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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너무 불안한 ‘무늬만 자율주행’
[Focus] ‘좌충우돌’ 자율주행 시승기- ① 피곤한 불완전 자율주행
[87호] 2017년 07월 01일 (토) 만프레트 드보르샤크 economyinsight@hani.co.kr
각종 스마트 기능 있지만 차선·속도·방향 수시로 이탈... 걸핏하면 ‘삑삑’ 경고음 울려
 
테슬라 등 완성차 업계는 ‘자율주행’ 수식어로 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에게 환상을 심어준다. 엄밀히 말하면 전세계에 아직 자율주행차는 존재하지 않는다. ‘호기심 반, 불안함 반’으로 땀이 흥건한 양손을 어쨌든 운전대에 얹어놓고 만일의 오작동을 경계하는 운전자의 얼굴을 보면 더욱 그렇다. 컴퓨터 신경 쓰랴, 주행 상황 예의 주시하랴, 오히려 운전자의 피로만 늘리는 것 아닌지 모른다.
 
만프레트 드보르샤크 Manfred Dworschak <슈피겔> 기자
 
나는 애초 온갖 상황에 마음의 준비가 돼 있었다. 그래서 내가 정말 놀라기까지 몇 시간이 걸렸다. 첫날 저녁, 내가 탄 자동차가 갑자기 도로를 이탈해 묘지가 있는 오른쪽으로 돌진했다.
 
베엠베(BMW)에서 운전대를 잡은 건 내가 아닌 컴퓨터였다. 카메라와 레이더 센서로 무장한 컴퓨터는 그때까지 아무런 문제 없이 운전을 해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들판 위를 헤집고 다녀야 한다고 굳게 마음먹은 듯 보였다. BMW는 독일 바이에른주의 깔끔하게 포장된 국도를 달리고 있었다. 내가 BMW 운전을 컴퓨터에 전적으로 맡겨도 되겠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이런 사건이 벌어졌다. 이 얼마나 생경한 오류인가!
 
그나마 뒷좌석에 칭얼거리는 아이가 없어 내 신경이 분산되지 않은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자율주행 시험이라는 놀라운 여행에서 BMW의 들판 위 돌진이 마지막 해프닝이 되리라는 보장도 없었다. 나는 독일 전국 도로를 엿새 동안 자율주행차 3대로 누비고 다녔다. 나는 미래를 앞서 보고 싶었다.
 
어느 날 컴퓨터가 인간의 개입 없이 완전 자율주행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물론 그러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는 사족과 함께 말이다. 그때까지 컴퓨터는 보조 역할만 하고, 전적인 운전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다. 하지만 운전자를 옆에서 지원하는 ‘스마트 어시스턴트’(지능형 자동차 기술에 기반한 보조 도구 -편집자) 수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났다. 내가 탔던 BMW, 아우디, 메르세데스벤츠는 현재 시장에 나온 스마트 어시스턴트의 모든 것을 망라하고 있었다. 스마트 어시스턴트만으로 어느 정도 자율적으로 차선을 지켜 운전할 수 있고 차간 거리도 유지하고 앞차를 추월하기 위해 차선을 변경할 수도 있었다. 심지어 교통법규를 자동 준수하는 기능이 내장돼 있다. 운전자가 원하면 스마트 어시스턴트는 각종 속도 제한을 준수했다.
 
이동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인류는 이제 컴퓨터와 자동차를 함께 운전하게 됐다. 나는 위험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시험을 직접 해보기로 했다. 스마트 어시스턴트는 얼마나 똑똑할까? 그것은 실 제 운전자에게 도움이 될까? 기계와 인간은 서로 어울릴 수 있을까?
 
컴퓨터와 나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꾸불꾸불한 산길 도로와 전통 목재 가옥이 늘어선 소도시의 좁디좁은 도로를 달렸다. 컴퓨터가 자율주행을 하기에 녹록지 않은 조건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 동안 컴퓨터와 나는 아우토반, 도로가 잘 정비된 연방도로를 달렸다. 컴퓨터는 이런 상황에선 수월하게 자율주행을 해 냈다.
 
   
도요타의 자율주행 콘셉트 로고가 운전대 버튼에 새겨 있다. 이 로고는 사람과 차가 주행을 목적으로 서로 지켜보고 돕는 동료 관계임을 뜻한다. 자율주행 운전자는 신경 쓸 일이 많다. REUTERS
 
가시방석 운전자
제1호 시운전 차량은 BMW 520d이었다. 나는 뮌헨에서 BMW 520d를 받았다. 도심 아우토반에 진입하자마자 나는 기사가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가는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내가 차선을 벗어나면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이 나를 부드럽게 다시 차선 중앙으로 옮겨줬다.
 
나는 언제든지 핸들을 조작할 수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컴퓨터에 운전을 맡기게 됐다. 컴퓨터가 정확하게 운전해내는 것을 두 눈으로 목격했기 때문이다. 내가 한 일은 자동주행 속도 유지 장치에 내가 원하는 속도를 알려준 것이 전부였다. 앞 차량과 거리는 자동주행 속도 유지 장치가 철저한 원칙에 따라 스스로 결정했다.
 
도로가 교통체증 없이 물 흐르듯 가는 동안 컴퓨터와 나는 마치 기차를 타듯 차량 대열에 얹혀 갔다. 지금만 같다면 운전석에 앉아 독서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자율주행 핸드북에 따르면 나는 무조건 핸들에 손을 올려놓아야 한다. 운전의 책임은 운전자인 내게 있기 때문이다.
 
운전자가 핸들을 잠시도 손에서 놓으면 안되는 이유를 나는 아우토반에서 약 80km 주행한 뒤 비로소 납득하게 됐다. 자율주행하던 BMW는 무려 세 번이나 차선을 벗어나려 했다. 어둑어둑해진 무렵이었지만 시야는 나쁘지 않았다. 차량에 달린 카메라는 넓은 갓길을 보지 못했을까?
 
다음날 해가 중천에 떠 있는 동안에도 컴퓨터는 실수를 했다. 한번은 컴퓨터가 앞서 달리던 차량의 뒤를 따라 고속도로 출구로 접어들었다. 국도에 들어서자 자율주행의 마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국도에서 차선 인식은 계속 오락가락했다.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이 이유없이 꺼지고 켜지기를 무한 반복했다.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은 무리가 왔다 싶으면 한번씩 꺼졌다. 시스템이 꺼진 것을 항상 인지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BMW는 서 있는 차량들을 향해 여러 차례 돌진했다. 차량이 이상하다고 생각될 무렵 BMW는 뒤늦게 브레이크를 밟았다. 약 1초 뒤 내가 직접 페달을 밟았고, 그제야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이 꺼진 것을 인식했다.
 
핸드북에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 자율 주행 시스템이 꺼질 수 있고, 언제 다시 재가동되거나 재가동되지 않는지 정확히 명시돼 있다. 이는 컴퓨터와 운전자 중 누가 운전의 책임을 지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운전자가 자율주행 시스템을 계속 감시해야 함을 뜻한다.
 
그 와중에 운전자도 실수할 수 있다. 모든 실수를 자동차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도심 도로에서 BMW는 속도가 느린 차량 대열에서 이탈해 갑자기 속도를 올리기도 했다. 자동주행 속도 유지 장치가 여전히 시속 100km에 맞춰진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운전자와 자율주행 시스템이 손발을 맞추는 일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시운전 차량 3대에는 놀라워 입을 다물지 못한 기능이 있었다. 특히 ‘하이빔 어시스턴트’(High-Beam Assistant) 기능이 놀라웠다. 밤에 반대편에서 차량이 접근해도 전조등을 아래로 내릴 필요가 없었다. 밤에도 차량 앞쪽 도로는 마치 대낮처럼 환했다. 그런데 내가 확인한 바로는 어느 운전자도 눈부셔하지 않았다. 하이빔 어시스턴트는 반대편에서 오는 차량을 인식해 불빛 방향을 바로 반대편 차량 주위로 옮긴다.
 
다양한 긴급 제동 시스템과 충돌 경고 시스템이 유용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내가 막 추월하려던 찰나, 뒤쪽 사각지대에서 차량 한 대가 돌진해오자 사이드미러에서 등이 깜빡거린다. 복잡한 교차로에선 레이더가 후방 접근 차량 경보를 해준다.
 
   
2017년 3월24일 미국 애리조나주 템피의 한 도로에서 우버의 자율주행 스포츠실용차(SUV)가 추돌 사고를 낸 뒤 전복돼 있다. 자율주행에서 순간의 실수는 운전자에게 치명적이다.  AP 연합뉴스
 
회의적 시선
여기서 다룰 내용은 유용한 운전 보조 기술이 아니다. 내가 시험하려는 것은 자율주행 기술이다. 자율주행은 정말 인간을 편하게 해줄까? 나는 첫 차량을 시운전한 뒤 더 이상 확신하지 못하게 됐다.
 
함께 운전했던 컴퓨터는 나보다 훨씬 더 자주 실수를 저질렀다. 게다가 컴퓨터는 사전 경고도 없이 꺼져버렸다. 물론 컴퓨터가 운전에 충분히 도움되는 구간도 있었다. 하지만 컴퓨터가 언제 먹통이 될지 모르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었다.
 
나의 운전을 지원해야 할 컴퓨터가 오히려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차량 한 대가 깜빡거리며 내 앞에 끼어들려고 할 때 컴퓨터가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바람에 내가 속도를 조절해 재빨리 브레이크를 밟기도 했다. 컴퓨터와 내가 30분 동안 아무런 문제 없이 주행할 때면, 나는 운전을 제일 못하는 학생을 운전면허 실기시험에 합격시킨 학원강사만큼 만족스러웠다.
 
물론 나는 자율주행 기술이 아주 똑똑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나는 2016년 프랑스 남부 지역을 렌터카로 다닌 적이 있다. 당시 빌려 탔던 도요타 야리스 세단은 수많은 운전 보조 시스템이 번갈아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 차의 운전보조 시스템의 가장 큰 기능은 삑삑거리는 소음 유발인 듯했다.
 
주차장에서 차를 빼기 위해 후진 기어를 넣자마자 렌터카는 마치 공사장 차량처럼 삑삑 소리를 냈고, 조금 뒤 ‘안전벨트 미착용 경고 장치’(SBR)가 이에 합세했다. 경고음이 점점 커지면서 나는 조수석에 올려놓은 배낭에도 안전벨트를 매줘야만 했다.
 
가장 시끄럽게 경고음을 낸 것은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LDWS)이다. 내가 좌우 양쪽 차선에 너무 가까이 간다 싶으면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은 구간에 따라 쉴 새 없이 울려댔다. 프랑스 남부의 좁은 국도에서 아무리 조심스럽게 운전해도 엄격한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을 만족시킬 수 없었다.
 
이후 나는 자율주행 기술이라고 하면 선의를 위한 테러리즘과 자비심의 강요를 부지불식간에 떠올리게 됐다. 첫 번째 자율주행 시운전 차량 BMW에서 혹시 운전자가 피곤한 기색을 보였다는 이유로 머리 받침대에서 충격 전자파가 나오더라도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은 대다수 운전자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한다.” 독일자동차운전자협회 아데아체(ADAC)의 어시스트 시스템 전문가 안드레아스 리글링은 말한다. 단순히 삑삑거리는 소음이 시끄러워서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울려대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얘기다.
 
다른 차종에선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이 차량 계기판에서 깜빡거리거나 좌석이 진동한다. 좌석 진동은 삑삑거리는 소음보다 신경을 더 거슬리게 할 때도 있다. “어시스트 시스템은 점점 복잡해지지만 표준이 아직 정립돼 있지 않다.” 아데아체는 운전자가 각 기능에 맞춰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신호음이 필요하다고 본다. 차선 유지의 경우 운전대 진동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내가 시운전한 차량들도 차선 유지를 경고할 때 이런 신호음을 보냈다.
 
신호음 노이로제
제2호 시운전 차량은 아우디 A4 아반트였다. 나는 차량을 독일 잉골슈타트에서 받았다. 아우토반에서 아우디는 BMW보다 훨씬 안전하게 주행했다. 국도에서는 자율주행 속도 유지 장치가 상황을 미리 파악하는 것을 감사히 여겼다. 내비게이션이 좁은 커브길이 있다고 알려주면 자율주행 속도 유지 장치는 스스로 속도를 줄였다. 이는 자율주행 기술을 신뢰하는 데 엄청나게 기여했다.
 
내장된 교통체증 보조장치 역시 섬세한 기술력을 뽐냈다. 저속 주행이 필요할 때 내가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아우디는 거북이걸음을 반복하는 차량 대열에서 함께 움직였다. 물론 섰다 갔다를 반복하는 교통체증 상황에선 내가 운전에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차가 다시 움직이면 아우디에 출발 명령을 내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우디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나는 아우토반 한가운데서 몽상에 계속 빠져 있거나 죽을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교통 흐름이 어느 정도 원활할 때는 내가 할 일이 그다지 없었다. 막히지 않는 도로 구간에서 아우디는 운전자인 내가 없어도 완벽하게 자율주행을 했다.
 
하지만 이는 착각에 불과했다. 내가 가벼운 마음으로 운전하는 중 귀에 거슬릴 정도로 삑삑 소리가 터져나왔다. 삑삑 신호음은 당장 핸들에 손을 올려놓으라는 의미다. 바로 손을 올려놓아도 소용이 없었다. 핸들이 움직여야 자동장치가 인식한다. 내 핸들 조작 스타일이 자동장치에 너무 얌전했나보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또다시 삑삑 신호음의 철퇴를 맞을까 두려워, 최소 1분당 1회씩 정기적으로 핸들을 좌우로 돌린다. 나는 아무래도 자율주행에 적합한 운전법을 새로 배워야 할 듯하다.
 
물론 아우디 차량이 아무 이유 없이 집요하게 삑삑 신호음을 내는 것은 아니다. 운전자가 차량이 아무런 문제 없이 자율주행을 할 것이라는 환상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서다. 반대로 이는 자율주행의 근본 문제이기도 하다. 자동차는 자율주행을 하지만, 운전자는 자동차를 계속 회의적인 시선으로 지켜봐야 한다. 그렇다면 자율주행으로 운전자인 내가 얻는 것은 무엇일까?
 
자동차 기업 테슬라는 자율주행 자동차를 아주 자의적으로 해석했다. 테슬라에서 만든 자동차는 웬만큼 차선을 유지하고 거리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테슬라는 제한적인 자율주행 보조장치를 ‘자동조종장치’(Autopilot)로 부르며 차를 판매했다. 일부 고객은 이를 말 그대로 받아들였다. 1년 전, 한 테슬라 자율주행차는 앞을 가로질러 가는 화물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컴퓨터가 화물차를 간과하고 만 것이다.
 
ⓒ Der Spiegel 2017년 20호
Pling!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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