 회복됐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미국의 인구 구조 변화 때문이다. 1980년에서 2000년대 초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가 대거 노동가능인구로 편입됐다. 미국통계국에 따르면, 전체 미국 인구는 2010년 4월부터 현재까지 1670만 명이 늘어 약 3억2540만 명이다. 노동가능인구가 늘면서 고용률이 하락한 것이다. 2010년 2월 고용 위기 저점 이래 경제는 167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같은 기간 인구도 1670만 명 늘었다.
 
이것이 고용률이 그려내는 오늘의 경제 자화상이다. 일자리는 분명 만들어졌다. 하나, 노동가능인구의 성장을 흡수할 정도로, 침체기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다시 일자리를 얻을 정도로 충분하지 않았다. 이번은 그래도 다행이다. 다음번 침체기에는 어떨까. 고용률 붕괴 가능성이 크다. 중앙은행의 개입 등으로 경제가 회복돼 매달 15만〜22만 개의 일자리가 늘어도 고용률은 더 높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단지 침체기에 사라진 일부만을 회복할 것이다.
 
서비스와 제조 부문의 자동화, 다운사이징, 비용 삭감을 위한 기업들의 욕망, ‘긱이코노미’(Gig Economy·그때그때 임시직을 섭외해 일을 맡기는 경제 형태 -편집자)로의 변화, 수명 연장으로 인한 노동가능인구 증가 등이 고용률 회복을 더디게 혹은 멈추게 할 것이다.
 
고용률 하락 유발 원인이 무엇이든 한 가지는 확실하다. 다음 침체기에 일자리는 더욱 줄어들고 이는 가계소득을 낮춰 소비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사실이다. 그로 인해 소비에 의존하는 현대경제는 점점 가혹한 시험에 들 것이다.
 
세계 중앙은행들의 지난 8년에 걸친 실험이 성공했는지는 의문이다. 부의 효과는 분명 있었지만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일상화란 부작용을 낳았으며 고용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부의 효과는 지속성이 없다. 반면 고용은 경제에 비교적 긴 기간 긍정적 영향을 준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단기 처방에 불과했다. 중앙은행은 일시적 성과를 거두는 데 성공했으나 경제의 근본 체질을 바꾸지는 못했다.
 
어쩌면 중앙은행의 책임이 아닐 수 있다. 하나,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대증요법에 불과하다면 그 존재 이유는 뭘까. 경기순환이 불가피하다고 상정한 현 중앙은행 시스템은 왜 의미를 가져야 할까. 이 물음은 분명 현대경제가 풀어야 할 숙제다. 어쩌면 가장 시급한 과제인지도 모른다.
 
* 윤석천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금융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금융에 관한 여러 권의 책을 썼으며, 특히 외환과 관련해 많은 강의를 해왔다. <한겨레> ‘세상 읽기’를 연재했으며, 현재 팍스TV <이슈포커스>에 출연하고 있다.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를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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