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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 가로막는 에너지 대기업들”
[Special Report] 신재생에너지 둘러싼 싸움- ② 클로드 튀르메스 녹색당 유럽의회 의원 인터뷰
[87호] 2017년 07월 01일 (토) 앙투안 드 라비냥 economyinsight@hani.co.kr
유럽이 거대 에너지 대기업들의 로비에 휘둘리면서 신재생에너지 정책에서 후퇴할 조짐이 보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세계 재생에너지의 투자를 선도했던 자신감을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경기가 어려운 탓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에너지 대기업들의 방해 때문이다. 이들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를 상대로 무차별적 로비 활동을 펼치며 자신의 요구를 관철한다. 재생에너지 부문 지원 정책의 핵심인 ‘생산비보장 의무구매제도’ 폐지가 대표적이다. 녹색당 소속 룩셈부르크 유럽의회 의원 클로드 튀르메스(Claude Turmes)와 어떻게 거대 에너지 기업의 로비가 에너지전환을 방해하는지 살펴본다.
 
앙투안 드 라비냥 Antoine de Ravigna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룩셈부르크 유럽의회 의원 클로드 튀르메스는 재생에너지가 가격경쟁력을 갖추자 유럽 전력회사들이 재생에너지 죽이기에 나섰다며 유럽연합은 전력회사의 로비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클로드 튀르메스 의원 개인 홈페이지 자료
 
2013년까지만 해도 유럽연합(EU)은 재생에너지 부문 투자에서 단연 선도적 위치에 있었다. 이후 그 흐름이 깨졌다. 누구 잘못인가.
사실 시작은 좋았다. 2009년 유럽연합의 재생에너지 전력보장가격 구매 지침은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 붐을 이끌었지만 프랑스전력공사(EDF), 독일 에너지 기업 에온(E.ON) 같은 대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에 동참하지 않았다. 독일은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 비율이 높다고 자랑하지만 풍력과 태양열 전력의 95%를 지방자치단체, 협동조합, 농민, 중소기업, 심지어 평범한 시민들이 생산한다.
 
재생에너지 시장의 급부상은 거대 에너지 기업들의 골칫거리였다. 이들 대기업은 화석에너지와 원자력에너지 생산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전력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지 않았고 정체되기 시작했다. 건물과 각종 설비의 에너지 효율이 좋아진 게 원인이다.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이산화탄소 배출권 시장 관리 실패도 이유다. 대기오염의 주범인 노후 화력 발전 시설을 퇴출하기에는 배출권 시장에서 이산화탄소 가격이 너무 낮게 형성됐다. 그 결과 유럽 전력 시장은 과잉 공급 상태에 이르며 도매가격이 폭락했다.
 
또한 재생에너지 부문의 성장으로 재생에너지 생산비가 급감하면서 재생에너지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추자 독일 RWE와 에온, 프랑스 EDF와 엔지(Engie), 벨기에 엘렉트라벨(Electrabel), 스페인 엔데사(Endesa) 등 전력시장을 독점하던 대기업들의 사업모델이 직접 위협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거대 에너지 기업들이 대규모 반격에 나선 것이다.
 

전력시장 포화로 재생에너지 투자 급락
유럽의 재생에너지 투자는 2011년부터 감소했다. 2016년에도 2008년 투자 수준을 넘지 못했다. 전력시장의 과잉 공급 상태가 원인이었다. 유럽의 전력 소비는 2010년 이후 더 이상 오르지 않고, 심지어 느리게 감소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력 소비가 감소한 이유는 경제적·인구통계학적 변화와 에너지효율 향상 기술의 진보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2010∼2015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전력소비 비율은 8% 하락했다. 이렇게 전력 수요는 감소하는데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은 빠르게 증가하다보니, 화석·원자력 에너지 등 전통적 에너지 자원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기업과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다.
 
   
독일 에온(E.ON)을 비롯해 프랑스 엔지(Engie), 벨기에 엘렉트라벨(Electrabel) 등 거대 에너지 기업들은 무차별적 로비 활동을 통해 에너지전환 정책을 방해한다. 요하네스 타이센 에온 최고경영자(CEO)가 2017년 5월 독일 서부 에센에서 열린 주주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REUTERS
 
‘마그리트 그룹’의 무차별적 로비
재생에너지 부문의 성장을 억제하기 위해 유럽 에너지 기업들이 공조했다는 뜻인가.
그렇다. 내가 쓴 책에도 자세한 내용이 나오지만, 유럽 기업들의 반격은 정확히 2013년 5월21일 엔지의 전신인 프랑스가스공사(GDF)의 당시 대표이사 제라르 메스트랄레가 벨기에에서 ‘유럽 에너지 정책의 미래’를 주제로 여는 유럽 이사회를 하루 앞두고 동료 기업 회장 10여 명을 초대하면서 시작됐다. 이때 모임이 엔지가 후원자인 마그리트미술관에서 열렸기 때문에 이들을 가리켜 ‘마그리트 그룹’이라고 한다. 마그리트 그룹은 유럽 에너지 기업들의 강력한 로비 집단이다. 마그리트 그룹의 첫 번째 활동은 유럽연합의 2009년 지침이 각국에서 시행되지 않도록 총력전을 펼치는 것이었다. 이들의 로비는 스페인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스페인 정부가 어느 날 갑자기 재생에너지 부문이 누리던 ‘생산비보장 의무구매제도’를 폐지한 것이다. 스페인의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은 당시 엄청난 잠재력을 가졌지만, 2013년 이후 재생에너지의 성장세가 완전히 꺾이게 되었다.
 
두 번째 로비는, 유럽 차원에 집중됐다. 마그리트 그룹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경쟁 당국을 상대로 일사불란하게 로비 활동을 펼치며 재생에너지 부문의 생산비보장 의무구매제도 폐지를 요구한 끝에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 유럽연합은 기존 생산비보장 의무구매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2016년부터 재생에너지 생산자가 전력시장에서 판매에 나서도록 지침을 바꿨다. 재생에너지 생산비용과 일반 에너지 생산비용의 차이를 메우기 위한 보조금이 지급됐다. 이 새로운 제도는 관리가 훨씬 더 복잡하고 강제적이어서 농민, 중소기업, 시민 협동조합 같은 소규모 생산자의 재생에너지 생산 유인을 저하시켰다. 그런데 독일 등 유럽에서 재생에너지 부문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생산비보장 의무구매제도 덕분이었다. 이 제도는 단순했지만 그만큼 강력한 보호장치를 재생에너지 생산자에게 제공했다.
 
기존 유럽 에너지 정책을 무력화하는 데 성공한 마그리트 그룹은 이제 미래 에너지 관련 법안에 담길 내용을 두고 로비를 벌이고 있다. 2009년 도입된 유럽연합(EU) 에너지 규정은 2020년까지 달성을 목표로 한다. 현재 논의 중인 규정은 2020∼2030년 적용될 예정인데, 2014년 1월 당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위원장인 조제 마누엘 두랑 바호주는 마그리트 그룹의 입맛에 맞는 법안을 제시했다. 즉, 2009년 규정과 달리 새로운 유럽연합 에너지 규정이 바호주의 원안대로 도입된다면 각국은 국가별 에너지 전환 목표를 의무적으로 달성할 필요가 없게 된다. 게다가 2030년까지 최종 에너지 수요 대비 재생에너지 비율을 27%까지 올린다는 목표는 재생에너지 비용이 계속 하락하는 상황에서 너무 낮다.
 
2030년 목표를 더 높게 잡는 것이 아직 가능한가.
물론이다. 그래서 내가 유럽의회에서 어떻게든 이 방향으로 중론을 모으려 노력하는 것이다. 기후변화 문제는 집행위원회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유럽의회와 각국 의회의 공동 결정 사항이다. 즉, 집행위원회의 제안이 구속력을 가지려면 우선 유럽의회가 집행위원회의 제안에 동의해야 하고 28개 회원국이 다수결로 찬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가별 목표 달성 의무 조항을 되살리는 것은 어렵다. 반면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을 회원국들이 원하는 27% 대신 35%로 상향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 최종적으로 27%와 35%의 중간 정도에서 결정될 것이다.
 
에너지효율성 규정은 달라지는 부분이 있나.
2003년 에코디자인 규정이 도입된 뒤 모든 전자제품에 에너지 효율등급 표시제가 실시되는 등 많이 발전했다. 지금 냉장고의 전략소비량은 10여 년 전 냉장고의 2분의 1 수준이다. 에너지효율 증가 흐름은 계속될 것이다. 2011년 나는 유럽의회에서 건물 신축 때 준수해야 하는 에너지효율 기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2021년부터 유럽연합 회원국의 모든 신축 지상 건물은 에너지 순소비량이 사실상 제로가 될 것이다.
 
물론 이 조처가 전력, 가스, 석유기업 등 거대 에너지 기업이 원하는 바는 아닐 것이다. 이들 기업은 시장에서 자사의 ‘파이’가 줄어드는 걸 원치 않는다. 그러나 변화를 막으려는 에너지 기업들의 로비는 에너지 절약 정책으로 득을 보는 기업들의 역공에 막혔다. 예를 들어 단열재를 생산하는 화학기업이나 유리공업기업, 또는 최적 에너지소비 기술을 제공하는 기업 등이 정부의 에너지효율 향상 정책으로 득을 보는 기업이다.
 
원자력 옹호자인 마크롱 대통령
   
문제는 저탄소 전환인데, 그러려면 탄소배출권 가격을 인상해야 하지 않나. 배출권 가격이 지금과 같다면 유럽은 2030년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다. 이에 대해 회원국의 의견이 분분하다. 배출권 가격 인상 노력을 하지 않는 국가들을 어떻게 설득해야 하나.
프랑스와 독일을 필두로 몇몇 회원국이 앞장서 탄소배출권 최저가격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영국은 유럽 차원의 결정이 없었는데도 탄소배출권 최저가격제를 실시하고 있다. 중요한 이슈에 대해서는 모든 회원국의 동의 없이도 일부 회원국이 좀더 높은 수준의 협력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유럽 규정 덕분에 일부 국가들이 협의해 최저가격제를 도입하는 것이 가능하다. 프랑스는 원자력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탄소배출권 최저가격제를 도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겠지만 독일은 다르다. 독일 전력시장에서 화력발전소의 비중은 단연 다른 생산자들을 압도한다.
 
탄소배출권 최저가격제가 도입되면 전기 도매가격도 오를 것이다. 이 경우 재생에너지 보조금을 줄이거나 폐지할 수 있다. 최저가격제 도입은 국가재정에도 도움이 된다. 수십억유로의 수입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수입은 주택의 열효율을 높이고 재생에너지와 전기자동차 생산을 촉진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대규모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또한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영향받을 수밖에 없는 화석에너지 부문 노동자가 안정적으로 직업을 바꾸고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국가적 지원책을 마련하는 데 쓰일 것이다. 신속한 저탄소 전환 정책이 정치적·사회적으로 지지를 받으려면 결국 돈이 필요하다.
 
프랑스 대선 결과는 어떻게 생각하나.
대선 과정에서 환경문제가 거의 부각되지 않은 점에 매우 실망했다. 에너지전환은 논쟁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었다. 물론 사회당의 브누아 아몽은 야심찬 환경 공약을 발표했고, 장뤼크 멜랑숑의 환경 공약도 다른 후보에 비해서는 상당히 진전된 것이었다. 아쉬운 점은, 프랑스 대통령으로 당선된 에마뉘엘 마크롱이 기후변화 문제를 더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크롱은 이제 막 대통령이 됐다. 환경정책을 고민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새 내각에서 환경운동가 출신 니콜라 윌로가 환경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의 에너지전환 및 녹색성장에 대한 법에 명시된 “2020년까지 에너지 수요를 30% 줄이고 2025년까지 전력소비 중 원자력의 비중을 50%까지 감축한다”는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긍정적이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이 근본적으로 원자력 옹호자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실제 그는 이전 정부에서 경제부 장관으로 있을 때, 영국 남부 원자력발전소 힝클리포인트에 새로운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강력하게 옹호한 장관 중 한 명이었다. 마크롱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은, 그가 정치적 기반도 없이 기존 정당들의 견제를 뚫고 대통령이 된 것처럼, EDF와 엔지 같은 거대 전력기업의 로비에서도 자유로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7년 6월호(제369호)
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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