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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끝났다? 기계·부품서 길 찾아야”
[Cover Story] 문재인 노믹스를 말한다- ③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인터뷰
[86호] 2017년 06월 01일 (목) 김연기 부편집장 ykkim@hani.co.kr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 교수가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과 관련해 “제조업의 시대는 끝났고 이제 금융이나 서비스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많이들 얘기하지만 이는 절대 아니다”라며 “새 기술도 중요하지만 기본으로 돌아가 기계, 부품, 화학소재 같은 산업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조업 경쟁력을 근간으로 한 한국형 성장모델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일반적 평가와 배치되는 지적이다. 그는 새 정부가 풀어야 할 경제 과제와 관련해선 “단기적으로 복지제도를 확충해 국민 생활을 안정시켜주는 게 급선무이며 장기적으로 신산업 육성을 위한 밑그림을 완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해선 “일자리의 질을 따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 출범 뒤 한국 경제의 과제와 체질 개선 등을 놓고 장 교수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김연기 부편집장
 
 
▲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새 기술도 중요하지만 기본으로 돌아가 기계, 부품, 화학소재 같은 산업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새 정부가 들어섰다. 중점적으로 풀어야 경제 과제는 무엇인가.
단기 또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먼저 중·장기적으로는 신산업을 육성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해야 한다. 지금 한국 경제는 중국에 따라잡히고 선진국을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경제 활력이 크게 떨어졌다. 지난 20년 동안 신자유주의 노선을 따르면서 미래지향적 산업정책을 세우지 못했고 당연히 새로 키워낸 산업도 없다. 휴대전화를 빼면 한국의 주력 산업은 모두 1970~80년대에 만들어진 것이다. 이후 새로운 산업을 거의 개척하지 못했다. 기계, 부품, 소재 같은 산업이 중요한데 아직 취약하다.
 
새로 산업을 키우려면 최소 10〜15년은 지나야 결과가 나온다. 새 정부가 당장이라도 시작해야 한다. 다만 지금은 독재 시절처럼 정부가 임의로 정해서 밀고 갈 상황이 아니다. 민주적 통로를 통해 기업, 노동계, 기술 전문가들이 모두 모여 새 산업 진출을 위한 묘안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이는 하루아침에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다.
 
단기적으론 복지제도를 확충하고 새롭게 정비해서 국민 생활을 안정시켜야 한다. 자살률 1위, 출산율 최하위 등 지금 한국 사회는 젊은이들이 말하는 ‘헬조선’ 그대로다. 이를 해소하려면 복지제도 확충이 가장 시급하다. 이는 신산업 육성 같은 장기 과제와 달리 4~5년 안에 어느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새 정부 임기 내에 풀 수 있다는 이야기다. 새 정부가 임기 내에는 복지 확충, 장기적으론 신산업 육성을 위한 밑그림 완성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복지 확충을 위해선 재원 마련 등 여러 걸림돌이 있다. 새 정부는 이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개인적으론 복지 재원을 논하는 것 자체가 시작부터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기본적으로 복지라는 게 없는 돈을 만들어서 나눠주는 게 아니다. 물론 아주 가난한 사람에겐 그런 방법도 필요하지만, 유럽처럼 보편적 복지제도가 갖춰진 나라도 추가로 국민이 교육·의료·연금·실업 보험에 개인적 지출로 가입해야 한다. 이를 온 국민이 공동구매를 통해 가입 단가를 낮추자는 것이다. 복지 지출이 늘어난다는 것을 국민이 오른쪽 주머니에서 쓰던 돈을 왼쪽에서 쓰는 쪽으로 바라봐야지, 새 돈을 마련해 복지에 쏟아붓자는 개념으로 봐서는 안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생각보다 재원 마련이 어렵지 않다.
 
결국 속도가 문제일 것 같다.
미국 정부가 복지에 쓰는 돈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0% 정도고, 프랑스와 스웨덴은 30%다. 미국의 복지 지출이 덜한 것 같지만 미국은 의료가 공공복지로 거의 해결되지 않아 사적으로 의료비를 많이 지출한다. 개인 지출까지 포함하면 결국 유럽 수준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복지 지출을 개인과 영리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효율이 낮다. 미국은 사적 지출을 합치면 GDP의 17%를 의료비에 쓴다. 유럽의 경우 높은 곳은 12% 정도고 낮은 곳은 7%다. 일부 유럽 국가에 비해 두 배 이상 쓰지만 건강지표는 미국이 선진국 중에서 꼴찌다. 이렇게 보면 복지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로 고민하면 절대 못한다. 돈 쓰는 방법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을 납득시키고 제대로 된 복지 제도를 만들려면 철저한 준비와 훈련이 필요하다. 당장 1~2년 안에 이루려 하기보다 더 길게 국민을 설득하고 준비하면 새 정부 임기 안에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리고 10년 뒤 제대로 복지제도를 구축할 수 있다. 새 정부가 이를 지금 시작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뒤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첫 업무지시로 내릴 정도로 일자리 정책을 중시한다. 새 정부는 일자리 정책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한다고 보나.
물론 정부는 일자리를 단기적으로 만들 수 있다. 설령 억지로 만든다고 해도 잘못된 것은 아니다. 예컨대 정부가 간호원 1명당 환자 수를 줄이는 규제를 도입한다면 당장 민간 부문에서 새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 사실상 일자리는 100%는 아니어도 상당 부분은 정치적으로 만들어지는 거다. 직접 고용하든, 고용보조금을 주든, 규제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든 정부가 직접 일자리 창출에 나서는 것은 맞다. 중요한 것은 일자리의 질이다. 과연 새로 만든 일자리가 정말 필요한지, 그것이 생산성을 갖춰서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들인 돈만큼 가치 있는지를 봐야 한다. 단순히 일자리 개수에 집착해 영속성도 없고 사회적으로 생산적 가치도 없는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건 의미가 없다.
 
일자리 개수보다 일자리 질이 중요
새 정부 임기 내에 일자리 문제가 획기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까.
제조업 부문에서 중국에 밀려나면서 관련 일자리가 많이 없어졌다. 이를 회복하려면 장기적으로 투자와 직업훈련을 하고 기업들도 연구·개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일자리는 하루아침에 만들 수 없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보면 복지 분야에서 얼마나 많이 일자리가 부족한가. 특히 노인요양시설 등에 가보면 일자리가 태부족임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이 분야의 일자리라고 해서 한두 달 안에 뚝딱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제대로 직업훈련을 하면 4~5년 안에 충분히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저출산·고령화도 새 정부가 풀어야 할 중요한 현안이다. 어떤 해법을 갖고 있는가.
저출산 문제는, 예컨대 단순히 출산하면 20만원 양육비를 준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젊은 층이 직장 때문에 불안하고 앞날이 막막하고 교육비 등 육아비용 걱정에 출산을 꺼린다. 무엇보다 출산을 장려할 수 있는 사회적 틀을 갖춰야 한다. 그러려면 경제성장 속에 고용을 확장하고 안정시켜줘야 한다. 그런 틀에서 저출산을 해결해야 한다. 여성이 육아휴직에서 복직한 뒤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줘야 한다. 남자도 북유럽처럼 육아휴직을 적극 쓰는 환경이 돼야 한다. 그러려면 사회적, 법적, 금전적으로 가사노동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 여성이 집에서 애 키우고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게 사회 전체를 위해 하는 것이지 일이 없어 하는 게 아니라는 인식을 정부가 국민에게 심어줘야 한다. 그래야만 여성도 애 낳을 용기가 생기는 거다.
 
   
▲ 장하준 교수는 새 정부가 풀어야 할 경제 과제와 관련해 “단기적으로 복지제도를 확충해 국민 생활을 안정시켜주는 게 급선무이며 장기적으로 신산업 육성을 위한 밑그림을 완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2년 8월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왼쪽)가 서울에서 장 교수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전세계적으로 기본소득 논의가 뜨겁다. 새 정부는 기본소득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기본소득의 개념이 여러 갈래로 나뉘는 만큼 구체적으로 무엇을 얘기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사실 극단적 시장주의자의 대부인 프리드먼이나 하이에크도 기본소득을 지지했다. 이들은 국가의 복지제도를 모두 없앤 뒤 굶어죽지 않고 기본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만 기본소득을 보장해주고 정부는 빠지라고 주장한다. 이런 개념은 절대 반대다. 좀더 좌파적인 학자들 중에선 기본 복지국가 틀은 유지하되 지금보다 현금을 더 많이 줘서 개인의 자유를 확장시키자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이것 역시 크게 찬성하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현재 복지제도를 갖춘 나라는 일종의 기본소득을 국민에게 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의무교육, 의료보험 측면에서 보면 자기가 내야 할 돈을 안 내고 누리는 것이다. 다만 이를 현금으로 안 주는 것뿐이다. 복지제도를 현금으로 환산해서 주면 개인의 자유가 늘어날지는 모르겠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공공복지 부문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 우려가 높다. 새 정부가 추진할 가계부채 대책 기조는 무엇인가.
우선 가계부채가 왜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주택문제와 연관이 깊다. 유럽은 나라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공공주택과 임대주택을 통해 주택문제를 해결하니 개인이 돈을 들여서 집을 살 필요가 없다. 그러나 한국은 가계부채의 대부분이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자기 집을 마련하다 생겼다. 이를 해결하려면 공공주택을 많이 만들고 임대사업을 규제해서 먼저 주택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 하나는 고용 불안, 복지 부족으로 인한 생계형 부채가 많다는 점이다. 이는 고용을 안정시키고 복지를 확대해야 풀 수 있는 문제다.
 
1원1표 논리를 1인1표 논리로 바꿔야
이번 대선 과정에선 경제민주화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경제민주화는 여전히 한국 경제가 풀어야 할 숙제다. 장 교수가 생각하는 경제민주화는 무엇이며 새 정부의 시각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민주주의의 핵심은 1인1표다. 돈이 많든 적든 모두 똑같은 권리로 정치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의 논리는 1원1표다.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시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시장의 1원1표 논리를 최대한 1인1표 논리로 대체하느냐다. 그렇게 봤을 때 시민권에 바탕을 둔 보편적 복지제도 확충과 노동권 강화가 가장 중요하다. 재벌 개혁이나 공정거래는 그다음이다. 물론 최순실 게이트에서도 볼 수 있듯이 재벌이 돈으로 관료를 매수해서 민주주의 자체를 파괴하고 경제민주화에 필요한 복지와 노동권을 침해하니까 재벌과 경제민주화가 관계없다고 볼 수만은 없지만, 이는 부차적이다.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로 정경유착 폐해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어떤 방식으로 재벌 개혁을 풀어야 할까.
재벌 순환출자 금지 등을 핵심으로 하는 재벌 개혁은 자본가 집단 간 권력 배분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재벌 총수를 쫓아내는 게 재벌 개혁이라면 순환출자 금지가 효과야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외국 투기자본이 재벌을 접수한다면 누구를 위한 개혁이겠는가. 또 이런 개혁이 국민들 삶에 무슨 도움을 주겠는가. 재벌 개혁은 상법 차원에서 접근할 성질이 아니다. 상법 개정 차원에서 접근하면 결국 극단적으로 얘기할 경우 (삼성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더 힘을 가져야 하냐, 이(건희)씨 가문이 더 힘을 가져야 하냐의 싸움일 뿐이다. 이보다는 재벌을 어떻게 국민경제에 기여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이 필요하다.
 
한국 경제의 체질에 대해 이야기해보면, 제조업 경쟁력을 근간으로 수출을 통해 성장을 추구한 한국형 성장모델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많다. 앞으로 경제산업 구조를 어떻게 재편해야 하는가.
제조업 시대는 끝났고 이제 금융이나 서비스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많이들 얘기한다. 나는 이것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영국처럼 제조업이 쇠락해서 제조업 비중이 줄어든 나라도 있지만, 대부분 나라에선 제조업의 생산성이 더 빨리 증가하기 때문에 제조업 비중이 줄어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제조업이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의 원천이라는 점이다. 미국이나 영국처럼 제조업 비중이 GDP에서 10% 수준에 머문 나라도 연구·개발 분야는 제조업이 전체 산업에서 70% 이상을 차지한다.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은 제조업 없이 할 수 없다. 예컨대 자동차 엔진기술이 발달해 차량 전체 무게의 10%도 안 될 정도로 작아졌다 하더라도 엔진 없는 차는 있을 수 없다.
 
   
▲ 일본·독일·스위스에서 기계, 부품, 화학소재 등 기초 제조업을 주도하는 곳은 중소기업이다. 도쿄의 한 정밀기계 부품 제조 공장에서 노동자가 작업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여전히 제조업에서 승부를 봐야 하는가.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해야 할 질문은 어떤 제조업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다. 지금 한창 조선산업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지만, 조선이나 철강산업은 차츰 중국에 밀리는 게 사실이다. 결국 중국 등 한국을 추격하는 나라보다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선진국 기술을 따라잡을 수 있는 분야를 개척해야 한다. 신기술 분야도 중요하지만 기계·부품·화학소재 같은 산업이 중요한데 여전히 취약하다. 한국 무역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흑자를 내지만 일본에 엄청난 적자를 내는 구조다. 이게 전부 기계, 부품 등을 수입하느라 생긴 적자다. 그런 의미에서 기본으로 돌아가 기계, 부품, 화학소재 분야를 키워야 한다. 주목할 점은 이 분야에 강세를 보이는 나라는 일본,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인데 이 분야를 주도하는 곳은 중소기업이다. 결국 이런 산업을 키우려면 중소기업 육성 정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2017년은 외환위기 20년, 글로벌 금융위기 10년이 되는 해다. 한국의 금융 시스템이나 금융회사의 건전성은 어떤 상황이라고 보는가.
건전성 면에서 보면 좋아진 것은 분명하다. 부동산대출만 보더라도 미국이나 영국보다 더 엄격히 규제해서 안정성을 되찾았다. 하지만 진짜 안정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세계 자본시장의 풍랑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건전성이 있다고 해서 안심할 수만은 없다. 물론 그런 상황이 와서는 안 되겠지만, 한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니기 때문에 외환위기가 다시 오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 아무리 표면적으로 현재 환율에서 건전성이 좋은 금융기관도 외환위기가 발생하면 건전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금융기관이 건전성만 추구해야 하는가다. 금융기관이 기업에 돈을 빌려줘서 기업 성장을 돕고 이것이 전체 경제 성장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건전성만을 위해서라면 기업에 돈을 안 빌려주는 게 최고다. 실제 외환위기 뒤 국내 자본시장이 영미식으로 재편되면서 우리 금융권의 기업금융 비율이 확 줄었다. 1990년대 초만 해도 은행 대출의 90%가 기업대출이었지만 지금은 30~40%대다. 금융기관은 건전해졌는지 모르지만 국민경제엔 안 좋다. 물론 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게 무조건 능사라고 할 수는 없지만 두 가지 균형을 맞춰야 한다. 너무 건전성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다른 경제 부문, 특히 기업을 돕는 금융 몫이 줄어든 게 아닌가 싶다.
 
4차 산업혁명 이야기가 많다. 기업들은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나.
나는 4차 산업혁명이란 게 진짜 있는 건지 모르겠다. (웃음) 물론 엄청난 변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일찍이 없던 일이 생긴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과 로봇을 얘기하지만 우리 주변에 이런 기술은 존재해왔다. 자동차공장에 한번 가보라. 일찍부터 로봇이 공정의 대부분을 맡았다. 인공지능을 놓고 보더라도 몇십 년이 지나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을 처리하는 인공지능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현재 컴퓨터도 인공지능의 일부다. 완전히 새로운 시대가 왔다는 식으로 접근할 건 아니다. 물론 지속적으로 신기술이 나오고 지금까지 우리가 하던 방식으로 기업과 나라경제를 운영할 수 없는 도전이 자꾸 제기되는 건 사실이다. 이에 정확히 어떤 식으로 대처할 것인가, 앞으로 또 어떤 길로 나아갈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조선산업에서도 로봇이 용접을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를 받아들여 자동화해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어떻게 바꿀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신기술이 과연 10~20년 뒤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지 잘 판단해서 거기에 맞게 대처해야 한다. 산업마다 필요한 기술과 발전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지금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있으니까 모두 여기에 맞춰야 한다’는 식으로 볼 수는 없다.
 
한국은 수출의 상당 부분을 미국에 의존한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보호무역주의로 기울고 있다. 이 흐름이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는가.
트럼프가 말하는 것만큼 보호무역을 실행하지는 못할 것이다. 미국이 여러 나라와 맺은 자유무역협정을 재협상한다지만, 이를 뒤집는 것은 쉽지 않다. 재협상하는 데만 시간이 얼마나 걸리겠는가. 더 중요한 점은, 미국 기업이 지난 30~40년간 개방을 통해 생산을 국제화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트럼프가 중국이나 멕시코에 30~40% 관세를 더 붙이겠다고 하는데 중국에서 수출하는 제품의 경우 중국 기업보단 미국 기업 제품이 더 많다. 나이키 신발이나 아이폰 가격이 30~40% 올라가는 건데 이를 미국 소비자가 좋다고 받아들이겠나. 미국 기업인 애플이나 나이키가 환영하겠나. 보호무역이 말처럼 간단한 일은 아니다. 설령 보호무역으로 가더라도, 결국 품질과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물건은 팔린다. 예전이라고 보호무역이 없었겠나. 자동차도 (미국이) 수입 규제를 했지만 물건 좋고 가격이 싸니까 미국 시장에 침투할 수 있었다. 보호무역의 실효성에 대해 일차적으로 의문을 갖고 있지만 트럼프가 보호무역을 강화하더라도 결국 제품의 품질로 승부하면 충격파는 덜할 것이다.
 
* 장하준 교수는 경제 발전 전략을 연구하는 개발경제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신고전학파 경제학에 대안을 제시한 경제학자에게 주는 뮈르달상(2003년), 경제학 지평을 넓힌 경제학자에게 주는 레온티예프상(2005년)을 최연소로 받았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0년 한국인 최초로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의 저서가 40개 언어로 번역돼 240만 부 이상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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