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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일자리 파괴는 10%에 불과”
[Focus] 기술 진보와 일자리: 고용 전문가-경제학자 대담
[86호] 2017년 06월 01일 (목) 상드린 풀롱, 티에리 제르맹 economyinsight@hani.co.kr
로봇,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 진보와 함께 일자리의 양상이 변하고 있다.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동시에 새로운 직업이 생겨났다. 이에 따라 노동의 정의와 노동자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도 새롭게 요구된다. 프랑스 총리실 산하 전략전망총괄위원회(CGSP) 고용문제 전문가 세실 졸리와 리옹 비즈니스스쿨 경제학과 교수 피에르이브 고메즈가 디지털 혁명 시대, 노동시장의 미래에 대해 대담을 나눴다.
 
상드린 풀롱 Sandrine Foulon 티에리 제르맹 Thierry Germai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프랑스 리옹 비즈니스스쿨 경제학과 교수 피에르이브 고메즈(왼쪽)와 총리실 산하 전략전망총괄위원회(CGSP) 고용문제 전문가 세실 졸리가 디지털혁명 시대 노동시장의 미래에 대해 대담했다. ManpowerGroup, Humanis 제공
 
노동이 이데올로기 담론에서 사라졌다고 볼 수 있나.
피에르이브 고메즈 노동이 정치적 주제가 되지 못한 지는 40년이 넘었다. 이제 좋은 삶이란 노동하는 삶이 아니라 여가를 즐기는 삶이 됐다. 노동을 사회에서 개인적·집단적 해방의 요소로 보는 것은 이데올로기 담론에서 사라졌다. 물론 예외는 있다. 모든 실업자가 자신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자유주의 사상은 예외다. 만약 여가에 집중한 나머지 노동 주제에 소홀하면 한 나라의 사회적·정치적 정체성 일부를 구성하는 요소를 등한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되면 로봇이 사람 대신 일하고 사람은 온전히 여가생활만 즐기면 된다는 환상에 빠지게 된다.
 
세실 졸리 노동 담론의 변화는 역사적으로 두 시기로 나눌 수 있다. 1980년대까지는 노동의 목적이 무엇이냐가 논쟁의 핵심 주제였다. 노동은 다중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로 묘사됐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에게 노동은 생존 수단이라면 또 다른 사람, 특히 숙련노동자에게는 자아실현 수단으로 인식됐다. 그런데 경제, 기술, 인구 구조가 변하자 노동 담론도 변했다. 논쟁의 핵심은 노동의 종말 여부로 옮겨갔다. 좀더 정확히 표현하면, 일자리 부족 우려가 현재 디지털 혁명과 노동을 둘러싼 논쟁의 배경이다. 실업률이 10% 근처에서 떨어지지 않다보니 일자리를 얻는 데 필요한 자격을 고민하고, 함량 미달 일자리가 늘다보니 장차 일자리가 어떤 형태를 취할지 의문을 갖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 노동의 정의도 변해야”
노동의 정의가 변한다고 생각하나.
고메즈 임금노동과 자영노동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가사노동, 협동노동, 자원봉사처럼 실질적으로 활동하지만 보수를 받지 못하는 노동도 있다. 전통적 노동 개념을 동원해 주당 시간으로 따지면 이런 유형의 노동이 우리 활동의 절반을 차지한다. 사실 ‘보수를 받는 보편적 종속관계’라는 노동계약의 정의는 비교적 최근, 즉 50여년 전에 등장했다. 임금노동 계약은 정치 담론에서 다른 형태의 노동을 모두 사라지게 했다. 지금은 더 이상 1920년대에 시작된 포드주의(헨리 포드의 컨베이어 벨트로 대표되는 생산 양식으로, 노동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전후 대량생산 체제 확립에 기여했다 -편집자)식 기술집약적 모델이 적용되는 시대가 아니다. 새 기술의 보급은 협동노동 같은 새로운 형태의 노동을 탄생시켰다. 찰리 채플린이 나온 영화 <모던타임스> 속 노동자는 작업 기계를 살 수 없었지만, 오늘날 많은 사람이 자신만의 도구를 이용하거나 3D(3차원) 프린터를 구입한다. 인터넷에 공짜로 수백만 개 정보를 올릴 수 있고, 우리가 원하는 대로 제품을 제작할 수도 있다. 이런 변화로 고객의 노동도 증가했다. 예를 들어 가구만 해도 예전엔 완성품을 샀지만, 이제는 조립품을 구입해 직접 조립하는 고객이 많다. 세금 신고도 납세의무자가 인터넷으로 직접 한다.
 
졸리 노동을 새롭게 정의하는 것은 특히 가치 분배에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모바일 택시예약 서비스 우버나 숙박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 같은 기업이 새롭게 창조된 부를 가로채고 있는 것은 아닌가. 노동법은 무엇이 직업 활동이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 경계를 규정했다. 오늘날 정보기술의 발달로 이 경계가 모호해졌다. 상황이 이렇다면 법적으로 노동을 새롭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 이젠 모두가 가치 창출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창출된 가치 분배를 누가 정의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노동자 보호를 어떻게 보장하나.
졸리 자영노동자의 상업계약을 임금노동계약으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미국, 영국, 프랑스에서 우버 택시 기사들이 법정 투쟁 끝에 상업계약을 노동계약으로 바꾸고 있다. 프랑스의 사회보장 및 가족수당 할당금 징수조합(URSSAF)이 우버를 고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임금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성격을 모두 가진, 법적으로 새로운 노동자 범주를 도입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사회보장제도 개혁도 생각해볼 수 있다. 요즘 쟁점이 되는 기본소득 도입도 한 가지 방법이지만, 실업보험을 몇몇 범주의 1인 기업가까지 확대 적용할 수도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임금노동자 보호 조처 중 몇몇을 비임금노동자도 누릴 수 있게 적용 범위를 확대해 경제활동인구의 새로운 법적 지위를 만드는 것이다.
 
각종 고용 수당은 더 이상 일자리가 아니라 개인에게 주는 수당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일자리 기준으로 수당을 받으면, 이직하거나 실직 상태에선 수당을 제대로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수당 점수가 호환되지 않아, 이직하면 다시 처음부터 점수를 쌓고 그 점수에 따라 수당을 받게 된다. 사람을 기준으로 수당을 부여하면 그가 이직하더라도 점수가 계속 누적되고, 그 점수를 기준으로 유급휴가나 각종 수당을 신청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새로 도입될 ‘개인활동계정’(CPA)이다.
 
고메즈 임금노동이 유일하게 바람직한 노동의 미래일까. 이는 확실하지 않다. 다양한 노동 형태를 고려하려면 무엇이 바람직한 미래인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임금노동자가 누리는 사회적 보호 장치를 다른 노동자도 누릴 수 있다. 임금노동자는 기업에서 자기계발과 자아실현을 할 수 있지만, 자영노동자는 불안정한 생활로 고통받는다는 환상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고용 불안정은 자영노동자만 겪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노동시장 전체를 안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기본소득 같은 기술적 해결책을 고민하기에 앞서 다음과 같은 결정적이고 정치적인 질문을 제기해야 한다. 첫째, 임금노동, 비임금노동, 가사노동, 협업노동 등 모두를 노동으로 이해할 때 노동은 어떻게 우리 공동의 삶을 만드는가? 둘째, 어떻게 부가 이전되는가?
 
   
세실 졸리는 “로봇의 보급으로 전체 일자리의 약 10%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결국 기계를 감독하려면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일 업체 쿠카 (Kuka)의 로봇이 2017년 4월 하노버 산업박람회에서 맥주를 따르고 있다. REUTERS
 
“기계를 감독하려면 사람이 필요”
기술혁명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까, 그 반대일까.
졸리 그것에 대해선 전문가나 학자들 사이에 어떤 합의도 형성돼 있지 않다. 기술혁명이 고용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얼마나 영향이 지속될지에도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예로 ‘장기 침체’(Secular Stagnation)를 이론화한 경제학자 로버트 고든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교수는 예전 같은 성장의 시기는 끝났으며, 기술 진보가 더 이상 생산성 향상을 낳지 않을 것으로 간주한다. 고든 교수의 이론은 아직 증명이 필요하다. 더욱이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저성장 시기에도 일자리는 창출됐다. 나는 기술 진보가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여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지금 기술 진보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전세계가 최악의 경제적·사회적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일어나고 있다. 개인이 새로운 서비스를 구매하려면 충분한 소득이 있어야 한다. 개인적 견해이지만, 신기술 덕분에 소득이 오를 것이라고 본다. 이 미래가 실현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바로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과 고용 안정이다.
 
고메즈 150년 전부터 노동시간이 꾸준히 줄고 있다. 기술 진보 덕분이었다. 이젠 기술이 진보하더라도 노동시간이 줄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의료 분야를 예로 들면 앞으론 컴퓨터가 환자 한명 한명의 데이터베이스 정보를 분석한 다음 의사의 개입 없이 바로 진단을 내릴 것이다. 기존 일자리가 사라지겠지만, 또 한편으론 새로운 일자리가 등장할 것이다. 예컨대 컴퓨터가 내린 진단에 맞춰 환자를 도울 심리치료 전문가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반면 무인자동차가 등장하면 미국에서만 6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것을 대체할 정도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 같지는 않다.
 
직업의 변화, 혹은 소멸을 논할 시점인가.
졸리 차량은 사람뿐만 아니라 상품도 운송한다. 따라서 배송기사 직업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각각 관련 연구 결과를 발표했지만, 프랑스 총리실 산하 전략전망총괄위원회(CGSP) 자체적으로도 로봇의 보급이 직업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우리가 연구를 통해 내린 결론은 상당히 보수적이다. 로봇의 보급으로 인한 일자리 파괴율은 대략 10%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어떤 직업을 수행할 때 단 한 가지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10개, 20개, 30개의 다른 일을 처리한다. 컴퓨터의 등장은 수많은 속기사의 일자리를 잃게 만들었지만, 무엇보다 비서 업무의 성격을 크게 변화시켰다. 오늘날 비서 수는 국민 10명당 1명꼴이며, 비서 업무도 단순 업무가 아닌 다중 업무다.
 
이런 변화는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처럼 빠르게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기업은 임금과 자동화 중에 선택을 한다. 즉, 노동과 자본 중에 선택을 한다. 자동화는 비용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사회적으로 얼마나 이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 비록 기술적으로 가능해도, 모두가 계산원이 없는 마트에서 장을 보고, 조종사가 없는 비행기를 탈 준비가 돼 있는 것은 아니다. 기계를 감독하려면 사람이 필요하다.
 
고메즈 나 역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직업의 성격이 바뀌는 등 노동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믿고 싶다. 그러나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해보자. 이미 미국의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 같은 기업들은 매우 적은 직원들로 운영된다. 결국 시간문제일 뿐이다. 기술 진보가 계속돼 임계치를 넘어서면 그때부터는 어떤 장비를 생산하는 데 예전보다 훨씬 적은 사람이 필요할 것이다. 고든 교수의 주장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어쩌면 현재의 막대한 기술 투자가 그에 상응하는 가치의 증가를 가져오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직업을 바꿀까?
고용청 발표에 따르면, 30년 전에는 경제활동인구 8명 중 1명이 매년 이직·실업·재취업 등 외적 직업 이동을 경험한 반면, 현재는 5명 중 1명꼴로 외적 이동을 경험한다. 이동성 증가는 노동력 관리 방식의 변화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특히 계약직 증가와 계약직 노동시간 감소가 결정적이었다.
 
정규직 비중이 2015년 85% 정도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됐지만 청년층, 비숙련노동자, 실업자의 정규직 취업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들은 안정적이고 확실한 일자리 보장 없이 단기계약직을 전전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지난 30여 년 동안 점점 더 뚜렷해졌다. 계약직 노동자가 정규직에 진출하는 경우가 크게 줄었다. 1982년 계약직 노동자의 50%가 다음해 정규직으로 전환했지만 현재 이 수치는 20%에 불과하다.
 
Alternatives Economiques 2017년 5월호(제368호)
L’avenir du travail en débat
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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