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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수지 흑자, 반드시 선은 아니다
[Special Report] 무역수지 흑자의 역설- ② 경상수지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86호] 2017년 06월 01일 (목) 마르탱 아노타 economyinsight@hani.co.kr
내수 부족 등 불균형 은폐... 적자는 미래 흑자 준비 과정일 수도
 
경상수지 흑자란 상품과 서비스의 수출이 수입보다 많다는 뜻이다. 얼핏 경상수지 흑자는 다다익선처럼 보인다. 하지만 상황이 간단치 않다. 경상수지 흑자는 절대선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가진다. 때로는 내수 부족 등 내적 불균형을 감추기도 한다. 반면 경상수지 적자가 장기화하면 위험하겠지만 무조건 ‘밑지는 장사’를 뜻하지 않는다. 현재의 적자는 미래 흑자를 준비하는 과정일 수 있다. 결국 흑자든 적자든 불균형 현상이 벌어지면 어디선가 그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 시장경제 원칙이다. 한국의 흑자도 이 관점에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마르탱 아노타 Martin Anota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흑자든 적자든 경상수지가 한쪽으로 치우칠 경우 어디선가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중국 상하이 양산항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REUTERS
 
경상수지 흑자와 적자는 어떻게 발생하나?
경상수지란 한 나라가 일정 기간에 다른 나라와 주고받은 재화와 서비스의 거래, 그리고 소득 흐름을 기록한 표다. 수출은 대차대조표상 차변에, 수입은 대변에 기록된다. 즉 수출은 자산으로, 수입은 부채로 잡힌다. 경상수지 흑자는 한 나라가 소비보다 생산을 더 많이 한다는 뜻이다. 이 나라는 추가 자본을 국외로 수출하게 된다. 다른 나라에 돈을 빌려준 채권국인 셈이다. 반대로 경상수지가 적자인 나라는 자본을 수입해야 한다. 그래야 국내 소비와 투자를 감당할 수 있다. 이 나라는 다른 나라에서 돈을 빌린 채무국인 셈이다.
 
이론적으로 환율이 완전 신축적이라면, 다시 말해 시장의 작은 변화도 환율에 곧바로 반영되고 통화 당국의 개입이 전혀 없다면 각국 경상수지는 균형을 향해 수렴할 수밖에 없다. 경상수지 흑자국의 통화는 외환시장에서 가치가 상승할 것이다. 이 나라 상품을 수입한 국가가 수입대금을 지급하려고 이 나라 통화를 더 많이 매입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통화가치가 상승하면 이 나라에서 생산된 재화는 외국산에 비해 상대가격이 오르게 된다. 달리 표현하면, 외국산 재화의 상대가격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 나라에서 상대적으로 값이 싸진 외국산 재화를 사려는 수요가 는다. 결국 이 나라의 경상수지 불균형은 오래 가지 않는다. 환율 하락으로 수입은 늘고 수출은 줄면서 흑자 폭도 줄기 때문이다.
 
반면 경상수지 적자국은 자본 수입이 수출보다 많으니 이 나라의 통화가치는 하락한다. 자본 수입은 외환시장에서 자국 통화를 팔아 외화를 매입해야 한다는 뜻이므로 외화 가치는 오르고 자국 통화의 가치는 떨어진다. 통화가치가 하락하면(곧 환율이 오르면), 흑자국과 같은 논리로 외국산에 견준 국산 재화의 상대가격이 하락해 수입은 줄고 수출은 늘어 적자 폭도 결국 감소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경상수지 적자나 흑자가 사라지지 않고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선 환율이 완전히 신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환율이 신축적이지 않으면 시장 조정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예를 들어 2000년대 초부터 중국은 막대한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한 반면 미국은 총 무역 적자의 절반이 대중 적자인 상황이다. 미국 통상 당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이라 비난하며 중국의 외환시장 개입이 양국 무역 불균형의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위안화 약세가 중국 상품의 경쟁력을 높임에 따라 미국의 중국 수출은 줄고 중국의 미국 수출은 늘었다는 주장이다.
 
유로 지역 단일통화 동맹에서 경상수지 불균형 조정은 역내 모든 국가의 통화가 같다는 점 때문에 구조적으로 더욱 복잡해진다. 예를 들어 2000년대 초부터 2008년 금융위기 직전까지 유로화의 달러 대비 가치는 스페인·그리스·포르투갈 같은 나라의 적자 폭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도 계속 올랐다. 유로화 강세는 이들 국가의 경쟁력을 떨어뜨렸고 무역수지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반대로 대표적 흑자국인 독일과 네덜란드는 유로화 강세에도 흑자가 줄지 않았고 이는 유로화 가치를 더 상승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독일과 네덜란드가 각각 다른 통화를 사용했다면 두 국가의 통화가치는 유로화보다 더 상승했을 것이다. 스페인·그리스·포르투갈이 자국 통화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이들 국가의 통화가치는 떨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단일화폐를 사용하는 나라들 사이에서 경상수지 불균형은 계속 누적될 수밖에 없다.
 
 
경상수지 적자는 반드시 나쁜가?
성장에 필요한 자본이 부족한 국가는 ‘저발전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저발전의 함정이란 가난한 나라가 가난 자체 때문에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을 뜻한다. 내수 부족이 저발전 함정의 주요 원인인데, 소득이 낮아 가계는 소비를 거의 하지 않고 저축 규모도 보잘것없다. 따라서 기업은 상품을 거의 팔지 못한다. 그러니 투자도 할 수 없고 소득도 발생하지 못한다. 이는 다시 내수 부족으로 이어져 악순환이 계속된다.
 
어쨌든 자본이 부족하면 기업이 투자하지 못해 생산도 늘지 않을 것이다. 생산이 늘지 않으면 국민소득도 늘지 않아 자본 부족 상태는 계속된다. 한 나라의 국내 저축이 기업의 투자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 이 나라의 경상수지가 적자인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이 상황에서 투자와 소비가 생산보다 많은 것은 정상이고 자본 수입은 경제성장을 추동할 수 있다. 자본 부족으로 실현되지 못했을 투자 프로젝트가 국외 자본 투입으로 빛을 보게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입은 그 자체로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 기업은 경쟁력 향상과 수출 증대를 위해 외국 기업의 중간재나 설비재를 이용할 수 있다. 질이나 가격 면에서 외국 제품이 더 낫다고 판단되면 최종재 생산 기업은 외국 제품을 이용해 완제품을 생산할 것이다. 두 경우 모두, 현재의 적자는 미래 흑자를 준비하는 과정일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올리비에 블랑샤르와 프란체스코 자바치를 비롯한 몇몇 경제학자가 유로 지역 주변부 국가들의 만성 적자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스페인·그리스·아일랜드·포르투갈의 적자가 는다는 것은 자본 유입을 뜻하고, 자본 유입은 경제성장을 촉진해 유로 지역 선진국과의 경제 격차를 좁힐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만약 적자가 급격한 내수 증가 탓이라면, 무역 상대국의 경제활동을 부양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무역 상대국의 수출이 늘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적자를 보는 나라는 자본을 차입해야 하므로 빌린 자본을 언젠가 상환해야 한다. 한 나라가 적자를 감당할 수 있는지는 대외순자산 규모에 달렸다. 대외순자산이란 한 나라에 사는 모든 경제주체가 국외에 보유한 대외자산에서 대외부채를 뺀 값이다. 이 값이 플러스면 흑자국으로 대외순자산을 보유한 것이고, 마이너스라면 적자국으로 대외순부채를 지는 것이다. 한 나라의 순대외부채가 국내총생산(GDP)보다 지속적으로 빠르게 증가하면, 이 나라는 경상수지 적자를 감당할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 순대외부채 규모가 너무 커지면 이 나라는 원금을 상환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이자를 내기 위해 계속 자본을 빌려야 하고 결국 부채는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다.
 
경상수지 적자를 감당하려면 기업 투자가 국외 자금조달 비용을 충당할 수 있을 만큼 생산이 증대돼야 한다. 그런데 이는 당연한 현상이 아니다. 외국자본이 금융시장이나 부동산 시장에 유입돼 투기 거품을 키우고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를 촉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바로 2008년 금융위기 상황이 딱 이랬다. 당시 막대한 자본이 유로 지역 주변부 국가로 흘러들었고, 이는 스페인과 아일랜드에서 부동산 투기 붐을 일으켰다. 부동산 투기는 내수 확대로 이어졌고 이는 다시 수입 증가와 물가 상승을 유발했다. 물가 상승은 임금 인상을 부채질했다. 그런데 부동산 부문의 투자와 생산 증대, 임금과 물가의 빠른 상승은 국내 상품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수출을 저해했다. 수입 폭증과 수출 급감은 대외 적자 규모를 키웠고 외국자본이 계속 유입됐다.
 
다른 나라들이 적자국에 계속 자본을 빌려준다는 보장은 없다. 적자국에 자본을 빌려줬던 채권자가 어떤 이유에서든 이 나라가 대외부채를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순간, 적자국은 대외부채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를 수 있다. 그 결과 자본유입이 갑자기 중단되는 ‘서든 스톱’(sudden stop)이 발생한다. 적자국의 경제주체들은 더 이상 자금을 조달할 수 없게 돼 은행 대출, 생산, 소비가 모두 급감한다. 이러면 수입이 급감하고 대외 적자도 갑자기 준다. 이 조정 과정의 대가는 급격한 경기침체와 실업률 폭등이다. 정부는 일반적으로 국채를 발행해 공공부채를 상환하는데,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되면 국채를 발행할 수 없고 공공부채가 더욱 늘어 긴축정책을 실시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긴축정책은 경기 침체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유로 지역 주변부 국가들이 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로 겪은 어려움이 바로 이것이었다. 많은 사람이 믿는 것과 달리 유로 지역 위기는 주변부 국가들의 공공부채 위기 때문이 아니라 대외 부채 위기, 즉 본질적으로 민간부문 부채 때문에 촉발됐다.
 
 
경상수지 흑자는 반드시 좋은가?
물론 경상수지 흑자는 좋은 것이다. 흑자국은 부채를 상환하고 자본을 수출해 이자소득을 벌 수 있다. 특히 독일처럼 고령사회에 진입한 나라에서 경상수지 흑자는 인구고령화 문제에 대처하는 수단이 된다. 저발전 국가들이 경제성장에 필요한 자본을 수입할 수 있으려면 어떤 국가든 이들 나라에 자본을 수출해줘야 한다. 따라서 경상수지 흑자는 국가 간 생활수준이 비슷해지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경상수지 흑자가 내적 불균형을 은폐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독일은 2006년 이후 매년 GDP의 6%가 넘는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역 흑자가 독일 제품의 경쟁력 덕분이라고 정당화한다. 경쟁력이 수출 규모를 설명할 수는 있지만, 수출 흑자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흑자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한 나라의 생산이 소비보다 많기 때문에 생긴다. 그런데 흑자를 국외 수요 확대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사실 흑자는 국외 수요 증가뿐 아니라 내수 부족을 표현하는 것일 수 있다.
 
만약 한 나라가 무역을 하지 않는 폐쇄경제라면, 생산이 소비보다 많은 저축 과잉은 디플레이션 압력을 유발하고 이는 실업 증가로 귀결된다. 그러나 개방경제에선 이 나라가 과잉저축을 국외로 수출할 수 있다. 과잉저축을 수출하려면 어딘가에서 같은 금액의 적자가 생겨야 한다. 다시 말해 다른 나라가 흑자국의 저축을 흡수하기에 충분할 만큼 수요를 유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나라도 디플레이션 압력과 실업률 증가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이 2000년대 이후 꾸준히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2002년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도입한 ‘하르츠(Hartz) 개혁’이라 불리는 노동시장 개혁이다. 하르츠 개혁은 실업수당 수령 기간 제한, 저임금 고용 사회보장분담금 인하 등 임시직 고용 증진을 위한 규제 완화를 핵심으로 했다. 이로 인해 임금 인상이 억제돼 독일 상품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했다. 동시에 임금 동결은 내수 침체 요인으로 작용했다. 2000년대 초 독일의 과잉저축을 흡수한 나라는 스페인, 그리스, 포르투갈 등이었다. 유로 위기가 터진 뒤 이 나라들은 독일의 과잉저축을 흡수할 여력을 잃었을 뿐 아니라 독일에 부채를 상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독일은 갈수록 더 많은 흑자가 발생해 2008년 금융위기 전 유럽 통화동맹 내부에 불균형이 축적되는 상황에 일조했을 뿐 아니라, 위기가 일단락된 뒤에도 역내 국가들의 경기 회복을 저해했다. 다른 회원국들의 내수가 진작돼 주변부 국가의 수출이 확대될 수 있었다면 주변부 국가의 경기는 더 빠르게 회복돼 독일에 진 부채를 더 효과적으로 상환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주변부 국가는 내수 침체와 임금비용 하락으로 무역 적자가 빠르게 해소됐는데도 독일과 네덜란드의 흑자는 계속 늘었다.
 
이제 유로 지역 전체가 엄청난 흑자를 쌓고, 유로 지역 밖 나라들이 유로 지역이 소비할 수 없거나 원치 않는 생산을 흡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유로 지역 흑자는 내수 부족이 원인이라서 세계 전체의 수요도 줄게 된다.
 
이처럼 유럽 국가들은 수출 확대에 매진해 오히려 가난해지고 높은 실업률을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됐다. 빈곤 퇴치나 에너지 시스템 전환을 위해서는 투자와 소비가 필요하지만 , 이들 국가는 투자와 소비를 자제한다. 이 모든 것은 세계경제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독일은 2006년 이후 꾸준히 무역 흑자를 내고 있지만 이는 내수 부족에 따른 불황형 흑자로 설명된다. 손님이 없어 한산한 베를린의 한 쇼핑몰. REUTERS
 
과잉저축이 경제에 해가 되는 이유
신고전파 경제학자들은 저축 증가를 언제나 경제에 유익한 걸로 본다. 가계가 저축한다는 것은 현재 소비를 줄이는 행위이지만, 이는 결국 미래 소비를 늘린다는 것이다. 저축은 미래로 연기된 소비다. 은행은 보유 예금을 활용해 대출해주기 때문에 저축이 늘면 신규 투자가 실현될 수 있다. 게다가 저축이 늘면 수요·공급 법칙 덕분에 금리가 내리고 기업은 투자자금 확보를 위해 은행 차입을 늘리려 할 것이다. 그 결과 기업 생산이 늘고 더 많은 소득이 분배되고 이는 내수 증가로 이어져 늘어난 생산량을 소화할 수 있다. 따라서 경제는 과잉생산 위기를 겪을 일이 없다.
 
케인스학파 경제학자들은 신고전파 이론을 두 가지 이유로 거부한다. 첫째, 저축이 투자자금 조달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은행은 예금보다 통화 창조 과정을 통해 신용을 창출해 대출해준다. 무엇보다 기업은 미래 예측을 기반으로 투자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 핵심이다. 만약 기업이 가계의 높은 저축 성향 때문에 수요가 늘지 않을 것으로 보면 생산설비를 확대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모든 가계가 저축을 더 많이 하면 기업은 상품을 더 적게 팔 수밖에 없어 생산을 줄이고 인원 감축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 결과 과잉생산 위기를 겪고 이 위기가 쉽게 악화일로로 치달을 수 있다. 즉, 생산을 줄임으로써 각 기업은 중간재 및 설비재 구입을 줄이고 이는 다른 기업의 판로를 위축시킬 것이다. 실업 증가는 수요 하락으로 이어진다. 실업자는 소비를 줄이기 때문이다. 반면 취업자는 저축을 늘린다. 그래야 일자리를 잃더라도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축 증가는 현재 소비와 미래 소비를 동시에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것이 바로 저축의 역설이다.
 
Alternatives Economiques 2017년 4월호(제367호)
Faut-il vraiment être champion du monde des exportations?
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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