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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의 민간 고용 창출 여건 만들어야
[CoverStory] 문재인 노믹스를 말한다- ② 새 정부가 풀어야 할 경제 과제
[86호] 2017년 06월 01일 (목) 신민영 myshin@lgeri.com
공공일자리만으론 한계... 규제 개혁 등으로 기업의 일자리 창출 북돋워야
 
새 정부는 모처럼 경기에 훈풍이 부는 상황에 임기를 시작했다. 단기 경기 부양의 조급증에서 벗어나 장기 관점에서 정책을 펼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 그러나 안심할 정도는 아니다. 여전히 일자리 창출, 양극화 해소, 성장 잠재력 확충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했다. 새 정부는 공공일자리 창출을 강조하지만 의미 있는 일자리는 흔히 시장에서 만들어진다.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일자리 개수에 집착해 인위적으로 일자리 창출에 나서기보다 규제 개혁과 혁신산업 생태계 구축,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통해 기업들 스스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 문재인 대통령(맨 왼쪽)이 2017년 4월 대선 후보 당시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가운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 정부는 비교적 좋은 경제 여건에서 임기를 시작했다. 경기 흐름이 양호해 단기 경기 부양의 조급증에서 한발 벗어나 미래를 바라보며 정책을 펼칠 여건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 국가부도 위기 와중에 출범했고, 노무현 정부는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용카드 대란’을 겪었다.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느라 힘을 다 쓸 수밖에 없었고, 박근혜 정부는 주요국의 출구전략으로 야기된 불황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중에 시작했다.
 
지금은 모처럼 경기에 훈풍이 불고 있다. 2017년 들어 4월까지 수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두 자릿수 증가하는 등 호조를 보이고 투자도 크게 늘면서 1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을 뛰어넘는 0.9%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한국개발연구원(KDI)과 LG경제연구원 등 주요 경제 예측 기관들이 경기 전망 수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경제 상황은 절대 안심할 정도가 아니다. 2017년 성장률 전망치를 올렸다 해도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 수준인 2.6~2.8%에 몰려 있다. 2012년을 빼면 201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치이고 1990년대와 2000년대에 비해 성장 활력이 크게 둔화된 상태다. 더 큰 문제는, 지금의 경기 호조세가 그리 안정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수출 주도 업종이 반도체와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등인데 석유화학과 디스플레이는 산유국의 감산에 따른 유가 상승이나 산업 내 생산능력 조정에 따른 가격 상승에 힘입은 바 크다. 실제 2016년 4분기 수출이 증가세로 전환된 시점은 유가의 상승세 전환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또한 2016년 1분기 유가가 전년 동기 대비 33.7% 하락했을 때 수출이 13.7% 줄었고, 2017년 1분기 유가가 46.4% 올랐을 때 수출이 14.9% 늘었다. 현재의 유가가 이어지면서 하반기 유가 상승률이 제로 수준으로 떨어진다면 수출이 얼마나 늘어날지 우려된다. 최근 경기선행지수가 주춤한 것을 봐도 2018년의 호조를 기약할 수 없다. 경기 호조가 자칫 한국 경제의 구조개혁을 지연시키고 불안정성을 증폭시키는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경기 흐름이 양호하니 당면한 구조조정 논의가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일부 산업에서 경쟁력이 개선됐거나 구조적 수요 증가가 예상돼 설비투자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공급 조정 등에 따른 단가 호조에 따라 늘어난 것이어서 업황이 하락 반전되면 기업들의 부담이 증폭될 수 있다.
 
   
▲ 복지·소방·치안 등 공공부문 고용 확대는 재원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가 재정을 확대해 고용을 늘리는 데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경북 구미시립노인요양병원에서 구미대 학생들이 노인 환자들을 보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소득 주도 성장 효과 불분명
가계부채와 주택시장 등 국내적 불안 요인과 통상 등 대외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며 현재의 흐름을 더욱 굳건히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부동산 경기의 활황과 더불어 빠른 증가 속도를 보이는 가계부채의 경우 전반적으로 부채 거품 붕괴 가능성은 낮지만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경기에 대한 악영향은 어느 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지역, 특히 영남과 충청 지역에서 가계부채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가운데 미분양주택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어 부채가 부실화할 위험에 주의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새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일자리 추경이 이뤄져 소방, 경찰, 복지 등 시급한 공공부문 일자리가 늘어난다면 경기 회복세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추경을 실행하려면 그 필요성을 국민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재정법상 현재의 경제 상황이 추경 요건에 해당하는지 이론이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와 관련해서도 특히 심각성을 내포한 청년실업 문제 해결과 조선산업 등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추고 어떤 부분에 어느 정도 재정지출을 통해 고용문제를 해결할지 구체적으로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통화정책에선 미국의 금리 인상세가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현재의 기준금리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높아진 국가신용등급이나 외환건전성을 감안하면 대규모 외화 유출을 야기할 정도로 일방적인 원화절하 기대가 형성될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 가운데 가장 역점을 둬야 할 부분은 성장의 핵심인 일자리 정책, 혹은 소득 주도 성장을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다. 소득 주도 성장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뒤 각국의 소득 불평등이 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부각돼, 포용적 성장 이론과 임금 주도 성장론을 혼합한 성격을 띤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 경제에서 소득 주도 성장이 효과적으로 작동할지는 불분명하다.
 
전통적 거시경제 모형에선 투자나 소비를 늘림으로써 고용을 늘리고, 고용이 늘어남에 따라 소득이 늘어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소득 주도 성장은 먼저 (가계의) 소득을 늘리면 이에 따라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고 고용이 증가하면서 다시 소득이 늘어난다는 것으로, 경제성장의 출발점을 달리하는 정책 실험으로 볼 수 있다. 분배를 복지 차원에서 보는 것을 넘어 일종의 성장 정책으로 간주하는 의미도 있다. 소득 주도 성장론을 현실에 적용한 사례로 브라질의 빈곤층 지원 정책 ‘볼사 파밀리아’(Bolsa Familia)나 멕시코의 원주민 지원 정책 ‘오포르투니다데스’(Oportunidades) 등이 지목된다. 이들 성장 모델이 브라질과 멕시코에서 부분적으로 효과를 보인 것으로 평가받지만, 이는 개발도상국의 빈민 대책이란 성격이 강해 이미 선진국에 진입한 한국 경제의 소득 주도 성장 정책과는 내용과 환경 면에서 사뭇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새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은 공공부문 고용 확대와 근로시간 단축, 공정거래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공공부문 일자리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필요한 부문의 부족한 공무원을 충원하고,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창출하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의 직접고용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공공부문 고용 확대는 재원 확보가 핵심 요건이 될 것이다. 정부가 재정을 확대해 고용을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소방과 치안, 복지 분야의 공공일자리를 늘린다는 계획은 공공서비스를 늘려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을 높여 공익을 증진한다는 취지가 중요하고, 그 과정에서 일자리가 늘어나는 부수적인 효과로 인식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근로시간 단축은 중소기업의 경우 임금 감소 없이 이뤄진다면 수익성 악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며, 임금을 낮춘다면 노동자의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이 병행돼야 이런 부작용이 줄어든다. 중소기업에 대한 부분적인 임금 보전이나 세제 혜택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이 중기적으로 자동화나 해외 이전을 촉진해 오히려 일자리를 축소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대응이 쉽지 않은, 단기적으로는 노조 조직률이 높은 대기업 노동자에게 근로시간 단축 혜택이 집중될 수 있다. 소득 주도 성장의 방안으로서 공정거래를 살펴보면, 하청업체의 혁신 능력을 제고하고 새로운 수요처 발굴을 지원하는 등 수직적이고 일방적인 원·하청 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 이 경우에도 하청업체의 수익이 높아져도 그것이 종사자의 소득 증가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 2017년 3월 인천 중구 신국제여객부두에 정박한 크루즈 ‘퀸메리2호’에서 관광객들이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양질의 일자리는 민간부문서 창출
새 정부의 경제정책과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덕목으로 소통과 설득의 중요성을 들 수 있다. 특히 정책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사회적 공감대를 확보한 뒤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경제정책은 옳고 그름의 문제라기보다 선택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충분한 논의 없이 정책이 추진되면 상당한 반발이 예상되고 여타 공약을 추진할 때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경제구조 개혁이나 일자리 문제, 소득 불평등 대책 등은 워낙 파급력이 크고 이전 정부의 정책 기조와 크게 달라 기존 이해관계자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힐 수 있다. 아울러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파악하고 정책을 입안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책은 경제주체들의 기대를 파악하고 관리해야 제대로 효과가 나타나고, 이와 반대로 정면으로 거스를 경우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
 
경제정책 기조 관련 논의의 초점에 정부의 역할이 놓여 있다. 지난 30여 년간 신자유주의 흐름을 타고 각국에서 작은 정부가 선호됐다. 거시경제 정책 측면에서도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해 단기 정책금리 조정을 통해 시장에 영향을 주는 통화정책이 주된 역할을 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뒤 세계화 흐름이 제약받고 자국 이기주의가 대두되는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이 새삼스레 주목받으며 재정정책이 강조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글로벌 저금리와 부채 부담 등으로 인해 통화 완화 정책의 소득 재분배 기능이 미약해져, 정부의 직접 지출이 점차 중요성을 가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렇지만 시장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주체는 기업과 가계 등 민간부문이다. 정부는 민간 주체들이 활동할 여건을 마련하고 독과점 같은 시장의 실패를 보정하는 일에 중점을 두는 것이 옳다. 기업이 성장해도 일자리 창출이 미진하다는 문제의식에서 공공일자리가 강조되지만 의미 있는 일자리는 대부분 시장에서 만들어진다. 기업의 양적 성장과 캐치업(추격)이 아니라 혁신이 중요한 현재의 상황에선 더욱 그러하다. 기업들의 전반적인 체질 변화와 개념 설계 역량, 생산성 증가가 중요하고 정부에는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역할이 요구된다.
 
정부 활동에는 재원이 필요한데 무한정 재원을 늘릴 수 없고 자칫 포퓰리즘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만 맡겨서 문제 해결이 안 됐다면 정부의 역할을 더 늘릴 수는 있겠지만, 정부가 다 알아서 하겠다는 접근은 또 다른 비효율을 낳아 정책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일자리를 예로 들면 규제 개혁을 통해 기업 투자를 유도하고, 4차 산업혁명 등 혁신산업의 생태계 구축에 필요한 인프라를 마련해 인공지능과 전기자동차, 자율주행 등 여러 산업 분야에서 기업들이 뛰어놀 운동장을 만드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정책 변수 혹은 관리 변수라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제품·서비스 가격과 환율 등 가격 변수도 마찬가지지만 현 정부가 중점 관리하려는 일자리는 소비나 투자, 정부 지출 등 제반 경제주체들의 복합적인 경제행위의 결과다. 과정이 아닌 결과를 직접 관리하려 한다면 가격 왜곡으로 비효율이 증가하면서 사회 후생이 감소하는 등 자칫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 일자리 수에 초점을 맞출 경우 ‘일자리 숫자를 위한 일자리’ 늘리기에 치우치지 않을까 우려도 제기된다.
 
영역별로는 서비스산업 활성화가 매우 중요한 구조개혁 과제가 될 것이다. 그동안 한국이 잘해온 수출 제조업 육성은 공급자인 한국 기업들만 지원하면 되지만, 서비스산업은 공급자와 수요자가 모두 국민이라서 이해관계 조정이 어렵다. 서비스산업 활성화는 한국 경제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구조개혁 분야로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해관계 대립을 완화하는 것이 요구된다. 금융·의료·관광 등 서비스산업의 발전을 가로막아온 이해 대립을 풀어야 내수를 확충하는 동시에 경제적 안정성을 높이고 청년층 고용을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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