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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양심에 내맡겨진 폐기물 처리?
[Environment] 개혁 요구되는 프랑스 폐기물 처리 ‘에코 기관’
[86호] 2017년 06월 01일 (목) 올리비에 기샤르다즈 economyinsight@hani.co.kr
처리 기관 대주주가 대기업... 부담금 요구 어렵고 정부 제재도 실효성 없어
 
프랑스의 폐기물 수거 및 재활용 처리 비영리법인 ‘에코 기관’이 비효율적 운영으로 인해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에코 기관은 기업으로부터 폐기물 부담금을 걷어 운영된다. 문제는 에코 기관의 대주주가 폐기물 부담금을 내야 하는 기업들이라는 점이다. 에코 기관이 기업들에 더 많은 부담금을 요구하는 게 쉽지 않은 구조다. 에코 기관이 제구실을 못할 때 정부의 제재도 사실상 실효성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프랑스의 폐기물 재활용률은 북유럽 국가들에 한참 못 미친다. 프랑스 에코 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올리비에 기샤르다즈 Olivier Guichardaz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폐기물 수거와 재활용을 책임지는 프랑스의 ‘에코 기관’이 제구실을 못하면서 대대적인 에코 기관 개혁 요구가 힘을 얻고 있다. 한 에코 기관의 직원이 재활용품을 분리하고 있다. REUTERS
 
프랑스 거주자라면 대부분 에코앙발라주, 에코시스템, 에코폴리오, 에코모빌리에 등의 로고를 거리에서 혹은 텔레비전 광고에서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폐기물 수거·재활용 기관(이하 에코 기관)이 우리가 내는 지방세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에코 기관의 운영 방식도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에코 기관은 정부 인가를 받은 비영리 민간 기업이다. 현재 가정 포장용품과 폐지 부문 수거·재활용을 담당할 에코 기관의 정부 인가 갱신 협상이 진행 중이다. 협상 결과에 따라 기업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간접적으로 소비자 선택도 달라질 것이다.
 
환경부 고위 관계자의 표현을 빌리면 에코 기관은 ‘제도적인 미확인비행물체’나 다름없다. 에코 기관은 민간 기업이지만 비영리법인이다. 또한 정부가 구체적 임무를 부여해 인가한 기관이다. 에코 기관의 주요 업무는 특정 범주에 속한 제조업 제품의 최종 생산자로부터 일종의 폐기물 부담금을 걷어 이를 재원으로 해당 제품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분리수거하는 것이다. 또한 폐기물을 재활용해 가치 있는 상품으로 만들거나, 최적의 조건으로 폐기물을 제거하는 것도 에코 기관의 주요 업무다. 예를 들어 에코앙발라주는 포장 폐기물, 에코폴리오는 포장지를 제외한 종이류, 에코시스템과 에코로직은 전기·전자 제품 폐기물의 수거와 재활용을 담당한다.
 
프랑스의 에코 기관은 1990년대 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생산자확대책임제’를 본떠 도입한 제도다. 생산자확대책임제란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기업의 제품이 폐기될 때 이를 처리할 책임이 그 기업에 있다고 인정되면, 해당 기업은 제품의 폐기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제도다. 생산자확대책임제에서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기업의 비용으로 계산된다. 어떤 제품이 환경 친화적으로 고안되면 그 제품의 폐기에 생산자가 내야 하는 비용이 줄어듦에 따라 생산자의 시장경쟁력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
 
에코 기관 돈줄 쥐고 흔드는 기업들
   
  에코 기관의 대주주가 폐기물 부담금을 내는 대기업들이다보니 에코 기관이 기업에 부담금을 요구하는 게 쉽지 않다. 파리의 최대 에코 기관인 에코앙발라주 직원이 산업폐기물을 수거하고 있다. REUTERS
이것은 이론일 뿐 실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때로 우리의 기대보다 효율성이 더 떨어진다. 프랑스는 양적 측면에서 볼 때, 15개 부문에서 생산자확대책임제를 실시할 정도로 이 제도를 가장 광범위하게 도입한 나라다. 하지만 내용을 따지면 폐기물 재활용률은 유럽 평균 정도에 불과하다. 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훨씬 기대에 못 미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역설적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다. 그중에서도 생산자확대책임제가 적용되는 부문의 운용 방식과 관련이 깊다.
 
에코 기관의 존재 이유는 관련 기업에서 부담금을 걷어 포장, 전기·전자제품, 제지, 가구, 의류 등 다양한 제품군의 폐기물 재활용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2015년 프랑스의 에코 기관들은 생산자확대책임제 규제 대상 기업들로부터 12억유로(약 1조4800억원)의 부담금을 걷었다. 여기서 규제 대상 기업이란 법령으로 생산자확대책임제가 도입돼 의무적으로 부담금을 내야 하는 기업들이다. 따라서 법령과 상관없이 자발적으로 부담금을 내는 기업들과 다르다. 각 생산자확대책임제 적용 부문에서는 부문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연간 1500만~2300만t의 가정 폐기물이 발생하는데, 에코 기관이 실제 처리한 폐기물 양은 2016년 약 800만t이었다. 에코 기관이 자금을 조달하지 않았다면, 폐기물의 분리수거와 처리 비용은 온전히 지자체의 부담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따라서 주민들이 내야 하는 지방세도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프랑스의 문제는 에코 기관들의 주주와 자금주가 관련 부문 주요 생산자들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에코앙발라주의 주주는 로레알, 다논, 네슬레, 크래프트, 월풀, 카르푸, 프록터앤드갬블 등이다. 에코시스템의 주주는 월풀, 파고르브란트, 다르티 등이다. 에코모빌리에는 이케아, 고티에, 콘포라마, 리뉴로제 등이 주주다. 이처럼 에코 기관의 주주는 법적으로 폐기물 부담금을 내야 하는 대기업들이다. 이는 마치 판사가 자신에게 판결을 내리는 것과 같다. 만약 지자체가 폐기물 분리수거와 재활용을 확대하는 동시에 납세자 부담을 줄이려 한다면 에코 기관이 더 많이 지출해야 한다. 따라서 에코 기관은 규제 대상 기업에 더 많은 기여금을 요구해야 한다. 핵심 기업들이 에코 기관의 주주인 상황에서, 경제적 측면만 본다면 에코 기관이 폐기물 분리수거와 재활용을 확대할 유인이 없다.
 
2006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브롬화 난연제(BFR·플라스틱은 연소하기 쉽고 연소하면 검은 연기와 유독가스가 발생해 인체에 해롭기 때문에 난연제를 더해 연소를 억제한다. 그러나 브롬화 난연제는 소각할 때 환경호르몬 다이옥신이 발생하는 것이 문제다. -편집자)가 사용된 플라스틱을 전기·전자제품 폐기물에서 제외하라’는 지침을 발표한 바 있다. 난연제는 환경과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는데, 예로 내분비계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
 
프랑스에선 2017년 1월까지 난연제가 든 플라스틱이 전기·전자제품 폐기물 담당 에코 기관들의 책임 아래 처리됐다. 이는 관련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 정부 당국은 이 사실을 알면서 제재하지 않았다. 에코 기관들은 규정 자체가 불명확하다는 이유를 들어 규정 위반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틀린 주장은 아니다. 실제 2014년 개정 이전에는 규정이 모호했지만, 2014년 말 규정 개정 이후 관련 규정의 명확성은 완벽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난연제가 든 플라스틱을 올바르게 처리하기까지 왜 2년이나 기다려야 했을까? 이는 에코 기관들이 난연제가 든 플라스틱을 일반 플라스틱처럼 처리하면 t당 1천유로(약 123만원)의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비용이 많이 들면, 에코 기관이 부담해야 할 몫이 늘고 가입 기업에 더 많은 기여금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기업들이 에코 기관의 대주주라는 것이다.
 
결국 브롬화 난연제가 든 플라스틱 스캔들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전기·전자제품 폐기물 부문 에코 기관들은 뒤늦게 처리 방식을 바꿨다. 만약 에코 기관의 대주주가 생산자가 아니라 당국이어서 에코 기관을 더 잘 관리·운용했다면, 소비자 건강 보호를 위한 유럽연합 지침이 프랑스에 적용되기까지 10년이나 기다릴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실효성 없는 당국의 제재
에코 기관은 당국이 인가를 내줄 때 결정된 목표 달성치가 있다. 즉 수거율, 재활용률, 지자체의 비용부담률, 연구·개발 사업 등 구체적인 목표치가 있다. 그러나 당국은 에코 기관이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 적용하는 실효성 있는 제재 조항을 마련하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에코 기관이 당국의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 당국은 제재 조처로 3만유로(약 3700만원)의 벌금과 인가 취소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벌금은 에코 기관의 연간 예산 규모가 1억유로(약 1230억원)를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잘것없는 액수이고, 인가 취소는 일반적으로 너무 과한 조치다. 더욱이 인가 취소는 에코 기관이 시장을 거의 독점한 상황에서 정부가 선택하기에 부담이 크다. 정부가 에코 기관의 인가를 취소하면, 다른 대안이 없는 한 정부가 대체 기관을 구성해 인가하는 데 걸리는 수개월 동안 해당 부문의 폐기물 분리수거와 재활용이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프랑스 환경부는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 에코 기관에 독촉장을 발송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어떤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 독촉장을 받은 에코 기관도 크게 우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처럼 에코 기관의 주주와 부담금 납부 기업이 같다는 데서 오는 이해관계 충돌, 에코 기관의 시장독점적 지위, 정부 당국의 실효성 없는 제재 등의 이유 때문에 아무리 담당 공무원의 의지가 강해도 정부 당국이 생산자확대책임제 적용 부문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란 불가능하다. 이는 프랑스가 생산자확대책임제를 광범위하게 적용하고 있음에도 정책 성과는 유럽 평균 수준에 그치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런데 상황이 지금과 달라질 수도 있었다. 2017년 1월 초 당국은 생산자확대책임제 적용 부문의 경쟁력 강화 지침을 발표했다. 일단 첫 단추는 꿴 셈이다. 그러나 상황을 반전시키기에 충분치 않았다. 2015년 8월 공표된 ‘녹색성장을 위한 에너지 전환법’은 그야말로 생산자확대책임제 개혁의 시발점이 될 수 있었다.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에코 기관 제재 문제가 다뤄지지 않은 것이다. 에코 기관의 시장독점적 지위도 법 조항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해관계 충돌을 해결하는 조처도 취해지지 않았다. 심지어 에코 기관의 보유자는 생산자여야 한다고 환경법에 명시함으로써 이해관계 충돌을 해결하기는커녕 기정사실로 만들었다.
 
많은 이해 당사자들이 현 시스템의 한계를 인식해 비판한다. 그러나 현 시스템을 관리해야 할 당국의 규제 정책은 생산자확대책임제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는 기업들이 좌지우지하는 인상을 준다. 최근 생산자들은 에코 기관에 외부인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자본 참여를 차단하는 개정안을 제시한 바 있다.
 
생산자확대책임제는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은 포장 부문에 프랑스의 에너지 절약 보증제와 유사한 재활용 보증제를 적용하고 있다. 영국의 재활용 보증제는 성과에 따라 갱신이 가능하며, 제품 생산자는 제품에서 나올 포장재 양에 따른 재활용 보증서를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독일은 에코 기관 간 경쟁이 프랑스보다 훨씬 더 치열하다. 이제 프랑스도 기존 생산자확대책임제를 더 효율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Alternatives Economiques 2017년 5월호(제368호)
Recyclage: une responsabilité à revoir
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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