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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열쇠는 ‘고객 맞춤형 서비스’
[국내 이슈] 신장개업 인터넷전문은행, 돌풍일까 미풍일까
[86호] 2017년 06월 01일 (목) 권순우 progres9@naver.com
금리 내세운 단순 예금·대출로는 승산 없어... 차별화한 서비스 필수
 
인터넷전문은행이 2017년 4월3일 첫발을 내디뎠다. 금융 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금융의 집약체라며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출범 한 달 만에 꽤 괜찮은 성적표를 냈지만 시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 금융사들과 단순한 금리 경쟁으로는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어렵다. 중금리 대출 시장에서도 경쟁업체가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다른 업종의 고객 데이터에 기반한 맞춤형 금융서비스 상품 개발이 인터넷전문은행 성패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권순우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2017년 4월3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출범 기념식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왼쪽)이 금융서비스를 시연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금융권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연합뉴스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발이 순조롭다. 케이(K)뱅크가 출범 한 달 만에 24만 명의 고객을 유치했다. 하루 평균 고객 1만 명이 유입되며 흥행에 성공했다. 예·적금 규모는 3천억원, 대출 금액은 2천억원을 달성했다. 출범 당시 연간 목표로 잡았던 규모의 절반 이상을 달성했다.
 
케이뱅크는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주는 예금으로 흥행을 주도했다. 시중은행 평균 예금금리가 1.3% 내외에 불과한데 케이뱅크는 연 2%대 금리를 제공하는 ‘코드K 정기예금’을 내놨다. 한 회차당 200억원 판매 한도로 4회차까지 판매했는데 모두 팔렸다. 최저 연 2.68%로 최대 1억원까지 대출해주는 케이뱅크의 대출 상품 ‘직장인K 신용대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조금 긴장한 표정이다. 우리은행은 케이뱅크가 출범하던 날 최대 연 2.1%의 금리를 제공하는 예금상품을 내놨다. 한도액 10%까지는 무이자로 해주는 대출상품도 내놨다. 하나은행은 마이너스통장 대출 한도의 10%까지 최대 200만원 한도에서 0% 금리를 적용하는 ‘제로(Zero) 금리 신용대출’을 2017년 7월까지 판매한다.
 
보수적인 금융권에 새로운 플레이어를 투입해 경쟁을 촉발하겠다는 금융 당국의 ‘메기론’이 효과를 내는 분위기다. 이에 고무된 금융 당국은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낼 수도 있다고 분위기를 잡는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뭐기에 백약이 무효하던 보수적인 금융권이 반응하는 것일까? 단순한 신장개업 효과에 불과한 것 아닐까?
 
인터넷전문은행이 처음 출시되다보니 사람들에게 낯설게 다가온다. ‘인터넷 전문’이라고 하니 뭔가 첨단일 듯한 느낌도 준다. 사실 인터넷전문은행은 오프라인 지점이 없는 은행일 뿐이다. 지점이 없으면 대면 거래가 쉽지 않다. 기업금융, 투자은행(IB) 등 얼굴 보고 해야 하는 복잡한 업무는 할 수 없다. 대신 점포 운영비,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 케이비(KB)금융이 연간 지급하는 인건비만 3조7천억원에 달한다. 전체 은행 점포 중 무려 400여 개가 2016년 적자를 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인력과 점포를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돈을 절약해 높은 예금금리, 낮은 대출금리를 제공할 수 있다.
 
인터넷 금융사 성공의 조건
은행은 처음이지만 한국에는 이미 인터넷 전문 금융사가 여럿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키움증권이다. 이름은 들어봤겠지만 주변에서 키움증권 지점을 본 적은 없을 것이다. 키움증권은 인터넷 거품이 한창이던 2000년 온라인 전문 증권사로 설립됐다. 공격적으로 주식매매 수수료를 낮춰 고객을 끌어모았다. 키움증권의 시장점유율은 17%로, 1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인터넷 전문 보험사로는 현대해상 계열사인 하이카다이렉트, 교보생명 계열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등이 있다. 보험은 상품이 복잡하기 때문에 상담해줄 설계사가 필요하다. 인터넷 전문 보험사는 보험상품 중 자동차보험, 실손보험 등 구조가 단순한 상품을 온라인으로 싸게 파는 전략을 쓴다. 케이뱅크도 구조가 단순한 신용대출, 예·적금 업무만 한다.
 
인터넷 전문 금융사는 어느 정도 비용 경쟁력이 있지만 그것만으로 금융권의 경쟁 판도를 바꿀 수는 없다. 가격경쟁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키움증권이 불을 지핀 수수료 전쟁 이후 모든 증권사의 주식매매 수수료가 더 이상 낮출 수 없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온라인보험 역시 가격경쟁력만으로는 시장 지배력을 갖지 못한다. 은행은 더 가격경쟁력을 갖기 힘든 업종이다. 금리 0.1%는 은행에 엄청난 비용을 수반한다. 금리 0.1%를 보고 예금하는 사람은 있겠지만 그것 때문에 주거래 은행을 바꾸지는 않는다.
 
   
중국 온라인쇼핑몰 알리바바닷컴은 2007년 건설은행과 제휴해 입점 업체를 대상으로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알리바바 로고가 새겨진 유리 뒤편에 직원이 서 있다. REUTERS
 
성공한 외국 인터넷전문은행의 키워드는 가격경쟁력도 최첨단 기술도 아닌 ‘고객 기반’이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인터넷전문은행의 사업성과 분석 및 시사점’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1995년 이후 설립된 미국 인터넷전문은행 38곳을 분석했다. 38곳 중 14곳이 퇴출됐다.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업태가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방증이다. 가장 생존율이 낮은 설립자는 놀랍게도 금융전문가인 은행이었다. 설립자가 은행인 인터넷전문은행은 19개가 진입해 10개가 퇴출되며 종적을 감췄다. 기술에 장점이 있어 보이는 정보기술(IT) 업체도 2곳이 설립돼 2곳 모두 퇴출됐다. 반면 카드, 캐피털, 자동차, 가전, 소매, 유통업체가 설립한 인터넷전문은행은 한 곳도 퇴출되지 않았다. 이들의 생존 비결은 기존 고객에게 맞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이 연구위원은 “기존 은행과 차별성이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은 퇴출되거나 생존하더라도 규모의 경제 달성에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예금과 대출시장의 경쟁 구도가 다르다는 점도 지적했다. 예금은 기존 은행이든 인터넷전문은행이든 금리를 많이 주는 곳으로 고객이 간다. 반면 대출시장에선 캐피털, 자동차, 유통업체 등이 설립한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고객에게 맞춤형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며 시장 분할에 성공했다. 대출시장에서 고객 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인터넷전문은행은 무리하게 대출해주다가 부실이 커져 파산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은 돈을 떼여서 망하지, 돈을 못 벌어서 망하지 않는다”며 “대출은 많이 하는 것보다 우량고객에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객 기반에 맞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 패턴은 일본에서도 나타났다. 일본 최대 인터넷쇼핑몰 라쿠텐쇼핑 자회사인 라쿠텐뱅크는 전자상거래 시장의 지원과 확장이란 관점에서 운영된다. 라쿠텐뱅크에선 라쿠텐쇼핑몰의 슈퍼포인트로 결제와 적립이 가능하다. 라쿠텐증권과 연계한 계좌 ‘머니 브릿지’를 통해 우대금리를 받으면서 증권사 투자 대기 자금을 관리할 수도 있다.
 
중금리 대출은 블루오션?
중국 온라인쇼핑몰 알리바바닷컴과 건설은행의 제휴 및 결별은 고객 기반 금융업의 전형을 보여준다. 2007년 알리바바닷컴은 건설은행 등과 제휴해 입점 업체를 대상으로 신용대출 서비스 ‘알리대출’을 시작했다. 중소 영세기업들은 은행의 전통적 신용평가 시스템으로 신용도를 평가하기 쉽지 않다. 알리대출은 알리바바닷컴 내 업체의 매출과 거래 정보를 분석해 신용평가를 함으로써 부실을 방어할 수 있었다. 알리대출 규모는 2008년 10억위안(약 1630억원)에서 2011년 268억위안(약 4조3700억원)으로 늘었다.
 
알리대출의 수익성이 확인되자 알리바바닷컴은 건설은행과 제휴를 종료하고 자체적으로 면허를 취득해 직접 대출사업을 벌였다. 이후 인터넷전문은행 마이뱅크를 설립했다. 알리바바닷컴에서 자영업자의 신용평가 정보를 받을 수 없게 된 건설은행은 아예 자체 온라인쇼핑몰을 출범시켰다. 그만큼 고객 기반과 그에 맞는 신용평가가 중요하다.
 
케이뱅크는 컨소시엄 고객만 2억 명, 오프라인 가맹점만 350만 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케이뱅크 컨소시엄에는 KT, 우리은행, GS리테일, 한화생명 등 많은 고객을 확보한 주주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고객 기반 자체는 넓지만 아직 해당 고객을 대상으로 한 금융서비스는 눈에 띄지 않는다. 곧 출범하는 카카오뱅크는 3800만 명에 달하는 카카오톡 회원에게 송금, 결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은행이 돈을 버는 대출을 어떻게 할지는 알려진 바 없다.
 
케이뱅크가 내세우는 중금리 대출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있다. 은행 신용대출 금리는 5%, 제2금융은 15%다. 중간 어딘가에는 10% 내외의 금리를 지급하고 돈을 잘 갚을 우량고객이 있을 수 있다. 그들을 대상으로 한 대출이 중금리 대출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그 계층에 2천만 명의 고객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중금리 시장에 도전한 금융사는 꽤 많았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2005년 SC제일은행은 신용등급 5~7등급 고객을 대상으로 10~14% 금리의 셀렉트론을 시작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연체율이 급증하며 결국 판매를 중단했다. 최근 금융 당국이 중금리 대출을 독려하며 시중은행은 물론 저축은행, P2P 대출 등 비제도권 금융사들까지 앞다퉈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중금리 시장에서 우량고객을 찾아내려면 기존 금융권과 차별화한 신용평가 시스템이 필요하다. 케이뱅크는 폭넓은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수집한 온·오프라인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정교한 신용평가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손상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금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지만 성패 여부는 1년 뒤 대출 만기 때부터 실제 연체율이 얼마나 되는지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전세계적으로 크게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은 아니다. 골리앗 시중은행을 제압할 수 있는 다윗이 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다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천편일률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중은행을 상대로 자신의 고객 기반에 적합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해 충성고객층을 늘리는 전략은 유효하다. 케이뱅크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을 이용하는 고객이 아니라 KT를 이용하는 사람에게,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을 이용하는 사람에게 왜 자신을 이용해야 하는지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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