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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추진’ 마감 시한은 1년
[윤희웅의 선거와 경제] 대통령의 운명이 달린 임기 첫해
[87호] 2017년 07월 01일 (토) 윤희웅 waymaker@opinionlive.co.kr
헌법이 보장하는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헤게모니가 보장하는 실제적 임기는 5년보다 훨씬 짧다. 권력은 쟁취하는 순간부터 내리막길로 향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대통령의 개혁 드라이브는 임기 첫해에 완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야당과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대통령의 성패는 임기 첫해 국정 운용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2017년 6월14일 문재인 대통령(가운데)과 이낙연 국무총리(왼쪽), 임종석 비서실장이 청와대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에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들은 가장 낮은 수준의 지식을 갖고 있을 때 영향력의 정점에 있다. 가장 많은 지식을 갖고 있을 때 영향력은 상당히 감소한다. 이런 상충관계 때문에 임기 첫해에 정책 우선순위를 갖고 입법 어젠다를 강력하게 밀어야 한다.” 미국 뉴욕대 교수 폴 C. 라이트가 저서 <대통령의 어젠다>(The President’s Agenda)에서 대통령 임기 첫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적한 내용이다.
 
임기 첫해 국정 수행에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그저 그런 대통령으로 기억될 수밖에 없다. 정치적 힘이 가장 클 때 업적의 기반을 확고히 다져놓지 않고 시간을 끌다가는 ‘승산 없는 게임’ 국면으로 접어들고 만다. 당장 2년차에 새로운 시도를 하더라도 영향력이 약해져 의회, 언론, 대중 등 주변 지원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대통령은 대개 역사적 업적을 남기고 싶어 한다. 필요해서 정책을 추진하지만, 한편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남기려는 심리도 강하게 작동한다. 미국 대통령은 재선이라는 중대한 목표가 있지만 단임제인 한국은 훌륭한 업적이 가장 주요한 대통령직 수행의 목표가 된다.
 
어떤 대통령은 성과를 얻기 위해 초반에 이슈를 탐색하고 학습한다. 그러다 임기 중반쯤 조급한 마음에 무리하게 진행한다. 이미 성공 가능성은 줄어든 상태다. 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임기 초반 적극적 지원을 아끼지 않던 여당조차 임기 중반만 되면 이리저리 시간을 끌며 협조 요청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1964년 미국 대선에서 61.4%라는 높은 득표율로 당선된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은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소속 정당인 민주당이 거대 다수당을 차지한 의회와 함께 임기를 시작했다. 누가 봐도 새 대통령에게 유리한 정치 지형이었다. 하지만 그는 취임식 전날 참모들에게 시간이 별로 없다며 여유 부리지 말 것을 요청했다. “첫해에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한다. 여당이 의석수를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여당 의원들은 1년 동안만 우리를 제대로 대접할 뿐 이후 자기 잇속 차리기에 바쁘다. 3년째에는 표를 잃게 된다. 4년째에는 모두 정치가가 된다. (나중에는) 결국 어떤 의안도 통과시킬 수 없다. 그러니 우리에게 주어진 기간은 1년이다.”
 
한국은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의석수 절반은 고사하고 180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주요 쟁점 법안 통과는 언감생심이다. 임기 첫해의 중요성은 미국보다 더 크다. 국민의 지지율이 높아 의회가 새 정권을 마지못해 따라오도록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업적을 내기 어렵다.
 
대통령은 임기 첫해에 어떻게 해야 할까. 국민의 지지가 높으면 자칫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고 인식하게 된다. 또 어떤 저항에 직면하면 좀더 정교하게 접근하기 위해 전문지식을 늘리고 정보를 더 파악하려 한다. 모든 정보가 몰리는 청와대로서는 시간이 갈수록 정보에서 자신감을 갖는다.
 
하지만 임기가 제한된 권력에 ‘시간’이란 자원은 점차 준다. 여기에 맞춰 대통령의 정치적 힘도 급격히 빠지기 마련이다. 폴 C. 라이트는 임기가 흘러가면서 대통령의 전문지식, 정보, 학습효과는 높아지지만 시간과 에너지가 줄어드는 현상을 효율성 증가와 영향력 감소로 표현한다. 아무리 전문지식이 높아져도 영향력이 줄면 법안 통과는 어렵다. 이 때문에 대통령이 무언가 학습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기까지 한다. 대통령은 어떤 사안을 여유 있게 학습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실전에서 알아가는 편이 성공 가능성을 더 높인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대통령이 우선순위를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상황에 따라 정책의 취사선택을 고민하며 결정하면 귀중한 시간을 허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기 시작 전 확실한 우선순위와 정책 대안을 갖고 접근해야만 1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다.
 
야당과 협치 중요
대통령의 어젠다 우선순위는 대개 연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은 첫번째 연두교서를 취임 후 열흘 만에 발표했다. 반면 리처드 닉슨과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연두교서를 발표하는 데 무려 1년이 걸렸다. 임기 첫해의 중요성을 인지한 린든 존슨은 입법 시기를 중시하며 주 단위로 상황을 점검했다. 그는 “밀월이 지속되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 계속 세게 부딪쳤다. 날마다 더 많은 정치적 자산을 잃더라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그것에 매달려야 하는 이유다. 혹평가나 저격수가 언제 우리를 궁지에 빠트릴지 모른다. 지붕이 내려앉기 전 바로 지금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폴 C. 라이트는 대통령이 시간과 에너지 등 가용자원이 줄고 이익단체와 의회, 관료의 저항이 높아지면서 발생하는 ‘승산 없는 대통령직’을 극복하기 위해 조언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광범위한 개혁보다 실행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라는 점이다. 사정기관이든 정보기관이든 관료 사회든 세부 분야까지 아우르는 전 범위, 전 분야의 개혁 전략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저항에 직면해 성공 가능성을 낮춘다. 실행 가능한 핵심 사항을 파악해 적용하는 것이 오히려 현명하다.
 
로널드 레이건과 지미 카터 모두 대통령직 수행에 실수가 많았지만 후세가 레이건을 더 기억하는 것은 많은 법안을 의도한 대로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레이건은 카터와 달리 우선순위를 설정해 접근했다. 그리고 자신의 어젠다를 추진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 의회를 상대로 다양한 전략을 구사했다. 레이건은 먼저 소통을 중시했다. 1981년 기자회견에서 “천국에 갈 수 있는 티켓이 한 장 있다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찢어버리겠다”고 답했다. “민주당 하원의장인 토머스 오닐 없이 나만 갈 수 없으니까요”라고 말이다. 공화당 소속 대통령이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과의 소통을 실제든 상징적이든 매우 중시했음을 보여주는 일화다.
 
레이건이 소통 전략에만 매달린 것은 아니다. 야당에 압력을 가하고, 야당 의원들과 법안 투표 거래도 적절히 활용했다. 노예제 폐지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도 의원 매수를 서슴지 않았다. 반대파 의원들의 법안 동조를 얻어내기 위해 우체국장, 세무서장, 관세청장 등의 자리를 의원 임기 후 일자리로 제안하기도 했다. ‘고결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더러운 일’도 마다하지 않은 것이다.
 
진정성은 훌륭한 정치인의 자원이자 도구이다. 하지만 정치적 반대파는 진정성에 반응하지 않는다. 열광하던 대중도 시간이 흐르면 국정 성과를 요구한다. 성과가 있어야 대중적 지지의 안정성이 확보된다. 성과가 있으려면 의회에서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 좀더 실리적인 사고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진정성에 호소하는 것을 넘어 야당과 여러 법안을 놓고 정치적 거래와 타협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임기 첫해 대통령은 여러 도구를 활용해야 한다. 임기 첫해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 윤희웅은 오피니언라이브(OPINIONLIVE)에서 여론분석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정책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과 민(MIN) 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을 거쳤다. 대중심리의 형성과 표출 과정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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