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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제재 풀린 뒤 더 높아진 실업률
[Issue] 이란 경제 개방의 빛과 그림자
[86호] 2017년 06월 01일 (목) 나이리 나아페티앙 economyinsight@hani.co.kr
6.5% 고성장에도 청년실업률 30% 넘어... 석유 의존도 낮추고 경제구조 다변화해야
 
서방국가들의 경제제재 해제 뒤 이란 경제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막대한 원유 수출에 힘입어 2016년 경제성장률은 6.5%에 달했다. 그러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다. 국제 제재는 풀렸지만 여전히 미국의 제재는 이란 투자를 주저하게 만든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딴지 걸기’도 잠재적 악재다. 이란 내부적으론 높은 성장률이 국민경제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이란의 30살 미만 청년실업률은 30%를 넘는다. 전문가들은 석유 수출 주도에서 벗어나 경제구조를 다변화해야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고 실업률도 낮출 수 있다고 지적한다.
 
나이리 나아페티앙 Naïri Nahapétia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막대한 원유 수출에 힘입어 이란의 2016년 경제성장률은 6.5%에 달했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2017년 5월19일 한 여성이 테헤란 시내에서 로하니의 사진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REUTERS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2017년 5월19일 열린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인구 8천만 명의 이란은 중동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은 제2의 경제대국이지만 30살 미만 청년실업률은 30%가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온건파 로하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2015년 7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란과 P5+1(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 5개국과 독일) 국가들 간에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이라고 명명된 핵합의안이 타결된 지 벌써 2년이 지났다. 당시 이란은 2012년부터 경제를 압박하던 유엔 제재의 단계적 해제를 대가로 핵폭탄을 제조하는 핵개발 프로그램을 추진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이를 위해 중수로 설계 변경과 원심분리기 수량 제한 등 다양한 조처를 취하기로 양쪽이 합의했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의 이란산 석유 수입 금지 해제와 이란 은행의 ‘세계은행간 금융통신협회’(SWIFT·국가 간 자금 거래를 위해 1977년 설립된 기관으로, 스위프트망을 통해 하루 평균 1800만 건의 국제 대금이 지급되고 개인도 국외에 송금하려면 이 망을 이용해야 한다 -편집자) 전자거래 시스템 복귀는, 2016년 1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이 약속을 준수하고 있음을 확인한 뒤 이루어졌다. 노반시아(Novancia) 비즈니스스쿨 교수이자 경제학자인 티에리 코빌에 따르면, 현재 이란의 하루 석유 수출량은 380만 배럴로 2012년 경제제재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이란 기업들도 스위프트망을 이용해 설비재 수입 대금을 결제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이란의 가장 중요한 수출 품목인 원유 가격이 경제제재 이전보다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사실이다. 2013년 배럴당 130달러이던 원유 가격은 현재 50달러에 불과하다. 경제제재 해제 뒤 천연가스, 원유 등의 생산량 증가는 원유 가격 하락을 상쇄하는 데 기여했다. 그 결과,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15년 0.4%에 불과하던 이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16년 6.5%로 껑충 뛰었다. 물가상승률도 2013년 35%로 정점을 찍은 뒤 2015년 12%로 떨어졌고, 경제제재 해제 뒤 2016년에는 9.5%를 기록하며 마침내 한 자릿 수에 진입했다. 그러나 이란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빈 합의 때 이란은 투자 기회가 넘치는 약속의 땅으로 묘사됐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특히 일반 국민이 대이란 경제제재 해제의 효과를 아직 체감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국제 제재는 풀렸지만 미국의 제재는 여전히 이란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제재가 미국 국내 기관뿐만 아니라 미국과 거래를 원하는 외국 기관까지 포괄하기 때문에 상황이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2008년 이후 전세계 은행들이 이란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제재를 가하고 있다. 물론 직접적인 거래 금지는 아니다. 단지 이란과 거래하는 은행은 미국과 거래할 수 없게 했다. 그래도 제재 효과는 엄청나다. 유럽의 대형 은행들은 2014년 미 재무부가 BNP파리바은행에 이란과 거래했다는 이유로 벌금 90억달러(약 10조1600억원)를 부과한 뒤 이란 투자에 몸을 사리고 있다. 게다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빈 핵합의안을 두고 ‘매우 좋지 않은 합의’라고 언급한 것 때문에 더더욱 위축된 상태다. 빈 합의안에 포함된 이른바 ‘스냅백’(snap-back·자동 복원) 조항도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스냅백 조항이란 이란과 P5+1이 핵합의 이전으로 복귀하는 상황을 일컫는다. 이란이 합의안에 예정된 조처를 하지 않거나 약속을 어기면 경제제재를 포함한 모든 게 합의 이전 수준으로 자동 복원된다는 것을 명시한 조항이다. 스냅백이 발효되는 순간, 이란과의 거래 또는 투자가 진행 중이라도 모두 무효가 된다. 따라서 스냅백 조항이 존재하는 한 외국인 투자자는 이란 투자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
 
   
▲ 2017년 2월 이란 여성들이 테헤란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서 구직 상담을 하고 있다. 고학력 여성들의 노동시장 접근이 제한된 가운데 이란의 청년실업률은 30%가 넘는다. REUTERS
 
투자 가로막는 이란 혁명수비대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는 변호사이자 <이란과 거래하기>(Faire des affaires avec l’Iran)의 저자 아르다반 아미르아슬라니는 미국 뉴욕을 경유하는 모든 달러 표시 국제 거래는 미 재무부 해외자산관리국(OFAC)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런데 전체 달러 표시 국제 거래의 90%가 뉴욕거래소를 경유하며, OFAC는 특별지정제재대상(SDN) 명단을 지정한다. 미국 기업이나 개인은 명단에 속한 개인이나 국가와 접촉하거나 거래할 수 없다. 현재 이란의 기업과 개인들도 명단에 있는데, 이란 최정예 부대 ‘이란 혁명수비대’ 장성들이 주축이다. 이들은 특히 레바논의 헤즈볼라 같은 단체와 연관됐거나 시민들의 인권을 유린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물론 SDN 명단은 공개된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가 이란 기업에 투자할 때, 이 기업이 명단에 오른 누구와 연결됐는지 확인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재무제표 등 기업의 재정 상황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자는 기업의 실소유주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이 분야 전문가 베르나르 우르카드도 “이란에서는 거래 상대방이 누구인지, 상대의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 이사회 구성원은 어떻게 되는지 아는 것이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특히 이란 혁명수비대는 에너지 부문과 사회기반시설을 비롯해 이란 경제 전반을 장악하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를 어렵게 만드는 중대한 장애물이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단지 미국 OFAC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들이 통제하는 많은 기업이 이란 국내에서 외국 기업과 경쟁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이란 및 페르시아만 지역 시장분석 전문가 시나 나시리에 따르면, 이란은 표준화된 계약이 없기 때문에 협상마다 계약 조건을 결정한다. 이란의 회사법이 프랑스 회사법과 유사한 점이 많다 해도, 이란 회사법에는 프랑스 회사법상 ‘간소주식회사’(일반 주식회사는 자본금 최저한도 제약이 있지만 간소주식회사는 자본금 제약이 없어 회사 설립이 용이하다. 참고로 한국도 예전에는 주식회사 설립 때 최저 5천만원의 자본금을 요구했으나 2009년 최저자본금제가 폐지됐다. -편집자)가 존재하지 않아 합작회사 설립이 쉽지 않다. 그 결과 2016년 이란에 유입된 외국 직접투자는 2년 전보다 소폭 늘어난 40억유로(약 4조9천억원)에 불과했다. 시나 나시리는 “현재 이란 경제가 심각한 투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석유 같은 탄화수소 부문만 놓고 보더라도 향후 10년 동안 연간 200억유로(약 24조6천억원)의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최근 이란과 서구 국가들 사이에 여러 건의 계약이 체결됐다. 경제학자 티에리 코빌에 따르면, 특히 미국과 이해관계가 거의 없는 독일 은행들이 공격적으로 이란에 진출하고 있다. 실제 독일 상공회의소 자료를 보면 독일의 대이란 수출은 2016년 26%나 증가했다. 프랑스 은행 중에서는 들뤼바크앤시(Delubac&Cie)와 뵈름세르프레르(Wormser Frére)처럼 자본금이 적은 소규모 가족 경영 은행들이 이란에 진출했다.
 
제조업 가운데서는 프랑스 자동차 기업들이 이란에서 활발히 활동한다. 이란은 중동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손꼽히는 나라다. 프랑스의 대표 자동차 기업인 르노와 푸조시트로앵(PSA)은 각각 이란 현지 기업인 사이파(Saipa), 호드로(Khodro)와 협약을 맺고 현지에서 생산된 자동차를 판매한다. 이란의 자동차는 대부분 외국 모델을 현지에서 라이선스 방식으로 조립·생산한다. PSA와 호드로사의 협상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PSA가 호드로사와 지분율 50 대 50으로 합작회사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자동차부품회사연맹(FIEV)의 디디에 에댕도 자동차 부품 회사들이 이란 진출을 대대적으로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구 기업 투자 늘고 있지만...
고속도로·공항 등 사회기반시설과 발전소 등 에너지시설 건설 및 관리 프랑스 기업인 빈치(Vinci)는 이란 마샤드공항과 이스파한공항의 개·보수와 터미널 건설 수주에 자본금 3억달러를 투자했다. 프랑스 유통기업 카르푸의 자회사 하이퍼스타(Hyperstar)도 이란의 대형 유통체인 분야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자랑한다. 프랑스 석유화학기업 에어리퀴드(Air Liquide)와 정유회사 토탈(Total)은 물론, 전기자동차 생산기업 볼로레(Bollore)와 에어버스도 이란 시장에 본격 뛰어든 상황이다. 특히 2015년 새로운 형태의 이란석유계약(IPC) 제도가 도입되면서 외국인 투자가 활발해졌다.
 
프랑스 석유기업 연합인 에볼렌(Evolen)의 이란 지부 부회장 피에르 파비아니는 “예전 석유 계약 제도는 외국 석유회사가 유전을 개발해 일정 기간 운영한 뒤 이란에 반환하는 ‘바이백’(buyback) 방식이었지만, IPC는 외국 석유회사에 생산된 원유·가스의 일부를 임의로 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방식”이라며 “이란이 IPC를 도입한 목적은 수십 년간 유례없던 생산량 공유를 통해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기업과 자회사들은 공식적으로 이란과 거래해서는 안 되지만, 보잉사는 2016년 말 이란에어에 항공기 80대를 총 170억달러(약 19조1500억원)에 판매하는 계약을 맺었다. 비록 경제제재 해제 뒤 서구 기업들이 이란 진출에 박차를 가한다고 해도 이란의 주요 수입국은 여전히 중국, 아랍에미리트, 한국, 터키, 인도, 러시아 등이다. 이 국가들은 경제제재 중에도 이란과 계속 거래했고 결제 화폐로 달러를 사용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현재까지 이란의 경제 개방은 투자 유치 증가보다 최종 소비재 수입 증가 중심으로 이뤄졌다. 정부 재정도 석유 판매 수입 의존도가 크다. 특히 이란은 시리아와 이라크에 군대를 파병하면서 정부의 재정지출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석유 일변도에서 벗어나 경제구조를 다변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현재 이란의 공식 실업률은 12%지만, 인구의 60% 이상인 30살 미만의 실업률은 30%에 이른다. 고학력 여성들의 노동시장 접근이 제한된 것도 문제다.
 
이란에는 기본소득처럼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모든 가계에 현금을 지급하는 직접현금이전제도가 있다. 이 제도는 2010년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당시 대통령이 에너지 및 식품 보조금 제도를 대체해 도입한 것이다. 그러나 이란의 빈곤인구는 여전히 매우 많다. 최근 사진 공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서 ‘테헤란의 부자 아이들’(Rich Kids of Teheran)이라는 이름의 계정이 화제가 되는 것에 맞서, 일부 이란의 젊은 누리꾼들이 ‘테헤란의 가난한 아이들’(Poor Kids of Teheran)을 만든 것만 봐도 이란의 빈곤 문제가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다.
 

이란의 실리콘밸리 ‘파르디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북쪽으로 20km 떨어진 ‘파르디스 테크놀로지 파크’는 이란판 실리콘밸리다. 여기에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 은행, 과학연구소, 컴퓨터 관련 기업 등 400여 업체가 입주해 있다. 1천헥타르에 이르는 단지에서 수천 명이 일한다. 한 이슬람 신학교는 온라인 강의를 위해 위성안테나도 설치했다. 이란판 우버인 스냅(Snapp)도 파르디스 단지에 자리잡았다. 시장분석 전문가 시나 나시리는 “스냅은 페르시아어를 못하는 재외 이란인 방문객 사이에서 호평받고 있다. 택시 요금이 미리 표시돼, 골치 아프게 요금을 흥정할 필요 없고 차량도 최신 모델이어서 인기 있다”고 말했다. 나시리는 “2016년 기준으로 기업가치가 5억달러로 평가되는 온라인 상거래 업체 디지칼라(Digikala)는 이란의 첫 번째 스타트업”이라고 소개했다. 2007년 국외에 거주하는 이란인 형제가 시작한 이 회사는 사진 관련 제품 판매에서 창업 10년 만에 종합 상거래 업체로 성장했다.
 
Alternatives Economiques 2017년 5월호(제368호)
L’Iran attend toujours les investissements
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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