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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통합과 경제안정에 올인
[세계는 지금] 인권운동가 출신 새 대통령 맞은 에콰도르
[88호] 2017년 08월 01일 (화) 황정한 erickotra@kotra.or.kr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닮은 점이 많다. 혼란스러운 정국에 비슷한 시기인 2017년 5월 대통령에 취임했고 인권운동가 출신이다. 취임 초기 지지 여론이 높은 것도 같다. 모레노 대통령은 정치적 성향을 가리지 않고 지방자치단체장과 함께 추진하는 협력사업, 대탕평 인사로 신망이 두텁다. 그는 방한 이력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시절 유엔 근무 경험 등으로 한국과 인연도 남다르다. 자원이 풍부한 에콰도르와의 경제협력이 기대된다.
 
황정한 KOTRA 에콰도르 키토무역관 관장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이 2017년 5월 키토에서 취임식을 마친 뒤 부인과 함께 지지자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화답하고 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 닮은 점이 많다. REUTERS
 
2017년 5월24일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이 취임했다. 모레노 대통령은 사회통합과 경제안정에 주력한다. 현재까지 폭넓은 포용 행보로 높은 지지를 얻으며, 선거에서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층의 지지도 얻기 시작했다. 한국과도 특별한 인연이 있어 양국관계는 더욱 활성화되고 긴밀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에콰도르는 1962년 한국과 공식 수교했는데 양국 관계는 한국전쟁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에콰도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으로서 한국에 원조물자를 제공했다. 1976년 국산 자동차 포니의 첫 수출국이자 대우건설이 첫 해외사업을 수주한 나라이기도 하다. 한국과 급격히 가까워진 때는 개발경제학자 출신인 라파엘 코레아 전 대통령 취임 이후다. 코레아 전 대통령은 한국의 경제성장에 주목해 한국식 경제발전 모델을 에콰도르의 현실에 맞게 적용했다. 한국과 개발정책 경험을 공유해 통상·투자·개발협력 등의 분야에서 호혜적 협력관계 구축에 관심을 보였다. 그는 한국과 극심한 교역 불균형 상황에서도 정유공장 개·보수 사업, 전자통관시스템 구축 등 국책사업을 한국 기업에 발주했다.
 
모레노 대통령의 대선 승리와 취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 10년간 코레아 전 대통령의 집권 기간에 많은 성과를 이룬 것은 사실이지만, 대선 전 측근 비리 관련 폭로가 이어지고 오랜 집권으로 인한 국민의 피로가 증가했다. 에콰도르의 가장 큰 수출 품목인 원유 가격의 급락으로 인한 경기 침체는 정권 교체 목소리에 힘을 더해줬다. 2017년 2월 1차 투표에 이은 결선투표, 야당의 부정선거 의혹 제기와 재검표 등을 거치며 모레노 대통령이 천신만고 끝에 당선자 신분을 얻었다.
 
이를 염두에 둬서인지, 모레노 대통령은 사회통합과 경제안정을 핵심 정책 방향으로 정했다. 코레아 전 대통령 때와 상황이 크게 다르다는 현실 인식에 기반한 것이다. 코레아 대통령은 강력한 카리스마와 서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정책 수행으로 10년간 한 번도 지지율이 50%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2014년에는 83%의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의회에서도 여당 의석수가 단독 개헌까지 가능한 3분의 2 이상을 차지했다. 그래서 야권과 협치할 의지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고 그럴 필요성도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깜짝 탕평 인사 호평
모레노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모두를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후 선거에서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정치세력·계층·지역을 포용하고 통치 파트너로 삼으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야권에서 주도하는 에콰도르의 주요 3대 도시(키토, 과야킬, 쿠엥카) 시장과 대화를 시작했다. 각 도시의 주요 프로젝트에 중앙정부의 지원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하는 등 선거 기간에 과열된 긴장관계를 완화하려 한다.
 
우선, 수도인 키토시가 추진하는 지하철 프로젝트에 모레노 대통령은 로다스 시장에게 추가 공사비 3억3천만달러(약 3747억원)에 대한 정부보증을 하기로 했다. 이에 로다스 시장은 모레노 대통령이 공약사업으로 추진 중인 서민주택건설 프로젝트에 키토시의 토지를 제공하기로 했다. 로다스 시장이 소속된 사회통합행동당(SUMA)은 모레노 대통령과 결선 투표까지 갔던 기회창조당(CREO)과 대선 단일후보까지 냈던 당이다. 이번 대통령과 시장의 대화를 통한 협력관계는 새 대통령의 협치 의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다른 대선 후보를 냈던 기독사회당(PSC)의 하이메 네봇 과야킬 시장과도 대화를 개시했고, 대선 전 라소 후보 지지를 선언했던 3대 도시인 쿠엥카시 시장과도 대화하면서, 지자체의 어려움을 중앙정부도 돕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런 포용적 행보가 정국을 빠르게 안정시키고 국민의 지지를 얻는 주요 요소로 작용한다.
 
경제 부문에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안정적 행보로 경제안정을 꾀하고 있다. 모레노 대통령은 재정 안정과 민간 부문 지원으로 경제 체질 개선에 중점을 둔다. 취임사에서 달러 공용화 유지를 천명했고, 민간의 우려를 불러온 전자화폐 도입에 대해서도 “어떤 종류의 통화도 달러와 평행하게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천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이외에 채무 재조정, 정부재정 긴축, 산업 고도화, 수출 진흥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제 관련 부처 장관을 임명할 때 이런 대통령의 의지가 크게 드러났다. 우선 재무부 장관은 중앙은행 고문 출신으로 보수적 재정 운영을 추구하는 카를로스 데라 토레를 임명했다. 산업과 통상정책을 담당하는 산업생산성부와 대외무역부 장관으로 모두 민간 출신 인사를 발탁했다. 산업생산성부 장관에 과야킬 상공회의소와 사회보장청에서 사용자 쪽을 대변하던 에바 가르시아를 임명해, 산업정책에서 기업인들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대외무역부 장관에는 기업인 출신으로 2007년 전 코레아 대통령과 대선에서 맞붙은 알바로 노보아의 조카사위 파블로 캄파나가 임명됐다. 알바로 노보아는 바나나 재벌로 좌파 성향인 코레아 정권에서 정부와 각을 세워온 터라, 캄파나 임명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석유부는 미국계 에너지 기업인 할리버튼사 출신 인사를 기용해 에너지 정책의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고유가를 바탕으로 정부재정 지출이 경제성장을 견인했다면, 이제는 민간이 경제성장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새 정부의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모레노 대통령은 취임 이후 통합 행보로 높은 국정수행 지지도를 얻고 있다. 국민은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키토의 시장에서 과일을 파는 여성. REUTERS
 
강도 총격으로 하반신 마비
기업인들과 대화함으로써 그들의 애로 사항을 청취해 국정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적극적인 사회통합과 경제안정화 행보로 인해, 모레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2017년 6월 갤럽 조사 결과 66%를 기록하며 정국이 안정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모레노 대통령은 항상 휠체어를 타고 있는데, 에콰도르 첫 장애인 대통령으로도 언급된다. 그는 1998년 1월 강도의 총격을 받아 하반신이 마비됐다. 이후 가족의 헌신적인 사랑으로 상실감을 극복했다. 이런 이력 때문에 그는 소외되고 어려운 계층을 대변하는 ‘인간의 얼굴’의 아이콘이 됐다. 이후 코레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로서 2007년부터 2013년까지 부통령으로 재임했다. 강력한 카리스마의 코레아 대통령과 온화한 모레노 부통령이 상승효과를 발휘한 기간으로 평가받는다. 당시 부통령으로서 모레노는 노동자층을 비롯해 아프리카 출신 주민과 성소수자들의 권리 신장을 이끌었던 시민혁명의 기초를 닦고 경제성장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
 
모레노 대통령은 2010년 코레아 대통령과 함께 방한해 한국과 인연을 맺었고, 부통령 퇴임 뒤 2013~2016년 유엔 장애인 인권특사(반기문 총장 임명)를 하며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대통령 취임식에 특사로 온 더불어민주당의 박영선 의원, 조승래 의원과의 면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받았다. 모레노 대통령은 한국 방문 초청이 담긴 문 대통령의 친서를 살펴보고 “이른 시일 안에 한국을 다시 방문하고 싶다. 7년 전 방문했던 한국은 아름답고 성실하고 창의적이고 혁신적이었다”며 한국에 대한 인상을 전했다고 한다. 박 의원에 따르면 모레노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문 대통령을 에콰도르에 초청했다고 한다.
 
한국과 에콰도르는 2017년 공히 국가 리더십의 교체기에 있다. 문 대통령과 모레노 대통령 모두 인권운동가란 배경이 있고, 문 대통령도 10년 전 특사로 에콰도르에 방문한 적이 있어, 양국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 에콰도르는 전략적경제협력협정(SECA) 협상을 진행해왔고, 다양한 프로젝트가 논의되고 있다. 2016년 에콰도르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인도적 교류로 우호관계를 확인했다.
 
에콰도르는 2007년 코레아 정부 때부터 한국을 모델로 산업고도화 정책을 추진해 한국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이 먼 나라에서 한국을 롤모델로 한다는 것이 자랑스럽기도 하다. 에콰도르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풍부한 광물과 생물자원을 보유한 나라다.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1차 산업에서 2차 산업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양국 기업이 함께하는 ‘상호보완적 동반성장 모델’을 구상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양국 간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외연 확대에 중요한 발걸음이 되기를 희망한다.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세계 각국의 최신 경제 흐름과 산업 동향을 소개한다. KOTRA는 전세계 83개국에 121개의 해외 무역관을 보유한 ‘대한민국 무역투자 정보의 메카’로 생생한 해외 정보를 수집·전달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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