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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묘한 용병술? 불안한 동거?
[국내이슈] 문재인 정부 1기 경제팀 분석
[87호] 2017년 07월 01일 (토) 노현웅 goloke@hani.co.kr
참여형 시민사회 인사부터 정통 관료, 보수 경제학자 포진... 팀워크 놓고 기대와 우려 교차
 
문재인 정부 1기 경제팀이 닻을 올렸다. 1기 경제팀은 출신성분이 다양한 경제 인사들로 구성됐다. 기본적으로 ‘소득 주도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공약을 구현할 시민사회 출신 인사들이 경제정책을 총괄 지휘하고, 이를 실행할 기획·예산 라인업은 옛 경제기획원 출신 정통 관료들로 짰다. 정책 운용의 실행력과 안정성을 두루 감안한 인사라는 기대도 있지만, 엇갈린 이력 탓에 세밀한 부분에서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현웅 <한겨레> 기자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17년 6월15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정보기술(IT) 업체 ‘아이티센’이 마련한 일자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이다. 연합뉴스
 
‘제이노믹스’를 실행할 문재인 정부 1기 경제팀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필두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의 역할 분담에 관심이 쏠린다. 각각 시민사회 참여형 진보적 학자그룹, 정통 관료, 보수 경제학자로 경로가 엇갈리는 이력을 감안할 때 이들의 화학작용이 문재인 정부 초기 경제 운용의 성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먼저 새 정부 경제팀의 투톱 역할을 맡은 장하성 실장과 김동연 부총리는 살아온 궤적이 크게 엇갈린다. 청와대 직제 개편을 통해 복원된 정책실장을 맡아 경제·사회·교육을 포함한 국정 전반을 관리할 장하성 실장은 대표적인 재벌개혁론자로 손꼽힌다. 그는 재벌에 대한 사회적 관점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1990년대부터 집중적으로 재벌 중심 경제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해온 학자였다. 1998년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선 무려 13시간30분 동안 소액주주를 대표해 당시 재벌 중심 경영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장하성 실장은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을 맡아 “이건희 회장과 임원들이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 부실기업 인수, 계열사 부당 지원 등으로 회사에 끼친 손해를 배상하라”며 낸 소액주주 대표소송을 통해 이 전 회장 등이 회사에 977억원을 배당하라는 승소 판결을 받아내기도 했다. 또 이른바 ‘장하성 펀드’를 만들어 기업지배구조가 모범적인 기업에 투자하는 경제민주화운동을 벌이며 주주·시민운동에 앞장서왔다.
 
장하성 실장이 지향하는 경제체제는 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자본주의로 집약된다. 장 실장은 저서 <한국 자본주의>에서 “시장경제가 작동하는 절차와 과정에서의 공정함이 보장되는 절차적인 정의와, 그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가 함께 잘살 수 있도록 하는 분배의 정의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적었다. 공정한 절차와 분배의 정의를 통해, 지속 가능한 시장경제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장하성 실장은 이를 위한 실천 요건까지 책에 담았다. 첫째 ‘함께 잘사는 것이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새로운 가치라는 사회적 합의’, 둘째 ‘정의로운 자본주의를 실현해낼 구체적인 정책 마련’, 셋째 ‘정책을 실제 시행할 정치 지도자들의 의지와 실천’이다. 장 실장은 2017년 5월21일 춘추관 브리핑 뒤 기자들과 만나 “사람 중심의 정의로운 경제를 현실에서 실천해볼 기회라고 생각해 직책을 맡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국정을 조율해나갈 장하성 실장이 재벌 중심 경제체제의 개혁과 시장소득의 분배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출 것이 명확해 보인다.
 
   
2017년 6월4일 장하성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대책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대표적인 재벌개혁론자다. 연합뉴스
 
예산통 관료 전진 배치
정부 부처를 장악하고 정책을 실질화하는 경제사령탑을 맡은 김동연 부총리는 ‘흙수저’ 출신 경제 관료로 유명하다. 김 부총리는 11살 때 아버지를 잃고 서울 청계천 무허가 판잣집에서 살았고, 광주대단지(경기도 성남시)로 강제 이주를 당하기도 했다. 소년 가장이던 김 부총리는 형편이 어려운 수재들이 몰렸던 덕수상고를 졸업하기도 전에 은행에 입사해 가족을 부양하다, 뒤늦게 고시 공부를 시작해 1982년 행정고시와 입법고시에 동시 합격한다.
 
행정고시 성적이 우수한 합격자들이 주로 임용되는 경제기획원 사무관으로 공직에 발을 들인 김동연 부총리는 2014년 7월 장관급인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을 끝으로 공직을 떠날 때까지 경제기획원과 기획예산처,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으로 잔뼈가 굵은 ‘예산맨’이다. 김 부총리는 업무 집중도와 장악력이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총리와 함께 근무한 적이 있다는 기획재정부의 한 간부는 “어설픈 보고서를 들고 갔다 혼이 빠질 정도로 호된 질책을 당한 경험이 있다”며 “정책의 맥락과 구체적인 사업의 장단점을 꿰고 있어 어물쩍 넘어갈 수 있는 상사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백혈병으로 투병하던 큰아들이 먼저 세상을 뜬 2013년 발인을 마치고 그날 업무에 복귀했다는 일화가 그의 업무 집중도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관가에서는 개혁 성향의 학자 출신인 장하성 실장이 국정 과제를 총괄 기획하고, 김동연 부총리가 정부 부처를 총괄해 강하게 개혁 드라이브를 거는 모양새를 예측한다. 김 부총리가 행동대장 역할을 하리라는 것이다. 이런 추론은 김동연 부총리가 손발을 맞출 기획재정부 1·2차관 인사로 뒷받침된다. 청와대는 경제정책의 기초를 설계하고 부처간 업무 조정을 통해 실행시키는 역할을 담당하는 기재부 1차관과, 예산 편성과 공공부문 운용을 담당하는 2차관에 모두 김 부총리와 같은 옛 기획예산처 출신 관료들을 임명했다. 예산통 관료들을 기획재정부에 전진 배치함으로써 강력한 재정정책으로 일자리 창출을 통한 소득 주도 경제성장을 이룩한다는 ‘제이노믹스’의 실행력을 높이겠다는 심산으로 풀이된다.
 
보수 경제학자 출신인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한발 뒤로 물러난 모양새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대통령이 의장을 맡는데, 경제정책의 중장기 방향성에 대한 자문과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에 그친다. 결과적으로 장하성 실장이 큰 그림을 그리고, 김동연 부총리가 이를 실행하며, 김광두 부의장은 시장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을 감안해 완급 조절을 조언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경제팀이 견제와 균형 속에 시너지를 거둘 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개개인의 개성이 강하고 경제 현실을 바라보는 관점도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김동연 부총리의 역할모델이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비서진을 장악한 것은 개혁 성향 학자들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서적·물리적 친밀도가 높은 청와대 참모 그룹이 일자리 창출, 재벌 개혁, 재정 사업 등 정책 추진에서 전면에 등장하고 김 부총리가 단순히 예산을 제공하는 역할만 맡으면 문재인 정부 경제팀의 컨트롤타워는 힘을 잃게 된다. 미국 통상 압력, 소득 양극화, 가계부채 등 대내외 경제 리스크가 산적한 가운데 강력한 정책 추진력을 가진 관료 집단의 적극 지원없이 ‘소득 주도 경제성장’이란 결실을 얻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또 학자 출신인 ‘어쩌다 공무원’들의 선명성을 중시한 정책 추진에 현실적합성을 따져 물을 수 있는 인물은 현재로선 김동연 부총리가 유일해 보인다.
 
국회에선 야당 의원이 정부의 경제 컨트롤타워의 위상 정립을 요구하는 이례적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은 김 부총리의 인사청문회에서 “(김동연 후보자는) 저를 포함해 선배들이 함께 일하고 싶은 믿음직한 공무원이고, 조직 통제력도 강해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최적의 인물”이라면서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 위원장, 이용섭 일자리위부위원장, 장하성 실장 등 막강한 실세들과 의견이 맞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이냐. 이들이 다른 의견을 밀어붙이려 하더라도 쉽게 의견을 굽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의 경제기획원·기획예산처 시절 ‘사수’였던 개인적 인연을 바탕으로, 경제팀 내 야당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충고한 것이다.
 
키잡이는 경제부총리?
가장 관심이 가는 인사 중 한명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다. 김상조 위원장은 장하성 실장과 함께 소액주주운동 등 경제개혁운동에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파트너다. 장하성 실장과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해 재벌 개혁의 한 축을 맡았다. 김상조 위원장은 2017년 6월 하순께(이 글은 6월 중순 작성됨 -편집자) 재벌 개혁 추진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재벌 개혁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등과의 정책 조율이 어느 층위로 이뤄질지에 따라, 향후 김동연 부총리의 리더십을 측정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다. 다만 김상조 위원장은 “재벌 개혁은 검찰 개혁처럼 몰아치듯 해서는 안 된다. 예측 가능하고 일관된 개혁을 하겠다”고 밝혀 현실론에 가까운 개혁 방법론을 제시했다.
 
아직 미정인 금융위원장 인선도 주요한 관전 포인트다. 청와대 안팎에선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대표적인 재무부 라인(모피아) 출신으로 관치금융의 대가이자, 론스타 외환은행 매각 사태의 주범이라는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김석동 전 위원장을 삼고초려하는 상황이라는 후문이다. 김석동 전 위원장도 정통 관료 출신으로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모피아의 적자로 불리는 인물이다. 청와대가 김 전 위원장을 다시 금융위원장에 앉힐 경우 경제팀의 구심점은 또다시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김 전 위원장 역시 만만찮은 업무 장악력을 자랑하는 인물인데다, 금융정책은 재정정책에 비해 민간에 미치는 파급력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김동연 부총리도 이런 사정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김 부총리는 2017년 6월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 뒤 기자실을 찾아, 문재인 정부의 경제 콘트롤타워라고 자임했다. 그는 “청와대 정책실장 부활, 일자리위원회 설치 등으로 경제정책 콘트롤타워가 불분명해지거나 경제팀 소통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질문에 “청와대에서도 경제문제는 부총리에게 맡긴다는 의지가 강하고, 저 역시 경제문제는 제가 책임진다는 자세로 할 것”이라며 “충분히 논의하고 토론하되, 조율 끝에 결정된 메시지는 부총리를 통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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