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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대출이 제2의 금융위기 부르나
[Finance] 미국 소비자 파산과 부채 폭발
[87호] 2017년 07월 01일 (토) 윤석천 maporiver@gmail.com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서 미국 부채 시장이 폭발 조짐을 보인다. 금융위기 뒤 몇 년 동안 줄던 소비자·기업 파산이 증가세로 돌아섰다. 자동차대출과 학자금대출이 소비자 파산 급증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중 자동차대출 부실이 심각하다.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불렀다면 이젠 자동차대출이 우려를 낳고 있다.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에게도 주택담보 대출을 남발했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에 이어, 비우량 자동차대출에 의한 제2의 금융위기 촉발 가능성마저 나온다.
 
윤석천 경제평론가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2017년 6월14일 워싱턴에서 금리 인상 발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미국이 잇따라 금리를 올리면서 미국 부채 시장이 폭발 조짐을 보인다. REUTERS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가 2017년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올해 들어 두 번째로 금리를 올렸다. 이유야 어쨌든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일 것이다. 미국의 5월 실업률은 4.3%로 떨어져 완전고용 상태다. 성장률 전망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6월7일 발표한 ‘경제 전망’에 따르면 2.4%에 달한다. 종전보다 0.2%포인트 낮아졌지만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가 2.6%인 점을 감안하면 결코 낮다고 볼 수 없다.
 
동시에 연준은 보유 채권 축소를 시사했다. 양적완화로 풀린 돈을 거둬들이겠다는 것이다. 사실, 금리 인상보다 보유 채권 축소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연준이 보유 중인 채권은 주택담보 채권과 재무부 채권 등인데 대부분 장기채권이다. 이를 축소하면 시중에 장기채권 공급이 늘어나면서 채권 가격이 하락한다. 이렇게 되면 장기금리가 오르는 건 시간 문제다. 연준의 목표는 단기금리에 이어 장기금리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는 금리를 올려도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과연 연준은 금리 인상에 자신감을 가져도 좋을까.
 
연준이 금리를 올린 뒤 미국 부채 시장은 거대한 역풍에 휩싸이고 있다. 파산이 다시 늘고 있다. 금융위기 뒤 몇 년 동안 줄던 소비자·기업 파산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단독 자영업에서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기업들의 파산 신청이 2015년 11월부터 급속히 늘었다. 선두엔 에너지 기업들이 있다. 석유 가격 하락의 여파였다. 하나, 이들 에너지 기업의 파산은 다시 줄고 있다. 유가가 꿈틀거리자 새로운 돈이 몰렸기 때문이다. 현재는 소매 부문이 파산을 주도하며 다른 부문의 기업 파산도 재개되고 있다.
 
증가세로 돌아선 파산 신청
기업의 파산 신청은 금융위기 중에 폭등해 2010년 3월 월간 기준 9004건으로 정점에 이르렀다. 그 뒤 연준의 초저금리 정책이 지속돼 신용 조건이 완화되면서 하락했다. 한계기업인 좀비기업들까지도 자금 조달을 할 수 있었다. 그 결과 파산 신청 건수는 급락했다. 그러나 2015년 11월부터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2010년 3월 이후 처음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미국파산기구(American Bankruptcy Institute) 자료를 보면 2017년 5월 파산 신청은 3572건에 이른다. 이는 2015년 5월보다 40% 오르고 2014년 5월보다 10% 상승한 수치다. 심각한 건, 파산 신청이 보통 계절적 영향을 받는데 2017년은 예외라는 점이다. 보통 3월과 4월, 즉 미국의 세금 부과 시기에 절정을 이루다 하락하는 과정을 보이는데 올해는 5월에 증가했다.
 
기업들의 상업적 파산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 건 소비자 파산이다. 미국은 소비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갖고 있다. 소비자, 즉 가계가 건강하고 소비 여력이 있어야 경제가 성장하는 구조다. 소비자의 파산이 늘어난다는 건 어느 나라든 긍정적이지 않다. 미국은 더욱 그렇다.
 
미국에서 소비자 파산 신청이 늘고 있다. 기업 파산보다 변곡점이 1년 정도 늦었지만, 2016년 12월부터 소비자 파산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2016년 12월 소비자 파산 신청은 전년 동기 대비 4.5% 늘었다. 2017년 1월엔 5.4% 증가했다. 2010년 이래 소비자 파산이 두달 연속 늘어난 것은 처음이다. 2월에 하락했으나 3월에 다시 4% 늘었고, 계절적 요인으로 4월에 줄었다가 5월에 5.4%나 증가했다.
 
미국의 소비자 파산은 왜 느는 걸까. 2016년 12월이면 미국의 경제 회복이 가시화되던 시점이다. 이때부터 소비자 파산의 흐름이 감소에서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건, 소비자가 지난 몇 년 ‘돈 빌리기’ 쉬운 환경에 취해 분수에 넘치는 소비를 하다가 이제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는 징후일 수 있다. 더 이상 돈을 빌리기 쉽지 않아 ‘돌려막기’ 등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물론 최근 연준이 취한 긴축 움직임도 한몫했을 거다.
 
미국에서 소비자 파산이 급증하는 원인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일부에선 주택담보대출을 생각하는데 현재까진 그것이 원인은 아니다. 주택가격은 몇 년에 걸쳐 오르고 있다. 주택 소유자가 어떤 이유든 담보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면 집을 팔아 대출을 상환하면 된다. 이마저도 불가능하다면 주택을 은행에 넘기면 된다. 설사 부동산 가액이 대출금액에 못 미치더라도 미국의 모기지 제도는 대부분 ‘유한책임대출’ 형태이기 때문에 금융사는 부동산 처분만으로 대출금을 회수할 뿐 채무자에게 추가 상환 책임을 지울 수 없다. 따라서 주택담보대출이 소비자 파산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소비자 파산의 원인은 다른 데 있다. 미국에선 학자금대출, 자동차대출 그리고 신용카드 리볼빙과 의료 부채 때문이다. 이 중 신용카드 부채는 현재 1조달러(약 1134조원) 정도로 금융위기 뒤 총액이 줄어 아직은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미국 소비자 파산의 가장 큰 원인은 자동차대출과 학자금대출이다. 자동차대출은 금융위기 전인 2006년과 비교해 36% 늘어나, 2017년 1분기 1조1200억달러를 넘어섰다. 학자금대출은 같은 기간 180% 급증해 1조4400억달러에 달한다.
 
이 중에서도 자동차대출은 독극물이라 할 정도로 치명적 위험을 가졌다. 현재 자동차대출은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주택담보대출 증권화와 같은 방식으로 ‘증권화’되고 있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처럼 비우량 자동차대출 담보부 증권이 팔리고 있다. 비우량 채권과 우량 채권을 섞어 쪼개고 다시 합쳐 높은 신용등급을 받아 안전성을 강조하며 팔리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은 이 증권에 막대한 돈을 투자한 상태다. 이유는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자동차대출과 학자금대출이 미국 소비자 파산 급증의 원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비우량 자동차대출에 의한 제2의 금융위기 촉발 가능성마저 나온다.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의 주차장. REUTERS
 
‘증권화’하는 자동차대출
그러나 이 증권에 대해 신용평가사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2015년 발행된 해당 증권은 자동차대출 증권화 역사에서 최악의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신용평가기관 피치는 경고했다. 2016년 발행된 것 역시 마찬가지다. 2015년 발행분은 피치의 주장에 따르면 누적손실액이 15%에 달할 것이라 한다. 피치만이 아니라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같은 경고를 하고 있다.
 
자동차대출 시장의 담보물 가치가 대출액을 밑도는 역자산(Negative Equity) 현상이 기록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는 미국 자동차 시장의 특징에서 기인한다. 평균 대출 기간은 2017년 1분기에 약 70개월에 달한다. 미국 자동차 관련 웹사이트 에드먼즈(Edmunds) 자료에 따르면 73〜84개월 할부도 2016년 4분기 기준 32.1%에 달했다. 대출 기간의 장기화가 역자산 현상을 만들어낸다. 신차의 가치는 처음 몇 년 동안 가파르게 하락한다. 실제 미국의 중고차 가격은 2017년 5월 기준 10개월 연속 하락세다. 2014년 가장 높은 때와 비교해 13% 정도 하락했다. 이는 2010년 9월 최저점에 근접한 수치다. 결국 담보자산 가격이 대출금을 밑도는 역자산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게다가 매년 출시되는 자동차 신차 가격은 일반적으로 높아진다. 소비자는 해가 갈수록 더 비싼 모델을 산다. 자동차 가격은 높아지고 소비자는 고급 모델을 사지만 자동차 감가율도 높아지기 때문에 자동차대출을 담보로 하는 증권의 안전성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이들 증권의 손실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만약 대출받아 자동차를 산 소비자가 어떤 이유에서든 그 차를 팔기 시작하면 대출자와 투자자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파산 증가는 부채 폭발의 징후라 할 수 있다. 파산이란 강제적 부채 청산을 뜻함과 동시에 신용 확대를 통한 성장이 한계에 달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모두가 금융위기 뒤 부채의 모래성을 쌓아 경제를 견인했던 초저금리 정책의 후유증이다.
 
미국 가계부채는 2017년 1분기에 급증해 2008년의 이전 최고치를 경신했다. 뉴욕 연준에 따르면 미국 가계부채는 12조7300억달러에 달한다.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하고도 미국인들은 평균 3만7천달러의 부채가 있다. 미국인의 10%가 10만달러 이상 빚을 지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죽기 전에 부채를 청산하기 바라지만 14%만이 ‘생존 중에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80% 이상이 살아서는 부채를 갚을 수 없는 ‘부채의 덫’에 빠졌다고 고백한 것이다.
 
아메리칸드림은 ‘빌려서 사는 것’으로 변질됐다. 어떻게든 빌려 더 많이 사는 게 보통 사람의 꿈이 됐다. 과장이 아닐 것이다. 지난 몇 년간 미국 경제는 이들을 동력 삼아 성장했다. 이들이 빌리지 않고 물건을 사지 않으면 경제는 돌아가지 않는다. 부채를 강제로 청산당하든 자발적으로 정리하든, 소득 범위 내에서 소비를 한다면 미국 경제의 진면목이 드러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연준의 초저금리 정책이나 최근 금리 인상 시도가 얼마나 대증요법에 가까웠는지 판가름 날 것이다. 미국은, 그리고 세계는 2008년 금융위기가 어디서 시작됐는지 벌써 잊었다. 부채로 쌓아올린 모래성의 허술함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 윤석천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금융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금융에 관한 여러 권의 책을 썼으며, 특히 외환과 관련해 많은 강의를 해왔다. <한겨레> ‘세상 읽기’를 연재했으며, 현재 팍스TV <이슈포커스>에 출연하고 있다.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를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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