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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가속페달·브레이크를 없애라
[Focus] ‘좌충우돌’ 자율주행 시승기- ② 완전 자율주행의 조건
[87호] 2017년 07월 01일 (토) 만프레트 드보르샤크 economyinsight@hani.co.kr
현재는 인간·컴퓨터의 공동 주행 ‘과도기’... 포드, 2021년 완전 자율주행차 생산 계획
 
진정한 자율주행이 완성되려면 자율주행차를 몰고 도로를 나선 나 혼자 잘해서는 안 된다. 자율주행차가 오작동을 일으키면 안 되고, 나를 마주치는 다른 인간 운전자나 자율주행차와 완벽하게 조화를 이뤄야 한다. 자율주행차에 내장된 알고리즘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변수를 모두 감당해낼지는 미지수다. 만약 차선 일부가 벗겨져 있다면? 갈림길에 나란히 놓인 두 개의 속도제한 표시를 잘못 인식한다면? 그리고 차량 가격보다 비싼 고가의 스마트 자율주행 장치도 자율주행차 시대의 걸림돌이다. 도로망 등 인프라 구축과 사고의 법적 책임 주체도 문제다. 이 과도기에 운전자가 치러야 하는 대가를 감안하면 운전대 없는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할 때까지 그냥 운전대를 잡는 것이 어떨까.
 
만프레트 드보르샤크 Manfred Dworschak <슈피겔> 기자
 
   
중국 창안자동차의 자율주행차 개발자가 고속도로 시험운행 중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력이 완성되기 전에는 운전자가 직접 운전하는 것이 편할 수도 있다. REUTERS
 
다임러는 메르세데스 E클래스로 과감한 자율주행을 시도하고 있다. 제3호 시운전 차량이 바로 메르세데스 E클래스다. 이 차는 자연스럽게 자율주행하고 운전자인 내게 아무 것도 원하지 않았다. 내가 손을 어디에 두든 상관없이 차 안에는 정적만 흘렀다. 내가 다시 핸들을 잡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조용히 차량 계기판에 특정 지시를 가리키는 이미지가 뜰 뿐이다. 인간과 기계 사이에 조화란 게 있기는 한가.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프랑크푸르트까지 이르는 아우토반에서 메르세데스 E클래스는 거의 자율주행을 했다. 내가 할 일이 별로 없었다. 직접 추월할 필요도 없었다. 내가 왼쪽 신호등을 켜자 차량 센서는 왼쪽에 끼어들 공간을 발견하자마자 차선을 바꿨다.
 
메르세데스 차량은 전반적으로 좋았지만, 자율주행 보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 것은 아우토반에서뿐이었다. 내가 다른 차를 추월하는 소박한 스릴을 정말 포기할 의향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렇지 않아도 지루한 운전이 더 지루해져도 되는 것일까?
 
운전 시작 1시간여 만에 나는 트위터에서 새로운 소식을 확인하려고 스마트폰을 켤 뻔했다. 나는 운전석에서 스마트폰을 보는 경솔한 행동을 겨우 자제했고, 대신 양옆 산등성이를 바라봤다. 다시 1시간이 흘렀다. 무료함에 앞유리에 낀 벌레의 얼룩을 세기도 했다.
 
내가 운전 중 유일하게 경험한 변화는 차량의 변덕 덕분이었다. 메르세데스 차량은 기계스러운 고집으로 도로교통법규를 준수했다. 시간당 80km라는 법규를, 정말 시간당 80km로 꾸준히 준수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래서 메르세데스 차량은 나의 앞뒤 양옆으로 운행 중인 차량들을 극도의 혼란에 빠뜨렸다. 메르세데스가 아우토반 공사장으로 빠져들기 전 첫 표지판을 인식하자마자 정확히 시간당 80km로 속도를 낮췄다. 그렇게 속도를 낮춘 차량은 내가 탄 차가 유일했다.
 
그러자 주위 차량들이 일제히 비상등을 켰고 나를 따라 속도를 낮추느라 브레이크를 밟은 운전자들은 다시 속도를 내며 내 차 옆을 휙휙 지나갔다. 굼뜬 메르세데스가 뒤에서 들이받는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나는 속도 조절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을 끊임없이 움직이며 차량 속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해야 했다.
 
제2호 시운전 차량 아우디 역시 속도에선 세상사에 어두운 모범생이나 마찬가지였다. 원산지 뮌헨 특유의 눈치가 빠른 제1호 시운전 차량 BMW만 시간당 최고속도에서 15km의 속도를 더 내도 된다는 걸 인식했다.
 
오류의 일상화
교통정체가 심하지 않은 구간에선 메르세데스를 통해 자율주행의 이상적 그림을 빨리 그릴 수 있었다. 그렇다고 메르세데스 차량을 무조건 믿을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차가 갑자기 안전지대로 돌진한 적도 있었다. 아우토반에선 느닷없이 왼쪽 차선을 넘어가기도 했고, 한번은 콘크리트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을 뻔했다.
 
이 자동차는 몇 시간 동안 완벽하게 차선을 유지하다가 어떻게 한순간 차선에서 이탈할 수 있을까? 나는 마지막 순간에 원인을 알아냈다. 아스팔트 도로 왼쪽에 일부 차선이 그어져 있지 않았다. 이런 오류는 자율주행에서 흔히 나타난다. 어떤 운전자도 저지르지 않을 오류가 자율주행 중 너무 갑작스럽게 벌어진다.
 
제2호 시운전 차량 아우디는 아우토반 한복판에서 시속 150km로 주행하다가 갑자기 시속 80km로 속도를 낮췄다. 왜 그랬을까? 저 멀리 오른쪽에 속도가 제한되는 고속도로 연결 도로가 보였다. 아우디 차량은 이 연결 도로를 알리는 교통표지판을 자신에게 적용되는 것으로 이해한 모양이다.
 
끊임없이 모든 상황을 대비하기란 아주 어렵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면 더욱 그렇다.
 
운전석에서 내가 경험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겪는 편안한 지루함과는 꽤 거리가 있다. “인간은 단순한 감시 작업을 스트레스로 인지한다.” 독일 브라운슈바이크공과대학 교통심리학자 마르크 폴라트 교수는 지적한다.
 
인간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주위를 살피는 일에 능숙하지 못하다는 것은 수많은 연구조사에서 드러난 사실이다. 학계는 자동화 초기부터 이 문제점에 관심을 기울였다. 항공관제사와 컨베이어벨트 감독관들 모두 자동화의 문제점을 익히 알고 있다. 별로 할 일이 없는 상황에 놓이면 인간은 5분 만에 집중력이 떨어지고 다른 일에 정신을 쏟기 마련이다.
 
폴라트 교수는 실제 도로교통에서 이런 상황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실험을 통해 보여줬다. 그는 실험 대상자들에게 자동차 운전 시뮬레이션을 시켰다. 실험 대상자들은 운전대 조작 외에 별로 할 일이 없었다. 이 가상의 자동차에는 ‘적응식 정속주행 장치’(Adaptive Cruise Control·주행속도와 차간거리를 자동으로 제어하는 시스템 -편집자)가 장착돼 있었다. 하지만 곡선도로를 돌기 직전, 안개가 짙은 구간에선 정속주행 장치가 돌연 꺼져버린 적도 몇 차례 있었다. 폴라트 교수는 실험 대상자들이 브레이크에 발을 올려놓을 때까지 시간을 측정했다. 정속주행 장치가 딸린 가상의 차량을 운전한 실험 대상자들이 브레이크에 발을 올려놓는 데 일반 차량 운전자들보다 평균 5초가량 더 걸렸다.
 
운전 보조 장치가 제대로 작동할 경우 운전자가 브레이크에 발을 올려놓기까지 시간이 특히 오래 걸렸다. 맨 처음 정속주행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을 때 운전자들은 당황해 곡선도로를 제대로 돌지도 못했다.
 
이는 자율주행 운전이 안고 있는 최대 딜레마이다. 자율주행차가 문제를 일으켜 오류를 연발하거나, 자율주행을 잘해서 운전자가 할 일이 없어 졸기 일쑤다. 폴라트 교수는 이 때문에 “자율주행차는 딱히 만족스럽지 않다”고 일침을 놓는다.
 
   
스웨덴의 사브(SAAB)를 인수한 홍콩 내셔널일렉트릭비클스웨덴(NEVS)의 자율주행차 인모션(InMotion)이 중국 상하이 ‘CES 아시아 2017’에 전시돼 있다. 진정한 자율주행차는 의자만 있어야 한다. 연합뉴스
 
과도한 인프라 비용
“자율주행차 업계는 기본적으로 불완전한 시스템을 판매하는 것이다. 운전자는 자율주행을 통한 편리함이 완성차 업체가 내놓는 광고만큼 크지 않음을 뒤늦게 알게 된다.”
 
그럼에도 자동차 업계는 자율주행을 실현하기 위해 부산을 떤다. 자율주행에 이미 너무 많은 돈이 걸려 있다. 다임러의 경우 운전대 보조 장치인 ‘첨단운전보조패키지플러스’는 2856유로(약 360만원)이며, BMW와 아우디 역시 가격이 별반 다르지 않다. 현재 자동차 업계는 자율주행 사업의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정 모델은 차량 자체보다 보조 장치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해야 한다. 아우디만 해도 20개가 넘는 운전 보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첨단 운전 보조 시스템으로 중무장된 자동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운전하는 일이 가능할까? 운전자는 시간이 지나며 운전 보조 시스템의 특성에 점점 적응할 것이다. 하지만 자기 차가 아닌 렌터카를 운전하는 사람은 이미 지금도 아주 많은 스위치, 매뉴얼, 편리성을 위한 기능에 고전한다.
 
구두로 지시하는 첨단 운전 보조 시스템은 일정 조건에서만 도움이 된다. 이론상으로 내가 자동차에 어떻게 운전하라고 지시하면 되지만, 실제로는 자동차가 곧잘 다르게 작동한다. 나는 최근 렌터카를 타고 내비게이션에 ‘프랑크푸르트 기차역’이라고 큰소리로 분명하게 말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렌터카의 첨단 운전 보조 시스템은 엉뚱하게도 연락처에 기록된 내 여자친구 코르넬리아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자율주행차에서 부주의하게 무언가를 건드리면 갖가지 첨단 운전 보조 시스템이 담긴 판도라의 상자를 열 수도 있다. 2017년 초 나는 눈으로 뒤덮인 뮌헨에서 한밤중에 차량을 빌린 적이 있다. 나는 피곤에 절어 있었고, 시야는 좋지 않았다. 도심 교통의 곡선도로는 운전하기 힘들었다. 그때 나는 등받이에서 갑자기 주먹 같은 무언가가 불룩 솟아나는 것을 느꼈다. 등받이가 바쁘게 움직이더니 이 주먹 같은 것이 마치 러시아 마사지사처럼 내 등을 주물러댔다. 나는 어디에서도 등받이 마사지 기능의 전원 스위치를 찾을 수 없었다. 다행히 어느 순간 갑작스러운 마사지 공격은 멈췄다.
 
요즘 자동차들은 움직이는 로봇과 점점 유사해지는 듯하다. 모든 첨단 운전 보조장치의 비상 스위치가 운전자의 눈에 잘 들어오는 위치에 있다면 좋을 것 같다. 누군가는 운전만 도움받고 싶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몇 년 뒤 상용화될 차세대 첨단 운전 보조 기술로 차량은 장시간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당분간은 아우토반에서만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할 것이다. 이를 뒷받침할 관련 법안이 2017년 3월 말 독일 연방하원을 통과했다. 주요 내용은 자율주행 동안 운전자는 주위 교통에 신경 쓰지 않고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내가 시운전한 차량 3대 중 단 1대도 아우토반에서 100km 이상 사고 없이 무사히 자율주행을 하지 못했다. 국도에선 무사고 구간이 10km도 되지 못했다. 그런데 첨단 운전 보조기술로 머지않아 장거리도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하게 된다고?
 
마르크 폴라트 교수는 “일반도로에선 자율주행이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자율주행 기술은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펼쳐질지 조기에 인식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센서를 장착한 자동차라도 도로에서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사전에 인지하는 기능은 갖추지 못했다고 폴라트 교수는 단언한다. 따라서 100%에 근접한 자율주행이 가능하려면 정확하게 측정되고 컴퓨터가 인지할 수 있도록 차선이 그려진 특수 아우토반이 필요하다.
 
또한 속도제한, 5km 앞 사고로 인한 교통통제, 차량 센서를 마비시킬 수도 있는 폭우 예보 등 주위 교통 상황 정보가 무선으로 전송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운전자는 자율주행차에서도 필요할 경우 다시 핸들을 잡을 수 있다. 내가 시운전 차량을 몰며 겪었던 것처럼 첨단 운전 보조 기술이 과부하로 먹통이 돼서는 안 된다.
 
운전대 없는 자율주행
도로망의 개선에도 만만치 않는 비용이 든다. “도로망 개선은 단기적으로 계획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2018년 아우토반의 한두 구간에선 10분 정도 자율주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폴라트 교수의 설명이다.
 
자동차 운전 중 스마트폰으로 와츠앱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하겠다고 이렇게 많은 비용을 들이는 게 과연 의미 있을까. 그나마도 고비용의 자율주행 지원 기술이 장착된 일부 고급 차량에나 이런 아우토반이 쓸모 있다.
 
차라리 차량이 100% 자율주행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고, 논란이 되는 중간 단계를 건너뛰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구글이 설립한 자율주행차 자회사 웨이모(Waymo)의 견해가 그렇다. 웨이모 개발자들은 사람과 기술이 함께 운전할 수 없다는 결론을 이미 내렸다. 웨이모는 운전대와 가속페달이 없는 완전 자율주행차를 개발 중이다.
 
대형 자동차업체 한 곳도 이에 가세했다. 포드는 2021년까지 운전자 없는 자동차를 제작할 계획이다. 인간이 감시하는 ‘부분 자율주행’은 실험 단계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포드 개발자들은 테스트 과정에서 자율주행차를 타고 가며 지루해 번번이 졸았다고 한다. 아무리 차내에서 삑삑거리고 좌석이 진동하고 핸들이 흔들거려도 말이다.
 
ⓒ Der Spiegel 2017년 20호
Pling!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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