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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 자유의지의 망각
[김국현의 IT 인문학]
[7호] 2010년 11월 01일 (월) 김국현 economyinsight@hani.co.kr

최근 구글은 ‘인스턴트(순간검색)’라는 검색 방식을 선보였다. 검색 버튼이나 엔터키를 눌러 무엇을 검색할지 확정하지 않아도 타이핑할 때마다 현재 치고 있는 내용과 관련 있는 검색 후보가 나열되며, 동시에 검색 결과도 화면 가득 뿌려진다. 키보드를 누를 때마다 추천 검색어를 뽑아내고 이를 자동으로 질의를 날려 실시간으로 결과를 보여주는 묘기를 하는 셈이다. 이는 현존 검색 엔진과 포털이 채용해온 ‘검색 추천’ 기능, 즉 몇 자만 입력해도 객관식으로 인기 있는 검색어를 검색창 아래에 보여줘 마우스로 고를 수 있게 한 기능을 극단적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구글 인스턴트 검색의 상륙

한글도 일종의 고효율 알파벳이기에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 빨리 선보일 수 있었는데, 아마도 여러분이 글을 읽는 시점에서는 사용할 수 있을 듯하다. 이 기능과 아이디어, 그 자체는 단순하지만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부하 처리는 십수 배로 늘어나기에 초대형 클라우드를 지닌 이들만 할 수 있는 무리수다. 대폭 증가된 서버 부하를 받쳐줄 시스템이 없다면 성능상 아무나 구현할 수 없는 서비스였던 것이다. 그런데 왜 이런 고부하의 모험을 하는 것일까?
우리가 ‘검색’이라는 행위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구간은, 검색어를 생각해 입력하는 일, 그리고 출력된 결과물 중에서 선택하는 일이다. 즉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여겨진 행동에 가장 많은 시간이 걸린다.
모든 상업적 행위는 회전율이 높아야 한다. 더 빨리 최적화된 결과를 돌려주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검색 시스템이 이 구간의 최소화를 노리는 것은 당연한 절차다. 입력을 완료하기도 전에 ‘생각지도 않은’ 검색 결과가 표시되는 모습은 실로 신기해, 하나하나 타이핑할 때마다 추천 검색어 유력 후보의 검색 결과가 바로바로 화면에 표시되는 것은 어지러울 정도로 ‘순간적’이다. 내가 생각지 못한 것들의 원치 않는 정보까지 속속 눈에 들어온다. 기껏 ‘추천 검색어’가 나열되는 시절에서 그 추천 검색어의 실제 결과까지 나열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인간은 생각보다 게을러서 검색 의지 따위가 희박해지고 있음을, 트위터의 타임라인을 멍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존재가 증명했다고 이들도 생각해버렸는지 모른다.
그런데 무엇을 검색할지 생각하는 시간, 그리고 세계로부터 걷은 수많은 검색 결과의 선택지 중 내 의도와 맞는 것을 고르는 시간은 인간만의 것이었다.
   
구글의 인스턴트 검색창

이 시간을 효율의 명목으로 기계가 대신 해주겠다고 한다. 그 대신 더 많은 임프레션, 더 많은 클릭, 그러니까 더 밀도 있는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의 의지를 흡수할 기회를 달라고 한다. 여기에서도 회전율이 중요한 이유다. 검색어를 입력할 때마다 검색어를 추천하는 것도, 입력하기도 전에 검색창 주위를 배회하는 실시간 검색어도 기술 수준의 차이만 있지 모두 마찬가지다. 우리의 의지는 그렇게 기계에 길들여진다.
기계는 언제부턴가 우리 의지도 정리 가능한 것이며, 더 나아가 순위를 매길 수 있다고 이야기해왔다. 인터넷, 특히 포털의 첫 페이지 등은 그렇게 정리 가능한 인간의 보편적 의지를 ‘집단 지성’과 ‘알고리즘’이라는 미명하에 재구성하고 재배열한다. 나도 모르게 인터넷에 빠져 굳이 항해하지 않아도 될 ‘정보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려본 일이 누구나 있었을 것이다. 그때마다 자신의 집중력 결핍을 한탄하지만, 인터넷 곳곳의 관문들은 그렇게 우리 의지를 깔때기로 모아놓았던 것이다. 주관식의 의지는 객관식의 추천 검색어가 되고, 이제는 나아가 페이지를 넘기듯 정답을 펄럭펄럭 펼쳐 보인다.

덜 생각하고 덜 골라야 회전은 빨라지고
우리의 자유의지란 인터넷 세계에서는 하나의 패턴일 뿐이고,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그 패턴을 강화하도록 길들여지고 있다. ‘방만한 자유의지’란 검색의 깔때기로 빨려 들어가 패턴화되면 더 잘 분류·정리돼 계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하는 모든 것을 찾을 수 있다던 자유의 세계 인터넷. 만인이 만인의 의지를 가진 자유로운 세계 대신, 만인에게 통일된 의지가 주입되던 매스미디어의 세계보다 더 효율적으로 내 의지를 교정해주는 세계가 도래했는지 모른다. ‘실시간 검색어’와 ‘트위터 타임라인’과 ‘추천 검색어’가 내 취향과 흥미란 이런 것이었다며 교정해주는, 의지마저 좌지우지하는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이다.
검색 버튼을 누르는 행위는 그나마 뚜렷한 의사 표명이었다. 이 행위 직전의 입력 과정은 사유의 결과였으니까. 그러나 이제 키보드를 두드릴 때마다 기계는 실시간으로 나만의 의지를 보정하며 희석한다. 그리고 어느새 내가 무엇을 검색하려 했는지 잊은 채, 기계가 추천해준 의지에 따라 미지의 정보 세계로 내몰리는 것이다.
우리는 자유의 땅 네트워크에서 정말로 자유로웠을까? 웹 시대의 새로운 경제학이 ‘어텐션 이코노미’(Attention Economy) 운운하며 앞으로 정말 희소한 자원은 사람들의 관심, 눈길, 더 나아가 의지라는 점을 선언해버린 순간 자유의지는 훼손될 수밖에 없었다.
시장에서의 어텐션이 높을수록 곧 그 대상의 가치가 높다고 생각하고, 나아가 진리나 사실이라고 믿어버리기도 한다. 브랜드나 후광효과를 보면 이미 이는 어찌할 수 없는 인간 심리의 한계일지도 모른다. 유명해지면 그다음은 어떻게든 된다고 경험적으로 판단해버린다. 어떻게든 떠보려 애쓰고 또 뜨기만 하면 그다음에는 다시 어떻게든 된다고 집단적으로 믿게 된다. 뜨기만 하면 서로가 서로를 띄워주며 더욱더 주목하게 됨에 따라 자가증식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자가증식의 중심회로에 실시간 검색어와 추천 검색어와 같은 ‘대신 생각해주는 기구’가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이는 신문의 1면과 9시 뉴스의 헤드라인처럼 독단에 의한 톱다운(Top-Down)이 아니라, 대중의 관심 혹은 인기와 같이 버텀업(Buttom-Up)의 가면을 쓴다는 점에서 더욱 무섭다. “자, 당신들이 지금 객관적으로 관심 있어하는 것이 바로 이거야”라고 제시해주는 순간, 그것이 내가 원하던 거라고 더 쉽게 착각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참여자 한명 한명의 의지는 시스템의 추천에 가려진다. 돌아보면 웹의 발상지는 학자들이었다. 논문을 서로 인용하고 교환하기 위해서다. 학자에게 논문 게재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측정 가능한 어텐션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각 학자에게서 자신이 발견·발명한 가치를 검증·승인받았기 때문이다. 즉, 어텐션을 부여하는 것은 실제 사람과 사용자였다. 그러나 오늘날의 웹은 그 기능을 효율을 위해 시스템에 완전히 일임하고 있다.
첫 페이지와 실시간 검색어의 온갖 유혹을 물리치고 내가 원하는 정보만 추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는 검색 결과에서 광고를 피하는 기술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광고에는 광고라고 표시라도 돼 있지만, 나와 내가 사는 시대를 정조준해 만들어내는 ‘오늘의 특선’은 피하기 힘든 것이다. 점심시간에 오늘의 정식은 늘 잘 팔리는 것처럼.
내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은 점점 귀찮은 과업이 돼간다.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약간의 몸짓만으로도 그들은 내게 의지의 디폴트값을 알려준다. 스마트폰 유행을 보면 만인을 위한 보편적 디폴트를 잘 선택하는 센스를 가진 기업일수록 칭송을 받는다. 포털도 누구나 관심을 가질 만한, 나도 모르게 마우스가 가는 정보를 나열한 기업이 주목을 받는다.
 
마우스 클릭과 의지의 재구성
그 과정에서 나만의 색깔과 의지는 묻히고 급기야 잊혀질지도 모른다. 의지의 밸런스는 그렇게 흐트러지고 대중적 인기야말로 가장 중요한 척도라고 세뇌해간다. 세간의 인기를 중심으로 우리 의지가 재구성되는 일은 멈추지 않는다. 추천 검색어도 실시간 검색어도 순간검색도 그렇게 재구성된다. 왜냐하면 재구성이야말로 가장 효율적이고 편하고 무리 없이 가장 소중한 자원인 사용자의 어텐션을 획득하고 증폭하는 일이니까. 우리의 어텐션 전부를 줘버린 대가치고는 다소 허망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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