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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칼 빼든 정부, 숨죽이는 부동산
[국내이슈] 문재인 정부 첫 부동산 과열 규제, 시장 전망은?
[87호] 2017년 07월 01일 (토) 신희은 gorgon@mt.co.kr
강남 재건축 중심 선별 규제라도 시장에 영향 불가피... 하반기 상승세 멈추고 관망세 돌아설 듯
 
문재인 정부 들어서 가파르게 상승하던 집값이 최근 숨죽이는 모습이다. 정부가 몇 차례 시장 과열을 경고한 데 이어 ‘6·19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부동산 시장이 눈치보기에 들어갔다. 이제 시장은 새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투기 세력을 뿌리 뽑겠다는 명분 아래 ‘초고강도’ 대책을 내놓은 노무현 정부 때와 달리, 시장 과열을 주도한 강남 재건축 단지 등을 중심으로 선별 규제에 나섰다. 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규제 강화’에 초점을 맞춘 만큼 하반기 부동산 시장이 상승세를 멈추고 관망세로 돌아설 것으로 분석한다.
 
신희은 <머니투데이> 부동산부 기자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가파르게 상승하던 집값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2017년 6월9일 서울 양천구 신정뉴타운 견본주택에서 조감도를 살펴보는 시민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들썩이던 부동산 시장이 눈치보기에 들어갔다. 정부가 시장 과열을 경고하며 수요를 억제하는 규제책을 내놓은 탓이다. 2016년 정부의 ‘11·3 부동산 대책’ 시행 뒤 6개월간 부동산 시장은 주택 거래량이 급감하는 등 한껏 움츠러들었다. 시장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대선 직후부터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를 필두로 수요가 살아나면서 주택 매매가격이 단기 급등 양상을 보였다.
 
단기 급등세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강동구, 용산구, 성동구 등 서울 일부 지역에서 두드러졌다. 지방은 세종, 부산 등 일부 지역에서만 열기가 뜨거웠다. 그 외 지역은 매매가격이 보합에 그치거나 하락했고 거래도 한산했다. 정부는 국지적 과열을 잠재우는 동시에 부진에 빠진 수도권과 지방 시장에 끼칠 영향을 최소화하는 선별적 대책을 고심했다. 시장 전반에 영향을 주는 일률적 대책은 지방 시장을 ‘경착륙’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가 2017년 6월19일 발표한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선별적 맞춤형 대응방안’에는 불필요한 시장 충격을 피하는 선에서 국지적 시장 과열을 잠재우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11·3 대책’ 당시 서울에선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 국한했던 분양권 전매 금지가 서울 전역으로 확대됐다. 경기도 광명과 부산 기장군·부산진구 등도 추가로 청약 조정 지역에 올랐다. 조정 대상 지역에선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도 각각 70%에서 60%, 60%에서 50%로 축소된다. ‘11·3 대책’에서 빠졌지만 시장 과열 요인으로 지목된 강남 재건축 단지에 대해선 청약 조정 지역에서 재건축 조합원당 아파트 분양 가구 수를 1채로 제한하는 규제를 추가했다. 아파트 집단대출 중 잔금대출에도 DTI 50%를 새로 적용키로 했다. 시장에 충격을 준다는 우려를 낳았던 투기과열지구 지정이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조기 도입 같은 ‘고강도’ 대책은 빠졌다.
 
과열 지역만 잡는 ‘핀셋 규제’
시장은 문재인 정부의 첫 부동산 규제책이 일부 지역의 과열을 잡고 시장 투기 수요에 ‘경고 신호’를 보내는 선에서 이뤄졌다고 평가한다. 이번 대책으로 시장 과열이 잡히지 않으면 언제든 ‘고강도’ 대책을 꺼낼 여지도 남겼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대책이 예상한 수준이지만 과열이 지속되면 더 강한 대책이 나올 수 있는 만큼 2017년 하반기 시장은 관망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들썩이는 부동산 시장을 두고 연일 경고성 발언을 쏟아내며 규제 의지를 내비쳤다. 주요 강남 재건축 단지가 한 달 새 1억원 이상 급등하고 새 분양단지 청약 경쟁률이 치솟는 등 투기 세력이 다시 고개를 들 조짐을 보이자 ‘구두 개입’으로 조기 차단에 나섰다. 다만 실제 규제는 서울과 수도권, 지방의 극명한 온도차를 감안해 과열은 잡고 충격은 최소화하는 해법을 찾는 데 골몰했다.
 
앞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일부 과열 지역을 선별 규제하는 ‘핀셋 규제’를 시사하며 일률적이고 획일적인 규제와는 선을 그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6월1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LTV·DTI 등 부동산 대출과 관련한 금융 규제는 지역별·대상별 맞춤형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실제 6월19일 정부가 발표한 대책은 시장 과열을 ‘국지적 양상’으로 진단하고 주택 실수요가 아닌 투자 목적의 가수요에 영향을 주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강남권뿐 아니라 전역을 청약 조정 지역으로 확대 지정한 것은, 대기 수요가 많은 서울의 특성상 선별 지정에 따른 ‘풍선효과’ 등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정 지역을 포괄적으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는 등 강도 높은 규제는 시장의 충격을 우려해 남겨뒀다.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시장이 장기적 과열로 갈 경우 정부가 쓸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카드’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대신 재건축 조합원당 아파트 분양 가구 수를 1채로 제한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보완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위원은 “현재 부동산 과열 양상은 철저히 국지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전면 규제나 투기과열지구 지정보다 청약 조정 지역 확대 같은 안정적 조처가 선행된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도 “서울 일부 지역에서 단기 급등한 투기성 수요를 어떻게 걸러내느냐가 관건”이라며 “2017년 하반기에 입주 물량 증가, 금리 인상 같은 부동산 경기의 하방 요인이 많아 시장 위험을 줄이는 단계별 규제가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시장 과열에 대응하는 선별적, 맞춤형 규제를 내놨더라도 시장 전반에 영향을 주는 건 피할 수 없다. 중점 규제 대상이 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를 비롯한 서울 전역은 집값 상승세가 당분간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 직후 집값이 크게 오르지 않고 보합세에 그친 서울 외곽 지역은 이번에 청약 조정 지역으로 묶이면서 거래가 줄고 가격이 하락할 여지가 높다.
 
강남 지역에서 집값 상승을 기대하고 ‘갭투자’(매매가격 대비 전세보증금 비율이 높은 주택을 전세를 끼고 매입한 뒤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 -편집자)에 나선 투자자와 대출 비중이 높은 실거주자 등도 타격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안명숙 우리은행 고객자문센터장은 “규제 여파로 수요자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되면서 시장이 상승세를 멈추고 관망세로 돌아서거나 움츠러들 것”이라며 “2017년 하반기 시장은 상반기보다 상승폭이 대폭 줄어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규정 부동산연구위원은 “규제가 본격 적용되고 2017년 하반기 준공 물량 증가, 금리 상승 가능성을 감안하면 단기적으로 조정이나 부침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며 “보수적 접근이 필요해진 시기”라고 말했다. 강남권에 집중되던 시중 유동자금이 주변부로 옮겨가며 집값을 끌어올리는 ‘풍선효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중 유동자금이 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마땅히 갈 곳 없는 상황에서 ‘대체 투자처’를 찾는 흐름은 필연이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강남 지역의 집값 상승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는 규제가 단기 효과에 그치고 집값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과거 노무현 정부 때 강도 높은 시장 규제에도 집값이 급등한 사례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다.
 
최근 서울 시내 분양단지들이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것은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5월 대선 뒤 분양한 영등포구 ‘보라매 SK뷰(VIEW)’와 강동구 ‘고덕 롯데캐슬 베네루체’는 각각 27.68 대 1과 11.33 대 1의 높은 경쟁률로 1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했다. 부동산 규제책과 함께 2018년 초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이 결정되면 서울 시내의 신규주택 공급은 더 위축될 전망이다. 공급량이 크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인위적 수요 억제가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정부는 시장의 과열을 주도한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 등을 중심으로 선별 규제에 나서 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내 부동산중개업소. 연합뉴스
 
규제 못지않게 전셋값 안정도 중요
박상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종합부동산세 도입, 분양가상한제 확대 등 강력한 규제책이 나왔지만 절대적인 공급량 부족으로 주택가격 상승이 가팔랐다”며 “공급과 수요 조절이 모두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규정 부동산연구위원은 “지금 집값 급등세도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부동산 경기를 부양한 효과가 유동성 장세와 맞물려 폭발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며 “시장을 규제하더라도 서울은 부족한 공급에 따른 주택 수요가 움직여 주택가격이 계속 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동산 시장 규제로 내 집 마련을 계획한 실수요자들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다. 신도시 신규 아파트 입주로 일시적 안정세를 보였던 전셋값이 최근 다시 상승세로 전환하면서 실수요자를 조급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규제 이전에 주택을 매입하려는 실수요자들이 분양단지로 몰리는 것도 규제로 내 집 마련 장벽이 높아질 것을 우려하는 이가 많다는 방증이다.
 
신규 분양 단지의 잔금대출에 DTI가 적용되고 장기적으로 은행권의 DSR 도입이 이뤄지면 개인 신용에 따라 대출 가능 여부와 금액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미 주택담보대출 이자가 최소 3%대 후반에서 4%대를 넘어선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이자 부담도 커진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전세를 끼고 현금 몇천만원만 더하면 집을 쉽게 살 수 있을 정도로 전셋값이 치솟으니 대기 수요가 쉽게 줄어들지 않는 것”이라며 “시장 규제 못지않게 전셋값 안정도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규제 이후 청약에는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안명숙 고객자문센터장은 “앞으로 일단 청약부터 하기보단 자금조달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은행에 미리 문의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주택 매입 시기도 심리적 위축에 따른 관망세가 얼마나 지속될지 등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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