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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 말, ‘과학’에 속지 않는 방법
[경제와 책] <무기화된 거짓말>
[88호] 2017년 08월 01일 (화) 이코노미 인사이트 economyinsight@hani.co.kr
 박유진 번역자 ftloghey@naver.com
 
   
<무기화된 거짓말>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박유진 옮김, 레디셋고 펴냄, 2만2천원
정보의 신뢰성을 판단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예컨대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했다’는 식의 기사는 얼핏 객관적 사실로 보이지만, ‘그 사건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목격했는가?’ ‘그들의 말은 믿을 만한가?’ ‘보도자는 내용의 사실 여부를 충분히 확인했는가?’ 같은 의문을 제기하면 의외로 시원히 답하기 곤란할 때가 많다. 그 정보가 어떤 논증의 결론에 해당한다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결론의 근거는 믿을 만한지, 근거와 결론을 잇는 논리는 타당한지 정도 확인하면 될 듯하지만, 하나의 논증에는 보통 근거가 여러 개 있다. 게다가 각 근거도 따지고 보면 또 다른 잠재적 논증의 결론에 해당한다. 각 논증을 같은 식으로 살펴보고, 또 이면의 잠재적 논증을 살펴보고.... 이렇게 하다보면 최종 판단을 내리기 무척 곤란해지기 마련이다.
 
한 정보를 판단하는 것도 이렇듯 만만찮은 일이라면, 정보의 홍수 속에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온갖 정보를 일일이 꼼꼼하게 살펴보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어떤 정보든 맹목적으로 수용하거나 냉소적으로 부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무기화된 거짓말>은 양극단을 피하면서 정보를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효율적인 방법을 모색한다. 음악가·신경과학자·인지심리학자로서 다방면을 섭렵해온 저자 대니얼 J. 레비틴은 자신의 폭넓은 경험과 지식을 살려 이 문제를 총 3부에 걸쳐 세 각도에서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1부에선 수와 관련된 정보를 살펴본다. 우리는 통계치나 그래프 같은 수치 자료를 아주 믿음직한 객관적 사실로 여길 때가 많다. 하지만 자료를 어떻게 만들어서 전달하는지는 누군가 자기 의도에 맞춰 주관적으로 결정한다. 그가 정확한 사실 전달만을 목적으로 삼는다면야 걱정할 게 별로 없겠지만, 다들 알다시피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다. 보고자는 자기 주장을 정당화하거나 대중을 오도하기 위해 고의로 데이터를 부적절한 방법으로 수집·처리해서 부적절한 방법으로도 제시한다. 때론 올바른 의도를 품었으나 무지나 착각 때문에 본의 아니게 그런 일을 저지르기도 한다. 저자는 엉터리 수치 자료에 속아넘어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양하고 구체적인 예와 함께 설명해준다.
 
2부에서는 말과 관련된 정보를 살펴본다. 우리가 접하는 정보 가운데 상당수는 언어로 전달되는데, 언어란 본래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이다. 같은 내용이라도 어떤 식으로 말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들린다. 그런 정보 중 상당수는 어떤 논증의 과정이나 결론에 해당하는데, 글머리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논증의 타당성을 평가하기란 그리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저자는 우리가 정보를 효율적으로 평가하려면, 전문성을 식별하는 법을 익히고 정보 출처에 질적 등급이 있음을 이해하되, 믿을 만한 곳에서 나온 정보라도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끝으로 3부에선 비판적 사고의 기반인 과학적 방법을 이야기한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정보라고 하면 무조건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지만, 과학적 정설은 반증되기 전까지만 잠정적으로 인정되는 임시 이론에 불과하다. 그래도 과학계에서 이론의 타당성과 신빙성을 평가하는 방식은 매우 효과적이므로, 널리 인정받는 이른바 ‘정설’은 꽤 믿을 만하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는 과학적 방법을 기반으로 논리적 오류와 지식의 종류를 살펴보고 그 방법을 법정 증언, 의료적 의사결정, 마술, 현대물리학, 음모설 등과 관련된 몇가지 사례에 적용해본다.
 
잘못된 정보는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수천 년 전부터 인간은 거짓말을 해왔다. 오늘날 문제는 정보가 전례 없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인터넷, 소셜미디어, 스마트폰 등의 발달로 여러 정보를 거의 매 순간 접하며 사는데, 그중 상당수는 많게든 적게든 잘못된 정보다.
 
그렇게 진실과 거짓이 얽히고설킨 정보의 실타래를 찬찬히 풀어보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대다수 사람은 정보의 방대한 양에 압도된 나머지 진실보다 감정에 더 이끌리는 듯하다.
 
그래서 현시대는 실제 발생한 일보다 개인적 신념이나 감정이 여론 형성에 더 많이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에서 ‘탈진실(post-truth) 시대’라고도 불린다. 이 시대에는 우리가 심심찮게 목격하듯 혼란스러운 상황을 틈타 수많은 사람이 거짓말을 무기로 금전적 이득이나 사회적·정치적 영향력을 얻으려 애쓴다.
 
이런 혼란기에 시의적절하게 나온 <무기화된 거짓말>에서 저자는 어쨌든 진실은 중요하다고, 탈진실보다 진실이란 말이 더 주목받아야 한다고, 정보 홍수 속에 거짓말을 가려내는 일이 흔히 생각하는 것만큼 어렵지 않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에 따르면 시대적 난관을 극복하는 열쇠는 ‘정보 소양’(infoliteracy)을 기르고 효율적인 비판적 사고법을 익히며 나름의 답을 찾으려 노력하는 것이다. ‘가짜뉴스’를 더 이상 짓궂은 장난 정도로 간주해 웃어넘길 수 없는 시대에 이 책은 거짓말에 대한 유익하고 실용적인 길잡이가 될 것이다.
 
 

● 인사이트 책꽂이
 
   
이야기를 바꾸면 미래가 바뀐다
데이비드 코튼 지음 | 김경식 옮김 | 지영사 펴냄 | 1만5천원
보수적인 미국 백인 기독교도인 저자는 저개발국의 가난을 해결해주려는 마음을 품고 국제 개발 분야에서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차츰 ‘개발’이 사람을 토지와 물로부터 소외시키는 과정이라고 깨닫는다. 깨달음 뒤 저자는 돈만 따지는 경제 체제와 구조를 바꿀 힘을 지닌 ‘이야기’를 탐구했다. “살아 있는 지구를 위한 살아 있는 경제” 이야기가 제도를 바로잡고, 제도를 바로잡으면 올바른 미래를 맞을 수 있다고 말한다.
 
 
 
 
   
창업가의 일
임정민 지음 | 북스톤 펴냄 | 1만4천원
벤처기업, 벤처캐피털 등을 거쳐 구글에서 스타트업 지원 업무를 하는 등 20년 가까이 창업 관련 일에 몸담은 사람이 쓴 안내서. 저자는 훌륭한 팀을 꾸리고, 첫 실행은 작게 하고, 아이디어보다 실행에 집중하고, 실패 뒤 계획을 철저히 세우라고 조언한다. 또 업무 동기를 부여하고,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고, 팀워크를 중시하며, 여유를 잃지 말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돈을 쓰지 않고 이기는 길을 찾으라고 덧붙인다.
 
 
 
 
   
브레인게임에서 승리하라
매튜 E. 메이 지음 | 이로운 옮김 | 시그마북스 펴냄 | 1만4천원
완벽한 사고 체계를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저자는 일곱 가지 치명적 오류를 이야기한다. 성급한 판단, 생각의 고착, 있지도 않은 문제를 만들어내는 것(과도한 생각), 차선책에 만족하는 것(만족화), 목표나 상황을 후퇴시켜 도전에서 멀어지는 것(하향 조정), 남의 생각과 아이디어에 대한 거부감(NIH 신드롬), 자기검열이 그것이다. 책은 이런 오류를 바로잡고 문제를 해결하는 훈련 방법을 제시한다.
 
 
 
 
   
현명한 투자자의 인문학
로버트 해그스트롬 지음 | 박성진 옮김 | 부크온 펴냄 | 1만9400원
투자기법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를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 있게 안내하려는 책이다. “물리학, 생물학, 사회학, 심리학, 철학, 문학 분야의 정신모형을 통해 각각의 분야가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살핀다. 이어 수학의 방법론을 논하고, 마지막으로 의사결정을 다룬다. 2000년에 나왔던 책(<지혜와 성공의 투자학>이란 제목으로 2001년 한국어로 번역됨)을 기본으로, 10년 뒤 많은 부분을 보강해 내놓은 개정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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