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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웃고 돈에 우는 선거공학
[윤희웅의 선거와 경제] ‘전(錢)의 전쟁’ 선거자금 집행 레시피
[85호] 2017년 05월 01일 (월) 윤희웅 waymaker@opinionlive.co.kr
선거는 돈이 있어야 치른다. 정치적 명분과 능력이 뛰어나도 선거자금이 없으면 전투에 나설 수도, 이길 수도 없다. 정당이 선거자금을 모으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국회의원 의석수에 따라 지급되는 선거보조금과 국민펀드, 유효득표율에 따른 선거비 보전이다. 각 당의 대선 전략은 선거자금 상황과 무관치 않다. 핵심은 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투입하느냐에 달려 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알려야 한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자신의 비전과 공약을 유권자에게 적극 알려야 한다. 하지만 바쁜 현대인들의 관심을 얻어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후보들은 스스로 상품이 돼 마케팅을 펼친다. 유권자가 후보의 얘기에 귀 기울일 수 있도록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상품광고를 하는 셈인데 여기에는 비용이 수반된다. 선거자금이 없다면 후보는 자기 얘기를 유권자에게 전달할 수 없다.
 
선거비용은 유권자가 선거에 관심 갖고 참여하도록 돕는 도구다. 후보자들이 충분한 선거비용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누군가가 선거비용의 사용을 막아 버리면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긴 하되, 생기 없이 시든 꽃이 될 수 있다. 미국연방대법원은 1976년 버클리 대 발레오(Buckley v. Valeo) 판례에서 ‘선거자금은 표현의 자유를 의미한다. 선거비용은 제한할 수 없다’고 결정한 바 있다.
 
미국 선거에서 비용 제한액이 없는 건 아니다. 한국은 완전 선거공영제인 반면, 미국은 부분 공영제라 할 수 있다. 선거자금 조달이 어렵지 않은 후보들은 정부가 지급하는 보조금을 거부할 수 있다. 사용에 특별한 제한도 받지 않는다. 반면 선거자금 모금이 여의치 않을 경우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대신 사용할 때 제한이 있다.
 
한국은 예외 없이 제한액이 적용된다. 2017년 5월 대선에선 후보자별로 509억9400만원까지 사용할 수 있다. 쓸 곳이 워낙 많은 후보들로서는 결코 넉넉하지 않은 금액이다. 선거비용으로 400억~500억원을 쓴다고 가정하면, 대체로 TV·라디오·신문 광고에 100억~150억원, 인터넷 광고에 50억~80억원, 유세차 대여에 50억~80억원, 법정 홍보물 제작과 배포에 40억~50억원, 기타 홍보비에 40억~50억원, 인건비를 포함한 운영비에 100억~130억원이 들어간다.
 
스크린에 영상을 틀 수 있는 1t 트럭 유세차를 대여하려면 2천만원이 든다. 5t 트럭은 대당 4천만원이 소요된다. 당선권에 든 후보들은 전국 253개 선거구에 최소 1대 이상 배치하는데 1t 트럭 1대씩만을 가정하더라도 50억원이 넘는다.
 
유급 선거운동원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한국 현장 선거운동은 유급 선거운동원 중심이다. 이들을 훈련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당선자를 낸 당시 새누리당은 전국적으로 4170명을 신고했다. 이들은 통상 일당 7만원을 받는다. 20일간 일한다고 하면 총비용은 60억원 정도에 이른다. 미국 선거에서도 유급 사무원이 있지만 자원봉사자가 중심이다. 첫 선거 지역인 아이오와주와 뉴햄프셔주 같은 곳엔 후보 별 자원봉사자가 1만 명 넘게 참여한다. 아이오와주 인구는 300만 명을 넘지 못하고, 뉴햄프셔주는 겨우 100만 명을 넘는다. 미국과 한국의 정치문화가 다르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순수하고 충성스런 지지자들을 믿고 각 당에서 대규모 자원봉사 시스템 구축을 시도해봄직하다.
 
법정 선거공보물 제작비도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주요 정당 후보들은 16쪽 책자를 만든다. 재정이 충분하지 않은 후보들은 비용을 줄이려고 1장짜리 전단지로 만든다. 책자로 만들면 권당 몇백원이 든다. 유권자 수만큼 만들 경우 100원을 적용하면 40억원, 종이질이 좋아 500원이면 200억원이 소요된다. 1장짜리 전단지는 종이값만 들어간다. 하지만 이도 적은 금액이 아니다. 장당 10원으로 계산해도 4억원이 든다.
 
   
▲ 제19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017년 4월17일 오전 강원도 춘천시 도심에서 각 당 후보의 선거운동원들이 출근길 시민에게 인사하고 있다. 선거는 돈으로 시작해 돈으로 끝난다. 연합뉴스
 
선거자금, 적재적소 집행 필요
사실 선거비용 제한액이 있지만 후보들이 이를 엄격히 지킬지 의문이다. 자금이 턱없이 부족한 후보들은 불법 선거 자금의 유혹에 노출되기 십상이다. 불법 대선자금은 마침표를 찍은 먼 과거의 일이 결코 아니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한 기업으로부터 2.5t 트럭에 현금 50억원을 받았다. 이 때문에 ‘차떼기’란 꼬리표를 얻었다. 노무현 후보도 11억6200만원의 불법 대선 자금을 받았다. 2007년 17대 대선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이 한 저축은행으로부터 3억원을 받은 것이 드러나 법의 심판을 받았다. 2012년 대선도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고인이 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 대선자금을 건넸다는 메모를 남겼다.
 
후보나 캠프, 정당에서 돈선거의 유혹을 떨쳐내고 법 테두리에서 선거운동을 해야 함은 마땅한 일이다. 다만 대선 때마다 불법 선거자금 의혹이 불거진 것은 선거비용 제한액이 비현실적일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유권자가 직접 투표로 뽑은 대통령이 불법 대선자금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정당성이 훼손돼 리더십에 상처를 입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많은 세금을 선거에 쓰는 것에 국민의 부정적 시선이 있지만, 선거비용은 민주주의의 비용이란 점과 반복되는 불법 선거자금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 국민도 수긍할 수 있으리라 본다.
 
선거비용 제한이 완화되기 전까지는 한도 내에서 전략적 자금 집행을 해야 한다. 하지만 각 캠프의 분야별 지출 내역을 보면 별로 전략적이지 않다. 여전히 전통 매체를 통한 광고에 집착한다. TV·라디오·신문 광고에 100억원 이상 쓴다. 전체 지출 내역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신문광고는 70회까지, TV와 라디오는 60초 광고를 각 30회까지 할 수 있다. 후보자와 후보자가 지명한 연설원이 1회 20분 이내에서 TV·라디오 방송 연설을 각 11회씩 할 수 있다.
 
이런 올드미디어는 시청자·청취자·독자가 절대적으로 줄었다. 스마트폰으로 미디어 콘텐츠를 소비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아졌다. 이제는 온라인광고 비중을 더 높이는 게 효과적이다. 단순한 포털사이트 광고를 넘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광고 등 새로운 형식으로 접근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최근 유권자가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을 보유하는 점을 공략해 유권자 그룹 특성별로 어필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는 데 비용을 투입하는 것이 훨씬 나을 수 있다. 흥미로운 콘텐츠라면 지지자들의 자발적 공유를 통해 광고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대다수 후보는 돈 쓸 곳은 많고 쓸 돈은 없는 상황일 것이다. 하지만 자린고비 선거는 답이 될 수 없다. 선거의 최종 목표는 캠프의 재정 절감이 아니라 당선이다. 변화된 환경에 맞춰 전략적으로 선거자금을 사용하는 후보가 당선에 더 다가설 것이다.
 
* 윤희웅은 오피니언라이브(OPINIONLIVE)에서 여론분석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정책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과 민(MIN) 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을 거쳤다. 대중심리의 형성과 표출 과정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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