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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갤노트7 발화 틈탄 LG의 거사?
[국내이슈] 삼성 갤럭시S8 vs LG G6, 스마트폰 신경전
[85호] 2017년 05월 01일 (월) 김재섭 jskim@hani.co.kr
라이벌 깎아내리고 신제품 김빼기 작전... G6 주춤한 사이 갤럭시S8 기세등등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격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상대방의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생산공장을 공개하거나 제품 공개 행사 초청장을 언론에 뿌리며 김을 빼는 등 점입가경 양상이다. 사실 스마트폰 시장에서 LG는 삼성의 적수가 못 됐다. 그러나 2016년 삼성이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로 주춤한 사이 LG가 용기를 냈다. LG가 전략 스마트폰 G6를 발 빠르게 내놓으며 삼성을 자극했고, 삼성은 대대적으로 갤럭시S8 마케팅에 나서며 맞불을 놓았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전자회사의 신경전이 불필요한 소모전으로 확대될까 우려된다.
 
김재섭 <한겨레> 기자
 
“LG전자가 잘 좀 해줬으면 좋겠다. LG전자가 치고 나가줘야 우리도 자극받는데. 그래야 세계 스마트폰을 장악하고, ‘한국은 외국 휴대전화의 무덤’이란 신화도 이어갈 수 있고.”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의 말이다. 그는 2017년 3월29일 미국 뉴욕 링컨센터에서 열린 ‘갤럭시S8’ 공개(언팩) 행사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간 담회 뒤 식사하던 중 테이블을 돌며 기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과정에서 ‘갤럭시S8 디자인이 끝내준다고 하던데, LG전자가 또 힘들어질 것 같다’는 기자들의 농담 섞인 질문이 나오자 이렇게 답했다. 그는 “LG전자가 주저앉으면 중국산 스마트폰이 몰려올 수 있다”고도 했다.
 
사실 고동진 사장의 말에는 ‘가시’가 들어 있다. LG전자를 향해 “너나 잘하세요”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갤럭시S8 공개 행사가 열리기 닷새 전, LG전자는 스마트폰 업계 취재를 맡는 기자들을 경기도 평택에 있는 ‘G6’ 공장(디지털파크)으로 초청해, G6에 장착되는 배터리의 안전성 테스트 과정을 소개했다. G6는 3월10일 출시된 LG전자의 프리미엄 전략 스마트폰이다. 한 달 뒤쯤 출시 예정인 갤럭시S8와 맞대결을 벌이게 돼 있었다. 당시 LG전자는 기자들에게 G6 배터리를 못으로 뚫고 볼링공 2개 무게의 쇠뭉치를 60cm 높이에서 떨어뜨리는 충격을 가하는 등 테스트 과정을 보여주며 “G6 배터리는 어떤 경우에도 화재을 일으키거나 폭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배터리에 불을 붙여보기까지 했다.
 
아니나 다를까,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이 이상 발화로 단종된 사실을 떠올리게 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뒷말이 나왔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고동진 사장 쪽에선 불쾌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 당시 삼성전자는 소비자의 뇌리에서 갤럭시노트7 리콜과 단종에 대한 기억을 지우기 위해 안감힘을 쓰고 있었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LG전자가 갤럭시S8 공개행사를 앞두고 기자들을 불러 G6 배터리 테스트 과정을 보여준 것 역시 삼성전자에 대한 ‘앙갚음’ 성격이 짙다. 앞서 LG전자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 개막을 하루 앞두고 스페인 바르셀로나 현지에서 G6를 공개했다.
 
직전 인사에서 조성진 부회장이 대표이사에 취임하고, 조준호 사장이 스마트폰 사업 총괄을 맡은 뒤 처음 내놓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이다. LG전자 쪽에선 흥행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때맞춰 갤럭시S8 공개행사 초청장을 언론에 돌리면서 ‘김’이 빠졌다. G6에 대한 언론의 주목도가 반감됐다. LG전자 쪽에서 보면, 삼성전자가 잔치에 ‘재’를 뿌린 것과 다를 바 없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은 실로 오랜만이다. 기존 휴대전화(피처폰) 시절에는 팬택까지 포함해 세 업체가 시장점유율 쟁탈전을 벌이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휴대전화 시장이 스마트폰으로 옮겨간 뒤 이런 신경전을 보기 힘들었다. 팬택은 사실상 스마트폰 시장에서 도태됐고, LG전자 휴대전화 사업 역시 삼성전자를 넘볼 생각 자체가 무모할 정도로 부실해졌다. 적자를 줄이기에 바쁜 상황이었다. LG전자와 팬택이 있던 자리는 애플이 가져갔다.
 
   
▲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이 2017년 3월29일 미국 뉴욕 링컨센터에서 갤럭시S8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은 갤럭시노트7 리콜에 따른 타격을 갤럭시S8로 만회하려 애쓰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전자업계의 태진아와 송대관
지난 수십 년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트로트계로 치면 태진아와 송대관 같은 관계를 이어가며 한국 전자업계의 양대산맥으로 성장했다. 겉으로는 아옹다옹하고 경쟁하며 글로벌 전자업체로 컸다. 한국 전자산업이 이들의 성장과 맥을 같이하며 발전해왔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정도다.
 
실제 두 업체는 텔레비전 시장에서 일본 소니를 뛰어넘어 세계 선두로 올라서는 ‘신화’를 만들어냈고, 지금은 세탁기·에어컨·냉장고 등 다른 가전제품 시장까지 주도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쪽에서 각각 ‘올레드’(OLED)와 ‘큐레드’(QLED)를 고집하며 서로 기술적으로 더 뛰어나다고 티격태격한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희생양’으로 삼아지기도 했다. 조 부회장(당시는 사장)이 독일 가전매장에 전시된 세탁기를 만져보는 과정에서 삼성전자 제품이 손상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삼성전자가 조 부회장을 기물파괴 및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해 곤욕을 치르게 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선 삼성전자의 적수 명단에 LG전자는 없다. 경쟁자로 여기지도 않는다. 피처폰 시절, 세계 휴대전화 시장점유율 순위는 노키아, 삼성전자, LG전자, 모토롤라 순이었다. 하지만 애플이 아이폰으로 휴대전화 시장을 뒤엎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애플이 시장을 주도하고 기존 강자들은 쫓아가기에 급급했다. 그중 삼성전자만 유일하게 애플의 적수로 남았고, 노키아·LG전자·팬택 등은 서서히 뒤처지거나 도태됐다.
 
2000년대 후반 애플이 아이폰으로 돌풍을 일으킬 때, 삼성전자 휴대전화 사업을 총괄하던 최지성 사장(이후 미래전략실장으로 승진했다가 최순실 게이트 건으로 퇴진)은 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 기자들을 만나 “지금은 애플에 시장 주도권을 빼앗겼지만 곧 되찾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반면 LG전자의 모습은 무력하기 그지없었다. 전시회에 참여하면서 신제품을 내놓지 않았고,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도 밝히지 않았다. “3~4년 안에 따라가기 어려울 것 같다”고 하소연하는 게 전부였다.
 
이후 몇 년이 지나자 휴대전화 시장은 스마트폰 중심으로 완전히 옮겨갔고, 업계 구도 역시 삼성전자·애플이 2강, 중국 화웨이가 1중, 나머지는 기타로 간주되는 모습으로 재편됐다. 2016년 스마트폰 판매량을 보면 삼성전자가 3억 대, 애플이 2억 대, 화웨이가 1억 대 정도 되고, LG전자와 중국의 다른 업체들이 각각 3천만~4천만 대를 팔았다.
 
스마트폰 업계 구도로 보면 기타로 간주되고, 굳이 시장점유율 순위를 따지자면 7위쯤 되는 LG전자가 이번에는 어떻게 삼성전자에 맞서게 됐을까.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로 8조원 가까이 손해를 보고 브랜드 이미지가 추락하는 등 주춤하는 틈을 타 ‘거사’를 도모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장이 2017년 2월25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전시회에서 삼성·애플 등의 고성능 스마트폰을 겨냥한 G6를 발표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갤노트7 단종이 불러온 판도 변화
2016년 국내에선 3월11일 삼성전자 갤럭시S7, 3월31일 LG전자 G5, 8월19일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10월8일 LG전자 V10, 10월21일 애플 아이폰7과 아이폰7플러스가 각각 출시됐다. 모두 프리미엄 스마트폰이고, V10·갤럭시노트7·아이폰7플러스는 대화면 기기다.
 
휴대전화 시장이 스마트폰으로 옮겨간 뒤, 세 업체는 해마다 이런 순으로 번갈아가며 신제품을 내놨다. 상반기에 삼성전자가 먼저 내놓으면 LG전자가 뒤따르고, 하반기에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이어 애플까지 내놓는 상황이 반복됐다. 그런데 2016년 예상치 않은 변수가 생겼다. 갤럭시노트7이 이상 발화를 일으키며 리콜을 거듭한 끝에 단종된 것이다. 애초 삼성전자는 아이폰7 출시 전에 갤럭시노트7을 내놔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출시 2주도 지나지 않아 이상 발화 문제가 발견되면서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당연히 시장에 큰 변화가 일었다. 우선 애플이 짭짤한 재미를 봤다. 갤럭시노트7을 사려고 했거나 샀다가 리콜·단종으로 어쩔 수 없이 환불한 소비자 가운데 상당수가 아이폰7과 아이폰7플러스로 갈아 탔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5와 갤럭시S7으로 대응에 나섰으나 한계가 있었다. V10은 브랜드 인지도에서 밀려 주목받지 못했다.
 
급기야 삼성전자가 분기 기준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애플에 내주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 보고서를 보면, 2016년 4분기 애플의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20.3%(생산량 기준)로 삼성전자(18.5%)를 앞질렀다. 2017년 1분기에는 삼성전자 점유율이 26.1%로 높아지면서 애플(19.6%)을 제치고 다시 선두에 섰다.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는 갤럭시S7 후속작 갤럭시S8의 출시 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갤럭시노트7 이상 발화 원인을 규명하고 내부 분위기를 추스르느라 갤럭시S8 출시 일정이 한 달 이상 늦어진 것이다. LG전자 쪽에선 스마트폰 시장에서 뭔가 도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만들어진 셈이다. LG전자는 용기를 냈다. 우선 G6 출시일을 3월10일로 앞당겼다. 그리고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결과는 아직 장담하기 어렵다. LG전자는 G6 예약판매 사흘째 되던 날 “3만대 가량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후에는 G6 판매 실적 수치를 내놓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미국과 러시아 등으로 G6 출시국을 늘려나가고 있다. 업계에선 갤럭시S8 대기 수요 때문에 큰 재미를 보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LG전자는 확인해주지 않는다.
 
그 사이 시간은 흘렀고, 삼성전자 갤럭시S8이 나와 전세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휘젓고 있다. 예약판매를 시작한 지 엿새 만인 4월11일 현재 국내에서만 62만 대가 나갔고, 115만5천원짜리 최고급 제품(메모리 6GB·저장용량 128GB)은 예약판매용으로 준비한 15만 대가 동났다. 시장에선 벌써부터 지금의 기세로 볼 때 갤럭시S8 시리즈 총판매량이 고동진 사장이 목표치로 제시한 6천만 대를 웃돌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반면 G6에 대해선 어떤 전망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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