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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 계절 진폭 있어야”
[Interview]농산물 정책 지휘자, 김재수 농림수산식품부 제1차관
[7호] 2010년 11월 01일 (월) 조계완 kyewan@hani.co.kr

배춧값 파동과 쌀값 폭락, 그리고 최근의 국제 곡물값 급등 등 나라안팎의 농산물 가격 동향이 심상찮다. 한국 농업정책을 총괄하는 김재수 농림수산식품부 제1차관은 <이코노미 인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배추니까 이 정도지 주곡인 쌀에서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면 사회·경제적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큰 문제가 됐을 것이다. 물론 이번 배춧값 파동은 정부가 두 달 앞의 가격을 잘 예측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쌀의 경우 “생산과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급변동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며 “다만, 우리나라 쌀값은 계절 진폭이 없이 1년 내내 안정적 가격을 유지하는데, 이것이 꼭 바람직한 건 아니다. 도시 소비자들은 적정 가격에 쌀을 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1977년부터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농림부 농업정책과장, 농산물유통국장, 농촌진흥청장 등을 지냈다. 농업경제학 박사로 <미국 농업정책과 한국 농업의 미래>(2005) 등의 책을 펴냈다. 인터뷰는 지난 10월14일 농림수산식품부에서 했다.

조계완 국내편집장

최근 배춧값이 폭등하고 쌀값이 크게 떨어지면서 소비자나 생산자가 농산물 가격의 갑작스러운 변동을 걱정한다.
이번 배춧값 폭등은 강원도 고랭지 배추 생산이 40% 가까이 줄어든 탓이 크다. 지난 늦여름 두세 달 정도 생산·공급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제한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100년 만에 한 번 닥칠까 말까 한 일로, 배추가 생장할 만하면 큰비가 와서 망치는 일이 되풀이됐다. 고랭지 배추 재배는 우리나라에 특수한 현상이다. 평창 등 고랭지 채소가 공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 배추 수요는 전국적이기 때문에 수급 면에서 불안정한 체제를 안고 있다. 농산물 가격은 수요나 공급에서 한계상황에 닥치면 가격이 무려 200∼300% 폭등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번 파동은 수급에서 탈이 났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사태를 교훈적으로 보여줬다. 배추니까 이 정도지, 주곡인 쌀에서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면 사회·경제적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큰 문제가 됐을 것이다. 물론 이번 배춧값 파동은 정부가 두 달 앞의 가격을 잘 예측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배추를 사려고 줄 서게 만들어 국민에게 죄송하다.
배추의 복잡한 유통 구조가 이번 가격 파동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그동안 정부가 유통 구조의 개선책을 많이 내놓고 시행해왔다. 대도시마다 농산물 도매유통시장이 있는데, 그중 전국적으로 49개가 정부 예산으로 지은 것이다.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이 없다고 생각해보라. 농산물 가격이 지금보다 훨씬 비쌀 것이고, 소비자도 큰 혼돈을 겪을 것이다. 유통 구조가 너무 복잡하다고 말하는데, 농산물 유통은 여러 단계를 거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유통 과정에서 여러 기능이 필요하고, 그래서 복잡한 측면이 불가피하게 있다. 이런 유통 기능을 수행하는 데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을 도시 소비자들이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강원도 고랭지에서 생산된 배춧값과, 그 배추를 서울의 대형마트에서 사먹는 값이 같을 수 없지 않은가. 물론 비용은 최소화해야겠지만.
   
김재수 농림수산식품부 제1차관

 
농산물값 정부 개입 최소화해야 
농산물 시장 가격이 급변동할 경우 정부가 가격 안정에 어느 정도 개입해야 하는가.
국민의 기초 식량인 쌀이 생산과 공급의 부족으로 가격이 급변동해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다만, 우리나라 쌀값은 지나칠 정도로 계절 진폭이 없이 1년 내내 안정적 가격을 유지하는데, 이것이 꼭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도시 소비자들이 적정가격에 쌀을 구입하게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기초 식량은 어느 국가에서든 일정한 수준의 개입은 필요하다. 나머지 품목은 시장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농산물 은 수많은 공급자와 수요자가 존재해서 완전 경쟁적 모습에 가까운 시장이다. 다른 시장에 비해 국가가 많이 개입하지 않아도 되는 시장이다. 물론 전적으로 시장 기능에 내맡겨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국가가 모든 농산물을 수매하고 방출할 역량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모든 품목에 적정한 수준으로 가격 안정을 기하려면 천문학적 비용이 들고 비효율이 발생하게 된다. 다만, 농산물 가격이 급변동함에 따라 사회·경제적 영향이 크면 정부가 개입할 필요는 있다. 개입하더라도 가격 급변동을 정상화하는 수준으로 최소화해야 한다.
올해 쌀값이 폭락하고 있는데.
 올해 쌀 재배 면적은 3.5% 정도 줄었고, 예상 생산량은 435만t으로 지난해보다 11% 가까이 줄었다. 과거 30년간 단위면적당 쌀 생산량은 약 2배 증가한 반면, 쌀 소비는 계속 감소하는 수급 불균형이 존재한다. 쌀 소비량은 1980년 1인당 연간 132kg에서 지난해 74kg으로 줄었다. 근래에 많은 농가가 다수확 우수 품종인 호품벼를 너무 많이 재배해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재고량이 넘치는 측면도 있다. 특정 품종에 몰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호품벼에 고유한 병충해가 발생하면 그해 쌀 수급이 크게 취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쌀값 안정을 위해 과잉생산된 물량을 격리했다. 앞으로 적정한 수준의 벼 재배 면적을 유지해 공급량을 줄여나갈 것이다.
정부가 쌀값을 지지해 소득을 보전해줄 거라는 정보·신호가 농민에게 전달돼 쌀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쌀 재고량이 많아 이에 따른 막대한 재고 비용을 낭비한다는 지적이 있다. 수요량보다 두 달치 정도의 여유를 적정 재고(약 72만t)로 유지해야 하는데, 이보다 재고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농가들은 가장 안정적인 소득 기반으로 여전히 벼농사를 꼽고 있다. 벼농사가 가장 농사짓기 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가 쌀 고정(또는 변동)직불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대다수 농가에서 쌀을 계속 안정적 소득 기반으로 여긴다. 쌀 재배 면적은 갈수록 줄어들지만 쌀값은 오르지 않고 오히려 떨어지는 배경에는, 면적당 쌀 수확량이 높아지면서 발생하는 ‘쌀 생산 과잉’ 기조가 있다.
 
쌀, 정치적 고려 무리하게 작용 
쌀 ‘변동직불금’을 지급하면서 한편으로는 ‘생산조정제’를 실시하는데, 서로 상충되지 않는가?
쌀 생산·공급이 매년 20만∼30만t 과잉인 상황에서 농가 소득 안정을 위해 직불금제를 운영하고, 공급 과잉을 완화하기 위해 생산조정제(벼 대신 다른 작물을 재배할 경우 지원하는 제도)를 시행한다. 두 제도의 정책 목표와 수단이 다소 상충된 면이 있지만,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부합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농산물 정책은 쌀에 치중돼 있다. 농림 예산 14조7천억원 중에서 경상비 지출을 빼면 10조원 정도인데, 이 중 5조8천억원 정도가 쌀 소득보전보조금으로 투입된다. 쌀은 직불금 등 정치적 고려가 무리하게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 쌀 과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려면 쌀 재배 면적을 줄여야 하는데, 벼 재배 농지를 다른 작물로 바꾸도록 유도해야 한다.
농업·농촌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감소하지만 정치적 비중은 여전히 높아서 이른바 ‘정치재’로 인식되고 있다.
시장의 수급 조절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자원 배분의 효율성과 관련해 국회가 농업에 대해 정치적 결정을 하면서 비합리적 요인이 발생하는 면도 있다. 즉, 어떤 농업 분야에 예산을 내줬는데도 나중에 보면 사용하지 못한 채 불용으로 처리돼 이월되는 일도 있다. 시장 수요가 없는 곳인데도 정치적 결정으로 예산 자원이 배정·투입되는 사례도 있다. 정부가 시장 지향적으로 자원 배분을 끌고 가려 해도 정치적 요인이 작용해 비효율을 낳게 된다. 그러나 농업·농촌에 정치적 요인이 고려되는  불가피한 면도 있다. 많은 국가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정책적으로 도시와 농촌의 균형 개발을 추진하지 않은가.
최근 기상이변으로 국제 곡물값이 급등하는 등 식량 수급 불안정이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요즘의 곡물값 폭등은 옥수수 등 곡물이 대체에너지 등 다른 용도로 쓰이거나 공급 면에서 기후변화와 물 부족 등으로 생산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한 전통적인 농산물 수출 국가들이 식량 위기가 오니 수출을 금지하거나 쿼터를 제한했다. 전세계적으로 금융 자본이 곡물 투기를 일으키고, 개발도상국에서 지속적으로 소비 증대가 일어나는 요인도 있다. 게다가 거대 곡물 메이저들의 농간이 있는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불안정이 커지고 있다. 이런 전세계적인 식량 불안정을 고려하면 쌀이 남아도는 것을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쌀 재고가 사회·경제 안정에 많은 도움을 준다고 달리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지나치게 많은 재고는 문제이겠지만.
 
대북 쌀 지원, 근본 대책 아니다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여러 작물 재배 지역이 갈수록 북상하는데.
기후변화로 사과 생산지가 북상하면서 강원도 지역에도 사과 재배 면적이 증가하고 있다. 1980년에 전국적으로 4만6천ha 가까이 재배되던 사과 재배 면적이 2009년에는 3만ha로 급속히 줄었다. 대구·경산 지역에서 사과 재배량이 줄어들고, 점차 강원도 영월 등으로 재배 지역이 위로 올라가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화하면, 가장 많이 재배하는 후지 품종만으로는 사과 생산 공급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고온에 잘 적응하는 과수 품종을 육성하고 새로운 재배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기후변화의 속도를 보면, 전세계 평균 기온 변화가 0.75℃인 반면 우리나라는 1.5℃ 정도로 두 배 정도 더 변화 폭이 크다. 보리 작황지가 경기도 쪽으로 북상하고, 보성녹차뿐 아니라 강원도 고성녹차가 많이 재배되고 있다. 작물 재배의 적지가 이동하면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작물 재배가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되기 때문에 병해충 방지가 점점 중요해진다. 즉, 꽃매미 등 병해충 때문에 한 지역에서 일거에 생산이 멈추면 식량 수급에 큰 차질이 생기게 된다. 올해 전국적으로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을 벌인 것은 기후변화에 따른 물 확보 차원이다. 특히 농업 분야일수록 기후변화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농작물 지배 지역이 북쪽으로 이동할수록 남북 농업협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북한에 비료를 주고 쌀도 연간 30만∼40만t 지원한다. 대북 쌀 지원이 중단되면서 당장 쌀 과잉과 쌀값 폭락 문제가 발생하는데, 대북지원이 근본적인 쌀 대책은 아니다. 남북 농업협력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북한 식량난 해소와 남북관계 개선 등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남북 간 군사적·정치적 여건 등을 종합해 정부 내 협의를 통해 결정해야 할 사안이다.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25%로 매우 낮다. 식량위기가 급박한 현실이 될 수도 있다.
곡물자급률이 낮은 건 약 1400만t에 이르는 사료 곡물 수입 때문이다. 지난해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6.7%고, 식량용 자급률은 51.4%다. 물론 쌀을 제외할 경우 옥수수·밀·콩의 자급률은 미미한 수준이다. 현재 2015년 자급률 목표치를 주식용 54%, 곡물 25%, 육류 71%를 설정하고 있다. 국내 농산물 수요와 생산 여건 등을 고려해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내년 상반기에 재설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997년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먹는 것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번 금융위기가 왔을 때도 시장에서 줄 서는 풍경은 없었다. 우리 식량은 아직 튼튼한 편이다. 식량 자급에 문제가 터지면 국가가 유지되지 못할 수도 있다. 
   
 

 
GM 작물 시험 재배는 허용해야
자유무역협정(FTA)은 대부분 농산물 시장 개방이 쟁점인데, 정부 차원의 FTA에 대한 농수산식품부의 입장은?
FTA 추진은 우리나라 경제 여건과 국가발전 면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FTA는 순수하게 경제적 요인뿐 아니라 국가의 비전이나 전략 등과 맞물려 있다. 농수산식품부만이 따로 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글로벌화 시대에 현실적으로 우리만 FTA를 안 할 수는 없다. 특정 산업별로 피해를 보는 부문이 있으면 보완하면서 가야 한다. 최근 체결된 한-유럽연합 FTA에서 쌀은 관세 양허에서 제외했다. 일본 농무성 차관이 언젠가 “ (농업 등에서) 보수적인 한국이 어떻게 미국·유럽연합 등과 그렇게 FTA를 맺을 수 있는지 놀랍다”고 하더라. 물론 농업·농촌을 정치적 보호 대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출범하면서 농업 보호를 위해 관세화를 유예했던 쌀은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으로 현재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반면 시장 개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품질 개선 등을 추진해온 축산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개방했지만 자급률이 향상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농업인이 스스로 경영 마인드를 높이고 경쟁력을 키워가야 한다.
유럽에서 ‘유전자변형작물’(GM)의 재배 혹은 금지를 둘러싸고 논쟁을 벌인다. GM 작물에 대한 의견은?
GM 농산물에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인류의 배고픔 해결 등에 기여하지 않은가. 여전히 인간·생태·동물에 미치는 안전성과 유해성을 둘러싸고 끝없는 논쟁이 벌어지지만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운 문제다. 식용 GM에는 보수적 입장이 필요하겠지만, 생산성 증대 방안으로서 품종 개량과 GM 연구, 생명공학적 기술은 불가피하다. 아직 부정적 인식이 많지만 GM 연구조차 못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GM 작물 재배는 물론이고, 상업용 목적의 GM 연구조차 이중삼중 안전장치를 두어서 사실상 어렵게 돼 있다. 제3국에 가서 시험 재배를 할 필요는 있다. 이미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농산물의 상당 부분을 GM이 차지한다. 신토불이가 가장 좋지만 사료용 곡물까지 포함해 연간 5천만t이 넘는 수요를 국내 생산량만으로 다 해결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우리 경제에서 농업의 위상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데.
식량 문제는 동서고금을 통해 인류가 항상 챙겨야 하는 문제다. 5천 년 ‘보릿고개’와 굶주림의 숙명에서 못 벗어났던 한국이지만, 지난 40년 남짓 세월 동안 농업과 식량 분야의 유례없는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1950∼60년대에 국제 농업 원조를 받다가 자립적으로 먹는 문제를 극복한 나라는 전세계적으로 몇 안 된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 농업이 실패했다고 보는데, 이는 크게 잘못됐다. 이렇게 짧은 세월에 식량이 남을 정도로 생산성을 크게 증대시킨 나라가 지금 지구촌에 얼마나 있는가? 단보당(1천㎡·300평) 쌀 생산성을 늘린 나라는 우리뿐이다. 그동안의 농업 투자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대규모로 경지를 정리하고 저수지 둑을 쌓아서 이제는 어지간한 태풍 한두 개쯤 지나가도 별 차질 없이 안정적으로 식량을 생산한다. 물론 영농 자금 몇 푼 받아서 식당을 차리는 데 쓰는 등 엉뚱한 곳으로 낭비되는 사례도 일부 있었다. 지난해 농림어업에서 창출된 부가가치는 연간 24조9천억원으로, 국내 총부가가치(총생산)의 2.6%다. 그러나 생산 측면만 보면 안 된다. 농산물 가공·유통·수출 등 전후방 관련 산업 부가가치까지 포함하면 2008년에 92조6천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0.1%를 차지한다. 생산만 보고, 특히 주곡인 쌀 생산량만 보고 우리 농업이 위축된다고 말하면 안 된다. 농업 생산에 종사하는 사람은 국민의 6.4% 정도지만 생산인구 외에 저장·유통·수송 등까지 포함하면 10% 가까이 된다. 전 국민의 10%가 넘는 사람이 종사하는 산업을 사양산업이라고 간주할 수 있겠는가.
 
21세기 삶의 변화 농촌이 흡수하고 있다

‘농민은 가난하게 살다 농지 부자로 죽는다’는 말이 있다. 농지는 어느 정도 갖고 있지만 가난한 노후를 보내는 고령 농가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
2000년대부터 농촌에서 고령화가 더욱 빨리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농가인구 중 65살 이상 고령화율이 34%에 이른다. 농어촌 고령화로 보건의료 수요가 증가하고, 노후 생활 자금이나 일손 부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현재 농민 건강보험료나 연금보험료의 50% 정도를 국가가 지원해주고 있다. 고령 농업인이 농지를 매도하거나 임대하는 등 조기에 경영을 이양하면 직불제로 75살까지 ha당 월 25만원을 지원하고, 내년부터 농지연금을 도입한다. 농지를 담보로 매달 안정적으로 생활비를 연금 형태로 받는 것이다. 선진국은 오랜 시간을 거쳐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이에 따른 문제를 해결해온 반면, 우리는 짧은 기간의 압축 성장 과정에서 농업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 많은 문제가 혼재되어 발생한다. 고령화 대책도 중요하지만 한번 생각해보자. 지금 90살 가까운 노인이 농촌 비닐하우스에서 일당 3만원 정도 받고 일한다. 별로 힘들지 않고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일하면서 용돈도 버는 등 좋은 면도 많다. 다른 어디에 90살 노인을 고용하는 산업이 있는가. 우리나라 인구의 평균수명이 79살인데, 농촌은 노후 생활의 중요한 장소가 되고 있다. 도시민에게 설문조사를 해보면 65%가 ‘귀농하겠다’고 한다. 귀농 가구는 2008년 2200여 가구에서 지난해 4천여 가구로 늘었다. 도시 생활을 접고 귀촌하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에 3∼4일은 도시에서 생활하고 2∼3일은 농촌에서 사는 삶의 패턴으로 바뀌고 있다. 도시 생활 실패자가 보따리 싸서 호구지책으로 농촌으로 가는 것이 아니다. 21세기 우리 삶의 변화를 농촌이 흡수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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