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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1대 도입하면 실업자 3명
[Focus] 기술 진보와 일자리: 로봇이 정말 일자리를 빼앗았나
[86호] 2017년 06월 01일 (목) 다론 아제모을루 economyinsight@hani.co.kr
1990~2007년 미국의 지역별 여파 생각보다 작아... 대량 실직은 근거 없는 주장
 
로봇과 컴퓨터를 이용한 기술이 그전에 사람이 하던 작업을 대신하면서 미래의 일자리와 임금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글은 1990년부터 2007년까지 산업용 로봇이 고용과 임금을 줄였다는 것을 논한다. 분석 결과, 노동자 1천 명당 로봇 1대가 더 도입되면 고용률이 0.18~0.34%포인트 줄고 임금은 0.25~0.5% 내려가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제품 수입, 단순노동 감소, 역외 일자리 이전, 정보기술 투자, 총자본투입량 등이 끼치는 영향과 뚜렷이 구별된다. _VoxEU.org
 
다론 아제모을루 Daron Acemoglu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응용경제학 교수
파스콸 레스트레포 Pascual Restrepo 미국 예일대학 콜스재단 펠로
 
   
▲ 미국 테네시주 폴크스바겐 자동차 공장에서 로봇이 차를 조립하고 있다. 미국에서 산업용 로봇 1대를 새로 도입하면 실직자 3명이 생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로봇 때문에 실직자가 무더기로 생길 거라는 일부의 주장과 거리가 멀다. REUTERS
 
“어떤 독자는 지금까지 전혀 들어보지 못했겠지만 앞으로 수없이 듣게 될 어떤 병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거의 100년 전 존 메이너드 케인스(유효수요이론을 제시한 유명 경제학자 -편집자)가 책에 쓴 문장이다. 그 질병은 “이른바 기술적 실업”(기술 진보가 유발하는 실업 -편집자)이다.
 
당시 케인스의 책을 읽은 사람들이 이 걱정이 엉뚱하다고 생각했다면, 오늘날 사람들은 그의 암울한 예측이 곧 현실이 될 것을 걱정한다. 이런 걱정을 부추기듯, 높은 숙련 기술이 필요 없는 일자리는 자동화로 인해 축소되고 임금은 정체 및 하락하고 있다.
 
로봇이 일터에 등장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추정한 수많은 연구가 있다. 2013년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칼 베네딕트 프레이와 마이클 오즈번은 직업군을 자동화에 취약한 수준에 따라 분류하고 미국 노동자의 47%가 20년 안에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결론 맺었다. 2016년 컨설팅업체 매킨지는 그 비율이 45%라고 주장했고, 세계은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체로 보면 노동자의 57%가 위기를 맞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2016년 독일 학자 멜라니 아른츠 등은 이 추정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들은 특정 직업군에 속한 노동자 중 상당수가 자동화하기 어려운 업무에 특화돼 있다며 자동화로 위기를 맞을 OECD 국가 일자리는 9%에 불과하다고 논했다.
 
일자리를 빼앗길 위기에 처할 사람이 전체의 9%이건 57%이건, 기업들이 일자리를 로봇으로 대체한다는 보장은 없다. 자동화 비용과 자동화로 일자리를 잃을 위험에 처할 때 임금 수준을 얼마나 조정하느냐에 달린 문제이다. 산업계가 특정 업무에 로봇을 도입하더라도, 생산성이 향상돼 새 일자리가 생길 수 있고 아예 다른 직업군이 확대될 여지도 있다.
 
1990~2007년 미국 권역별 여파 분석
우리는 새로운 연구를 통해 이미 로봇을 도입한 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추정했다. 미국 각 지역 노동시장에서 산업용 로봇의 균형 효과를 추적했다. 국제로봇연맹은 산업용 로봇을 “자동으로 제어하고, 프로그램을 수정할 수 있고, 다목적인 기계”로 정의한다. 산업용 로봇은 용접, 도장, 조립, 원자재 처리, 포장 같은 몇 가지 업무를 수행하도록 프로그램화하는 완전히 자율적인 기계다. 이 정의는 소프트웨어 같은 다른 형태의 투자를 배제하는데, 소프트웨어 등도 노동을 대체할 수 있다. 또 크레인, 회로기판 인쇄기, 직조기, 커피기계처럼 한 가지 기능만 있는 기계를 대신하기도 한다.
 
2007년 미국과 서유럽에 도입된 로봇은 1993년에 비해 4배 많았다. 국제로봇연맹은 현재 150만~175만 개의 산업용 로봇이 쓰이며, 2025년까지 그 수가 400만~600만 개로 늘어날 걸로 추산했다.
 
로봇은 전체 경제계에서 고르게 활용하는 상황이 아니다. 현재 사용하는 로봇의 39%가 자동차산업에 보급됐고 전자산업(19%), 금속산업(9%), 플라스틱과 화학산업(9%) 차례로 많이 보급됐다. 일부 산업계에선 멕시코산 수입품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산 수입품이나 국외 생산기지 이전 등의 여파로 고전하는 산업계도 있다.
 
우리는 단순모형을 사용해 로봇과 노동자가 생산 현장에서 서로 다른 일을 하며 경쟁하는 상황을 분석했다. 이 모형은 로봇이 수행하는 업무 비중이 산업계마다 제각각이고, 서로 다른 산업에 특화된 노동시장 사이에 거래가 있음을 가정한다. 또한 고용과 임금에 끼치는 전체 영향을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는 부정적 대체 효과와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생산성 효과로 나눠서 살핀다.
 
이 모델은 통근이 가능한 권역별 노동시장에 로봇이 끼친 영향을 권역별 로봇 도입 강도를 측정해서 보여준다. 이 강도는 19개 산업의 로봇 보급 대수를 합쳐서 산출하되, 각 권역 노동시장의 산업별 고용 비중에 따라 가중치를 줬다. 이를 계산하기 위해 인구주택총조사 자료를 기준으로 각 권역의 산업별 고용 비중을 적용했다. 미국의 권역별 로봇 도입 강도가 심하게 차이나는 걸 확인했다. 이 변수들 덕분에 권역별로 산업용 로봇이 임금과 고용에 얼마나 강하게 영향을 주는지 추정할 수 있었다.
 
로봇 도입 강도를 계산할 때 한 가지 걱정은, 미국 산업계가 로봇을 도입한 것은 권역별 지역경제 또는 각 산업계의 문제점(또는 기회)의 대응책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로봇 도입으로 고용이 영향받은 게 아니라 고용 등 이런저런 문제 때문에 로봇을 도입했다면, 로봇이 고용에 끼친 여파라고 하기 어렵다는 뜻 -편집자). 이런 복잡한 요소의 영향을 제거하기 위해 우리는 기술 진전의 결과물로 등장한 로봇 도입만 포함시켰다. 기술 진전의 결과물인지 아닌지는 다른 선진 경제의 업계 단위 로봇 보급치를 기준으로 판단했다. (이는 2013년 매사추세츠공과대학의 데이비드 오터 교수 등의 학자와 2016년 스탠퍼드대학의 니컬러스 블룸 등의 학자가 중국 수입품 증가를 분석하기 위해 사용한 방식과 유사하다.)
 
우리의 연구 결과는 통근 권역의 로봇 도입 강도와 고용이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걸 보여준다. 로봇 도입 강도가 가장 센 지역들에선 1990~2007년 고용과 임금이 아주 견조하고 뚜렷하게 줄었다. 이 기간에 노동자 1천 명당 로봇 신규 1대 도입이 지역 고용률을 0.37%포인트 줄였고, 임금은 0.73% 떨어뜨렸다. 이는 로봇 1대가 도입되면 노동자 6.2명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뜻이다.
 
로봇 도입 강도가 센 지역들이 고용과 임금 측면에서 다른 지역보다 부진하다는 걸 보여주지만, 미국 전체로 본 로봇 도입의 여파도 이와 같다는 뜻은 아니다. 특정 통근 권역에 로봇이 들어오면 그 지역의 생산 비용이 낮아지고, 권역간 거래를 통해 나머지 지역의 다른 산업에서 고용이 창출될 수 있다. 이런 간접적인 혜택은 우리의 단면 비교에선 파악되지 않는다. 이런 이득을 반영하기 위해, 통근 권역간 거래를 감안한 로봇의 여파를 다시 계산했다. 그 결과, 고용과 임금에 끼친 타격이 더 작아졌지만 그 폭은 그리 크지 않았다. 정확한 영향은 지역간 생산품 대체가 얼마나 수월한지, 로봇 도입에 따른 비용 절감분, 지역 인력 공급의 탄력성 같은 요소에 달렸다.
 
   
 
고용과 임금에 끼친 여파
탄력성의 적정 추산치와 우리가 이미 계산한 추정치를 활용해 나머지 변수들을 측정한 결과, 권역간 거래가 이뤄져도 노동자 1천 명당 1대의 로봇 도입으로 고용률이 0.34%포인트(거래를 가정하지 않은 때보다 0.03%포인트 적다 -편집자) 떨어지고 임금은 0.5%(거래를 가정하지 않은 때보다 0.23%포인트 적다 -편집자) 하락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로봇 도입으로 고용과 임금이 하락한 산업계가 같은 지역 안의 다른 산업에 끼치는 여파를 고려한다면 이 수치는 더 낮아진다. 이 경우 고용률과 임금 하락은 각각 0.18%포인트, 0.25%로 추산된다(권역별 거래를 고려하지 않은 최초 추산치에 비하면 각각 0.19%포인트, 0.48%포인트 낮은 수치다. -편집자). 로봇 1대 도입에 따른 실업자로 보면 첫 번째 추산치보다 3.2명 적은 3명이다.
 
분명한 것은 산업용 로봇이 유일한 혁신 수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노동력 대체나 이동을 촉발하는 많은 기술이 끼친 여파를 모두 로봇 탓으로 돌리는 실수를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검증 결과, 그렇지 않았다. 전체 자본 투입 증가분과 정보기술 관련 자본을 통제하고 추산해도 결과가 같았다(자본 투입분 증가가 로봇 도입 여파 추산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뜻 -편집자). 로봇 도입이 다른 흐름과 아주 미약한 상관관계에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우리의 로봇 도입 강도 추산치는 로봇이 없던 1970~90년 고용과 임금의 추세와도 무관했다. 제조업이나 건설업 등 각 산업의 구성비, 세부 인구구성, 중국과 멕시코 수입품의 여파, 단순 반복 일자리 감소, 산업시설의 국외 이전까지 모두 통제하고 계산해도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로봇 도입 강도가 가장 센 지역에서 고용이 가장 많이 준 일자리는 비숙련 단순노동, 생산직, 조립 및 관련 직종이었다. 학력으로 보면 고졸 이하가 큰 타격을 봤다. 그러나 나머지 노동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고용 형태와 교육 수준 등으로 집단을 구분해 여파를 따져보면, 일자리 증가 효과를 얻은 집단은 없었다.
 
이번 연구는 첫 단계 작업일 뿐이다. 로봇을 포함한 일자리 대체 기술의 전체 영향을 추산할 다른 대안이 더해지면 우리의 연구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추산한 부정적 여파는 흥미롭고 놀라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산업이나 직종의 고용 증가를 상쇄하는 부정적 여파가 아주 적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미국은 상대적으로 산업용 로봇이 많지 않고, 로봇 도입으로 없어진 일자리는 36만~67만 개에 그친다. 로봇이 예상대로 확산되면, 미래에 일자리는 더욱 감소될 것이다.
 
2015년 보스턴컨설팅그룹은 2025년까지 전세계 산업용 로봇이 현재의 4배에 달할 거라는 ‘공격적’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우리의 추산치를 기준으로 삼으면, 2015년부터 10년 사이 고용률이 0.94~1.76%포인트 떨어지고, 임금은 1.3~2.6% 준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상당한 여파다. 이렇게 공격적인 시나리오를 가정할지라도 미국 경제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부분만 로봇 도입으로 타격을 본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새 기술이 일자리 대부분을 없애버리고 많은 사람이 잉여 존재로 전락한다는 시각을 뒷받침할 분석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번역 신기섭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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