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에디터 > Editor\'s Column
     
바람을 거스르는 용기 또는 무모함
[Editor’s Letter]
[86호] 2017년 06월 01일 (목) 신기섭 편집장 marishin@hani.co.kr
문재인 대통령 취임 뒤 나라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전례를 깨는 인물 등용, 대통령의 권한 범위에 꽉 맞춘 업무 지시, 지나침이 없다 싶은 발언으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뉴스 따라가는 걸 직업으로 하는 사람도 숨이 가쁠 정도입니다. 취임 초 며칠은 ‘청와대가 오늘은 또 어떤 장면을 연출할까’ 기대하며 아침 잠을 깨기도 했습니다.
 
새바람을 일으키는 대통령에게 국민이 지지를 보내는 건 자연스럽습니다만, 대통령 개인의 인기 또한 예사롭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이 대통령의 행동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놀라고, 때로는 감탄합니다. 취임식 직후 청와대로 향하는 모습부터 기자회견에서 직접 질문에 답하는 모습까지 수많은 장면이 눈길을 끌고 뉴스가 됩니다.
 
많은 장면 가운데 제게 가장 인상 깊게 남은 것은 한 초등학생과 머리를 맞대고 앉은 모습입니다. 대통령 서명을 받을 종이를 꺼내려고 가방을 뒤지는 학생을 위해 가방을 잡아주는 장면입니다. 처음 온라인에 뜬 사진을 봤을 때는 “혹시 연출이라 해도 보기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연히 사진기자가 찍은 것으로 여겼고, 기자 앞이라서 행동을 더 신경 썼겠다고 짐작 했습니다.
 
글을 쓰려고 다시 찾아봤습니다. 사진을 소개한 몇몇 기사가 출처를 하나같이 ‘온라인 커뮤니티’라고 적었습니다. 기사 검색으로 출처 찾기를 포기하면서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어린이와 스스럼없이 눈높이를 맞추는 대통령이 앞으로 나아가는 바람의 징조처럼 다가옵니다. 몸에 밴 것이든, 의도를 지닌 것이든, 단편적인 행동이 때론 필연적인 흐름을 반영할 때도 있다고 봅니다. 그 흐름은 완고한 권위주의를 밟으려는 대신 그냥 버리고 넘어가는 발걸음처럼 보입니다. 권위주의가 시대에 뒤처진 유물처럼 굳어버리게 하려는 듯 말입니다.
 
기자가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가 만든 뉴스도 제게는 같은 바람의 징조로 느껴집니다. 기자가 뉴스를 독점하고 만들어낼 수 있으며, 독자를 가르칠 수도 있다는 ‘허약한 권위의식’을 비웃는 듯합니다. 이 바람이 함께 타고 갈 바람인지, 아니면 앞에서 불어닥칠 맞바람인지는 정해진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자들의 선택에 달린 문제입니다.
 
바람만 만나면 알아서 먼저 눕는 행태는 기자들로선 자존심 상하는 일입니다. 독자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바람을 거스르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많은 기자의 용기가 오늘의 한국을 만든 밑거름이 됐다는 점도 평가해줘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앞서야 하는 건 바람을 판단하는 예민함입니다. 어떤 성격의 바람이 어디로 향할지 판단하지 않고 바람에 맞서는 건 무모한 짓에 불과합니다. 판단이 서지 않으면, 잠시 멈춰서서 지켜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 말은 제 자신의 다짐으로 하는 말이지만, 독자들께도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세계경제는 지금 보호무역부터 4차 산업혁명까지 온갖 바람에 휩싸여 있습니다. 이 바람을 어떻게 맞느냐에 미래가 걸렸습니다. 제 머릿속에서 ‘바람’이 떠나지 않는 이유입니다.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고경태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윤종훈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