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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 가구 자녀는 결혼해도 다주택
[국내이슈] 결혼적령기 남녀의 주거 변화 분석
[85호] 2017년 05월 01일 (월) 박재현 pheeree@gmail.com
부모 재산 많으면 결혼이나 독립 늦어... 전세 사는 부모 둔 젊은이 가장 먼저 ‘탈출’
 
최근 통계청이 낸 ‘2016 한국의 사회지표’는 첫머리부터 노령화와 결혼 감소 문제를 동시에 맞는 현실을 지적한다. 결혼적령기 젊은이들의 현실을 세밀하게 보기 위해, 정보 시각화 연구자 박재현이 인구주택총조사의 상세 데이터로 1980년생 여성과 1978년생 남성을 추적했다. 이를 통해 부모 재산이 많으면 자녀가 결혼과 독립을 더 기피한다는 것을 수치로 확인했다. 주택 소유 양극화가 심해지는 것도 드러났다.
 
박재현 정보 시각화 연구자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6 한국의 사회지표’ 첫머리는 한국의 인구구조에서 시작한다. 기대수명 상승으로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 인구로 대거 진입하는 반면 그 자녀 세대의 결혼과 출산은 늘지 않고 있다. 1인 가구가 늘고 결혼은 감소하는 추세다. 베이비붐 세대는 주로 농촌에서 태어나 산업화와 함께 낯선 도시로 이주해 대부분 결혼하고 자녀를 낳아 핵가족을 만들었다. 그러나 핵가족의 자녀는 결혼으로 만드는 가족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게다가 결혼과 독립에 떼려야 뗄 수 없는 주거비 부담도 높다. 특히 수도권은 타지방과 광역시보다 더 높은 편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절반이 수도권에 산다.
 
결혼 비율이 낮다는 사실은 비교적 쉽게 통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결혼하는 사람들은 어떨까? 그들은 어떻게 주택을 마련해 살고 있을까? 이 과정에서 그들의 부모는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
 
5년마다 실시하는 인구주택총조사는 대략적인 그림을 그려보게 해준다. 인구주택총조사는 인구 항목과 주택 항목으로 나눠 조사된다. 인구 항목에는 한 가구 구성원 각각의 특성이 담기고, 주택 항목에는 그들이 함께 거주하는 주택에 대한 사항이 기록된다. 각 가구의 생애주기를 추적하는 형태로 제공되지 않지만, 나이를 기준으로 각 인구집단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남성의 초혼 연령은 평균 31.8살, 여성은 28.9살이다. 이를 바탕으로 2010년을 기준으로 만 30살인 1980년생 여성(이하 80년생 여성)과 만 32살인 1978년생 남성(이하 78년생 남성)을 결혼 전후 비교를 위한 인구집단으로 꼽아보았다. 이들이 사는 주택의 결혼 전과 후의 변화를 추정했다.
 
통계청이 제공하는 인구주택총조사 2% 마이크로데이터의 가중치 기준으로 2005년 80년생 여성은 결혼 인구가 7만5711명, 미혼이 30만7473명이다(가중치의 오차를 적용하지 않고 그대로 적었다). 2010년에는 기혼이 22만855명, 미혼은 16만8420명이다. 14만 명 이상이 5년 동안 결혼했다. 78년생 남성은 2005년 기혼자가 약 5만9978명, 미혼자는 약 27만9292명이다. 2010년에는 각각 17만6277명, 16만8524명이다. 5년간 두 연령대의 여성과 남성은 비슷한 수가 결혼했다.
 
이들을 주택 점유 형태를 기준으로 네 그룹으로 나누었다. 현재 사는 주택 외에 다른 집을 보유한 다주택 가구, 거주 주택만 보유한 가구, 전세 가구와 월세 가구다.(이 밖에 기숙사 등 몇가지 주거 형태가 있지만 여기에선 다루지 않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5년 사이 다주택 가구에 사는 80년생 여성과 78년생 남성은 소폭 늘었다. 반면 1가구 1주택에 사는 이는 줄었고 대신 전세에 사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집이 여러 채 있는 가구의 자식들은 결혼이나 독립으로 주거 환경이 나빠지지 않았지만, 그렇지 못한 젊은이들은 주거 환경이 나빠졌다고 추론해볼 만하다. 그리고 월세로 사는 80년생 여성과 78년생 남성은 각각 소폭 줄고, 늘었다. 결혼 또는 독립 시기가 왔는데도 월세살이 인구에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은 결혼을 못했거나 결혼하고도 월세를 면치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다주택 가구 자녀들은 큰 변화 없어
먼저 다주택 가구의 젊은이들을 살펴보자. 2005년 집을 여러 채 가진 가구에 속한 80년생 여성은 2만4388명이다. 이 중 결혼 안 한 채 부모와 함께 사는 이는 2만2082명이다. 2010년이 되면 7617명이 결혼하거나 독립했다. 5년 사이 집을 여러 채 가진 집주인이 883명 늘었고 이 중 절반 정도는 결혼했다. 2010년에 집이 여러 채인 가구의 집주인 또는 구성원인 80년생 여성은 2만6670명으로 5년 전보다 2천여 명 늘었다.
 
78년생 남성도 비슷하다. 2005년 2만723명이던 다주택 가구 구성원이 2010년엔 1904명 늘었다. 결혼하지 않고도 따로 집 여러 채를 소유한 남성이 1100명, 결혼하면서 집을 여러 채 갖게 된 이가 5천명 늘었다. 결혼 뒤에도 부모와 함께 살거나 집이 두 채 이상인 처갓집에 들어간 남성은 1600여 명 늘었다. 집이 여러 채인 가구 출신 젊은이는 대부분 어떤 식으로든 집이 여러 채인 가정을 유지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1가구 1주택에 살던 80년생 여성은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 2005년에는 이런 이가 16만2818명이었는데, 5년이 지나면 2만명 가까이 준다. 78년생 남성도 2005년 14만579명에서 2010년 12만9786명으로 1만 명 이상 줄었다. 이런 감소는 다주택 가구로 옮겨간 소수를 빼고는 나이들수록 주거 상황이 나빠졌음을 보여주는 걸로 봐도 크게 무리가 없다.
 
전세 가구에 속한 80년생 여성은 2005년 7만573명에서 2010년 9만6868명으로 2만6295명 늘었다. 같은 기간 1가구 1주택 소속 80년생 여성이 2만명 준 것과 무관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부모와 함께 살던 미혼 자녀는 1만6111명 줄었고, 결혼해 전세에 사는 여성은 4만5천 명 이상 늘었다. 눈길을 끄는 건, 이혼하고 혼자 전세살이를 하는 80년생 여성이 1천여 명 늘어난 사실이다.
 
78년생 남성은 2005년 결혼하지 않고 혼자 전세에 사는 이가 2만4337명, 부모와 함께 사는 미혼 남성이 1만7033명이었다. 5년 뒤 결혼하지 않고 혼자 또는 가족과 함께 전세에 사는 78년생 남성이 1만7879명 줄었다. 대신 결혼해 전세살이를 하는 이는 3만4407명 늘었다. 독립 시기의 전세 가구 증가는 80년생 여성과 유사하다. 1가구 1주택에 살던 젊은이가 준 것과 연결해 생각하면, 결혼 또는 독립과 함께 주거 상황이 나빠지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월세 가구를 살펴본다. 월세에 사는 80년생 여성은 2005년 6만6821명에서 2010년 6만7192명으로 소폭 늘었다. 5년 사이 결혼하지 않고 혼자 월셋집에 사는 여성은 4148명, 월셋집에서 부모와 사는 이는 1만1844명 줄었다. 반면 결혼하고도 역시 월세살이를 하는 이는 1만3409명 늘었다. 눈에 띄는 것은, 이혼하고 월세에서 사는 여성이 2482명 늘었다는 것이다. 유독 많은 수치다.
 
78년생 남성 중 월세에 사는 이도 5년 사이 조금 줄었다. 2005년 6만1157명이었는데 2010년엔 5만7733명이다. 결혼하지 않고 혼자 월세에 사는 남성은 4038명, 월셋집에서 부모와 사는 미혼 남성은 7900명 줄었다. 월세에서 신혼을 시작한 7539명을 포함해 월세로 사는 기혼 78년생 남성은 2만1387명으로 추산됐다. 이혼한 월세살이 남성은 1228명이었다.
 
   
▲ 대학 졸업식에 참석한 학부모가 월세 전단지가 다닥다닥 붙은 벽 앞을 지나가고 있다. 결혼과 독립을 앞둔 청년들은 일자리와 주거 불안이라는 이중의 고통에 시달린다. 연합뉴스
 
부잣집 자녀, 독립 더 안해
미혼 자녀의 결혼이나 독립에 초점을 맞춰보면 조금 의아한 부분이 눈에 띈다. 부모 재산이 많으면 결혼이 더 쉬울 법하다. 하지만 통계에선 부모 재산이 많으면 오히려 결혼과 독립을 기피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다주택을 소유한 부모와 살던 80년생 여성의 34.5%, 78년생 남성의 33.9%만이 5년 사이 결혼하거나 독립했다. 1가구 1주택 가구의 독립 비율은 각각 55.8%, 55.2%다. 전세 사는 부모를 둔 80년생 여성은 65.9%가 결혼 등을 통해 집에서 나왔다. 78년생 남성은 57.9%로, 두 경우 모두 다주택 가구나 1가구 1주택 가구보다 높은 수치다. 월세 사는 부모를 둔 여성의 59.0%, 남성은 48.6%가 독립했다. 2005년을 기준으로 봐도 전·월세로 독립해 사는 80년생 여성과 78년생 남성이 부모와 함께 전·월셋집에 사는 경우보 다 두 배 이상 많다. 부모 재산이 적을수록 더 빠르게 부모로부터 벗어난다. 그 결과 2005∼2010년 80년생 여성과 78년생 남성이 사는 전·월세 가구는 5만 가구 가까이 늘었다. 세들어 살 새집이 5만 가구 더 필요해진 셈이다.
 
이들이 세들어 사는 집을 가까운 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80년생 여성과 78년생 남성은 2005년을 기준으로 50~62살 남성 가구주에 속한 경우가 많다. 베이비붐 세대의 바로 전 세대가 대부분이다.
 
이들 중 다주택 가구는 2005년 33만4880가구에서 2010년 39만5549가구로 6만 가구 이상 늘었다. 전세 가구는 소폭 줄고 월세 가구는 조금 늘어 5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1주택 가구는 183만8961가구에서 165만1481가구로 18만7480가구나 줄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2006~2007년 정점을 찍은 주택 가격 상승기에 성공적으로 다주택 가구로 변신할 수 있었겠지만, 더 많은 1주택 가구가 자녀 독립 혹은 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로 전·월세 가구가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경제적 성장기에 접어든 자녀가 독립해 새 가족을 만들면 한 가구의 소득은 두 가구로 분리돼 줄어든다. 게다가 독립의 여파로 1가구 1주택과 전·월세 가구의 주거 상황까지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다주택 가구는 오히려 늘었다. 주택 소유 양극화가 진행되는 것이다. 빠르게 월세화 현상이 나타나는 지금 주목해볼 만한 현상이다.
 
전·월세로 독립한 청년 세대는 언젠가 내 집 마련에 도전할 것이다. 그러나 기대여명이 크게 늘어난 지금, 그들이 새 가족의 집을 계획할 때 경제 능력이 크게 줄어든 부모의 노후 문제와 마주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부모의 상속을 기다릴지 모르는 다주택 가구 자녀에게도 나쁜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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